# 65
제65장 강탈 음모
“질투? 말도 안 돼!”
공서련이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급히 큰소리로 해명했다.
“말 함부로 하지 마. 질투는 무슨 질투야. 난…… 난 너 안 좋아한다고! 그런데 무슨 질투야! 그리고 언니가 너 같은 놈을 좋아할 리 없어!”
“정말 큰아가씨가 절 안 좋아한다고 확신하세요?”
공서련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내가 언니를 잘 아는데, 언니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해!”
천제현이 재수 없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잖아요?”
“야!”
공서련이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뻔뻔한 바람둥이 같으니라고. 누가 널 좋아하겠어!”
이 말을 뱉고 나서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그녀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천제현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옳지 않죠!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요!”
천제현은 답답했다.
‘뻔뻔하다는 건 인정할 수 있어. 그런데 내가 왜 바람둥이라는 거야?’
생각해보면 천제현은 누군가에게 집적댄 적은 없었다.
‘이 시대에 온지 한참 되었지만 너하고만 가깝게 지냈다고. 다른 여자에게 치근덕댄 적 없어!’
조금 양심이 찔리긴 했다.
‘큰아가씨의 성격과 미모에 감탄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도를 넘은 행동을 할 마음을 먹은 적 없다고!’
둘은 공화련이 나올 때까지 옥신각신했다.
한 시간 후 공화련이 하얀 적삼을 걸치고 방에서 걸어나왔다.
공화련은 매우 달라진 모습이었다.
어깨에 드리운 촉촉한 머리칼에 피부는 옥처럼 매끄러우며 상아처럼 흰 게 전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옅은 별빛에 둘러싸인 모습이 정말 선녀 같았다.
공서련이 천제현과의 입씨름을 바로 멈췄다.
“언니, 어때?”
“서련아, 나 너무 기뻐. 정말 다 나았어!”
공화련이 감격스러워하며 동생을 끌어안았다.
“이제 더 이상 고질병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천제현이 다가와서 웃었다.
“완치와 새로운 무공을 익히게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른 공화련이 그의 눈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건넸다.
“정말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무공은 고사하고 평생 병 때문에 고생했을 거야……. 이제 알겠어. 유성초의 진정한 가치가 뭔지!”
한 사람이 한 번 수련하려면 유성초 1,000포기가 필요하다.
혼자서 최소 금화 십만 냥 이상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두세 사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성광불멸체를 수련한다면 엄청난 약재와 돈이 필요하다.
심지어 유리체, 금강체, 성광체까지 수련한다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공화련은 상회의 자금이 넉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그 정도로는 한참 모자랐다.
수련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사실 공화련은 원래 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다.
상회 경영은 그녀에게 일종의 책임감이었다.
결코 그녀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서 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돈에 대한 개념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돈은 자원이고 자원은 실력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고 해도 자원을 투자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오는 법이다.
반대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진귀한 자원을 투입시키면 절정의 고수로 성장할 수 있다!
공화련은 돈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동시에 상회 경영으로 돈을 버는 일에 전에 없던 강한 열정이 타올랐다.
천제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두 분과 남궁혜 아가씨, 염천웅 아저씨, 장 대사님은 성광불멸체를 배울 자격이 돼요. 저를 포함해서 6명밖에 안되지만 매달 만만치 않은 유성초가 필요해요. 그러니 빨리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해요. 유성초 재배지를 통째로 사들이면 가장 좋고요.”
예전에 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 공화련은 이 말을 농담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정말로 유성초 재배지를 통째로 사들일 필요가 있었다.
다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뿐이다.
‘그래 유성초 재배지를 통째로 사야겠어!’
오늘 일로 공화련은 재배지를 꼭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천제현은 통 크게 성광불멸체를 공서련과 남궁혜, 염천웅, 장립청에게 전수하고 비밀리에 전수했다.
고급 무공을 대가 없이 전수해 준 것이다.
섬광불멸체를 전수하며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그저 수련에 필요한 약초 값만 받았다.
천제현의 눈에 성광불멸체는 좋긴 하나 최강의 무공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초 마력을 다지기에는 최적의 무공이었다.
자신과 함께할 팀의 기초를 다지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천제현은 소탈하고 좋은 걸 독차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쩨쩨하게 하나하나 따지는 것은 더 싫어했다.
하지만 세간에서 보기에 성광불멸체는 남궁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분천공보다 훨씬 대단한 무공이었다.
천제현은 이 시대 기준으로 볼 때 정말 대단한 무공을 모두와 공유한 것이다.
이런 천제현의 박력과 배포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이 날 이후 사람들은 천제현을 더욱 철석같이 믿고 따르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수련에 매진하고 있을 때 천제현을 겨냥한 음모가 도시 한 구석에서 조용히 계획되고 있었다.
천남성 북부지방.
아주 호화로운 저택이 한 채 있다.
용병 부대 몇 개가 순찰을 돌고 우측의 사유 마수장에는 토실토실한 전투늑대 500마리가 있었다.
언제라도 무장 가능한 용맹한 흑랑용병단이었다.
대형 마수차장에는 수백 대의 마수차가 세워져 있었다.
이곳은 바로 양씨 가문의 천남성 분회 총부였다.
이 총부 근처 거리는 모두 전부 양씨 가문 관할구역이었다.
성주조차도 관여하기 힘들다고 하니 그 권세와 영향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호화로운 마수차 한 대가 넓은 길을 따라 천천히 다가왔다.
차를 끄는 마수는 청문풍록(靑紋風鹿)이었다.
몸집이 크고 아름다우며 자태가 우아했다.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이런 마수를 차를 끄는 데 사용하다니, 범상치 않은 인물이 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청문풍록이 끄는 차가 양씨 저택에 멈췄다.
40세 전후의 중년 사내가 차에서 내렸다.
문을 지키는 용병들이 사내를 보고 급히 다가와 마수차를 끌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낙원산 대인을 뵙습니다!”
사내는 키가 작고 뚱뚱하며 대머리였다.
그러나 눈이 매처럼 날카로워서 강렬한 위압감을 주었다.
용병이 값비싼 마수차를 마수차장으로 몰며 공손하게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주인 나리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택의 객실에는 이미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하나는 양웅이고 하나는 도진천, 나머지 하나는 30세 전후의 젊고 준수한 청년이었다.
“낙 대인, 드디어 오셨군요. 어서 앉으십시오!”
양웅의 눈에 희색이 감돌았다.
“일단 소개부터 해드리지요. 이분은 천남성 도씨 가문의 장문인 도진천, 이분은 중주 천씨 가문 셋째 장로의 아들인 천익 공자입니다.”
“천익 공자셨군요!”
낙원산이 청년을 유심히 쳐다봤다.
“젊은 나이에 경지가 무척 높군요. 이렇게 훌륭한 젊은이가 있다니 천씨 가문이 정말 부럽습니다.”
천익은 연체 9성 정점이었다.
당연히 가문이 관심을 가지고 키우는 새싹 중 하나였다.
천익은 우쭐한 표정이었지만 입으로는 겸손을 떨었다.
“과찬이십니다. 사실 전 가문에서 열 번째 안에도 못 듭니다. 게다가 가문의 가장 뛰어난 천재인 천성하가 있는데 제가 어찌 천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낙원산이 되물었다.
“천성하요?”
그러자 천익은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천씨 가문의 장문인인 천강산의 아들로 16세에 정령을 각성시켜서 중주성에서 가장 빨리 혼성 경지에 오른 천재 중 하나지요. 지금 22세인데 한참 동안 실력을 노출시키지 않아서 지금 얼마나 강한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한 중주성의 가장 뛰어난 세 천재와 더불어 중주 사 공자라고 불립니다!”
천익도 천재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천성하와 비교하면 순식간에 빛을 잃을 뿐이었다.
천성하는 최고의 정령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천씨 가문에 대대로 전수되는 무공 혼검결(魂剑诀)을 통달의 수준으로 익혔다.
이 말은 곧 동급은 물론, 그보다 높은 경지의 수련자와도 대적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가장 대단한 것은 나이가 어려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점이었다.
중주성 사 공자!
명성이 자자했다!
천성하는 중주성 사 공자의 으뜸이었다.
그가 지닌 마력은 그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사람들도 도달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천씨 가문은 인재가 많아 아주 잘 풀리고 있지요. 앞날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낙원산이 장탄식을 하며 어조를 바꿨다.
“우리 가문에는 못난 것들밖에 없습니다. 조카 낙우는 잡종 놈의 손에 죽었지요. 가문의 수치입니다!”
“저희 가문도 그 사생아 한 놈 때문에 체면이 깎이고 오점이 생겼습니다.”
천익과 낙원산의 이해가 일치했다.
천익은 자리에서 일어나 낙원산에게 조용히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 가문에서는 놈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제가 직접 천남성에 온 것은 바로 그 잡종 놈을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양웅과 도진천이 눈빛을 교환했다.
‘적의 적은 친구라더니!’
천제현의 성장 속도는 너무 빨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가문에도 위협이 될 것이다.
‘천씨 가문과 낙씨 가문이 손을 잡으면 남궁의라도 그 천한 잡종의 목숨을 지켜줄 수 없어!’
‘동분서주한 게 헛수고는 아니었군. 이번에 천씨 가문과 낙씨 가문의 힘을 빌린다면 천제현이 아무리 대단해도 빠져나갈 수 없어!’
양웅과 도진천은 서로를 보며 비열하게 웃었다.
낙원산이 엄지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듣자 하니 남궁의가 기를 쓰고 그 잡종을 보호한다던데?”
양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남궁의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수를 보내 우리를 몰래 감시하고 있습니다. 딸인 남궁혜도 천제현과 가깝고…….”
도진천이 설명을 보충했다.
“남궁혜를 어찌하는 건 간단치가 않아요! 중주 사 공자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잠재력과 재능은 결코 뒤지지 않죠. 일찍이 혼성 경지에 오를 조건을 갖췄지만 계속 연체 경지에 머물고 있습니다. 기초 마력을 다지기 위해서지요. 연체 9성 정점의 실력이지만 실제 능력은 혼성 1성과 같습니다!”
낙원산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신급 정령의 소유자 말입니까? 저도 들어본 바가 있습니다!”
양웅도 설명을 보충했다.
“남궁혜 외에 제약사 염천웅도 빠지지 않지요. 염천웅 역시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습니다. 제약기술에 미쳐서 수련을 게을리 했을 뿐이죠. 제대로 수련했다면 우리에게 뒤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밖에 천남성 장군인 염빙과 부적사 장립청 등이 모두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
도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