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제60장 서련샤부샤부 개업
천제현은 평소에 늘 우쭐거리며 낙관적인 소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보기조차 힘든 과거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공화련도 천제현이 안쓰러웠다. 동시에 마음 깊이 감탄했다.
남궁혜 역시 천제현을 안쓰럽게 여기면서 동시에 분노했다.
“그런 끔찍한 일을 입에 올리다니!”
성격이 급한 남궁혜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정말 지독한 가문이야!”
중년 사내가 싸늘하게 말했다.
“국가에는 국법이 가문에는 가문의 규율이 있는 법이다. 천씨 가문의 규율에 대해 외부인은 끼어들지 마라! 국법이라고 해도 가문의 사적인 일에 관여할 수 없는데 남궁 가문에서 웬 간섭이냐!”
“그래?”
남궁혜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내가 꼭 간섭해야겠다면?”
중년 사내가 멈칫했다.
‘이상하군. 남궁혜가 왜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천제현은 천씨 가문의 잡종일 뿐인데!’
중년 남자에게, 정확히는 천씨 가문에게 남궁 가문은 큰 문제가 되는 가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신과 남궁혜를 개인 대 개인으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남궁혜 같은 인물이 어째서 이런 잡종과 관계를 맺고 있지? 이 여자는 마력이 무척 높아서 상대하기 어렵다!’
중년 사내는 천제현 주변 사람들의 힘을 과소평가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강한 것을 느끼고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꼬리를 말 수는 없다!’
“남궁 가문에서 천씨 가문 일에 함부로 끼어들었다는 게 중주성에 알려지면 남궁의는 성주 자리에서 쫓겨날 것이다!”
‘또 아버지를 들먹거리는 놈이 나타났군!’
그러나 그의 말은 옳았다.
오늘 시비를 건 게 양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단숨에 날려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자는 가문의 사적인 일이라는 명분으로 시비를 걸고 있었다.
이 시대의 힘 있는 가문은 국가로부터 독립적이었다.
따라서 외부인이 함부로 가문 일에 관여하는 것은 나라의 금기를 깨는 행위였다.
‘그렇지만 금기를 깨는 게 뭐 어떻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들이 천제현을 데려가지 못하게 막아야 해!’
천제현이 걸어 나왔다.
“비키세요.”
“천제현, 너…….”
“제가 직접 상대할게요!”
천제현의 칠흑 같이 까만 눈동자가 조용히 빛났다.
‘그래. 이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났으니 몸의 주인에게 빚을 진 셈이야! 이 몸이 진 모든 은혜와 원한을 나 천제현이 전부 짊어지마.’
천제현은 영혼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천제현은 연기처럼 사라졌지만 원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
아버지를 죽인 원수!
10년 동안 갇혀서 받은 학대!
‘이제부터 편히 쉬어라! 네 원한을 내가 갚아주마!’
영혼 깊은 곳의 움직임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중년 사내는 천제현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고 오싹함을 느꼈다.
“뭘 하려는 거지?”
“널 죽일 거다!”
천제현은 순식간에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살기에 압도된 중년 사내가 두려운 기색을 보였다.
‘내, 내가 지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건가!’
천제현이 환골탈태했다고 해도 연체 7성에 불과했다.
반면 중년 남성은 연체 8성 정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천제현의 살기에 압도되는 것인가?
더 믿기 어려웠던 것은 천제현이 먼저 공격을 했다는 점이다.
‘이 잡종은 오래 전부터 천씨 가문을 뼛속까지 두려워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떻게!’
중년 사내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감히 날 죽인다면 넌 천씨 가문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
천제현의 일격이 정수리를 강타하자 중년 남성의 두개골이 반으로 갈라졌다.
“천씨 가문이 내게 진 빚을 받으러 가겠다. 네 목숨은 이자로 먼저 받은 셈이다.”
청년은 너무 놀라 넋을 잃었다.
‘수, 숙부를 죽였어!’
일곱째 숙부가 아무리 가문의 방계라 해도 천씨 가문의 일원이었다.
‘족보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잡종 따위가 숙부를 죽이다니!’
그때 경악에 찬 청년과 천제현의 눈이 마주쳤다.
천제현은 씨익 웃으면서 호위에게 명했다.
“너희들은 이 두 놈을 홀딱 벗겨 저잣거리에 버려. 구경거리로 만들자고!”
진작부터 이 둘을 언짢게 여기던 호위 몇 명이 재빠르게 옷을 홀딱 벗겼다.
그 후 두 청년을 두꺼운 나무막대에 묶어서 들쳐 멨다.
이를 지켜보던 공서련과 공화련의 속이 다 시원해졌다.
‘천제현은 양웅의 큰아들도 주저 없이 죽였는데 저놈들 따위가 다 뭐야. 양씨 가문과도 척을 졌는데 천씨 가문쯤이야 올 테면 오라고!’
남궁혜는 어느새 진정한 듯 천제현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가 천씨 가문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
천제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입을 삐쭉거렸다.
“천씨 가문 사람이라니요? 저놈들이 날 잡종이라 부르는 거 못 들었어요? 저런 천지분간 못하는 놈들은 앞으로 다 쓸어버릴 거예요!”
공화련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일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
공서련이 물었다.
“어째서?”
“기적상회가 설립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중주성의 천씨 가문에서 어떻게 알았을까? 천남성에서 중주 주성까지는 1,000리나 떨어져 있는데 말이야. 소식이 전해지려면 최소한 며칠은 걸린다고!”
남궁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일부러 중주성에 소식을 전한 것 같군!”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아.”
공화련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천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은 분명 소식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모르고 있었어. 남궁혜 네가 상회의 주주인지도 몰랐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저런 별 볼 일 없는 놈들을 보내지 않았겠지. 내가 보기엔 누군가가 일부러 단편적인 정보를 천씨 가문에 흘린 것 같아. 천제현과 가문을 이간질시키려는 목적으로 말이야!”
맞다.
천씨 가문의 손을 빌어 천제현을 처치하려는 교활한 음모였다.
아무리 천남성에서 천제현이 보호를 받는다고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가문 내부의 일이기 때문에 천제현을 보호하는 자들이 관여할 명분이 없다.
만약 관여한다면 넘지 말아야 할선을 건드리게 되는 것이다.
“이 일은 일단 접어두죠!”
천제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급선무는 서련샤부샤부 개업이에요! 오늘 일은 없던 걸로 치죠. 더 영향을 받으면 절대로 안 돼요. 안 그러면 기적상회의 사기가 크게 꺾일 겁니다!”
활시위를 당겼으니 활을 쏴야만 한다.
‘비록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내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없지!’
이 작은 마력샤부샤부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기적상회에서 정식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사업으로 매우 중대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어떤 사고도 발생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원래도 간이 떨렸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공서련은 또 무슨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물론 천제현은 태평했다.
그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에게 이런 건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천제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처소에 돌아가 눕자마자 쿨쿨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동이 아직 트기 전이었다. 날은 아직 밝지도 않았다.
누군가가 천제현을 세차게 흔들어 깨웠다.
깜찍한 달걀형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피부가 우유처럼 뽀얗고 물방울이 떨어질 듯 촉촉했다.
눈처럼 하얀 목덜미를 따라 성이 난 듯 솟은 가슴 봉우리는 파도처럼 출렁이고 사이의 계곡은 아찔하게 깊었다.
길고 아리따운 눈썹에 까만 눈동자가 움직이며 그를 쳐다봤다.
천제현이 몸을 돌리고 계속 잠을 청하며 웅얼거렸다.
“어디서 선녀가 나타난 거지? 음냐. 아직 꿈속인가…….”
작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공서련의 마음은 달콤했다.
‘이 자식은 말을 이상하게 해. 부끄러운 말을 해도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어.’
그녀가 굶주린 호랑이처럼 천제현에게 달려들어 할퀴고 꼬집었다.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잖아! 반드시 참석해야 돼!”
천제현은 잠에서 깨지도 못한 채 공서련의 손에 의해 밖으로 질질 끌려나왔다.
사람들이 서둘러 서련샤부샤부에 도착했다
남궁혜는 간만에 예복을 착용했다.
평소에 풀어헤친 머리도 정성스럽게 틀어 올렸다.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몸매가 늘씬한 게 대갓집 규수의 분위기가 물씬했다.
……물론 입을 열기 전까지만 말이다.
남궁혜가 헐레벌떡 뛰어와서 목청 높이 외쳤다.
“야!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떻게! 오늘은 개업식을 여는 중요한 날이잖아! 어서 와서 도와줘!”
몇 사람이 급히 가서 준비 작업을 마쳤다.
동쪽에서 빨간 태양이 천천히 솟아올랐다.
점원 80명이 같은 제복을 입고 단정하게 샤부샤부 가게 앞에 섰다.
공화련도 도착했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예복을 입고 있었다.
몸매가 늘씬하고 자태가 부드러우며 단정하고 우아했다.
머리는 칠흑같이 까맣고 피부는 옥 같으며 아리따운 눈빛으로 보내는 눈짓에 말할 수 없는 기품이 풍겼다.
마치 곧 터질 모란 꽃봉오리처럼 아름답지만 요사스럽지 않은 게 견줄 수 없이 고왔다.
“축하드립니다, 아가씨!”
“축하드립니다, 스승님!”
장립청과 염천웅이 일찌감치 와서 축하했다.
기적상회 소속 식당의 개업은 천남성에서 굉장한 뉴스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가 물 셀 틈 없이 꽉 찼다.
이, 삼류 가문에서도 잇달아 선물을 보내왔다.
이때 매우 호화로운 마수차가 천천히 다가왔다.
10여 명의 성주저택 호위병에 둘러싸여 남궁의가 등장했다.
주위의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성주께서 오셨다!”
“성주께서 다 오시다니!”
구경하는 관중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식당 개업에 성주까지 왔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테이프 커팅 의식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공화련이 기적그룹의 부회장 자격으로 직접 무대에 올라 사회를 봤다.
이어서 기적요식상회의 회장 두 명이 돌아가며 축사를 했다.
마지막에 내빈들이 속속 무대 위로 올라왔다.
남궁의, 장립청, 염천웅, 천제현, 공화련, 공서련, 남궁혜.
그들이 올라오자 무대 밑이 한바탕 소란스러워졌다.
‘모두 대단한 인물들이야!’
이때 아름다운 예식을 돕는 아가씨들이 등장했다.
모두 손에 빨간 천을 덮은 쟁반을 받쳐 들고 있었다.
쟁반 위에는 가위가 놓여 있었다.
아가씨들이 빨간 비단을 높이 들어 올렸다.
“테이프 커팅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동시에 가위를 집어 앞에 노인 빨간 비단을 잘랐다.
갑자기 종이 울리며 사람들이 잇달아 환호성을 질렀다.
현장 분위기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 의식은 매우 번거롭지만 반드시 필요했다.
유명 인사를 내세워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
공서련과 남궁혜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서련이 큰소리로 선포했다.
“시민 여러분, 오늘은 서련샤부샤부가 개업한 좋은 날입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고자 개업 10일 내에 금화 5냥을 계산하실 때마다 바로 금화 1냥 상품권을 드리겠습니다. 본점에서 마음껏 사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