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
제57장 유성초
유성초.
3만 년 후 운석초라 불리는 약초다.
운석초란 이름 그대로 특수한 성분을 함유한 운석이 떨어진 토양층에서 자라난 신비한 약초다.
이 약초의 가치는 일반적인 영약 수준이 아니다.
가격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 왕족이나 귀족의 직계자손들만 구할 수 있을 정도다.
‘이 귀한 약초가 이 시대에는 골절상 치료약으로 쓰이고 있다고?’
아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수정의 눈물만큼 평가절하되고 있는 물건이 또 있다니!
‘이쯤 되면 내가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이 시대 사람들이 너무 멍청한 거야!’
천제현은 길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말했다.
“장기간에 걸쳐 유성초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게 좋겠어요. 일단 만 개 정도 매입한 후에 다시 얘기해요.”
“뭐? 만 개?”
공화련은 깜짝 놀랐다.
유성초가 영약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개당 단가가 금화 열 냥은 되었기 때문이다.
“천남성 시장에 나온 유성초를 전부 사버리겠다는 거야?”
“유성초는 그렇게 사용하는 게 아니에요. 대량으로 사용해야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고요. 만 개도 적어요. 우리 몇 명이서 며칠간 사용할 정도밖에 안 되니까요. 생각 같아선 아예 유성초가 자란다는 분지를 사버리고 싶어요.”
‘유성초 분지를 사버린다고?!’
유성초가 진귀한 영약, 묘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훌륭한 치료약이었다.
그래서 유성초로 만든 약은 수요량도 아주 높았다.
게다가 유성초 분지는 명문 가문의 손에 있었다.
그 분지를 사버리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할 것이다.
공화련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체 유성초에 어떤 효능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야?”
천제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공화련은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자 왠지 부끄럽고 민망해서 책망하듯 쏘아붙였다.
“사람 말 안 들려? 뭘 쳐다보는 거야!”
“큰 아가씨, 태어날 때부터 병이 하나 있었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서련이가 말해줬어?”
“전 알 수 있어요.”
천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선천적으로 경맥에 문제가 있어요. 그러니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안 좋았을 거예요. 밤이 되면 고통을 견디기 힘들고, 마력을 사용하면 통증이 더욱 심해지죠?”
그걸 천제현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의술이라도 배운 건가?’
자신의 병은 여동생인 공서련조차 자세히 알지 못했다.
공화련의 어머니가 그녀를 임신했을 때, 괴한의 습격을 받아 배에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고, 두 달 후 무사히 공화련을 낳았다.
하지만 당시 어머니의 부상이 원인이 되어 그녀는 경맥에 손상을 입은 채로 태어났다.
그로인해 공화련은 폐인 수준까지는 아니었어도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겪으며 살아야 했다.
무엇보다도 마력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마력을 사용하기만 하면 경맥이 자극을 받아 수백 마리의 벌레가 온몸을 물어뜯는 것과 같은 통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병이었기 때문에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천제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치료 방법은 많아요. 유성초는 신체를 재생하는 효능이 있으니 충분히 치료가 가능해요!”
‘그게 사실이야? 선천적인 병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이 병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 주었던가!
다만 20년 넘게 겪어온지라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뿐, 치료하겠다는 희망은 버린 지 오래였다.
천제현은 여전히 헤실거리며 말했다.
“못 믿겠으면 저랑 내기할래요? 제가 유성초로 아가씨를 치료해 드리면 아가씨가 제게 입을 맞춰주는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제가 치료를 못한다면 제가 아가씨에게 입을 맞춰주죠. 어때요? 공평하죠?”
공화련이 천제현을 째려봤다.
“자꾸 헛소리하면 나 정말 화낼 거야!”
‘이 큰 아가씨는 당최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줄 모른다니까!’
천제현은 황급히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화내지 마세요! 하지만 유성초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요!”
공화련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유성초 만 개면 금화 십만 냥은 될 거야. 지금 우리 상회는 자금 상황이 안 좋은데 어떻게 당장 그 돈을 구하겠어? 나랑 서련이는 급하지 않으니까 일단 너 쓸 만큼만 사자.”
“걱정할 게 뭐가 있어요? 밥상이 다 차려졌는데!”
“말은 그렇지만……”
“괜찮아요.”
천제현은 기적주점을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다.
“곧 돈이 들어올 거라는 예감이 들어요. 전 질질 끄는 건 딱 질색이니까 가능한 한 빨리 유성초 만 개를 사야겠어요. 당장 사용할 거거든요.”
“알았어. 네가 사겠다면 사야지. 회장이 괜히 회장이겠어?”
유성초 만 개는 상회에 작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공화련은 천제현을 믿었다.
돈이 부족하다면 염천웅에게 좀 빌리면 되니까.
자금 부족!
지금 직면한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적요식상회의 운영이 시작되어야 했다.
기적연맹의 주요 브랜드인 기적요식상회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러나 더 큰 파장은 상회의 책임자인 공서련과 남궁혜에게서 비롯되었다.
한 명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마녀.
또 한 명은 어리버리한 소녀.
이 두 미녀는 전부터 천남성의 유명인사였지만, 좋은 쪽으로 유명한 건 아니었다.
‘그 둘이 이렇게 중요한 상회를 맡았다고? 헛소문 아닐까?’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 첫 반응은 비웃음과 의혹이었다.
각종 유언비어가 성안에 파다하게 퍼졌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어!’
공서련과 남궁혜는 시장의 반응에 약이 올라 더욱 이를 악물고 분투했다.
자신들을 깔본 자들에게 언젠가 본때를 보여주리라는 마음으로.
둘은 주점 개업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거의 매일 쉬지 않고 가게에 있으면서 실내장식, 기획, 홍보 등 모든 일을 신경 써야 했다.
공화련은 이참에 동생을 단련시키겠다는 생각으로 배후에서 지원만 했다.
인력이 필요하다면 인력을, 물자가 필요하다면 물자를, 돈이 필요하다면 돈을 공급하는 식이었다.
중대한 실책이 아니라면 웬만해선 그녀가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개업 하루 전.
공서련은 천제현을 불러 최종 점검을 하고자 했다.
주점이 위치한 곳은 천남성 중심지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이었다.
길거리 초입에 위치해 목이 매우 좋았으며, 높고 큰 주점 건물은 세심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특히 금색으로 반짝거려 몇백 미터 밖에서도 눈에 띄는 간판에는 멋들어진 서체로 ‘서련샤부샤부’라고 써 있었다!
천제현은 그 모습을 보고 신이 나서 말했다.
“주점 이름이 재미있네요!”
공서련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언니가 그랬는데, 기적요식상회의 주점은 일반, 중고급, 고급의 세 단계로 구분되어야 한대. 여긴 일반 수행자들을 겨냥한 일반 식당이니까 가격이 저렴하고 먹기 편한 샤부샤부를 파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천제현은 영업이나 홍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호기심이 들어 물었다.
“그럼 중고급 식당하고 고급 식당의 이름은 뭐라고 지을 건데요?”
“중고급 식당은 ‘혜중비경’이라고 할 거야. 남궁혜 언니의 이름을 딴 거지.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대형 뷔페가 될 거야. 그리고 고급 식당의 이름은 기적대주점인데 사치스럽고 귀한 고급 음식들만 팔 예정이야. 상류 고객층들을 겨냥한 거지.”
샤부샤부는 싸고 대중적이며, 뷔페는 빠르고 편리하다. 그리고 대주점은 품위가 있다.
이 세 종류의 음식점은 서로 다른 계층의 고객을 겨냥하고 있었다.
천제현은 장사나 경영에는 소질이 없지만, 공화련이 그의 부족함을 훌륭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서련샤부샤부는 총 4개 층으로 구성되었다.
남운상회에서 금화 수만 냥을 투자했는데, 대형 식당을 매입한 후 층마다 백여 개의 탁자를 배치하고 특별 룸을 만들어 총 800~9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십여 일 동안의 개조 보수 공사를 통해 각각의 탁자에는 모두 마력냄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마력냄비는 탁자에 고정되어 있어 몰래 가져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개업준비를 위해 모두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가게 문 앞에 작업대를 만들어 놓았고, 남운상회에서 데려온 80여 명의 유능한 종업원들은 바닥 청소니 장식 배치 등으로 정신없었다.
주방에 있는 열 명 남짓한 주방장들은 막 공수한 돼지마수고기, 양마수고기, 소마수고기, 사슴마수고기 등 신선한 식자재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물론 전부 하급 마수고기였다.
이 밖에도 샤부샤부에 들어갈 육수에도 신경을 썼다.
서련샤부샤부에서 사용하는 육수는 전부 마수의 뼈와 약재를 우려내 만들었다.
천제현이 할 일은 마력냄비를 검사하는 것이었다.
영업을 시작했을 때 냄비가 고장이라도 나면 이미지가 나빠질 테니.
“전부 살펴봤는데 아무 문제도 없었어요. 안심해도 돼요!”
남궁혜와 공서련은 그 말에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점검을 마친 그들은 돌아가 긴급회의를 열고 내일 혹시라도 발생하게 될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를 했다.
비록 준비 기간은 십여 일로 길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선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므로 특별한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단 하나 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적대세력의 간섭이었다.
하지만 내일은 남궁의와 염빙도 참석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양웅이 천제현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공서련은 기대 반 긴장 반의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내일 잘할 수 있을까?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남궁혜는 탁자를 치며 씩씩거렸다.
“입방정 떨지 마! 지난 며칠 동안 고생하느라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줄 알았는데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그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 자리에서 가장 긴장한 건 남궁혜였다.
공화련은 두 사람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나 처음은 어려운 법이니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두 했으니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푹 자. 며칠 동안 제대로 못 쉬었잖아? 맑은 정신으로 내일을 맞이해야지.”
사실 마력으로 끓이는 신개념 샤부샤부라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거기에 성주, 장군, 부적사 조합장 등 유명인사들이 모두 참여한다고 하니, 그 광고 효과가 어떻겠는가?
유명인사에 정상회의 광고 효과.
이런 홍보 내단을 한꺼번에 사용한 식당이 주목 받지 못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리라.
천제현이 그녀들을 격려하려고 입을 연 순간.
거칠게 문이 열리며 호위병 두 명이 굴러들어왔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거리에서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데 그 통에 우리 식당 자재들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말려봤지만 오히려 얻어맞기만 했어요.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빨리 와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