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2화 (51/729)

# 52

제52장 수정의 눈물 광산을 주세요

남궁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주가 주는 선물을 얼씨구나 받아 챙기다니, 이야기가 쉽게 풀리겠어!’

사실 청동마수차는 금화 만 냥 정도면 살 수 있을 정도로, 왕성에서는 그리 고급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천남성 같은 외진 지역에서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으니 가격도 몇 배 이상 높게 거래되었다.

남궁의는 마음 한편으로 아까움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대는 대회 우승자이니 앞으로 일 년 동안 광산 네 개의 채굴권과 임야, 영전 사용권을 갖게 되오.”

그 말을 들은 천제현은 잠시 멈칫했다.

눈치 빠른 남궁의는 순간적으로 그의 생각을 알아채고는 말했다.

“물론 채굴권을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도 있지. 그렇게 하면 양도 비용을 받을 수 있고 시간과 수고도 아낄 수 있소. 어떻게 생각하오?”

‘알았다! 저 늙은 너구리 속셈이 이거였구나!’

기적상회는 창설된 지 얼마 안 돼서 인력 부족이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광산이나 임야에 동원할 일손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어찌어찌 인력을 구한다 해도 기적상회가 과연 무사히 그 토지들을 이용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분명 양씨 가문과 도씨 가문이 배후에서 수작을 부릴 것이다.

시작 단계에 있는 기적상회로서는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그런 잡일에 신경 쓸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광산과 임야, 영전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적은 돈이 아니었다.

지금 성주부 외에 이 뜨거운 감자를 맡아 책임질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그러나 천제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은 먼저 그것들을 좀 보고 싶싶네요.”

“알겠소. 내 직접 소개해 드리지.”

남궁의는 답답한 마음을 억눌렀다.

‘교활한 놈.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이렇게 뻔히 원하는 것을 말했건만. 순진한 척 넘어가려 들어?’

광산은 총 네 개가 있었다.

수정 광산 한 개와 금속 광산 세 개였다.

그중 수정 광산은 1급 불의 수정이 생산되는 곳으로, 나머지 세 개의 광산을 합친 것만큼의 값어치가 있었다.

임야와 영전도 나쁘지 않았다.

임야는 훌륭한 사냥터로 면적이 매우 넓어 사냥뿐만 아니라 방목이 가능했으며, 야생 약초까지 자라고 있었다.

영전은 현지에서 개간이 가장 잘된 곳으로, 약초 재배가 가능했다.

그야말로 비옥하기 그지없는 땅이라 각 가문에서 손에 넣으려 열을 올릴 만했다.

하지만 기적상회는 그 좋은 자원들을 감당할 능력이 없으니 그것들이 남궁의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천제현은 화통한 성격이라 작은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뻔히 보이는 바가지를 쓰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시간을 끌어 성주가 안달 나게 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그러다 그가 못 참고 먼저 입을 열게 되면 주도권은 천제현의 손에 들어올 것이고,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남궁의도 평범한 시정잡배는 아닌지라 그의 속을 뚫어보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는 초조해하면서도 짐짓 관심 없는 척 입을 다물고 천제현에게 여기저기 구경시켜 줬다.

‘심안의 이치를 깨달은 천재 소년과 척을 질 수는 없지.’

사실 남궁의는 처음부터 굳이 천제현을 압박할 생각은 없었다.

만약 그가 그 땅들을 내놓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수작을 부릴 계획은 없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몇 시간을 함께 돌아다녔다.

그때 언뜻 봐도 비범한 광산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 광산에는 광부가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병사들이 첩첩이 둘러싸고 있어 언뜻 보면 광산이 아닌 군영 같았다.

천제현은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저긴 왜 저렇게 경비가 삼엄하죠?”

“아, 저곳 말이오? 저기는 수정의 눈물 광산으로, 돈이 되지는 않는 곳이라오. 마수나 죄인들이 침입할까 봐 내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소. 액화 상태의 수정은 매우 위험한 물건이거든. 폭발이라도 했다간 천남성 전체가 재앙을 겪게 될 거요.”

천제현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액화상태의 수정이라고요?”

“그렇소, 바로 그것이오!”

“들어가 보죠!”

천제현과 남궁의는 광산 안으로 들어갔다.

그 광산의 채굴 시설은 형편없어서 채굴 장비라고 부를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갱도 안으로 들어가니 몇십 미터 높이의 작은 절벽이 나왔다.

절벽 아래쪽에는 하얀 발광체가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발광체는 고체가 아니라 점액질의 액체였다.

수정의 눈물은 어떤 이물질도 섞이지 않은 듯 몹시 깨끗한 색을 띠고 있었다.

천천히 흘러 작은 호수를 이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동굴 안에 놓인 거대한 거울 같았다.

천제현의 눈에 숨길 수 없는 기쁨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 수정의 눈물 광산은 성주부에서 관리하는 것입니까?”

‘이상하군! 천제현이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이지?’

수정의 눈물은 매우 값싼 자원으로, 찾는 사람도 극히 적었다.

이로 인해 각지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났으며 수정의 눈물이 대량 매장된 광산 중에는 버려진 곳도 적지 않았다.

천남성에도 그런 광산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이 광산에 흥미를 보이는 걸까?’

남궁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제게 이 광산을 주시지요!”

천제현은 재빨리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선언하듯 말했다.

“광산과 임야, 영전의 일 년 이용권을 모두 드릴게요!”

순간적으로 놀란 남궁의는 발을 헛디뎌서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지금…… 뭐라고 했소? 이 수정의 눈물 광산을 달라고?”

천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어요. 병력을 보내 기적상회가 수정의 눈물을 채굴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렇게 해주실 수 있나요??”

‘이 녀석이 뭘 잘못 먹었나?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다니!’

남궁의는 흡족한 얼굴로 단번에 대답했다.

“남아일언중천금이오!”

“물론이죠!”

남궁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사실 이 수정의 눈물 광산은 천남성에서 매장량이 가장 많은 곳이라오. 중주 전체에서도 세 손가락에 들 정도지. 수정의 눈물 값이 싸다고는 하나 박리다매라는 말도 있지 않소? 어쨌든 기적상회는 광산이며 임야를 관리할 여력이 없는데 이 수정의 눈물 광산은 한 번 손에 넣으면 영원히 채굴권을 갖게 되는 것이니 10년이고 20년이고 이용할 수 있을 거요. 어쩌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정작 말하는 남궁의조차 그 말이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수정의 눈물로 돈을 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골칫덩이 수정의 눈물 광산 하나로 이토록 기름진 자원 이용권을 손에 넣었으니 남궁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횡재였다.

남궁의의 생각은 이랬다.

수정의 눈물은 원래가 불안정한 물질이다.

격렬한 진동이 있거나 불순물이 섞이면 곧바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극소수의 무기 용도로 사용하는 걸 제외하면 수정의 눈물이 쓰이는 곳은 전무하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그로 인해 광산이 크다고는 해도 여태까지 아무도 탐내는 사람이 없어 성주가 직접 관리해 왔다.

하지만 성주부에서도 한 번도 제대로 채굴에 착수하지 못했다.

수정의 눈물을 채굴해 본들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성안에 쌓아둬야 하는데 그건 성안에 시한폭탄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언젠가 작은 실수로 폭발이라도 하면 엄청난 재난이 일어날 것이었다.

천제현이 이런 성주의 속을 꿰뚫어보지 못할 리 만무했다.

‘멍청한 작자 같으니!’

천제현의 눈에 연민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수정의 눈물의 학명은 액화 수정으로, 이름만 수정일 뿐 사실은 수정도, 광물도 아닌 미생물로 구성된 물질이었다.

그 미생물은 주로 수정 광산에 서식하며 수정을 먹고산다.

그러다 죽으면 그 사체가 암석층 안에 쌓이게 되고, 특정 환경 조건 속에서 그대로 수십억 년이 지나면 진귀한 수정의 눈물이 되는 것이다.

대륙의 역사에서 수정의 눈물은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것은 문명의 연료이자 과학 기술의 엔진, 산업의 기초, 전쟁의 도화선, 국력의 상징이었다.

2만 년 후, 지성을 지닌 생명체가 살고 있는 땅에는 남아 있는 수정의 눈물이 하나도 없었다.

수정의 눈물은 대륙에서 가장 귀하고 희소가치가 있는 물질로서, 각국이 쟁탈전을 벌이면서까지 고가에 매입하는 자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아쉬움 속에서 지난 호시절을 추억하는 수밖에 없는 나라도 많았다.

그런데.

그 수정의 눈물이 철광석보다 싸다니!

수정의 눈물은 3등급으로 나눌 수 있는데 1등급은 황금색, 2등급은 은색, 3등급은 흰색을 띠었다.

그러므로 현재 흰색 수정의 눈물이 생산되는 이 광산은 이렇다 할 가치가 없는 폐광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만 년 후에는 이 광산의 가치가 도시 몇십 개를 살 수 있을 정도로 폭등할 것이다.

‘수정의 눈물 광산을 손에 넣다니.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천제현은 마음속 흥분을 억누르며 즉시 남궁의에게 말했다.

“그 전에 먼저 수정의 눈물 한 병을 가져가 자세히 살펴봐도 될까요?”

남궁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수정의 눈물은 광산 밖으로 가져가면 몹시 불안정해진다오. 조금의 충격만 가해도 대폭발이 일어나지. 그래서 몇몇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만지려 하지 않소.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천제현이 말했다.

“그건 저도 압니다. 한 병만 가져가게 해주시면 바로 성으로 돌아가 자원 교환 계약서를 쓰도록 하지요! 그렇게 되면 제 토지들은 전부 성주님 소유가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남궁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수정의 눈물 한 병쯤이야! 가져가게 하자. 그냥 한번 살펴보겠다는데 별일이야 있으려고. 일단은 빨리 계약서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