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제51장 천제현의 꿈
천제현은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3만 년 전 과거로 오게 되며 논쟁을 할 상대가 없어진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더이상 논쟁에서 그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적상회가 천제현의 야심을 실현시켜줄 사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기적상회는 이 시대의 기적일 뿐만 아니라 천제현에게도 기적이 될 것이다.
3만 년을 뛰어넘은 지식과 지혜는 물론이고 3만 년 전의과 풍부한 천연 자원도 있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진 적은 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천제현은 안주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반드시 도전해볼 것이다.
인류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었고, ‘그 영역’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성공할 수 있냐고? 그건 모르는 일이지.’
역사를 통틀어 선례가 없던 일이다.
그러나 그에게 성공 여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천제현의 꿈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는 보고 싶었다.
3만 년 후에도 이루지 못한 ‘그 영역’에 도달했을 때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하지만 나는 아직 너무 약해. 하루빨리 강해져야 한다!’
강해질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천제현은 3만 년 동안 인류가 쌓은 지식을 알고 있으니 충분한 돈과 자원만 있다면 공서련도 혼성경, 아니 그 이상의 경지까지도 올려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아직 돈도 없고 자원도 없다는 것.
지식이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 지식을 이용할 물질이 없는데!
사람은 본래 죄가 없다.
천제현은 치밀어 오르는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진정하자. 돈도, 자원도 금방 얻을 수 있어! 내가 가진 지식의 가치는 미개한 이 시대의 그 어떤 것보다 뛰어나니까!’
지금은 백만 분의 일 정도만 보여줬을 뿐인데, 천남성에서 추앙받는 장립청과 염천웅이 자신의 상회 밑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서두르면 안 돼! 아직 나를 지킬 힘이 부족해. 우선 세력을 키워야 해!’
미래의 지식을 지나치게 풀 경우 그 지식을 차지하기 위해 강력한 세력들이 접근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천제현은 그 세력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이번처럼 시끌벅적하게 상회를 창립한 목적도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천제현은 자기의 세력이 필요했다.
자기를 보호하고 나중에는 재물을 긁어모으고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 먼저 그 기반을 잘 다져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자신의 목적도 이룰 수 있고, 사업과 세력도 키울 수 있으며 이 시대를 순조롭게 길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문물, 앞으로 3만 년 동안의 역사, 무엇보다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그 영역’까지, 내가 모든 걸 바꿔보겠어!’
천제현은 포부에 가슴에 벅차오르자 졸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즉시 방으로 돌아가 유백색 단약을 꺼내 복용했다.
천제현이 섭취한 단약은 취원단으로 생명의 샘에서 얻은 진귀한 약초들로 만든 단약이었다.
취원단을 섭취하자 경맥에서 마력이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천제현은 넘치는 마력을 느끼며 권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을 뻗을 때는 세상을 진동시킬 것처럼!
주먹을 뻗을 때는 무엇도 부술 것처럼!
초식 하나를 펼칠 때마다 격조 있는 기품이 묻어 나왔다.
몇 시간이 흐르자 천제현의 몸에서 점차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전신의 모공에서 하얀 안개와도 같은 마력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몇 시간 동안이나 무술 수련을 헀음에도 갈수록 힘이 넘쳤다.
“하앗!”
천제현은 맹렬하게 고함을 질렀다.
왕성한 마력의 기운이 체내에서 솟구쳐 나왔다.
천제현의 기운이 또다시 강력해졌다.
이변이 없는 한, 연체 7성에 도달할 것이다.
1성에서 7성까지 수련하는 데 보름 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이는 아무도 믿지 못할 속도였다.
보름 전에 비해 실력이 훌쩍 늘었지만 천제현은 기뻐하지 않았다.
취원단을 다 썼고, 혼성 경지까지 아직 한참 멀었다.
마수혼의 효과가 2개월도 남지 않았다.
마수혼의 효능이 다하면 찢어진 노예 계약서의 여파로 자신의 정신이 파괴될 것이다!
‘착실히 수련하여 2개월 만에 혼성 수련자가 된다고? 꿈에서나 가능하겠지! 최소한 5년은 수련해야 가능해!’
게다가 주위에서 그가 마음 놓고 수련을 하게 내버려둘 리 없었다.
양씨 가문, 도씨 가문.
특히나 양웅은 절대 그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양씨 가문 자손들이 앞으로 어떤 악랄한 수단을 사용해 올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양웅, 도진천 모두 나름 한 분야에서 꽤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다.
절대 우습게 볼 인물들이 아니다.
혈문이무기 같은 기연을 다시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런 일이 자주 있으면 기연이라 불리겠는가.
결국 문제는 돈이다!
천제현은 넋 놓고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다.
반드시 최대한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단약 제조에 필요한 것들을 구해야 한다.
‘혼성경은 무리라도 최소한 연체 9성에는 도달해야 해! 정령의 힘을 약간이라도 각성시킬 수만 있으면…….’
정령의 힘을 각성시킬 수만 있다면 천제현은 1성의 혼성술사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연체 9성에 도달해 정령의 힘을 각성시켰을 때의 이야기다.
그때까지는 장립청, 염빙, 남궁의의 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남궁의는 성주인만큼 직위와 권력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천제현이 천재대전에서 심안을 드러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남궁 가문은 명문가 중 하나였다.
명문가 출신의, 그것도 성주의 자리까지 오른 남궁의가 심안을 못 알아볼 리가 없다.
그가 심안을 알아봤다면 분명 천제현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한계가 있게 마련.
양웅이 잠시 동안 손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남궁의 하나만을 믿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궁의가 천제현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큼의 대가를 감당하려 할지 알 수 없다.
남궁혜를 끌어 들인 것에는 혈육의 정을 통해 보호를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천제현은 성주가 자신을 보호하도록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든 성주가 주저하지 않고 나설 수 있도록 말이다!
어느덧 동쪽 하늘을 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천제현은 생각을 멈췄다.
‘우선 남궁의를 만나러 가자!’
새벽.
위풍당당한 청동마수차가 성문 앞에 나타났다.
청동마수차 주위로 성주부 호위병 백여 명이 성문 앞에 두 줄로 가지런히 서서 천제현의 외출에 동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수차와 호위대를 보내 준 것으로 보아 성주가 꽤 성의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천제현이 얻은 토지가 성주와 무슨 관계가 있으랴마는, 친히 그를 마중 나오고 호위대까지 보낸 성주의 행동에는 천제현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가 드러나 있었다.
물론 다른 꿍꿍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시골 촌놈이 성주에게 이런 대접까지 받다니, 명예로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물론 천제현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끓는 기름 솥에 뛰어들라고 해도 콧방귀를 낄 작자였다.
두려움이라는 말은 천제현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천제현은 으리으리한 마수차에 가볍게 올라 호위병들의 호송을 받으며 교외에 도착했다.
“천 회장, 왔구려!”
남궁의가 천제현을 반겼다.
그는 넉넉한 품의 흰색 망토를 걸쳤는데, 그 위쪽에는 같은 색의 모자가 달려 단정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주었다.
수염이 드문드문 난 그의 얼굴은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안녕하세요? 성주님.”
천제현이 가볍게 묵례했다.
그리고 2미터나 되는 청동마수 옆으로 다가가 그 강철 같은 피부를 쓰다듬으며 감탄했다.
“과연 성주님이네요. 보내주신 마수차는 마수부터 다르군요! 이 청동마수는 연체 7~8성 정도 수준이네요! 게다가 피부도 엄청 단단한데요?”
남궁의가 눈을 빛내며 미소를 지었다.
“이 마수차는 왕성에서 온 것으로, 마수차를 끄는 청동소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놈이지. 주인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뿐 아니라 참을성이 강하고 전투력도 뛰어나 호위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요. 천남성에 있는 가축을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는 들 거외다.”
왕성에서 온 마수차라니.
귀한 물건임은 틀림없었다!
남궁의는 계속 말했다.
“또한, 이 마수차의 높이는 1장, 너비는 8척에 달하며 한철로 내부를 꾸미고 청동으로 겉을 감쌌다오. 해서, 모습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안에 타고 있을 때 흔들림이 없고 방어력도 좋지. 연체술사의 공격 정도는 거뜬히 막아낼 수 있으니 매우 안전하오.”
천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네요!”
남궁의는 천제현의 표정 변화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렇게 정식으로 만나는 건 처음인데 아무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으니 이 청동마수차가 마음에 든다면 선물로 드리리다. 어떻소?”
‘맙소사! 첫 만남 선물로 이렇게 귀한 걸?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백 년 묵은 너구리 같은 성주가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큰 선물을 줄 리 만무했다.
천제현은 일부러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이렇게 귀한 선물을 제가 어떻게 받을 수 있겠어요!”
남궁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성주부에는 이런 마수차가 몇 개 더 있으니 하나 정도 선물로 줘도 무방하오. 게다가 지금 그대는 상대해야 할 적이 많지 않소? 내가 보낸 첩자들이 가져온 정보에 따르면 양웅이 은밀히 그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던데.”
“조사라고요? 하! 저에 대해 조사할 게 뭐 있나요?”
“그건 모를 일이지. 어쨌든 그자가 밤을 틈타 중주성으로 수하를 보냈다 하니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음이 분명하오.”
천제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런 일이 있었나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소. 양씨 가문의 세력이 크다고는 하나 천남성에서는 그자도 내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을 것이오.”
남궁의는 정의의 사도인 양 말했다.
“허나 눈앞으로 날아오는 칼은 피할 수 있어도 몰래 쏘는 화살은 막기 힘든 법이오. 이 청동마수차가 있으면 기습에 어느 정도 안전할 거요. 그러니 나보다는 그대에게 더 필요하겠지!”
이번에는 천제현도 거절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성주님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더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요. 귀한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
천제현의 머릿속에서 남궁혜의 경고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사내대장부에게 근사한 탈 것 하나는 있어야지! 이 비싸 보이는 청동마수차를 타고 다니면 꽤나 멋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