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0화 (49/729)

# 50

제50장 아직은 부족해

깊은 밤.

공씨 가문 저택에 등불이 환하게 불타오르고 한 상 가득 술과 요리가 성대하게 차려져 있었다.

“모두들 완벽했어요!”

“기적상회를 위하여!”

“건배!”

천제현과 공서련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잔을 들어 축하했다.

장립청도 이 무리에 껴 있었다.

그는 다소 별종이긴 하나 청렴하고 고명한 학자로, 본래 상업적인 활동을 경시해 왔다.

더러운 경제적 탐욕이 스스로에게 오명을 씌우는 일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아무 망설임 없이 공개적으로 남운상회의 가입을 발표한 것이다.

어째서 기존의 원칙을 깨뜨린 것인가.

자신을 살려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이유일 수 있으나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장립청의 안목은 대단히 정확했다.

그는 천제현 몸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음을 직감했다.

어린 외모에도 평범한 사람을 뛰어 넘는 출중한 정신.

다소 경망스럽게 보이는 성격 이면에 존재하는 깊이 있고 묵직한 지혜와 영혼.

그런 천제현이 이끄는 기적상회는 반짝 인기를 끌다가 사그라질 리 없었다.

‘천제현은 어떤 재능을 지녔기에 그러한 것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또 이 상회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또한 정말 기대되는 일이 아닌가!’

장립청은 일흔 살이 넘어 이미 황혼의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젊을 적의 열정을 느꼈다.

갓 태어난 기적상회는 수많은 위험에 직면하게 될 테니, 지금이야말로 그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 아니겠는가!

이번에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를 안고 늙어갈 것이 분명하다.

“비록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 정상회의를 무사히 잘 마쳤어. 우리가 성공적으로 첫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 모두 천제현, 네 덕분이야.”

공화련이 천제현에게 직접 술을 권했다.

“모든 친구들을 대표하여 내가 먼저 한 잔 줄게!”

“아가씨, 별말씀을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거만해질 겁니다.”

천제현이 유쾌하게 웃었다.

“사실 모두가 제 공은 아니지요. 기껏해야 9할 9푼 9리 정도랄까요.”

모두가 크게 웃었다.

‘헤헤. 천제현은 정말 겸손이란 걸 모르는구나!’

공서련은 포도주를 조금씩 음미하며, 새까맣고 동글동글한 눈으로 천제현을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이 자식은 성격이 좀 더럽고 건방지고 재수 없지만, 왠지 세상에 못할 것이 없는 것 같아.’

어쩐지 천제현이 옆에 있으면 안심이 됐다.

술이 세 순배를 돌고 다섯 가지 요리가 상에 올라왔다.

사람들은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공화련은 취기가 전혀 없이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다.

“여러분, 상회가 순조롭게 설립된 것은 분명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겨우 걸음마를 뗀 것이나 다름없지요.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몇 가지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끄럽던 저택이 일순 조용해지고 공화련의 목소리만 남았다.

“첫째, 마력등을 생산할 공장이 아직 다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둘째, 식당은 여전히 준비 중에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개업해야 합니다.”

공화련은 귀를 후비적 파고 있던 천제현을 한껏 째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셋째, 저희 상회의 구조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위로는 관리 부분부터 아래로는 생산 설비까지. 일손도 달리고 자재를 구입할 돈도 부족하죠. 거의 모든 게 부족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는 단시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

공화련의 말에 천제현을 제외한 모두가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상회는 기초 설비조차 취약하여 충분한 생산 설비를 갖출 수 없는 실정이다.

자금 부족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바로 인력 부족이었다.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천제현은 그게 딱히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

이제 막 설립된 상회가 모든 것을 갖추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니 조만간 해결될 터였다.

천제현이 물었다.

“또 다른 문제가 있나요?”

“제품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 싶어.”

천제현은 짙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마력 마력등은 마력으로 켜는 거잖아. 바꿔 말하면, 평범한 사람은 마력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야.”

천제현은 공화련이 이 문제를 집어냈다는 점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그때 공화련의 말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공서련은 묘안을 떠올렸다.

그녀는 백옥과 같은 손을 번쩍 들었다.

공화련은 동생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는 기특한 듯 미소를 띠며 부드럽게 물었다.

“서련아,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니?”

“저,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공서련의 조그만 얼굴이 약간 상기되었다.

살짝 긴장된 마음에 주먹을 꽉 쥐고 천제현을 힐끗 쳐다본 후 더듬거리며 말했다.

“우리가 충전소를 만들면 어떨까요? 수련자들을 채용하여 평범한 사람의 마력등을 충전하는 일을 시키는 거죠. 그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염천웅이 서둘러 대답했다.

“스승님 말씀이 맞아요. 충전할 때 돈을 받을 수 있잖아요. 이것도 돈을 버는 일 아닌가요? 상회에 돈이 부족하니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러나 공화련이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천제현이 그녀를 대신해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마력등은 저렴하고 편리하고 실용적이라는 걸 장점으로 내세워 판매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의견대로 간다면 장점을 잃게 되는 거지요. 양초에 불을 켜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에요.”

공서련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히 드러났다.

“그래도 좋은 의견이었어요. 다만 마력등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거죠.”

천제현의 위로에 공서련은 방긋 웃었다.

천제현도 공서련을 보며 씨익 웃어주고 말을 이었다.

“해결 방법은 벌써 생각해 두었어요.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고, 비싸지 않은 고체 동력원을 연구 개발할 생각이에요. 아니면 햇빛으로 충전할 수 있는 진법을 개발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마력등의 동력원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요.”

공화련의 눈빛이 반짝였다.

“만들 수 있니?”

천제현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뭐에요? 절 못 믿는 거예요? 여러분의 일은 상회를 건립하고 운영하는 거지요. 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요. 제가 있는 한 아무 문제없습니다!”

천제현이 건방지긴 해도 무척 믿을 만 했다.

염천웅이 호탕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제일 큰 문제가 해결됐군!”

이때 시종 한 명이 황급히 뛰어 들어와 서신을 전했다.

“성주님께서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 내일 열리는 자원 인수인계식에 천제현 대인께서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천제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인수인계식?”

남궁혜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 정상회의에서 천재대전이 열리는 이유가 바로 자원을 얻기 위해서야! 너 설마 그것도 모르고 천재대전에 참가한 거야?”

몰랐다.

‘천재대전에 그런 의미가 있었어?’

남궁혜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짓다가 무엇인가를 떠올린 듯 급히 말했다.

“내 미리 경고하는 데, 우리 아버지는 아주 너구리 같으니까 조심해.”

남궁혜의 말에도 천제현은 천연덕스럽게 귀를 후빌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남궁혜는 다시 당부했다.

“꼭 기억해. 아무 이득도 바라지 마. 아버지는 이익이 없으면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야. 후하게 대할수록 무언가 큰 것을 얻으려고 들 거란 말이지! 투자 어쩌고 하면 그 노인네를 걷어차도 돼! 그 노인네를 열받게 해줘! 애초에 내 말을 안 믿은 대가야!”

‘역시 이 남궁 아가씨는 대단히 화통하군.’

천제현은 남궁혜의 말을 듣기로 했다.

공화련이 일어나며 말했다.

“시간이 늦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다들 돌아가 푹 쉬세요!”

공화련의 말을 끝으로 지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휴식을 취하러 갔다.

천제현도 얼마 전에 장만한 대문 두 개 달린 저택으로 돌아왔다.

조용하고 한적하니, 수련과 연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저택 안에 있는 작은 뜰은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천제현이 뜰을 지나칠 때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천제현은 청량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머리가 점차 또렷해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캄캄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에 별빛이 쏟아졌다.

그의 눈빛에 아련한 기색이 일렁였다.

어둡고 캄캄한 하늘에 별들이 온통 수를 놓았다.

‘별자리는 미래와 다르지 않네.’

3만 년 전과 3만 년 후.

밤하늘의 별은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단지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흥망성쇠를 겪으며 세대교체를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사람은 윤회한다.

인류는 언젠가 죽고 역사는 죽은 자들을 잊고 흐른다.

3만 년 뒤에 공화련, 공서련, 남궁혜 등등 이들은 그림자도 남지 않는다.

천제현은 미래에서 대현자 중 하나로 각광을 받던 괴짜였다.

역사의 흐름과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내.

그런 천제현은 과거 1천 년이란 시간을 산 자들의 기록을 발견했고, 이를 연구하던 중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금 세계로 넘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까짓거 지금 삶을 즐겨주지.’

천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인 게 틀림없었다.

‘할 수 있다! 분명 할 수 있어!’

3만 년 후 대륙의 급진파 학자들은 인류가 현재까지 쌓은 지식과 지혜로 충분히 ‘그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

대륙에서 가장 어린 대현자인 천제현도 이 급진파의 일원이었다.

‘그 영역’에 대하여 천제현은 고지식한 영감들과 많은 논쟁도 벌였다.

그러나 당시는 전례 없이 찬란한 문명을 구가하던 시대였지만, 자원 고갈이 심각했기에 이론으로만 머물러야 했다.

이를 실천할 기술은 있어도 자원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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