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제49장 기적상회의 등장(3)
“기적상회가 최신 부적과 단약에 대한 연구 개발과 그 성과를 지금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공화련이 몸을 살짝 옆으로 틀더니 누군가를 초청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남운상회의 수석 부적사 장립청 고문과 남운상회의 수석 제약사 염천웅 고문을 단상 위로 초청합니다!”
이 말 한마디에 장내 모든 사람의 정신이 정신을 번쩍 들었다.
장립청, 염천웅이 어떤 인물인가!
두 사람은 천남성의 부적 제작과 제약 분야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저명한 인물이 아닌가. 그런 그들이 지금 공개적으로 남운상회 가입을 천명한 것이다.
‘저, 저분들이!’
‘남운상회가 도산 직전이라고 한 사람이 대체 누구야!’
기적상회가 없다고 해도 장립청과 염천웅 두 사람만으로도 이 천남성에서 최정상의 일류 부적, 제약상회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장립청이 가진 부적 설계도가 얼마나 많겠는가?
염천웅 역시 얼마나 많은 약재 배합법을 알고 있겠는가?
장립청은 부적사 조합의 회장이니 그 인맥은 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염천웅은 제약사 조합의 장로이자 천남성 제약 시장의 막후 세력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니 수중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겠는가?
강자와 강자가 손을 잡았으니 남운상회의 자체 실력이야 어떠하든, 능히 천남성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다!
장립청이 느릿느릿 단상에 올랐다.
예전에 그는 항상 소박한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다녀 사람들은 마르고 초췌한 인상을 가진 노인으로 기억했다.
그러나 오늘은 공식 석상에 입는 고급스러운 두루마기에다 얼굴이 불그스름하고 탱탱하기까지 하니 수십 년은 젊어 보여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우와아아아!”
“장 대사님!.
“장 대사님!”
수많은 사람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환호성을 질렀다.
장립청은 천남성에서 지위가 대단히 높고 수많은 청년들의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장립청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조용히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삽시간에 군중들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장립청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잠시간의 침묵.
장립청은 약간 잠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뗐다. 어조가 낮고 묵직했으나 또렷하고 힘이 있었다.
“먼저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기적상회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총회장님의 배려로 저 같은 쓸모없는 늙은이가 이렇게 다시 일어나 작은 역할이나마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늙은이에게 완전히 새로운 기회와 발전을 준 것입니다. 기적상회에 감사드리며, 총회장님께도 감사 말씀 올립니다!”
장립청이 돌연 고개를 돌리고는 천제현을 향해 허리를 굽혀 절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그는 혼성술사이자 부적사 조합 회장이 아닌가!
이런 대단한 인물이 약관도 안 된 젊은이에게 절을 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장립청이 이어서 말했다.
“사실 저는 이미 늙었습니다. 더 이상 시대를 쫓아갈 수 없을 만큼 말입니다. 앞으로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제가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기적상회를 위해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평생토록 배움을 추구하며 국가를 위해 마지막까지 공헌하겠습니다!”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 겸손한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학자의 품격이 아니겠는가.
지체 높은 대사가 자신을 낮춰 상회를 치켜세우니, 이 하나만이라도 족히 내일 신문 1면을 장식할 만한 사건이었다.
이때, 부적사 조합 회원 몇 명이 커다란 족자를 받쳐 들고 단상에 올라왔다.
그러고는 수많은 사람 앞에서 족자를 펼쳐보였다.
복잡하면서 오묘한, 마치 예술품과도 같은 완벽한 도안이 대중의 눈앞에 펼쳐졌다.
‘이것이 부적 설계도인가? 무슨 예술품처럼 그렸네!’
남궁의, 염빙은 깜짝 놀란 눈으로 그 도안을 쳐다보았다.
“이것은 이 늙은이가 근 2년 동안 고안한 신형 부적설계도입니다. 기적상회의 도움으로 마침내 완성하게 되었지요. 이 1급 부적인 암석부는 남운상회가 독자적으로 제작하여 판매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중주성을 비롯하고, 나라 전체를 통틀어도 십수 년 동안 가장 우수한 1급 부적이 될 것입니다!”
믿기 힘든 말이었다.
아름답지만 기존과 너무나 다른 도안, 과연 저 도안이 제대로 발동을 할지도 의문이었다.
만약 새 부적 발표를 장립청이 하지 않았다면 모두가 거짓으로 치부하고 외면했을 것이다.
“이 암석부는 다루기 쉽고 부작용도 전혀 없습니다. 이 부적은 사람의 피부를 바위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화염을 간단하게 막아주고, 공격에 따른 충격과 원거리, 근거리 암기에 의한 피해도 경감시킵니다. 이것은 대단히 실용적인 부적으로, 부적 시장에 새로운 시대를 제시할 것입니다!”
“…….”
장립청 입에서 청산유수와도 같은 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학술성, 실용성 등 각종 측면에서 암석부의 효용성을 설명한 덕분에 장내에 감탄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암석부는 매우 정교한 설계도로 그 효능과 기술 수준 모두 수년이나 앞서는 것이었다.
남운상회가 지난 몇 년 동안 성장하지 못한 것은 분명 경쟁자의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주요한 원인은 부적 제품이 너무 시대에 뒤쳐진 데에 있었다.
부적은 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물건이다.
동일한 유형이든, 심지어 동일한 부적이라 할지라도 해마다 최신 판올림으로 나올 수 있다. 신규 판의 출현은 구판의 시장 도태로 이어진다.
남운상회에는 뛰어난 부적사가 없었고, 신형 설계도를 도입할 만한 자금도 없었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일반 부적을 장기적으로 판매해왔기 때문에 괜찮기는 했으나 개성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그래서 경쟁력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암석부는 남운상회가 독점한다.
이 부적은 수년간 시대를 선도할 수 있고, 다른 상회가 모방할 수 없으며, 이를 추월할 수는 더더욱 없다.
이는 남운상회가 일류 제품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국면을 완전히 뒤바꾸고 흑랑상회와 같은 경쟁자에게 호된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게 됐다는 뜻이다.
장립청이 신형 부적 제품의 소개를 끝마치자 염천웅이 바로 앞으로 나왔다.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약사 조합의 염천웅입니다. 현재 남운상회의 수석 제약 고문을 임시로 맡고 있고요.”
물론 염천웅의 명성은 장립청만 못하다.
그러나 염천웅은 전도유망하고 삼 십대에 이미 제약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룬 인물이다.
실력도 막강하여 앞으로 미래가 창창했다.
“저는 아둔하여 말을 썩 잘하지는 못합니다!”
염천웅의 웅장한 목소리가 장내에 메아리쳤다.
“전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기적상회는 위대한 상회입니다. 제가 기적상회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 그럴 자격도 없고요. 바로 기적상회가 절 선택한 것입니다! 이는 제게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한편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제 능력이 이러한 영광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벅차기 때문이지요!”
염빙이 순간 뜨악해했다.
‘저 녀석이 언제부터 저렇게 겸손해졌지? 말도 안 돼!’
염빙이 자기 동생을 모르겠는가?
염천웅의 성격은 마치 화약통과 같고, 거만하기 짝이 없다.
그런 그의 입에서 절대 저런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염천웅은 큰 소리로 말을 이었다.
“쓸데없는 소리는 이만하겠습니다. 이제 남운상회의 신흥 단약을 소개하겠습니다! 남운상회는 신형 단약인 적련단과 연기단 2종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적련단은 쉽게 구할 수 없는 응급처치약이었고, 연기단은 진귀하여 보기 드물고, 부르는 게 값인 영약이었다.
천제현은 다른 단약과 부적은 선보이지 않았다.
이는 천남성의 토지가 척박하여 특수한 부적의 재료와 제약의 재료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부적과 제약 두 시장이 일찍부터 여물었기 때문에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남운상회의 급부상은 다른 상회의 시장을 빼앗을 게 불 보듯 뻔했다.
다른 사람의 돈 줄을 끊는 것은 마치 그 부모를 죽이는 것과 같다고 했던가.
상회의 세력이 충분히 커지기 전에 지나지게 원한을 사게 되면 다른 상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토끼도 급하면 사람을 문다는데, 하물며 늙은 여우는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벌써부터 늙은 여우들과 척을 질 필요는 없었다.
앞서 발표한 단약은 남운상회의 명성을 재현할 뿐, 다른 세력을 궁지로 내몰지 않을 것이다.
기적상회는 안정적으로 뿌리 내린 후, 조금씩 잠식하고 스며들어 자연스럽고 천천히 다른 상회의 저항력을 와해할 예정이다.
“맙소사! 그게 정말입니까?”
“자질이 떨어진 사람도 연기단으로 연체술사가 될 수 있나요?”
“적련단의 부작용이 정말 거의 없습니까? 저희 용병단에서 대량으로 구입하고 싶은데요!”
“……!”
남운상회가 발표한 제품은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정상회의의 현장을 뒤흔들었다.
천남 정상회의가 기적상회를 위한 무대로 변신했다.
놀라움의 연속.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
정상회의 현장의 분위기는 이제 클라이막스로 치달았다.
한편, 구석진 곳에 음험한 중년 남성 한 명이 잠복해 있음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검은색 도포로 몸 전체를 감싸고 도포의 모자를 머리까지 덮어 얼굴 전체를 가렸다.
바로 양웅이었다.
양웅은 자리를 뜬 것처럼 꾸미고는 몰래 위장하여 염탐하러 온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본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적상회의 존재는 흑랑상회뿐만 아니라 용병단 전체에 위협이 될 것이다.
‘어쩌면 양씨 가문의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
양웅은 공화련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공화련, 그녀는 전략을 짜고 관리하는 데 능하다.
하지만 그녀는 마력등, 마력 요리도구, 더욱이 부적이나 단약을 발명해 낼 정도의 재능은 없었다.
‘설마 이것도 그 노예 놈의 작품인가? 이거 정말 갈수록 모르겠구나!’
양웅의 눈빛이 마치 수풀 속에 도사리는 흉악한 이리의 그것과도 같이 빛났다.
위험천만한 눈빛이 희번덕거렸다.
그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어지럽게 펼쳐졌다.
‘독살? 암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루빨리 그놈을 제거해야 한다!’
남궁의가 큰 걸림돌이니 직접 움직였다간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사람이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지.”
양웅은 고심 끝에 옆에 있는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각 지역의 정보 부처를 동원하여 천제현 저놈에 대해 샅샅이 조사하라. 그의 모든 내력을 알아야겠다. 출생, 내력, 경험, 가족관계, 어디서 살았는지 등등…… 이틀 안에 전부 찾아내 나한테 보고하도록!”
“네!”
기적상회의 발표가 끝났다.
양웅도 더 이상 지켜볼 만한 것이 없다고 여겼다.
검은 망토의 뒷모습만 남긴 채 깊숙하고 어두운 복도를 소리 없이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