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제47장 기적상회 등장(1)
그는 본래 기적상회를 대륙 전체,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상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힐 생각이었다.
천제현은 사람들의 시샘과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큰 소리로 말했다.
“기적상회를 정식으로 선보이기 전에 저희 산하의 상회 지점 두 곳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상회가 방금 세워졌는데, 지점을 두 곳이나 설립했다고?’
천제현이 발표했다.
“첫 번째는 남운상회입니다. 남운상회 회장은 공화련이고, 수석 부적사는 장립청, 수석 제약사는 염천웅입니다!”
쿵!
장내가 들끓기 시작했다.
‘뭐라는 거야? 남운상회라고?!’
신규 상회가 전통 상회를 직접 병합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장립청, 염천웅이 남운상회에 속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둘은 천남성 사람 모두가 아는 저명한 부적사, 제약사가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다 쓰러져 가는 남운상회에 가입했다고 발표하다니!
천제현이 계속 말했다.
“두 번째는 기적요식상회입니다. 회장은 공서련이고 부회장은 남궁혜입니다!”
남궁의와 염빙은 한 대 맞은 것처럼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방금 이름이 불린 자들이 천제현 뒤에 서는 것을 본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게 지금…… 꿈인가! 꿈일 거야!’
천제현은 사람들이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말했다.
“모두들 궁금하실 겁니다. 기적상회가 대체 뭘까요? 부총회장이자 남운상회의 회장 공화련이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상품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릴 것입니다!”
천제현은 물러나면서 공서련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
마치 ‘어때? 나 멋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공서련의 새까맣고 또렷한 눈동자가 순간 반짝였다.
그녀의 입술이 반달 모양으로 기분 좋게 휘어졌다.
그러고는 천제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기쁨과 갈채를 표했다.
공화련이 천천히 단상에 올랐다.
백설처럼 새하얀 두루마기로 갈아입은 그녀는 단정하고 아름다웠으며 우아한 멋이 어우러졌다.
공화련은 남운상회를 6년 간 운영해 왔고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을 겪었지만, 지금처럼 긴장된 적이 없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천제현이 상회 설립을 제안한 후부터 오늘 정식으로 선포하기까지 단지 며칠이 지났을 뿐이다.
공화련이 밤낮 가릴 것 없이 준비해왔더라도 시간이 촉박하기는 매한가지였고 생산설비도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몇 개 상품을 출시했으니 최소한 오늘 정상회의에서 기적상회를 알리는 일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공화련은 이 생각이 들자 자신감이 급상승했다.
이때 남운상회 직원 몇 명이 커다란 물건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단상에 올랐다.
이 물건은 최소한 20척 정도 되는 높이에 몸체는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저게 뭐지?’
사람들은 호기심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공화련은 일처리가 노련하고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대신 바로 핵심부터 설명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적상회의 총부회장입니다. 기적상회는 말 그대로 기적을 창조하는 상회로, 앞으로 저희가 선보일 신제품은 기존의 전통과 흐름을 뒤집을 것입니다. 이제 기적상회의 최신 연구 성과 중 하나를 여러분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화련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것은 위대한 발명으로 세상에 빛을 가져다줄 것이며 인류 문명을 환히 비춰줄 것입니다. 이 제품이 인류사에 역사적인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라 자부합니다!”
매력 넘치는 목소리,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마력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발표에 푹 빠지고 말았다.
사람의 호기심을 보기 좋게 이용한 것이다.
‘저게 대체 뭐길래 공화련이 이토록 자신만만해 하는 건가?’
‘너무 과장된 것 아닌가?’
천제현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첫째는 역시 첫째군. 입심으로는 나한테 뒤지지 않는 데다 사람들이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히 허풍도 떨 줄도 알고.’
“이것은 기적상회가 정상회의에 드리는 선물입니다. 바로 기적의 나무입니다!”
공화련은 말을 끝내자마자 의문의 물건 앞으로 다가가 검은 천을 잡고 힘껏 걷어냈다.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물건이 사람들 시야에 들어왔다.
“와!”
“세상에!”
“저게 뭐람?”
얼핏 보기에는 보통 나무 같았다.
그러나 대부분 매끈하고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나무 상단에는 오리배 모양의 작은 유리구슬들이 달려 있었다.
이때 마침 유리구슬들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빨강, 주황, 노랑 등 일곱 가지 빛이었다.
‘이건 무슨 보물이지?’
사실 이 나무는 상회가 열흘간 전심전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총 600여 개의 크고 작은 마력등을 사용했으며, 정상회의에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기적상회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모든 부분에서 아직 미숙하며 제조 수준과 제품 품질도 아직은 형편없었다.
이 기적의 나무도 천제현의 눈에는 그저 조악하게 만들어진 시제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력등을 본 적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오색찬란한 마력등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공화련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수년 동안 어렵사리 가업을 지켜왔으나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은 고사하고, 경쟁자에게 짓밟히지 않은 것만 해도 큰 행운이었다.
오늘날 이 같은 영광과 미래는 꿈꿔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 이것이 자신의 능력이 아니더라도 남운상회가 발전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회장으로서 반드시 상회를 잘 운영해 나갈 거야! 죽을힘을 다해서라도!’
그렇게 해야만 천제현의 노력을 저 버리지 않을 것 같았다.
공화련의 신념이 더욱 굳건해졌다.
그녀는 허리를 쭉 펴고 사방으로 불빛을 내뿜는 기적의 나무 옆에 섰다.
마치 일곱 빛깔이 은은하게 감싼 여신 마냥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기적의 나무를 보고 놀라셨을 것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손에 닿지 않는 보물이 아닙니다!”
공화련이 기적의 나무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 이건 유리와 구리 등 저렴한 원자재를 조합하여 만들었을 뿐입니다! 여기 계신 대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진짜?’
‘저 물건을 우리도 살 수 있단 말이야?’
공화련은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밭에 계신 농부든 거리의 소상인이든, 혹은 여기 계신 부유한 상인이나 고위 관료든,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빛을 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뜬금없는 주제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부하고 여가나 연회를 즐기고 연구에 몰두하는 등 우리의 생활, 우리의 모든 행동은 빛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웅성거렸지만 공화련은 신경 쓰지 않고 더 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므로 빛은 인류 문명을 인도하는 계단과도 같지요. 빛이 있어야만 우리는 공부하고 발전할 수 있으며, 문명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저 말과 기적의 나무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야?’
“만약 천남성 거리 곳곳이 빛으로 가득 찬다면, 천남성 집집마다 밝은 조명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도시가 얼마나 번화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요? 기적상회의 목표는 바로! 반년 이내에 천남성을 밝혀 드리는 것입니다!”
‘천남성을 밝힌다고?’
‘대단한 패기로군!’
대륙에서 판매하는 조명 기구는 수정으로 만든 등이다.
그러나 수정등은 대단히 비싸서 부자가 아닌 다음에야 감히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기적 상회가 어떻게 천남성 전체를 밝혀 준다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공화련이 기적의 나무에서 반짝이는 마력구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리고 높이 들어 올렸다.
“지금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이것은 기적상회가 앞으로 출시한 제품인 마력등입니다!”
‘마력등?’
장내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러졌다.
공화련이 소개했다.
“이것은 혁신적인 조명기구입니다. 등잔불보다 편리하고 안전하며, 수정등보다 저렴합니다. 저는 앞으로 이 마력등이 천남성의 거리 곳곳을, 집 안 구석구석을 환하게 밝혀주리라 확신합니다. 마력등의 탄생은 기념비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장내는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정말 말처럼 된다면 위대한 발명이 될 것이다.
대륙의 조명기구는 등잔불과 양초가 대부분이다.
수정등은 빛 속성의 수정으로 만든 조명기구라서 밝기가 너무 세다.
그런데도 가격은 너무 비쌌고 인체에 해로운 복사광도 자주 발생시켰다.
게다가 수정의 순도가 낮으면 장시간 사용할 경우 폭발하기도 했다.
공화련이 계속 말했다.
“사람들은 야간 활동을 할 때 불가피하게 이동용 조명기구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지금 사용하는 이동용 조명기구는 주로 등롱, 횃불, 생물 조명기구가 주를 이루지요.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이러한 이동용 조명기구는 모두 너무 크다는 게 문제입니다.”
공화련은 들고 있던 마력등을 다시 기적의 나무에 꽂았다.
“이동용 조명기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불을 켰다 끌 수 없고, 조명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그러니 야외 활동 시 마수의 주의를 끌어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는 격이 되지요!”
어느새 웅성거림이 그쳤다.
모든 사람들이 기대 반, 의혹 반으로 찬 얼굴로 공화련을 바라봤다.
“그러므로 저희는 혁신적인 이동용 조명기구를 출시하여 기존의 것을 대체하고자 합니다. 이 조명기구는 휴대하기 간편하고 빛을 안정적으로 넓게 비출 수 있으며, 빛 세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자유자재로 껐다 켰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합니다!”
관중의 호기심이 충분히 고조되었을 때, 공화련은 더 이상의 부연 설명 없이 손뼉을 가볍게 쳤다.
그러자 상회 직원 한 명이 검은 원통을 공화련에게 전해주었다.
검은색 원통은 20㎝ 가량에 얇은 금속으로 둘러져 있으며, 한 손으로 능히 쥘 수 있었다.
공화련은 원통을 높이 들었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신 것은 기적상회가 주문 제작할 휴대용 조명기구입니다. 이 상품의 이름은 손마력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