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제42장 삼대 기재
“어찌 이럴 수가!”
양웅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오르더니 몸에서 가공할 만한 기운이 뻗어 나왔다.
“양무가 항복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잔인하게 그의 두 팔을 부러뜨리다니. 대회의 규칙을 어지럽힌 죄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저놈을 당장 처벌하라!”
이장운이 황급히 말했다.
“성주님께 건의합니다. 저놈의 자격을 박탈하고 양씨 가문에 넘겨 처리하도록 하지요!”
염빙이 얘기를 듣고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대회에 엄연히 규칙이 있지 않습니까. 패배를 인정한 상대에게 손을 써서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천제현이 그걸 어겼으니 당연히 자격을 박탈해야지요.”
장립청이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염빙, 네…….”
염빙이 덧붙여 말했다.
“예선전에서 약소가문 출신의 육비가 패배를 인정했었는데, 양한이 일격에 그를 죽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천제현의 자격을 취소하기 전에 우선 양한의 자격을 먼저 취소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래야 공평하지요!”
양웅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제 무덤을 판 격인가.’
이때 장립청이 입을 열었다.
“이는 양무의 오만함이 낳은 결과입니다. 성주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쪽은 양웅과 이장운,
다른 한쪽은 염빙과 장립청.
남궁의는 머리가 아팠다.
결국,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냥 놔두지요. 일단은 계속 시합을 지켜봅시다.”
양웅은 치솟아 오르는 울분을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천제현이 연이어 양씨 가문을 욕보이더니 이제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양씨 가문의 걸출한 인재를 순식간에 박살 냈다.
양웅은 화가 나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천제현이 보여준 마력이 고작 연체5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마력으로는 연체6성 정점인 양한을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래. 일단은 그냥 지켜보자! 어차피 양한이 이 치욕을 갚아줄 테니!’
“천제현 승리!”
남궁의는 승리 선언을 한 후 천제현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천제현이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만만한 놈이 아냐!’
2회전이 시작됐다.
“도풍 대 구검!”
구검은 이류 가문의 인재로 5성 정점의 마력을 지녔다.
실력은 방금 패한 양무와 막상막하였다.
도풍은 도씨 가문의 큰아들로 차가운 외모에 말수가 별로 없었다.
그는 시간을 끌지 않고 상대를 모두 한 초식 만에 물리치고 올라왔다.
“시합 시작!”
구검이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호랑이처럼 돌진했다.
구검이 발에 마력을 집중하여 땅을 박차고 돌진하자 몸에서 발산되는 마력에 의해 옷이 찢겨 나갈 듯 펄럭거렸다.
“십보사호권!”
십보사호권은 매우 패도적인 권법이었다.
열 걸음을 내딛는 동안 위력이 점점 배가 되어 열 걸음째에 그 위력이 최고조에 달해 무시무시한 힘을 내뿜는 기술이었다.
구검은 도풍의 강함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공격에 모든 힘을 다 불어넣었다.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두 주먹을 휘두르자 호랑이의 울부짖음과 같은 파공음이 들렸다.
그의 주먹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권풍과 기운이 순식간에 도풍을 뒤덮었다.
이 일격에 도풍의 퇴로가 모두 막혀 버렸다.
도풍은 구검이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의 입가에 경멸의 냉소가 걸려 있었다.
“너무 약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풍이 왼 다리로 땅을 박차더니 오른 주먹을 내뻗었다.
그 기세가 실로 대단하여 주먹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바람이 도착했다.
마력의 출렁임 속에서 한줄기 불길이 일었다.
“염양권!”
불주먹이 호랑이를 뚫고 맹렬하게 상대의 가슴을 타격했다.
구검이 비무장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의 출수는 너무나도 빨랐고 권법의 강맹함은 감탄을 자아내었다.
펑!
검게 그을린 수십 개의 옷 조각이 하늘에 흩날렸다.
땅에 떨어진 구검은 이미 정신을 잃고 있었다.
“도풍 승리!”
‘또 한 초식 만에 이겼다!’
많은 사람들이 경이에 찬 눈빛으로 도풍을 바라보았다.
‘스무 살도 안 된 나이로 연체6성의 상급에 도달하다니, 어디까지 성장할지 가늠할 수가 없군!’
‘필시 혼성의 경지에 올라 천하에 이름을 날릴 것이다.’
과연 도씨 가문의 자제다웠으며, 결코 양한에 뒤지지 않았다.
‘팔황장과 염양권, 과연 어느 것이 더 강할까?’
사람들의 호기심에 불이 붙었다.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그들의 시합이 보고 싶었다.
***
“3회전, 이천강 대 염원!”
이천강은 제약사 조합의 조합장인 이장운의 손자였다.
나이는 17세에 불과하지만 그 실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광풍퇴법(狂風腿法)을 두 초 이상 받아넘긴 자가 없었다.
염원은 천남성 염씨 가문의 아들이었다.
염씨 가문은 군인 출신으로 중주성에서 매우 높은 지위를 갖고 있었다.
천남성 염씨 가문은 최근 2년간 이렇다 할 만한 인재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염원의 실력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천강에 비하면 아직 많이 모자랐다.
게다가 제약사는 인맥이 매우 넓었다.
이장운은 손자를 매우 아껴 어려서부터 인맥을 활용해 각종 영약을 먹여 근골을 강화했고 최고의 무예 스승을 초빙하여 훈련시켰다.
그 결과 이렇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놀랄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전투가 시작됐다.
이천강이 먼저 공격을 가했다.
이천강은 속도형 무예가였다.
풍광퇴법을 시전하자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듯 염원의 주변으로 다리의 환영이 십여 개가 나타나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염원은 미처 막을 새도 없이 이천강의 풍광퇴법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빠르고 강했다.
양한의 장법이 패도적이고 도풍의 권법이 광폭했다면 이천강의 퇴법은 번개 같았다.
이 셋은 마력뿐만 아니라 무공에 있어서도 이곳에 있는 모든 상대를 압도했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분명 이들 셋 중에서 승자가 나올 것이다.
이를 의심하는 자는 거의 없었다.
자기 가문의 자제가 손 한 번 못써보고 패한 것을 본 염빙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시합에는 늘 승패가 존재하는 법이다.
염원은 이들에 비해 실력이 한 수 아래이기는 하지만 승부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매우 격렬한 시합이 계속되었고, 많은 인재들이 보였지만 이들 세 사람을 능가할 만한 인재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예상했던 실력이었다.
딱히 놀랄 만한 것은 없었다.
남궁의가 손에 들고 있는 대진표를 보더니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시합은 도운 대 천제현!”
도진천이 냉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이겼군.’
다른 가문의 가주들이 웃으며 말했다.
“도풍, 도운, 두 기재들을 배출해 내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도진천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도풍, 도운은 친형제다.
도풍이 연체6성 정점으로 도운보다 더 강하기는 하지만, 도운 역시 연체6성의 수준으로 천제현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도운이 형에게 말했다.
“형님, 다녀올게요.”
“그래. 사정 따위 봐주지 말거라.”
도풍이 냉랭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야 양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겠지만, 우리 도씨 가문이 그럴 필요 있겠느냐. 그놈을 박살 내서 가문의 위력을 보여줘라.”
“네, 형님!”
도운은 자신만만했다.
천제현이란 놈은 어디서 온 개뼈다귀란 말인가.
여태껏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 아니던가.
방금 양무와 싸우던 걸 보니 끽해야 연체5성이다.
‘이딴 놈한테 양씨 가문이 휘둘리고 가만히 있었단 말이야? 정말 올해 들어 가장 웃기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군! 오늘 내가 양씨 가문의 골칫거리인 저놈을 끝장내주지!’
천제현이 비무장 위로 걸어왔다.
도운이 발뒤꿈치를 들고 마치 나비처럼 가볍게 비무장 위로 몸을 날렸다.
경쾌한 몸놀림과 우아한 보법에 사람들이 갈채를 보냈다.
도운은 주목받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천제현, 넌 여기까지다.”
그가 연민의 눈빛으로 천제현을 바라봤다.
“날 양무, 그 불구와 비교하지 마라. 넌 내 상대가 되지 못해. 상대하기도 귀찮으니 셋을 셀 동안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그 후의 일은 책임지지 않겠다! 하나…….”
천제현이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십 초!”
도운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나한테 십 초나 버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가소로운 놈! 너 따위는 한 초식이면 박살 낼 수 있어!”
천제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군. 내 말은 내가 눈을 감고 너의 십 초를 받아내겠다는 말이야. 만약 네가 내 옷을 건드리기만 해도 내가 진 거로 하지!”
‘그에게 십 초를 양보한다고? 그것도 눈을 감고?’
모두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람들은 천제현이 양무를 이긴 것이 순전히 양무가 상대를 우습게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도운과 양무의 실력 차이는 매우 컸다.
‘천제현이 정말 두 눈을 감고 도운의 십 초를 받아낼 수 있을까?’
‘게다가 옷을 건들기만 해도 진 거라고?’
이는 양한, 도풍, 이천강.
이 세 기재들이라 해도 감히 할 수 없는 말이다.
도진천의 낯빛이 분노로 파래졌다.
천제현의 저 오만방자한 태도는 도씨 가문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뭘 기다리고 있는 게야? 당장 저놈을 쓰러뜨리지 않고? 저런 놈이랑 놀아줄 시간 없다!”
“존명!”
가주의 명령에 도운은 감히 더는 지체하지 않고 오른손을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려 마력을 집중시켰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천제현의 가슴을 후벼파려 했다.
완심수.
매우 악독한 초수였다.
처음부터 이렇게 악랄한 초수를 사용하여 한 초식만에 천제현을 처치해 모욕을 갚을 심산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놀라서 숨을 들이마셨다.
천제현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도운의 손이 무서운 기세로 자신의 앞가슴을 향해 뻗어오는 데도 천제현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몸을 살며시 옆으로 틀어 종이 한 장 차이로 도운의 공격을 피했다.
도운은 천제현의 옷자락도 건들지 못하는 상황.
‘뭐지?’
‘어떻게 된 거야?’
도운은 천제현을 건드리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개졌다.
도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망할 놈! 인정할 수 없다!”
도운은 똑바로 서더니 다시 한 번 공격을 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매우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천제현은 여유롭게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천제현은 마치 큰 호의를 베풀기나 하는 듯 말했다.
“이 초가 지났다!”
도운이 대노하여 쾌권(快拳)을 시전하자 눈앞에 수많은 주먹의 환상이 나타나 천제현을 덮쳤다.
이번만큼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도운의 동작에는 한 치의 오차가 없었고, 판단에는 조금의 착오도 없었다.
하나 천제현은 여전히 서두르지 않았다.
나비처럼 우아하되,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가볍게 상대의 공격을 피해냈다.
사람들은 모두 넋을 놓고 봤다.
천제현의 움직임은 예술 그 자체였다.
직접 보지 않았으면 아무도 믿지 않았으리라.
세상에 이렇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천제현은 고작 연체5성의 실력으로 연체6성의 공격을 모두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서, 설마…….”
“입미!”
“입미의 경지다!”
양웅과 도진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두들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입미의 경지는 마력과는 다른 경지로 정신과 영혼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혼성에 이른 그들조차도 아직 입미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어찌 저 어린 소년이! 실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정말 뜻밖의 일이야!’
남궁의는 천제현을 보며 속으로 크게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