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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1화 (40/729)

# 41

제41장 공평하게 두 손만

천남성의 황씨 가문은 이름을 떨친 지 이제 2~3년밖에 되지 않은 작은 가문이다.

양한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본 데다 양한이 시합 전에 한 말이 생각났다.

황강은 목숨이 백 개라 하더라도 감히 양한의 심기를 건드릴 용기가 없었다.

‘져주자. 똥 밟았다고 생각해야지! 괜히 저놈을 건드렸다가는…….’

황강은 매섭게 천제현을 노려봤다.

그의 눈빛에는 아쉬움과 원망이 가득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만약 천제현만 아니었다면 자신의 실력으로 충분히 몇 단계는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졌소!”

“졌소이다!”

그렇게 천제현의 상대 모두가 기권을 하며 2회전이 끝났다.

예선 3회전이 끝날 때까지 천제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승리를 거두었다.

천제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예선이 끝났으니 승리한 사람들은 모두 결승장으로 나오시오!”

예선 3회전이 끝나고 200여 명의 참가자 중 20여 명만이 남아 한자리에 모였다.

남은 자들은 모두 3연승을 한 고수들이었다.

이중 제일 약한 자도 연체5성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천제현은 사람들의 여러 의미로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우린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놈은 도대체 뭐하는 놈이요?”

“왜 저놈의 상대는 모두 항복을 한 겁니까!”

“분명 문제가 있소, 저놈을 조사해 봐야 합니다.”

“겁쟁이 같은 놈, 실력이 있다면 정정당당히 상대를 때려눕혀라!”

수많은 관중들이 항의를 했다.

‘분명 저놈이 비열한 수를 쓴 게 분명해!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놈이 싸움도 하지 않고 연속으로 세 명한테 항복을 받아냈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분명 상대에게 뇌물을 먹였을 거야!’

“그를 끌어내려라!”

“겁쟁이! 저리 꺼져!”

“싸우기 싫으면 꺼져라! 신성한 경기를 더럽히지 마라!”

천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내가 잘생겨서 질투하는 건가. 잘못했다가는 사람들의 분노를 사겠군. 정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난리들이야!’

이때, 남궁의, 염빙, 양웅, 장립청, 이장운 등 거물들이 비무장에 도착했다.

지금까지는 몸 풀기에 불과했다.

약한 자들은 모두 솎아냈고, 진정한 강자들만 남았다.

“젊은 기재들이여!”

남궁의가 일어서더니 상투적이고 정형화된 인사말을 했다.

그러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천남성의 자랑이자 미래입니다. 본 성주는 이 자리에서 직접 남은 시합을 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시합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진행될 것을 약속하며 모두들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성주님!”

모두가 함께 대답했다.

남궁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앉더니 천제현을 한 번 쳐다본 후 의아해하며 물었다.

“저 아이가 손 한 번 쓰지 않고 연속 세 번이나 상대에게 항복을 받아냈다는데, 설마 정말 부정행위라도 한 걸까요?”

장립청이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었다.

최근 며칠간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얼굴에 화색이 돌고 피부에서 윤기가 흘렀다.

마치 스무 살은 더 젊어진 것 같았다.

그는 남궁의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성주님,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는 범상치 않은 자입니다.”

남궁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장노사께서 그를 아십니까?”

장립청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허허하고 웃으며 말했다.

“어디 알다 뿐이겠습니까!”

천남장군 염빙이 껴들었다.

“흑수상회를 망하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지요!”

“흥!”

양웅과 이장운의 낯빛이 단번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염빙의 말을 들은 남궁의는 천제현에 관해 떠올렸다.

‘최근에 분명 그의 이름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듣자 하니 양씨 가문과 원한관계가 있다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양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으니 더는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게 좋겠군. 용병들은 정말 다루기 까다로운 자들이니.’

도진천은 천제현을 한 번 보더니 냉담하게 말했다.

“어린 나이에 머릿속에 간계만 가득하구나. 정정당당해야 하는 시합에서 감히 농간을 부리다니, 큰 그릇이 되기는 글렀어. 제가 건의 하나 하겠소이다. 성주님, 그의 참가자격을 취소하고 그의 마력을 폐하여 일벌백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립청이 이 말에 반박했다.

“천제현은 아직 솜씨 한 번 보인 적이 없는데 도가주께서는 어찌 그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도진천이 무시하듯 말했다.

“만약에 천남성에 저런 인재가 있었다면 어찌 아직 알려지지 않았겠소이까?”

장립청이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기재라고 꼭 일찍이 명성을 떨치라는 법은 없소이다. 우리 가만히 지켜봅시다.”

남궁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그가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시종에게 물었다.

“혜아는 어디에 있느냐?”

시종이 대답했다.

“아침 내내 아가씨를 뵙지 못했습니다.”

“흥, 정상회의에도 참가하지 않다니. 갈수록 너무하는군!”

염빙도 옆에 있는 부장에게 물었다.

“천웅이를 못 봤느냐?”

부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소장, 보지 못했습니다.”

염빙이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동생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떠들썩한 곳이라면 절대 빠지지 않고 나타났다.

‘설마 천남성 정상회의보다 더 그의 주의를 끄는 일이 있단 말인가?’

심판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음 시합은 천제현 대 양무!”

모두가 그곳을 쳐다봤다.

세 번이나 싸우지 않고 승리하여 천제현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이번 상대인 양무는 양한의 사촌 동생이었다.

그 역시 뛰어난 인재였다.

‘설마 이번에도 상대가 싸우기 전에 항복하지는 않겠지?’

‘저자는 양씨 가문의 사람이 아닌가!’

양무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형님, 저도 저놈을 이겨서는 안 됩니까? 저도 양씨 가문의 사람인데 어찌 싸우지도 않고 항복을 할 수 있단 말이오.”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양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어찌 싸우지도 않고 항복을 한단 말인가.

양한이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럼 저놈의 두 손을 부러뜨린 후에 항복을 하거라.”

양무의 눈이 번뜩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우선 내가 먼저 그를 욕보인 후에 형님께서 다시 치욕을 안겨주면 되겠구려. 저놈이 다시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말이오! 천남성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줍시다!”

천제현은 이미 비무장 위에 올라와 있었다.

양무가 몸을 훌쩍 날리며 하늘로 솟구쳤다.

그의 얼굴에는 음험한 미소가 가득했다.

“폐물 주제에 양한 형님의 이름을 등에 업고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정말 개돼지만도 못한 놈!”

천제현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말 진짜 많네. 항복할 준비는 됐냐? 항복할 거면 빨리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렇잖아도 이길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건 내가 너보다 약해서가 아니야. 곧 알게 해주마. 형님께서 널 자기에게 넘기라고 했지만 상처 하나 입히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 너도 들었지?”

양무는 말을 하면서 천제현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그의 걸음걸이는 느렸지만, 그가 발을 내디딘 곳마다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어 천제현을 겁먹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천제현은 시종일관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가 하고 싶은 건데?”

양무가 천천히 말했다.

“많은 걸 원하지는 않는다. 그저 네 두 손모가지만 원할 뿐.”

천제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아주 공평한 사람이지. 다른 사람이 내게 원하는 게 있으면 나도 그에게 그걸 요구하지. 그래서 내가 너에게 요구해야할 건 많지 않을 것 같군.”

“흥! 허세부리지 마라!”

양무는 천제현의 태도에 격노했다.

‘저놈은 눈치라고는 하나도 없는 머저리인가? 기왕 이렇게 됐으니 그만 얘기하고 후딱 처치해야겠군.’

“너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던 놈들은 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지. 우리 양씨 가문과 대적을 한 순간부터 너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말이 너무 많아!”

천제현은 양무의 헛소리를 더 참지 못하고 온몸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두 다리로 땅을 박차고 맹렬히 하늘로 치솟았다.

‘충소권!’

펑!

양무는 천제현의 그림자조차도 보지 못했다.

천제현의 주먹이 거센 바람과 함께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양무의 왼쪽 어깨에 적중했다.

뚜둑!

어깨뼈가 부러졌다.

천제현이 번개처럼 손을 뻗어 나가떨어지는 양무의 왼쪽 어깨를 잡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끌어당기며 힘껏 비틀었다.

또 한 번 뚜둑 소리와 함께 팔이 으스러지면서 꽈배기 모양으로 꼬여 버렸다.

“아악! 안 돼!”

양무가 처참하게 소리쳤다.

왼쪽 어깨가 박살이 났다.

5성 정점의 마력을 지닌 자가 손도 한 번 못써보고 당해 버렸다.

그는 자신이 방금 전에 한 말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저놈의 두 손을 분질러 버린다고? 불가능한 일이다!’

천제현은 양무의 오른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

“내가 방금 말했지. 난 아주 공평하다고. 네가 내 두 손을 원했으니, 나도 너의 두 손만 박살을 내주지!”

“잠깐! 멈춰! 내가 졌다!”

두둑!

두둑!

모골이 송연한 소리가 들리면서 양무의 오른팔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났다.

천제현이 그를 높이 들더니 발로 힘껏 걷어찼다.

양무는 십여 미터를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빨라!’

‘너무 빨라!’

‘깨끗하고, 민첩하고, 악랄하군!’

한참 동안 관중석이 떠들썩해졌다.

방금 전까지 쉴 새 없이 떠들어대던 자가 불과 몇 초 만에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두 팔은 여러 조각으로 부러져 더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경악하여 두 눈만 뎅그러니 떴다.

‘굉장하군! 굉장해!’

천제현을 보던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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