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제40장 천재대전(2)
“가운데 비무장에서 1회전 첫 시합이 시작됐어. 양한과 육비야.”
사람들은 시선이 쏠렸다.
“양한이다!”
“양씨 가문의 도련님 아냐?”
“육비는 약소 가문 출신의 기재라고 들었는데, 재미있는 시합이 되겠군!”
“둘 다 우승 후보인데, 1회전에서 만났군. 빨리 보러 가자!”
“…….”
두 사람이 비무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한은 오만한 표정을 한 채 상대를 경시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네가 최근 일이 년 사이에 천남성에서 이름을 떨친 그 약소 가문의 기재라는 놈이냐?”
육비는 순박하고 우직해 보였다.
그는 공손하게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했다.
“양씨 도련님께, 인사드립니다. 기재라니요. 가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알면 됐다. 어서 꺼져라!”
양한은 조금도 예를 차리지 않고 오만불손하게 말했다.
“너 같은 쓰레기가 감히 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육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공손하게 말했다.
“양한 도련님께서는 마력이 강대하시니 이 육비가 어찌 상대가 되겠습니까. 하지만 제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 도련님께서 도와주시지요.”
약소 가문의 소년으로 오늘날까지 힘든 수련을 계속해 온 것이 어찌 보통 일인가.
육비는 오로지 천재대회만을 바라보며 힘든 나날을 견뎌왔다.
그리고 육비는 오늘 천남성의 모든 거두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펼쳐 보이고 싶었다.
거물급 인사가 자신의 재능을 보고 거두어주길 바랐다.
그러나 첫 시합에서 하필이면 양한을 만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렇게 포기할 수 없다!’
“상황판단을 못 하는 놈이군!”
양한은 천제현이 자기를 우습게 본 후에 이런 보잘것없는 놈조차 자기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하여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6성 정점! 양한의 마력이 6성 정점에 도달하다니! 십여 일 동안 마력이 또 늘었어!’
“반딧불 따위가 감히 태양과 밝기를 겨루려 하다니. 정말 분수를 모르는 놈이구나! 죽어라!”
양한의 몸에 거대한 기운이 모였다가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육비를 뒤덮었다.
거대한 기세에 압도되어 육비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양한의 오른손에 모인 육중한 기가 상대를 향해 뻗어 나갔다.
“일장격출, 팔황횡소!”
“양씨 가문의 절학인 팔황장이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양한의 무공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양씨 가문의 절학을 제대로 익히려면 연체9성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양한은 겨우 6성의 몸으로 가문의 절학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었다.
이 장법 하나만으로도 양한은 동년배 사이에서 적수를 찾기가 힘들었다.
육비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양한의 실력이 이처럼 높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황급히 소리쳤다.
“도련님! 멈추세요. 제가 졌습니다.”
“늦었다!”
육비는 겨우 연체5성에 불과한데 어찌 이 공격을 막을 수 있겠는가.
팔황장이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
쇳덩어리도 산산조각낼 만한 거대한 힘이 육비의 옷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마치 미쳐 날뛰는 코뿔소에 들이받은 것처럼 육비의 몸이 멀리 나가 떨어졌다.
육비는 바로 정신을 잃었다.
‘정말 악랄하군!’
이 한 번의 공격으로 그의 모든 뼈와 경맥이 으스러졌다.
설사 운 좋게 깨어난다 해도 폐인이 될 것이다.
양한은 역겹다는 듯이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
“사람은 제 분수대로 살아야 하는 법이야. 이게 너 같은 놈에게 맞는 결말이다.”
양한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나다. 날 막고자 하는 자는 저놈처럼 될 것이야!”
사람들의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양한은 정말 강하군!’
앳된 울부짖음 소리가 사람들 소리에서 울려 퍼졌다.
“오라버니!”
열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쓰러져 있는 육비에게 달려갔다.
소녀는 누더기 옷을 입고 때 묻은 작은 손으로 오빠를 부축했다.
그녀의 누더기 옷이 순식간에 붉은 피로 물들었다.
“오라버니! 정신 차려요! 나 혼자 두고 가지 마세요!”
육비는 어린 동생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심하게 떨면서 때 묻은 동생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미안하다…… 오, 오빠가 면목이 없구나…….”
소녀가 울부짖었다.
“안 돼! 안 돼! 이제 시합은 하지 마! 우리 돌아가자. 같이 집으로 가잔 말이야!”
육비가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얼굴에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빠는 이제 쓸모가 없어……. 사람들을 실망시켰어…… 혼자 남겨둬서…… 미안해……. 잘 살…….”
그의 팔이 힘없이 떨어졌다.
크게 뜬 두 눈의 동공이 빠르게 이완됐다.
죽음에 이르러서도 육비는 눈도 감지 못하고 오직 동생 걱정만 하며 세상을 떠났다.
소녀는 육비의 시체를 안고 대성통곡했다.
“오라버니가 죽었어! 오라버니가 죽었다고! 나만 아니었더라면 오라버니는 이 시합에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악마, 이 악마, 왜 우리 오라버니를 죽였어!”
소녀의 눈에 증오의 빛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미친 듯이 비무장을 향해 달려갔다.
“죽으려고 환장했군!”
양한의 눈에 살기가 번뜩이더니 오른손에 마력을 모아 휘둘렀다.
그러자 무서운 기운이 소녀를 덮쳤다.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아이에게도 손을 쓰려고? 양한은 이 악랄한 놈!’
“멈춰!”
양한이 여자아이를 죽이려는 순간 가는 팔이 양한의 손을 막아섰다.
옆에 있던 공서련이 이 틈을 타 여자아이를 안고 안전한 곳까지 물러났다.
‘누가? 감히 누가 양한을 막아섰지!’
모두들 놀라 입을 벌리고 쳐다보았다.
큰 키의 여인이 양한의 앞에 서 있었다.
두 다리는 가늘고 길게 잘 빠져 있었고, 풍만한 두 가슴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었다.
절세미모, 고귀한 품격, 그 아름다움은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여신과도 같았다.
‘공화련? 어떻게!’
양한의 방금 장력은 이 할의 마력을 사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화련이 자신의 공격을 막았다는 것은 그녀가 이미 연체6성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화련이…… 이렇게도 강했나? 설마 지금까지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있었단 말인가?’
공서련이 여자아이를 위로하면서 눈썹을 치켜세우고 분기탱천하여 소리쳤다.
“시합에서 사람을 죽이더니 이제는 이 어린아이까지 죽이려 하는 거냐?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이 짐승 같은 놈아!”
“난 또 누구라고? 쓸모없는 두 아가씨들이었군!”
양한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약자라면 지 분수를 알아야지. 이 쓰레기 같은 놈은 한 방에 갔으니 그야말로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지. 너희는 기도나 하거라. 천제현 그놈이 내 손에 걸리는 날은 이렇게 한 방에 보내지는 않을 테니까.”
‘저 쓰레기 같은 놈이 정말 사람 열받게 하는군. 뭐라고? 천제현을 어쩌겠다고? 내 저놈과 사생결단을 낼 테다!’
공서련이 분노하여 두 주먹을 꽉 쥐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마치 광분한 야수처럼 돌진했다.
“서련아! 멈춰!”
공화련의 다급한 외침에 공서련은 멈춰서 언니를 바라봤다.
안생이 창백하고 눈처럼 흰 이마에서 땀이 솟아나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언니, 설마…….”
공화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치 고통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 가자!”
‘그래, 저놈은 녀석에게 맡기자!’
공서련은 사납게 양한을 한 번 째려보았다.
‘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득의양양하나 보자고.’
공서련은 소녀를 안고 자리를 떴다.
양한은 매우 의아해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방금 공서련에게서 뿜어져 나왔던 마력은 공화련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았어.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양한이 이를 바득 갈았다.
‘불가능해! 내가 잘못 본 걸 거야! 공화련이 내 일격을 막아섰을 때 안색이 좋지 않았어. 아마도 뒷심이 부족한 것 같군!’
하지만 방금 전 공서련의 기세는 분명 예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공서련이 정말 강하다면 왜 시합에 참가하지 않았지? 열여섯이면 참가할 수 있는 나이인데. 왜지?’
그러나 양한은 이내 고민을 접었다.
공서련이 아무리 강해졌더라도 자신을 이길 수 있을 리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이때 심판이 멋쩍은 듯 다가왔다.
“1회전 첫 번째 시합, 양한 승리!”
양한은 대수롭지 않은 듯 콧방귀를 뀌며 비무장을 떠났다.
양웅은 비무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아들의 잔인하고 무정한 손속을 보고 매우 흡족해했다.
양씨 가문은 용병단으로, 이처럼 사정을 보지 않고 과감히 사람을 죽일 수 있어야 한다.
양웅에게는 많은 자식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양한의 성격이 자기와 제일 많이 닮았다.
“도련님의 실력이 또 향상되었군요!”
이장운이 양웅의 옆에 앉아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 대회의 우승은 그에게 돌아갈 듯합니다.”
양웅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형의 손자 이천강의 실력이 한이보다 약하다고 볼 수 없지요. 게다가 도씨 집안의 도풍도 결코 무시할 수 없고요. 아직은 누가 우승할지 알 수가 없군요.”
이장운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양씨 가문의 장자 양한, 이장운의 손자 이천강, 도씨 가문의 도풍.
이 셋 모두 연체6성에 도달했다는 것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우승자는 분명 이들 중에서 나오리라.’
하지만 누가 우승을 할지는 아직 단언하기 힘들었다.
양웅의 깊이 패인 두 눈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
그의 눈빛이 서서히 서쪽의 비무장을 향했다.
마침 공화련 자매도 그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공서련이 언니를 부축하며 말했다.
“병이 또 발작한 거야?”
공화련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의 몸 상태는 계속 좋지 않았다. 공서련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천적 고질병이어서 치료하거나 개선할 방법이 없었다.
공서련이 말했다.
“다음에 손 쓸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맡겨!”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공화련이 말했다.
“서쪽 비무장, 1회전 두 번째 경기는 황강 대 천제현이야.”
둘의 눈이 번쩍 뜨였다.
‘드디어 때가 된 건가?’
비무장에서 황강은 천제현을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항복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