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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9화 (38/729)

# 39

제39장 천재대전

얼마나 화가 났는지 고함에 마력이 은은하게 섞여 있었다.

“너 때문에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다! 제발 문제 좀 일으키지 말거라! 아니다! 다 됐고, 중주학당에 등록해 놓았으니 내년에 그곳에나 가거라!”

남궁혜는 화가 나서 말했다.

“누가 아버지한테 학당에 등록하래요? 학당은 무슨 얼어 죽을 학당! 전 안 가요!”

남궁의는 코웃음을 쳤다.

“네가 벌인 일 수습하는 것도 이제 한계야. 중주학당은 좋은 곳이다. 네 실력과 재능이면 바로 내원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야. 거기라도 보내야 너를 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제가 무슨 일을 얼마나 벌였다고 그러세요!”

남궁혜는 큰 소리로 자신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요! 아버지는 왜 항상 저를 나쁘게만 보시는 거예요? 제가 어디가 그렇게 모자라서요! 왜 제가 큰일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고요!”

남궁의는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너, 너…… 그래, 그럼 어디 들어보자. 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 것이냐?”

“우리 대장이 그랬어요. 정식으로 발표하기 전까진 전부 비밀이라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새어나가선 안 된다고 그랬단 말이에요.”

“뭐, 뭣?! 대장?”

남궁혜는 오만하게 눈썹을 치켜뜨고 콧방귀를 끼더니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가며 말했다.

“내일 천남성 정상회의에서 대장이 발표할 거예요. 아버지도 내일이면 알게 되시겠죠!”

남궁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장이라고? 저 딸내미가 대장이라고 부르는 작자도 있단 말인가?’

남궁의는 제 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녀의 아버지였지만 그녀에 대해선 두 손 두 발 다 든 지 오래였다.

장립청 역시 남궁혜를 제자로 받아 부적과 관련된 지식을 가르쳐 주긴 했어도 그녀는 장립청을 진정한 스승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틈만 나면 그를 놀려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양반이기에 천둥벌거숭이 같은 딸이 대장이라 부른단 말인가?’

이튿날 새벽.

아침 햇살이 구름을 뚫고 천남성 회의장을 비췄다.

광장에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삽시간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연말행사의 서막이 열렸다.

정상회의는 군사, 정치, 상업 세 영역의 엘리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회의로서 각 가문의 자원 쟁탈 무대가 된다.

이곳에서 상인들은 자신의 상품과 전략을 선보이고, 정치가들은 지난 정책 성과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특히 소년들에게는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귀족 가문부터 일반 백성들까지 모두 이 회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종과 북소리가 일제히 울리고, 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수많은 사람의 환호성 속에서 명문 가문들이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특이한 갑옷과 투구를 입은 용병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육중한 장검을 허리에 차고 거대한 푸른 늑대를 탄 용병들은 늑대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녹아난 살기가 느껴졌다.

그야말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살기였다.

“흑랑용병이다!”

“양씨 가문이 도착했다!”

선두에는 사오십 세가량의 키 큰 남자가 검은 비단 도포를 입고 어두운 금색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굵고 투박한 두 눈썹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양웅, 양웅이다!”

“도씨 가문도 도착했다!”

“도진천 가주다!”

수백 명의 홍포무사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도씨 가문도 천남성에서 손에 꼽히는 가문이다.

군사무기 제조에서 명성을 얻었으며 막대한 재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걸출한 제자들을 많이 배출하여 우습게 볼 수 있는 가문이 아니었다.

가주 도진천은 오륙십 세 정도의 노인으로 수십 년 동안 천남성을 종횡하면서 무명의 도씨 가문을 지금의 일류 가문으로 키워냈다.

게다가 실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염빙 장군!”

“남궁의 성주!”

“제약사 조합의 이장운!”

“부적사 조합의 장립청!”

“…….”

거물급 인물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끊이질 않았다.

분위기는 서서히 절정으로 향해 치닫고 있었다.

바로 이때.

공화련이 남운상회를 이끌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공화련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두세 명뿐이었다.

웅장하게 등장했던 다른 명문 가문에 비하면 너무나도 조촐한 규모였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초라한 남운상회를 비웃었다.

“하하하! 남운상회도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건가?”

“오늘 내일 하는 상회가 뭣하러 정상회의에 참가해서 비웃음이나 당하고 있는 거지?”

“누가 아니래, 남운약방은 모두 문을 닫았고, 남운부적도 곧 생산을 멈출 거 같던데. 이렇게 회의에 참가하는 것도 기적이라고.”

“…….”

상회가 핵심 업무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삼류 수준으로 떨어져 파산할 날만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이런 큰 행사에 참가를 한다고? 그야말로 비웃어달라고 간청하는 꼴이군!’

각종 의식이 마무리되고 정상회의가 개시되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첫 행사는 정상회의의 천재대전이었다.

혼돈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이다.

가문이 장기간 위세를 떨치기 위해서는 많은 기재(奇才)들을 배출해야 한다.

이 대전은 잠재력이 뛰어난 젊은이들을 발굴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었다.

많은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명문 가문들이 이 대전에 참가하는 진정한 이유는 자원의 재분배를 위해서였다.

천남성 주변에는 주인이 없는 대량의 임야와 광산, 영전(?田)이 있었다.

십여 년 전, 근거지 쟁탈로 인해 천남성은 혼란에 빠졌었다.

거대 가문들끼리 정면으로 충돌했고, 약소 가문들은 숨죽이며 등 뒤에서 칼을 꽂을 기회만 엿봤다.

누구도 손해를 보려 하지 않았고, 누구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득을 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크고 작은 전투가 수십 차례나 발생했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곳곳에서 시산혈해가 펼쳐졌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했고, 자원은 여전히 개발되지 못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내전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설사 자원을 차지한다고 해도 \누군가 그 자원을 빼앗기 위해 싸움을 걸어올 것이라는 것을.

화합, 오직 화합만이 안전하게 자원을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시합, 시합을 통해서 자원을 배분하자!’

‘이것이야말로 매우 그럴싸한 자원분할방식 아닌가?’

1년에 한 번.

사실상 1년이란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다.

올해 실패하면 내년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

대가문이든 약소 가문이든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진다.

아무리 큰 가문이라도 매년 기재들을 배출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가문의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적어도 한 번쯤은 기재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어디서 빼어난 인물이라도 모셔올 수 있지 않겠는가.

대전 중에 간혹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래 봤자 극소수의 젊은이들로, 가문끼리 서로 분열되어 싸우는 것보다는 나았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도 피하고, 젊은이들에게 이름을 떨칠 수 있는 무대도 마련해 주기 때문에 각 가문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데 사력을 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성주가 친히 지켜보는 가운데 각 가문들은 암묵적인 약속을 했다.

그것은 바로 천남성 정상회의 천재대전을 자원 분배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런 전통은 무려 십여 년간 지속돼 왔다.

천제현은 천재대전 배후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천제현이 천재대전에 참가한 것은 자신의 존재를 알림과 함께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의 안내 속에서 천제현을 포함한 200여 명의 소년이 조그마한 통나무집에 모였다.

천제현이 막 자신의 명패를 받았을 때 거슬리는 음험한 목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두꺼비 한 마리가 끼어들어 천재대전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구나!”

천제현은 누군지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양씨 가문의 버러지들도 참가하는 걸 보니 이 대전의 급은 매우 낮군!”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까부는 거지?”

양한의 눈에서 살기가 번득였다.

“너도 네 분수를 잘 알 텐데? 우리 양씨 가문이 마음만 먹는다면 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지.”

허세 가득한 양한의 말에 천제현은 피식 웃었다.

‘사실 나도 궁금하다. 네놈이 뭘 믿고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지 말이야.’

천제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 보잘것없는 목숨, 원한다면 가져가든가.”

“흥, 생각이 바뀌었다.”

양한의 얼굴에 돌연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천남성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네놈의 뼈를 하나하나 분질러 주마! 이렇게 해야만 모든 사람이 알게 될 테니까. 양씨 가문에 죄를 지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말이야! 모두에게 보여줄 거다. 이것이 네놈에게 어울리는 최후라는 것을!”

천제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세요?”

양한이 고개를 돌리더니 무리지어 있던 소년들을 향해 선언했다.

“내 말을 잘 듣도록 해! 이놈은 내가 찜했다. 예선에서 감히 이놈에게 이기는 자가 있으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200여 명의 소년들의 얼굴에 두려움의 빛이 가득했다.

‘오만방자하군! 우리에게 이런 협박을 하다니!’

양한이 천제현을 보며 씨익 웃었다.

“걱정마라, 내가 너에게 기회를 줄 테니”

하지만 천제현은 양한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말했다.

“응, 말 다 끝났으면 어서 꺼져.”

멸시.

적나라한 멸시.

주위에 있던 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남성에서 누가 감히 양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천제현이 자신의 번호패를 들고 건들거리며 양한의 옆을 지나쳤다.

수치심에 양한의 얼굴이 시뻘개졌지만 천제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시합 개시!”

동, 서 남 북, 그리고 가운데의 총 다섯 개 비무장에서 동시에 예선이 진행되었다.

“여기에도 사람이 참 많네.”

“천제현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합을 하는 거야?”

공서련은 마치 가마솥 위의 개미처럼 분주하게 천제현을 찾아다녔다.

공화련 역시 동생을 따라 천제현을 찾고 있었다.

이 두 경국지색의 미녀가 지나간 곳에는 금세 사람들의 이목으로 가득 찼다.

공화련은 이들의 시선이 매우 불편했다.

바로 이때, 제일 가까운 비무장에서 호각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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