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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6화 (35/729)

# 36

제36장 천제현의 비전

조장하가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모함할 생각 마라! 그건 마수들의 짓이었어!”

“마수의 짓이라. 외삼촌은 그때도 그렇게 말씀하셨죠. 외삼촌이 그렇게 말해서 모두가 그런 줄 알고 있었죠. 하지만 진실은 누구보다도 당신이 잘 알고 있잖아요? 당신 짓이 분명해! 당신이 양씨 가문에 운송경로를 알려준 거야! 내 말이 틀렸나요?”

‘뭐라고?!’

조장하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알고 있었단 말인가.’

어쩌면 공화련은 처음부터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모른 척하고 있었다니!’

공화련은 처음부터 계속 의심했었다.

하지만 증거가 없어 확신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조장하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았다.

“남운상회는 그 후 문제가 끊이질 않고 발생했어요. 부적사들이 갑자기 그만두고, 재료상들이 아무 이유 없이 트집을 잡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가게에서 소란을 피우고 공방을 부수고…… 그런데 외삼촌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가산을 나눠 달라 요구하고 있어요. 상회의 지분을 달라고요. 남운상회를 철저히 망가뜨리려는 속셈 아닌가요? 이게 당신이 말한 은혜인가요? 대답해! 조장하!”

조장하의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네가 날 모함하다니!”

“이게 바로 당신이 원하던 부적공방의 계약서야. 이걸 주지! 단, 조건이 하나 있어. 지금부터 우리는 이제 친척이 아니야! 영원히!”

공화련이 계약서를 땅에 던졌다.

옆에 있던 친척 중 한 명이 얼른 그것을 주워 살펴봤다.

“그렇게 하지!”

“공화련!”

“오늘 일은 잊지 않겠다! 가자!”

부적 제작은 남운상회의 근간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을 내어준 공화련의 마음이 아무렇지 않을 리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철저히 관계를 정리하고 남은 것이나 잘 수습해야겠어!’

공화련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자들은 모두 돈에 눈이 먼 자들이야. 특히 조장하는 믿을 수 없는 놈이니 원하는 걸 주고 관계를 정리하는 게 나은 건지도 몰라.’

이때 천제현이 소리쳤다.

“빨리 안 움직여!”

그 소리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그들의 눈에 공포의 빛이 서렸다.

천제현이 악마같이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 말 못 알아듣나? 빨리 꺼지랬잖아! 빨리!”

“너…….”

“이놈이,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

모두의 낯빛이 파랗게 질렸다.

천제현은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소리쳤다.

“셋을 세겠다. 그동안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영원히 못 일어나게 만들어 주지! 하나! 둘!”

“가…… 간다, 가!”

“간다고!”

조장하 부자를 포함한 모두가 화들짝 놀라더니 서둘러 하나씩 문밖으로 나갔다.

천제현은 보통 놈이 아니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조일을 저 모양으로 만들었으니 지금 한 말도 허튼소리는 아닐 것이다.

공화련은 제멋대로 날뛰던 사람들이 겁먹은 개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마음이 조금 풀렸다.

“이제 나에겐 남은 게 아무 것도 없네.”

천제현이 미소를 지었다.

“뭐래요? 내가 있잖아요!”

공화련은 그의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는 코끝이 찡해져 황급히 몸을 돌렸다.

천제현은 친척들이 돌아가자마자 새끼 이무기를 푹 고아 탕을 만들었다.

탕을 조심스럽게 꺼내 몇 사발 마시자 이무기의 고기와 국물에 담겨 있는 풍부한 에너지가 그의 신체를 한층 더 강화시켰다.

곧 연체5성에 들어설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두 차례의 큰 성장이 있었기에 이번에 또 성장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천제현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충분한 성취를 이뤘어.’

“지금까지 잘하고 있어.”

방을 나선 천제현은 탕이 담긴 솥을 들고 응접실로 갔다.

공서련이 싱글벙글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천제현, 정말 잘했어! 내가 역시 사람 하나는 잘 봤어!”

천제현이 솥을 두 여인 앞에 내려놓았다.

공서련은 방금까지 웃던 표정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화를 내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그녀는 볼을 불룩 내밀고 일어나서 무섭게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놈들이 우리 언니를 괴롭히는 걸 내가 알았더라면 그놈들을 열여덟 조각으로 찢어놓았을 텐데!”

“그 말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서련 아가씨. 제가 다음에 그놈들을 반드시 열여덟 조각으로 찢어놓지요!”

천제현이 그릇을 들며 말했다.

“자자, 암튼 그만 화내고 이거나 먹어요. 배고플 텐데.”

천제현의 말에 끓어오르던 화를 진정시켰다.

‘부적공방을 잃었다고? 언니가 저렇게까지 괴로워할 필요가 있을까? 천제현이 있는 한,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어!’

공서련은 솥으로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

“이건 뭐야?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혈문이무기탕이에요. 체질을 강화해 줘요. 뿐만 아니라 신체 발육을 도와주지. 얼굴은 더 윤기 있게, 피부는 더 매끄럽게, 가슴은 더 풍만하게!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에요.”

약이라도 파는 듯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천제현이 말했다.

“흥, 이런 거 필요 없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공서련은 그릇을 뺏어가 국물 한 모금을 넘겼다.

“맛있네!”

두 모금째 마시자 몸이 후끈거리기 시작했다.

볼에는 홍조가 띠어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말했다.

“이거 정말 혈문이무기야? 어떻게 된 일이야!”

공서련이 겪었던 일을 언니에게 얘기했다.

“정말…… 큰일 날 뻔했네!”

공화련은 화들짝 놀랐다.

“너희 둘은 정말 조심성이 없어. 다음부터는 나갈 때 호위들을 데리고 가도록 해!”

‘호위가 필요할까? 집에 있는 호위를 다 합쳐도 저 녀석 하나만 못할 텐데!’

공화련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남운상회는 이제 유명무실해졌어. 상회를 해산할 준비를 해야겠어. 부동산을 모두 황금으로 바꿔서 기적상회에 투자할 거야. 천제현, 넌 어떻게 생각해?”

천제현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상회를 이렇게 해산해도 괜찮겠어요?”

공화련의 눈에 고뇌의 빛이 서리더니 가볍게 탄식을 했다.

“안 괜찮으면 또 어쩌겠어? 제약사업은 철저하게 망했고, 부적공방도 잃었어, 이제 남은 건 쓸모없는 것들이야. 이런 걸 가지고는 상회를 운영해 나갈 수 없어. 상회를 팔아 버리고 빚을 갚으면 황금 5만 냥 정도는 남을 거야.”

공서련은 가슴이 아팠다.

언니의 남운상회에 대한 애정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남운상회는 지난 6년간 그녀가 지켜왔던 곳이며 부모님께서 남겨준 유일한 유산이었다.

“해산할 필요 없어요. 1~2년 안에 남운상회는 왕조차도 놀라게 할 만큼 커질 테니까요!”

천제현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공화련이 몸을 한 차례 떨며 말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천제현이 설명했다.

“남운상회를 기적상회의 지부 상회로 만드는 거예요.”

“뭐?”

“남운상회가 많이 몰락했다 해도 만들어진 유통망도 있고 거래처도 존재하잖아요? 그리고 기적상회는 이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느 한 분야만 전문으로 하는 게 아닌 종합 상회가 될 거고요.”

천제현의 말에 공화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적상회는 이 세계를 바꿀 초거대 상회가 될 거라 확신해요. 그리고 그중 남운상회는 부적과 약물 사업을 책임을 맡는 거고요. 기적상회에서 현재 개발 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부적과 약물 상품을 독점 운영한다. 괜찮은 그림이지 않아요?”

“맞아. 천제현은 부적에 대해서도 잘 알고 단약도 잘 만들잖아!”

공서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흥분한 목소리로 언니에게 말했다.

“이거라면 확실히 승산이 있어 언니! 남운상회는 망하지 않을 거라고!”

‘남운상회의 부적과 제약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기적상회 휘하의 지부 상회가 된다고?’

공화련은 천제현이 부적 제작과 단약 제조에 얼마나 정통한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부적사 조합 회장 장립청과 제약사 조합의 상임장로 염천웅이 천제현에게 가르침을 청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남운상회는 소생할 수 있어!’

천제현이 득의양양하며 말했다.

“남운상회는 부적제작과 단약제조에서 왕국 최고가 될 거예요. 심지어 아니, 대륙 최고가 될 거라고 확신해요. 비록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분명히!”

이런 꿈같은 얘기를 듣고 공화련은 자신도 모르게 천제현을 힐끗 흘겨보았다.

‘왕국은 둘째 치고 천남성 시장만 장악해도 엄청난 거라고!’

공화련은 현실을 직시했다.

“허세부리지 마. 대륙은커녕, 이 조그만 왕국, 아니 이 조그만 천남성에서도 우린 버텨내기 힘들다고.”

공화련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계속 이어나갔다.

“지금 급한 건 기적상회를 정식으로 운영하는 거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서 천남성에서 한바탕 파장을 일으켜야 해.”

천제현이 바로 말했다.

“그건 이미 다 생각해 뒀어요. 정상회의에서 정식으로 상회의 설립을 선언할 거예요!”

천남성 정상회의는 군사, 정치, 상회가 함께 진행되는 회의로 설립을 선언하기에 매우 좋은 기회이긴 하다.

게다가 지금 천제현의 실력이라면 천재대전에 참가해서 분명 훌륭한 성적을 거둘 것이다.

그때 집사가 황급히 뛰어왔다.

“큰아가씨! 큰일 났습니다.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뭐라고요?”

공화련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없어진 게 뭐죠?”

집사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아직 확실히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도둑이 둘째 아가씨 방 근처에서 나타났습니다. 저희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습니다.”

“이상하군요. 제 방에는 훔칠 만한 게 없는데요!”

공서련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골똘히 생각하다가 돌연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소리를 질렀다.

“설마……. 큰일이야!”

쨍!

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면서 혈문이무기탕이 사방으로 튀었다.

공서련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러더니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급히 몸을 돌려 자신의 방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무슨 일이지?’

공화련과 천제현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공서련을 뒤쫓아 갔다.

공서련의 방에는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서둘러 침대 곁으로 달려가 베개 밑을 열어보니 평범해 보이는 작은 상자가 보였다.

‘안 돼! 절대 안 돼! 다 없어져도 상관없어! 하지만 이것만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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