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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4화 (33/729)

# 34

제34장 친척들의 방문

공씨 가문에 온 인물들 중에는 낯선 이도 있고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인걸.’

공서련이 돌아오자 모두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련이구나. 마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모르겠군.”

“몇 년 못 본 새에 이렇게 예쁘게 크다니.”

“예쁘면 뭐해. 하나도 쓸모없는데. 지 언니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나 있었겠어.”

“맞는 말이야! 공화련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귀한 집 아가씨 대접을 받으면서 지낼 수 있었겠어? 아마 누군가의 첩으로 들어갔겠지!”

“맞아, 맞아!”

“…….”

저마다 조용히 한마디씩 했다.

눈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

‘이들과는 평소에 왕래가 없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것일까. 언니에게 물어봐야겠어.’

한편 천제현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던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신경 쓰지 말자! 내 일도 아닌데 신경 써서 뭐해!’

***

천제현이 옷을 갈아입고 막 쉬고 있는데 자명종 소리가 들렸다.

땅!

땅!

‘집합을 알리는 신호다. 식사시간인가?’

천제현이 뒤뚱거리면 뛰어나갔다.

대청 안에는 거대한 원탁이 놓여 있었고 20~30여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다.

“어디서 온 노예냐, 멈춰라!”

얼굴이 비썩 마른 못생긴 중년인이 천제현을 가로막았다.

세모 모양의 눈에서 경멸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천제현의 누추한 옷차림새를 살펴보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너 같은 놈이 들어오려는 거야? 꺼져!”

천제현은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넌 또 뭐야, 날 막을 자격이 있나?”

“내가 누군지도 모르다니, 노예 주제에 감히 이곳에 와?”

비썩 마른 못생긴 중년인이 크게 화를 냈다.

“나는 남운상회의 주주이자, 공화련의 둘째 외삼촌이지. 노예 주제에 감히 내게 그딴 식으로 말을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여봐라! 이놈의 뺨따귀를 백 대 쳐라!”

중년인은 일부로 공화련 앞에서 혼을 냈다.

천제현을 혼내주려고 한 것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공화련에게 위엄을 보이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운이 나빴다.

짝!

뺨을 때리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둘째 외삼촌이라는 자가 고꾸라졌다.

천제현은 여전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순식간에 상황이 뒤바뀌어 둘째 외삼촌이란 자를 앞에 서며 말했다.

“흥,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네, 네놈이 감히 날 때리다니!”

둘째 외삼촌의 한쪽 뺨이 찐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부러진 이빨 몇 개를 토해내더니 사람들에게 외쳤다.

“저 망할 노예 놈이 미쳤어! 형님 날 좀 도와주시오!”

천제현이 멋쩍은 듯 웃었다.

“내가 말이야. 어릴 적부터 안 좋은 버릇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이 손이 너 같은 쓰레기를 보면 조건반사적으로 나가 버린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 버렸어. 정말 미안하게 됐군. 이런, 또 나도 모르게.”

짝!

또다시 뺨을 때리는 소리가 났다.

천제현은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둘째 외삼촌은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감히 노예 주제에!”

팔(八) 자 모양의 콧수염이 난 마른 중년인이 탁자를 내려치더니 무서운 기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공화련을 노려봤다.

“공화련, 아랫것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것이냐?”

흰 옷을 입은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상회를 관리하다 보면 저런 악질 같은 노예가 생기기도 하지요. 별거 아닌 일로 그녀를 탓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중년인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일아(一兒)야, 네가 잘 알아듣게 공화련에게 말해둬라. 상회가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말이야!”

“동생이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우리가 대신 하면 되죠.”

준수한 외모에 의를 입은 청년이 말했다.

백의 청년, 조일이 문 앞에 있는 천제현을 한 번 흘겨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너희는 뭘 계속 멀뚱히 보고만 있는 거냐? 어서 저 악질을 끌어내어 두 다리를 분질러 버리고 마력을 폐해 쫓아내거라!”

“그만들 하세요!”

공화련이 외쳤다.

“도대체 상회의 회장이 누구인가요?”

조씨 부자가 서로를 쳐다본다.

한 친척이 매섭게 말한다.

“잘하는 짓이다, 공화련. 친척이 모욕을 당했는데도 너는 오히려 저 미친 노예를 두둔하고 있구나. 정말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구나. 그러니 남운상회가 이 지경이 됐지.”

공화련이 담담하게 말했다.

“관리를 어떻게 하든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이에요.”

천제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미안하게 됐군, 내가 잘못 온 거 같아. 그럼 난 이만!”

“제현, 잘 왔어. 이리 와서 앉아!”

공화련이 그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 내가 곤경에 처한 거 안 보여.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감히 도망가려고? 이 의리 없는 놈 같으니라고.’

한편 사람들은 공화련이 부른 이름을 듣고 순간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이자가 바로 천남성에서 소란을 피웠던 천제현?’

천제현은 팔을 크게 휘두르며 둘째 외삼촌의 몸을 밟고 지나가 공화련의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다리를 꼬고 공화련의 소개를 듣기 시작했다.

팔(八) 자 수염의 중년인의 이름은 조장하로 공화련의 큰 외삼촌이다.

흰 옷을 입은 준수한 외모의 청년은 조일, 그녀의 큰 사촌오빠였다.

‘남루한 복장에 하인 행색을 한 주제에 공화련의 옆에 앉다니?’

조일의 눈빛에 질투와 악랄함이 가득했다.

조장하가 큰 소리로 말했다.

“공화련, 남운상회 전체를 네게 맡긴 결과가 어땠느냐? 독단적으로 진행한 약물산업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고, 상회는 지금 연이은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있어!”

“조장하의 말이 맞아!”

“6년 전, 상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가 투자하지 않았다면 상회는 이미 망했을 거야. 그런데 우리를 이렇게 대한단 말이냐? 넌 모두의 믿음을 저버렸고, 우리를 실망시켰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남운상회가 입은 손실은 모두 다 너 때문이야!”

모두가 저마다 한 마디씩 덧붙이자 공화련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최근에 남운상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정리해서 알려드릴게요. 일이 매우 복잡해서…….”

“그만 얘기해라!”

“너의 변명을 들으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냐!”

“상회가 이 지경이 됐으니 이대로는 힘들겠다. 차라리 나누는 게 낫겠어.”

“우리가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부적공방을 팔아서 남은 돈을 우리에게 균등하게 나눠주거라!”

상회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친척들은 모두가 상회를 나누자고 요구하고 있다.

부적 제작은 남운상회의 핵심이다.

이들이 지금 부적공방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으니 이는 상회의 근간을 와해시키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공화련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녀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

“부모님께서 화를 당하시자, 여러분께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가지고 제게 남운 상회의 지분을 팔라고 요구했지요. 전 어쩔 수 없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돈을 남운상회에 받아들였고 여러분에게 지분을 나눠드렸고요.”

공화련은 친척들과 눈을 마주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6년간 남운상회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제가 언제 여러분께 적게 나눠드린 적이 있나요? 여러분은 한 푼도 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면서 어떻게 만족할 줄 모르시나요. 지금 상회에 조그만 문제가 생겼다고 이렇게 앞다투어 상회를 분할하자고 난리치시는데, 정말 부끄럽지도 않으신가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냐! 네가 남운상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

연이어 누군가가 말했다.

“옳은 말이오. 네가 계속 상회를 관리한다면 조만간 망하게 될 거야. 조장하를 남운상회의 회장으로 제안하는 바이오!”

“찬성이오!”

“저도 찬성이오!”

“절대 그녀에게 상회를 맡겨서는 안 되오!”

“우리 모두 상회의 주인이오. 그녀가 날린 돈은 모두 우리 돈이란 말이오!”

“여러분!”

조장하가 황급히 일어나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여러분, 진정들 하시지요. 공화련이 지난 6년간 제대로 한 게 없기는 하지만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에 크게 잘못한 일 또한 없지 않습니까. 모두들 이건 인정하시지요?”

“제대로 한 게 없으니 문제지요!”

“어찌 저렇게 평범한 자가 회장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거요!”

조장하가 탄식을 하며 말했다.

“여러분의 그 마음 저도 잘 이해합니다. 지난 몇 년간 남운상회의 실적이 매우 좋지 않아 모두들 그녀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겠지요. 더는 상회가 몰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남운상회는 공화련의 부친께서 창립한 것입니다. 외삼촌이 되가지고서 어찌 그녀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가소롭군! 남운상회가 우리 아버지께서 만든 걸 알면서 그런단 말이야?’

공화련은 큰 외삼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저 가식된 모습 뒤에는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했다.

조장하가 담담히 말했다.

“여자 혼자 힘으로 사업을 하다 보면 큰 손해를 입기도 하는 법이지. 너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이니 어서 시집을 가야겠구나.”

공화련이 냉담하게 말했다.

“아직 그럴 생각 없어요.”

“물론, 너처럼 아름답고 재능 많은 아이가 그에 걸맞은 남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 이 외삼촌이 주선을 해주마.”

조장하가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일아, 네가 공화련을 아내로 맞이하거라!”

“헉!”

이 말을 듣고 천제현이 기가 막혀 소리를 질렀다.

조일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남은 일생동안 공화련을 잘 돌볼게요!”

공화련이 분노하여 일어났다.

“누구 마음대로!”

“나는 네 외삼촌이고, 일아는 중주학당의 학생이 아니더냐! 이래도 부족한 거냐?”

조장하가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남자가 자라서 장가를 들고, 여자가 자라서 시집을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외삼촌이 이렇게 하는 건 다 너를 위해서야. 곧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남운상회에 그럴 듯한 자가 하나도 없구나. 마침 일아가 정상회의에 참석하니 체면은 세워줄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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