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제33장 생명의 샘
공서련이 물속에서 붉은 뱀 껍질을 몇 개 발견했다.
천제현이 한 말이 사실임에 틀림없다.
그 마수가 틀림없이 물속에서 수련을 했던 것 같다.
천제현이 상의를 벗자 공서련은 놀라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망할 녀석! 뭐하는 짓이야!”
“온천에 들어가려고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온천에 몸을 담그려고 해!”
“이 온천은 상처를 치료해 줄 뿐 아니라, 이무기의 피가 섞여 있어서 체질도 개선해 줘요. 게다가 막힌 경맥을 뚫어주고 자질을 강화해 주는 효과가 있어요. 서련 아가씨는 자질이 안 좋으니 온천에 몸을 담그면 많이 좋아질 거예요!”
“흥! 그만두지 못해. 부끄러운 것도 모르는 녀석! 어떻게 여자 앞에서 그렇게 옷을 벗을 수가 있어! 부끄럽지도 않니?”
천제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건 아니죠. 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때는 알몸이었어요. 전 그저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할 뿐이에요. 부끄럽긴 뭐가 부끄러워요?”
‘이게 무슨 억지야!’
공서련은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천제현은 허리띠를 풀며 계속 말했다.
“서련 아가씨는 아직 깨달음이 부족한 거 같아요. 머릿속에 온통 야 한 생각뿐이니 이런 걸 부끄러워하는 거예요! 절 봐봐요. 얼마나 순수해요. 아가씨가 내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서 있어도 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예요. 믿기지 않으면 한 번 해봐요!”
공서련은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억지 부리지 마! 무례한 녀석!”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어요. 간신히 몸을 녹일 기회가 생겼잖아요. 온천은 매우 넓어요. 같이 온천에 들어가서 서로 등도 밀어주고 안마도 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이렇게 순결하고 아름다운 소년이 옷을 벗는데 감히 그런 엉큼한 생각을 하다니!”
“흥! 멋대로 생각하는군! 누가 네 마음대로 되게 해준대. 이 나쁜 놈아!”
공서련도 온천의 자질을 개선해 주는 효능에 대해 마음이 동하기는 했다.
하지만 천제현의 말이 하도 엉큼해서 망설여진다.
‘네가 순수한 소년이라고? 정말 순수한 건 바로 나라고! 그런 수법으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속인 거야!’
“끝나면 올 테니까 빨리 끝내!”
공서련은 얼굴을 붉히고 어쩔 줄 몰라 황급히 자리를 떴다.
천제현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재빨리 옷을 벗고 온천 속으로 뛰어들었다.
온몸에 싸하고 시원한 느낌이 감돌았다.
온천의 생명의 에너지가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고 피로에 지친 몸을 회복시키고 있다.
피로에 지친 몸이 점차 최고의 상태로 회복된다. 이 모든 과정이 쾌적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무기의 피가 조금씩 체내로 스며들면서 체질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신체와 마력의 강도도 높아졌다.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천제현은 타고난 신체적 자질이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타고나지 않았어도 여러 방법을 통해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무기의 피가 가득한 이 생명의 온천이 바로 그중 하나였다.
온천에 몸을 담근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마력이 다시 충만해졌고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며 실력이 4성 정점으로 올랐다.
이무기의 피로 인해 천제현의 골격과 경맥, 혈육이 모두 강화되었고 경맥이 관통되어 환골탈태의 조짐이 보였다.
‘넘어섰다! 또 한 단계 넘어섰어!’
천제현은 불과 두 시간 만에 연이어 두 차례나 큰 진전을 거두었다.
이곳에 있는 영약은 아무거나 먹어도 마력이 크게 향상되어 손쉽게 연체5성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양한 그놈은 상대가 안 될 거야.’
“서련 아가씨! 아가씨 차례예요!”
천제현은 이제 온천에 더 있어봤자 효과가 크게 없을 것을 알고 공서련을 불렀다.
공서련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온천에 다가섰다.
그러다 돌연 고개를 돌리고 작은 주먹을 무섭게 휘두르며 위협하듯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감히 내 알몸을 훔쳐봤다간 눈알을 뽑아 버릴 테야!”
‘눈알을 뽑아 버린다니…….’
천제현은 하는 수 없이 자리를 피했다.
천제현이 아쉬워하며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련은 자신이 좀 심하게 대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공서련은 씁쓸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딱히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분명 도를 넘을 테니까.
공서련이 옷을 벗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몸매가 드러났다.
그녀는 천천히 온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온천에서 방금 천제현이 몸을 담갔었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이러면 안 돼! 세상에……. 천제현 저놈에게 옮은 게 분명해!’
공서련은 황급히 잡념을 떨쳐 버리고 몸에 힘을 풀고 온천욕을 즐겼다.
‘그 녀석이 하는 말. 황당하기는 하지만 가만히 보면 틀린 말은 아니야.’
생명의 온천의 효력은 정말 놀라웠다.
특히 온천에 섞여 있는 이무기의 피는 체질 개선에 큰 효과가 있었다.
주변 십여 그루에 있는 영약들이 귀한 이유는 마력을 크게 향상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온천은 바로 체질을 개선해 준다.
이곳에 있는 영약을 모두 합쳐도 이 온천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생명의 온천은 마력 강도를 향상시켜 주는 효능도 있다.
공서련의 실력은 원래 4성 정점에 달했다.
그런데 생명의 온천에서 이무기의 피가 섞여 있는 온천수가 체내로 스며들면서 경맥을 관통시켰고, 온몸의 근골이 강건해지면서 5성의 경지로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몸을 담갔을 뿐인데, 또 경지 하나를 뛰어넘었어! 꿈을 꾸는 것 같아!’
공서련은 감격했다.
바로 이때 물속에서 차가운 무언가가 자신의 허벅지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는 고개를 숙여 물속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살려줘! 괴물이야!”
비명을 들은 천제현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음암산 동굴 안은 빛이 많지 않아 밝지 않았다.
절세미녀가 물속에서 일어나자 눈부시게 희고 매끄러운 피부와 가냘픈 어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아래 한 팔과 짙은 수증기로 가려진 두 마리의 토끼가 있었다.
“…….”
“…….”
두 사람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아!”
“꺄아아악!!! 나가!!!”
서련은 부끄러움에 소리를 질렀다.
***
십 분 후.
천제현이 붉은 뱀 한 마리를 들고 걸어 나왔다.
뱀은 굵기는 두 손가락 정도이고, 길이는 2미터가 되지 않았다.
뱀의 머리는 으깨져 있었다.
공서련이 온천 속에서 봤던 것은 바로 이 붉은 새끼 이무기였다.
“내가 해치웠어!”
“왜 죽인 거야!”
온천욕을 갓 끝마치고 옷을 입은 터라 공서련의 피부는 더 하얗고 매끄러웠으며 볼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그녀가 눈을 번득이며 소리쳤다.
“이렇게 좋은 마수의 새끼를 죽이다니. 키우면 적어도 연체9성은 될 텐데. 너무 아까워.”
천제현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혈문이무기가 아니라 진짜 용이었더라도 서련 아가씨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봤으면 머리를 박살 냈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저놈은 태어나서부터 계속 온천 속에 있었던 것 같은데요. 끓여먹으면 분명 몸에 좋을 거예요!”
공서련이 천제현을 노려봤다.
“그럼, 넌 내 몸을 보고선 왜 자신의 머리를 박살 내지 않는 거니!”
“그게 같아요? 나는 아가씨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황급히 달려왔다고요. 저의 이 숭고한 마음에 하늘도 감동했을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전 이렇게 클 때까지 여자가 목욕하는 것은 본 적이 없어요. 오늘이 처음이라고요. 아가씨 때문에 제 깨끗한 명성에 금이 가게 생겼는데, 보상은 안 해줄망정 뭐가 어째요!”
공서련의 두 눈에 가득 찬 노기가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
“뭐, 오히려 네가 손해를 봤다고?”
“괜찮아요. 그 정도 손해쯤이야. 이미 습관이 돼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천제현은 광분한 공서련을 바라보며 황급히 말했다.
“진정해요. 수증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봤어요. 끝내주는 무언가를 봤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야! 거짓말 치지 마! 그럼 얼굴은 왜 빨개지는데!”
공서련은 분노한 어린 야수처럼 천제현에게 달려들어 그의 얼굴을 몇 차례 할퀴었다.
천제현은 계속 용서를 구하자 공서련은 손을 멈추었다.
공서련이 흉악한 얼굴로 위협하며 말했다.
“방금 있었던 일은 하늘과 땅, 그리고 너와 나만이 아는 일이야. 만약 이 일을 발설한다면 내 너와 사생결단을 벌일 거야!”
천제현이 화끈거리는 얼굴을 어루만지면 한숨을 쉬었다.
“아, 이 아름다운 얼굴에 상처가 나다니…….”
공서련이 키득거리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녀가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며 말했다.
“흥, 내 무서움을 알았으면 됐어. 감히 다음에 또 잘난 체하면 재미없을 줄 알아. 자, 어서 영약을 따서 집으로 돌아가자. 벌서 반나절이 지났어. 언니가 걱정할 거야!”
천제현은 얌전히 영약을 따러 갔다.
앞장서 성큼성큼 나아가는 천제현의 뒤를 보며, 슬그머니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려나?’
어쨌거나.
이번에 연이어 고초를 겪었지만 수확도 컸다.
이 약들은 적어도 금화 만 냥은 넘는다.
흑풍랑과 붉은 이무기의 시체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마을에 가져가면 적어도 금화 수십만 냥은 할 텐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공서련은 성으로 향했다.
천남성.
공씨 가문의 대문 앞에 낯선 마수차가 여러 대 세워져 있었다.
그중 가장 호화로운 마수차에는 용과 매가 그려진 깃발이 꽂혀 있었다.
공서련이 한참 동안 그 깃발을 바라봤다.
“이건 중주학당의 상징인데!”
천제현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중주학당이 뭐예요?”
“그것도 몰라? 정말 멍청하군!”
공서련은 천제현을 무시할 기회가 생기면 절대 놓치지 않았다.
“중주학당은 중주성에서 제일 큰 학당이야. 고수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고 매우 존경을 받고 있는 곳이야!”
학당과 조합은 비슷한 면이 많다.
국왕의 지지 하에 설립된 반국가 기관으로 국가에서 매년 지원금을 지급해 준다.
물론 국왕이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금을 줄 리가 만무하다.
이들은 모두 각자 지원금에 상응하는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각 조합은 학술 연구 분야에서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약제사 조합은 매년 각종 약 조제법을 연구하고 부적사 조합은 매년 각종 새로운 부적을 발명했다.
각 학당은 훌륭한 인재를 양성을 목표로 한다.
또한 매년 군사, 정치 분야에 많은 인재를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