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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2화 (31/729)

# 32

제32장 위기 뒤에 찾아온 기연

비등한 실력자끼리의 대결에서 조그마한 빈틈은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법이다.

천제현은 바로 빈틈을 만들어 머뭇거리는 쌍익흑풍랑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다.

쌍익흑풍랑이 공격을 감행하면 혈문이무기는 반드시 반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혈전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이 방법에는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

만약 쌍익흑풍랑이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만약 쌍익흑풍랑의 반응이 느리다면, 만약 성질이 난 혈문이무기가 두 사람을 먼저 공격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도박이었다.

하나 천제현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 수를 위해 그는 마지막 힘을 모두 쓰고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아! 천제현!”

공서련이 급히 물속에 들어가 그를 건져 올렸다.

혈문이무기가 대로하여 몸을 높이 쳐들었다.

붉은 빛의 마력을 전부 머리로 모아 천제현을 향해 날리려고 했다.

둘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퍽! 퍽!

푸른빛의 바람이 혈문이무기의 몸을 날카롭게 베고 지나갔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서 큼직한 비늘이 떨어지며 깊은 상처가 생겼다.

으르렁!

쌍익흑풍랑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벼락같은 기세로 돌진해 왔다.

혈문이무기는 분노에 차 울부짖으며 물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뿔에서 서너 갈래의 붉은 벼락이 치면서 공중에 떠 있는 쌍익흑풍랑에게 날아갔다.

쌍익흑풍랑은 벼락을 피하려 했지만 왼쪽 날개에 마지막 일격을 맞고 허공에서 추락했다.

혈문이무기가 세차게 달려들었다.

쌍익흑풍랑도 용감하게 맞섰다.

쾅!

두 마수가 격렬하게 부딪쳤다.

마수들이 지나간 자리는 초목이 뒤집어지고 초토화되었다.

거친 기세에 공서련의 간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공서련은 기회를 틈타 천제현을 뭍으로 건져 올리고 이끼가 가득한 커다란 바위 뒤에 숨었다.

황급히 그의 가슴을 눌러 물을 토하게 했다.

“괜찮아?”

천제현이 창백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마력을 무리하게 쓴 부작용일 뿐이에요. 별거 아닙니다.”

“너 정말 기지 만점이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싸움을 붙이다니! 둘의 실력이 비슷한 것 같아. 분명 둘 다 큰 부상을 입을 거야. 그럼 우리는 목숨을 건질 수 있어!”

흠뻑 젖은 공서련의 얇은 비단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풍만한 가슴과 한줌이 안 되는 허리, 둥글고 바싹 올라붙은 둔부가 전부 드러났다.

천제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 간단하지 않아요.”

마수는 냉혹한 숲에서 생존한다.

결코 기분 내키는 대로 구는 어리석은 짐승이 아니다.

생존이 무조건 첫 번째 목표다.

진화나 번식은 모두 그다음이다.

두 마리 다 큰 부상을 입는 결말이 일어날 리 없다.

이런 지경에 처할 것 같으면 다소 약세인 한쪽이 도망쳐서 중상이나 죽을 위기를 피할 것이 분명했다.

천제현이 고개를 들었다.

공서련의 가슴 사이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강렬한 자극이었다.

천제현은 잊지 않고 농을 던졌다.

“기억하세요. 이번에 제가 포기하지 않아서 목숨을 건지신 겁니다! 이번에 운이 좋아 살아서 돌아가면, 별로 바라는 건 없고 금화나 많이 주세요. 몸으로 감사 표시를 하신다면 그것도 고려해 볼게요.”

“야!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음탕한 소리야!”

공서련이 천제현을 둘러업었다.

“이제 어떻게 해? 승부가 아직 나지 않은 틈을 타 도망치자.”

“안 돼요!”

초천이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부족해요. 멀리 못 갈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 정말 여기에서 죽는 거야?”

천제현이 손가락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 숲으로 가야 해요. 일단 아무것도 묻지 말고 빨리요.”

공서련이 천제현을 업은 채 빠르게 숲으로 들어갔다.

혈문이무기의 동굴 맞은편 방향이었다.

이때 두 마수는 전방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마비부를 갖고 계세요.”

천제현이 부적 한 장을 공서련의 손에 쥐어주었다.

“쌍익흑풍랑이 도망치려고 하면 바로 부적을 발동시켜 놈을 마비시키세요.”

“쌍익흑풍랑이 정말 도망칠까?”

“분명히 도망칠 거예요. 여긴 혈문이무기의 영역이에요. 혈문이무기는 물러설 곳이 없으니 죽기 살기로 싸울 겁니다. 전투가 교착상태에 빠지면 쌍익흑풍랑 사력을 다하지 않고 도망칠 거예요. 두 쪽이 다 중상을 입는 게 우리가 원하는 결과이니 절대 한 놈도 살아서 도망치게 둬선 안 돼요.”

‘정말일까? 천제현, 넌 미래를 내다보기라도 하는 거야?’

공서련이 반신반의했다.

바로 그때 쌍익흑풍랑이 혈전을 벌이다 도망치려고 했다.

혈문이무기에게 연달아 바람 공격을 날리고 고개를 돌려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지금이에요! 빨리!”

주문이 발동되며 부적이 타올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회색 빛줄기가 빠르게 뿜어져 나갔다.

반응 속도가 빠른 쌍익흑풍랑이 잽싸게 피하려 했지만 뒷다리를 명중당했다.

쌍익흑풍랑의 다리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어느새 혈문이무기가 쌍익흑풍랑의 바로 뒤로 쫓아왔다.

스르륵!

이무기의 긴 몸이 거대한 늑대를 휘감았다.

쌍익흑풍랑도 지지 않고 이빨로 물어뜯어 갔다.

두 마수가 한데 엉겨 붙어 혈전을 재개했으나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숨으세요!”

두 사람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두 마수가 분노하여 지르는 포효소리가 끊임없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움직이는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전투가 끝났을까?’

공서련이 몹시 긴장한 채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낭자한 선혈과 찢겨진 비늘을 보니 전투가 얼마나 참혹했을지 눈에 훤했다.

두 마수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혈문이무기는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쌍익흑풍랑의 몸을 꽉 감고 있었다.

쌍익흑풍랑은 내장이 튀어날 정도로 혈문이무기를 사정없이 물어뜯어 놨다.

두 마수는 그 상태로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공서련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졌다.

‘이럴 수가! 같이 죽은 거야?’

몇 분이 지나도 두 마수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같이 죽었어!”

공서련이 천제현의 팔을 잡으며 외쳤다.

“와! 저 두 마수 모두 죽었어. 우리는 이제 살았어!”

천제현이 너무나 달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침착할 수가 있지!’

매 순간순간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천제현은 시종일관 냉정을 유지하며 모든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했다.

그리고 결국 위기의 틈새에서 실낱같은 기회를 찾아냈다.

‘천제현이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공서련이 서둘러 말했다.

“어서 여길 떠나자!”

천제현이 스스럼없이 공서련의 머리에 꿀밤을 날렸다.

“바보! 이렇게 가면 저한테 미안하지 않겠어요? 이 재료들을 가져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단은 꺼내가야죠!”

“맞다. 너무 기뻐서 까먹을 뻔했어.”

내단은 마수가 지닌 힘의 근원으로 아주 귀한 약재다.

이 두 마리 마수의 내단은 얼마나 귀중하겠는가.

공서련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내단 두 알의 표면은 복잡한 무늬로 가득했다. 그 무늬에서는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중 혈문이무기 내단의 기운이 더 크고 순수했다.

공서련이 혈문이무기 내단을 살피고 있을 때 내단에서 갑자기 이무기의 울음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마수혼이다!’

마수혼은 매우 귀중한 물건이다.

이런 물건은 2급 이상 마수의 내단에서만 응집시킬 수 있다.

마수가 죽은 후 아무리 길어도 1주일 내로 마수혼이 사라지고 평범한 내단이 된다.

마수혼이 들어있는 내단은 보존이 쉽지 않아 시가가 말도 안 되게 비쌌다.

천제현이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마수혼을 특별히 쓸 곳이 있었다.

“저는 지금 움직일 수 없어요. 저 동굴로 절 부축해 주세요. 저기서 좀 쉬죠.”

천제현은 정말 염치가 뭔지 몰랐다.

그가 자진하여 공서련의 어깨를 감싸고 몸을 기대었다.

‘이 엉큼한 놈!’

공서련이 작은 얼굴을 붉히며 속으로 불평했다.

‘몸이 성치 않으니 이번에는 봐주지.’

그녀가 천제현을 부축하여 동굴로 걸어갔다.

***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동굴 안에는 유골과 파손된 무기, 갑옷들로 가득했다.

이때 기이한 샘이 눈에 들어왔다.

샘 주변의 돌들은 전부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샘물도 피처럼 붉었다.

은은하게 솟는 샘이 뿜는 상쾌한 기운은 동굴 공기를 맑게 했다.

백 년 혈영지, 용문삼, 자정순 등 십 여 가지 진귀한 약재들이 샘 주변에 가득했다.

공서련이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세상에! 진귀한 약재들이 정말 많다!”

공서련은 약재를 한두 가지 정도 알아봤다.

모두 값을 매길 수도 없이 귀한 약재로, 천남성 약재시장을 이 잡듯이 뒤져도 만나기 힘든 보물들이었다.

약재의 색으로 보아하니 최소 2~300년은 묵어 약효가 극히 뛰어난 것들이었다.

모두 최소 수 년 동안 쌓아야 할 마력을 단번에 끌어올려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고진감래라더니! 대박이다!’

공서련이 천제현을 꽉 붙잡고 몹시 흥분해 외쳤다.

“봤어? 봤냐고? 여기에는 보물들이 가득해!”

천제현은 약재들을 본체만체했다.

그는 한 걸음씩 샘 곁으로 다가갔다.

“정말 횡재했군!”

천제현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이건 생명의 샘이야!”

숲, 초원, 생명이 왕성한 땅.

적게는 수 십리, 많게는 수 천리에 걸쳐 이곳에서 자라나고 있는 생명체들이 특별한 계기를 통해 신성한 샘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온천이다.

생명의 온천은 자연이 내린 선물이자 천연 요양소이다.

그 어떤 것도 필요없다.

그저 온천에 몸을 담그기만 하면 상처가 저절로 치료되고 해독되며 피로가 풀린다.

마수들은 생명의 온천을 점령한 후, 상처를 입을 때마다 바로 온천으로 달려와 몸을 담갔다.

그리고는 아주 빠르게 회복했다.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온천에 몸을 담그면 체질이 강화되고 마력이 크게 증진된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온천의 영험함이다.

인류가 생명의 온천을 장악한 후에 온천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회복약은 그 효과가 매우 컸다.

천제현에게는 생명의 온천의 에너지가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천남성과 같은 곳에서 생명의 온천은 각 세력들이 사활을 걸고 차지하려 하는 귀중한 자원이다.

“물 색깔이 왜 이렇게 빨갛지? 소름 돋는군!”

공서련은 십여 그루의 약재에 정신이 팔려서 괴이한 샘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혈문이무기가 수십 년 동안 동굴을 지키면서 상처를 입을 때마다 온천물로 상처를 치료했어요. 탈피를 할 때면 항상 온천 한가운데에서 했는데, 그러면서 온천에 혈문이무기의 정화된 피가 섞인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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