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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0화 (29/729)

# 30

제30장 넌 이미 죽어있다

‘이건 꽤 위험한 상황인걸.’

천남성 밖은 안전한 지역과 위험한 지역으로 확실히 구분된다.

마수는 영토에 대한 집념이 매우 강하다.

함부로 영역에 침범하여 강력한 마수라도 마주치면 끔찍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반응이 제법 민첩하군.”

음침하고 흉악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싸늘하게 말했다.

“쫓아라! 놈을 생포해! 놈에게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보여줄 것이다!”

검은 옷의 자객들이 활을 버리고 허리춤에서 무기를 뽑아 들더니 시위에서 벗어난 화살처럼 둘을 추격했다.

공서련은 자객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이를 악물며 천제현에게 말했다.

“내가 놈들을 막을게! 어서 도망쳐!”

‘연체 4성의 실력밖에 안되면서 말도 안 되는 농담하지 마. 저들은 네 상대가 아니라고!’

천제현이 감동을 받았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마세요!”

“내가 뭘!”

공서련이 품에서 투명에 가까운 분홍색 단약 몇 알을 꺼낸 후 작은 얼굴에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단약을 먹으면 놈들을 잠시 동안 막을 수 있을 거야!”

“적련단? 어떻게 이걸 가지고 계시죠?”

“이 단약은 내게 아주 특별한 물건이라서 계속 가지고 다녔어!”

천제현이 몹시 감격스러웠다.

‘그렇지! 하늘 아래 죽으란 법은 없는 건가!’

그는 하마터면 공서련을 껴안고 입을 맞출 뻔했다.

“작은아가씨, 아가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약을 주세요!”

천제현이 적련단을 낚아채 삼켰다.

타는 듯이 뜨거운 기운이 단전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며 순식간에 온몸의 경맥을 감쌌다.

미세하게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알 수 없는 강력한 자극이 느껴졌다.

잠깐의 고통이 온몸을 휩쓸고 사라졌다.

곧이어 마력 발동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마력이 몇 배나 증폭됐다.

“적련단 약효가 완전히 발휘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

천제현이 공서련을 껴안고 두 발을 가볍게 굴렀다.

강력한 마력이 방출되면서 별 힘도 들이지 않고 단숨에 수 장(丈) 높이까지 뛰어올랐다.

몸이 마치 물 찬 제비처럼 가벼웠다.

“연영보(燕影步)!”

이 무공은 별로 대단하지 않지만 지금의 마력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 무공은 속도를 대폭 증가시키는 보법이었다.

천제현은 입미의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숲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음침하고 흉악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어서 속도를 높여라. 어떤 대가를 치러도 좋다. 놈들을 잡아!”

천제현의 품에 안긴 공서련은 적련단의 약효 때문인지 그의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경맥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녀는 걱정을 금할 수 없었다.

이렇게 무리하게 마력을 끌어올리는 단약이라면 분명 엄청난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천제현을 꽉 껴안고 그에게 도움이 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왔다!’

천제현은 눈을 부릅떴다.

적련단의 약효가 완전히 돌기 시작한 것이다.

천제현의 마력은 연체 3성에서 순식간에 연체 5성으로 몇 배나 증폭되었다.

약효의 최대치였다.

적련단의 약효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약효가 다 되면 강력한 부작용이 찾아와 극심한 피로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안 돼. 부족해. 이 정도 속도로는 놈들을 따돌릴 수 없어!’

천제현의 얼굴이 결연하게 굳어졌다.

“작은아가씨, 놈들은 절 노리고 온 겁니다. 저 때문에 아가씨까지 위험해졌네요.”

공서련이 천제현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옆모습을 바라봤다.

천제현의 품에 바싹 안기니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그녀는 꿈을 꾸는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공서련이 씩씩한 얼굴로 말했다.

“안 무서워!”

“작은아가씨…….”

“그렇게 부르지 마! 너무 서먹한 사이 같잖아.”

공서련이 두 눈을 반짝거리며 복잡한 기색을 보였다.

“지금 상황에 좀 뜬금없을지 모르겠지만 날 서련이라고 부를래?”

“좋아요!”

천제현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떤 대가를 치러도 상관없다! 적어도 품에 안긴 이 아이만은 무사하게 지켜야지!’

천제현의 기운이 점점 더 강해졌다.

“서련아, 놈들과 한판 붙어야겠어!”

공서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봐.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천제현이 높이 뛰어올랐다.

“연영보 연회소!”

천제현이 커다란 나무를 발로 디딘 후 관성이 거의 없는 듯 맹렬히 반대 방향으로 돌진했다.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은 전속력으로 둘을 거의 따라잡은 상황이라 천제현이 방향을 틀어 공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으악!”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렸다.

천제현이 공중에서 세차게 날린 발차기에 연체 6성의 자객 하나가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자객들이 몹시 놀랐다.

누구도 천제현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지녔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흉악한 얼굴의 중년 사내를 본 공서련이 단박에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이를 갈며 외쳤다.

“한숭, 당신이었군!”

그렇다.

중년 사내는 한숭이었다.

흑수상회가 멸망한 후 한숭은 비밀통로로 빠져나갔다.

며칠 동안 거금으로 자객들을 매수하여 비밀리에 매복시키고 때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한숭의 음험하고 흉포한 눈에는 사악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저놈은 내 몫이고 여자아이는 자네들 차지네. 한 가지만 부탁하지. 아주 제대로 유린하며 고통스럽게 죽여주게!”

검은 옷의 자객들이 음란한 표정으로 간사하게 웃었다.

“걱정 마십시오. 그런 일이라면 도가 텄습니다.”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이를 본 공서련의 작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마음이 준비를 마쳤다.

스스로 목숨을 버릴지언정 놈들의 포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검은 옷의 자객들은 모두 연체 6성이었다.

게다가 한숭은 연체 7성이다.

‘저들은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자객이야! 아무리 천제현이라도 이기기 힘들어.’

공서련은 입술을 깨물었다.

‘게다가 적련단으로 마력을 증폭시켰어도 천제현의 마력은 연체 5성 정도야. 하지만 저들은 연체 6성이라고!’

***

한숭은 복수의 쾌감에 취해 있었다.

“하하하, 이렇게 빨리 내 손아귀에 들어오다니. 단약으로 마력을 올리면 우리의 상대가 될 거라 생각했느냐? 오늘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내 분을 풀어야겠다!”

천제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약효가 매우 짧아서 일분일초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가 두 발로 힘차게 도약하여 유성처럼 선제공격을 날렸다.

“영감탱이, 실력 좀 보여주시지!”

‘이놈이 미쳤나? 죽음을 자초하다니!’

“모두 비키게! 내가 직접 상대하지!”

한숭은 반평생 동안 수련에 매진해왔다.

나름대로 천남성에서 고수인 그가 풋내기로 보이는 천제현을 두려워할 리 없었다.

한숭이 복수심에 불타 소리를 지르며 거칠게 돌진했다.

오른쪽 주먹에 거센 마력을 응집시켰다.

팔 전체에서 옅은 금속과 같은 빛을 뿜어져 나왔다.

그는 섬뜩하게 웃으며 천제현에게 달려들었다.

강력한 극양의 무공 중 하나인 금강권이었다.

한숭은 천제현이 산산조각 날 것이라 생각했다.

“죽어라!”

천제현은 이미 입미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만물의 움직임이 급격히 느려지며 한숭의 주먹에 힘이 모이는 전 과정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졌다.

현재 몸과 마력의 강도로 볼 때 정면으로 맞으면 십중팔구 죽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천제현은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금강권은 팔이 무쇠처럼 변하여 힘이 엄청나게 세지는 무공이지만 분명한 약점이 있다.

“너무 늦어!”

천제현이 온몸에서 마력을 뿜어내자 강한 기류가 그를 둘러쌌다.

마력의 힘에 의해 순식간에 속도가 증가한 데다 입미로 인한 정확한 판단력까지 더해져 천제현은 한숭의 맹렬한 공격을 손쉽게 피했다.

‘말도 안 돼! 이 공격을 피하다니!’

한숭이 황급히 주먹을 거두려 했다.

하지만 천제현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팔에 마력을 응집시켜 불화살처럼 한숭의 가슴에 내리꽂았다!

-충소권(衝?拳)!

한숭의 옷이 순식간에 찢어지며 분출된 권압에 의해 공중에 떴다가 세차게 나무 위로 처박혔다.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아름드리나무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저 꼬마가 한숭을 이기다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단약에 의존하여 경지를 높여도 그 경지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설령 본래 경지가 연체 5성이라도 한숭을 정면승부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지가 두 단계나 차이나기 때문이다.

‘괴물이다!’

‘오늘 놈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다음은 없다!’

한숭이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음산하게 웃기 시작했다.

“권법도 훌륭하고 속도도 빠르군. 그러나 힘이 너무 약해……. 날 이길 수는 없다!”

무술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마력이 부족했다.

천제현이 강렬한 공격을 날렸지만 결국 연체 7성의 방어 마력을 뚫지는 못했다.

한숭은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었지만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숭이 차갑게 말했다.

“공씨 가문을 위해 나서지만 않았어도 장래가 유망했을 텐데. 허나 아들을 죽이고 가문을 망하게 한 네놈과 같은 하늘 밑에 살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널 괴롭혀 주겠다. 넌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말이 너무 많아.”

천제현이 코웃음을 치며 냉혹하게 말했다.

“사실, 넌 이미 죽어 있다.”

‘이미 죽어 있다고? 저놈이 미친 건가! 허튼소리를 지껄이는군!’

바로 그때.

한숭은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언제부터였는지 가슴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

부적에 그려진 마력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부적의 힘이 이미 발동하기 시작했다는 표시였다.

주문이 붉은색인 걸 보니 화염 속성의 부적 같았다.

‘언제 이걸 붙였지? 큰일이다!’

한숭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부적을 떼어내기에는 너무 늦었다.

천제현이 이미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펑.”

퍼어어엉-!

화르르르르륵!

한숭의 가슴에서 죽음을 알리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 돼!”

부적이 폭발하며 거센 화염이 이글이글 솟구치며 한숭은 종이처럼 타들어갔다.

충소권은 속임수였다.

진짜 공격은 바로 이 부적이었던 것이다.

대륙에는 여러 직업이 있다.

부적사와 제약사, 제기사 등 모두 일파를 이루고 있었다.

이 직업들 대부분은 전투보다는 기술직에 가까운 편이다.

단지 부적사만이 전투에 어울리는 직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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