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
제29장 위기
“미쳤어? 넌 연체 3성밖에 안 되잖아!”
실제로 천제현은 연체 3성이고, 양한은 연체 6성이다.
이건 작은 차이가 아니다.
천제현이 입미의 능력을 지녔다 해도 양한을 이기기 힘들 것이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마력 간의 격차가 커진다.
3성의 차이를 넘어 적을 격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직 열흘이 넘는 시간이 있지 않나요? 뭘 조급해하세요?”
천제현이 천천히 손을 내저었다.
“저 자식한테 빨리 꺼지라고 하세요. 계속 보니 구역질이 날 것 같아요.”
“말 안 들려? 꺼지라고!”
남궁혜가 양한을 노려보며 사납게 말했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볼 때마다 따귀 한 대씩 때려줄 테니까!”
양한은 원한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돼지처럼 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 쥐고 외쳤다.
“오늘 당한 굴욕을 백배로 갚아주마! 가자!”
난폭한 용병들이 남궁혜의 힘에 눌려 모두 겁을 먹고 자리를 떴다.
양한은 울화가 치밀었다.
중주성에서 날고 기는 놈들에게 치였던 것은 그렇다 쳐도 천남성으로 돌아와서도 굴욕을 당하다니.
‘천제현! 두고 보자! 축제에서 네놈의 뼈를 하나씩 부러뜨려 분을 풀어야겠다!’
공서련의 깜찍한 얼굴이 온통 빨개졌다.
사람들 앞이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기쁨에 펄쩍 뛰었을 것이다.
‘정말 속 시원해! 언니는 너무 몸을 사려! 철천지원수한테 왜 그렇게 저자세야! 천제현은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아. 제대로 분을 풀어줬어!’
공화련은 동생처럼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눈썹을 지긋이 찡그리며 근심에 빠졌다.
새로운 상회를 설립하는 지금 또 양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그러나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어쩔 방도가 없었다.
‘천제현이 축제에 나간다니……. 죽고 싶은 건가?’
공화련이 급히 주의를 환기시켰다.
“천남 축제는 일 년에 한 번 열려. 축제에는 천재대전이라는 아주 중요한 시합이 있어. 젊은 천재들이 경기장에서 무예를 겨루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행사라 결코 만만치가 않아. 남궁 아가씨는 바로 전전 시합의 우승자시니 더 잘 아실 거야.”
남궁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여 설명했다.
“모든 사람은 천재대전에 단 한 번만 참가할 수 있어. 참가자 나이는 스물 살 미만이어야 해. 대전 결과는 자원 배분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문에서 불을 켜고 덤벼들지.”
남궁혜는 기억을 떠올리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공개 경기장에서 시합이 이루어지니까 널 도울 수 없어. 양한은 지지난번에는 날 피하려고 참가하지 않았어. 지난번에는 중주성에 가느라 참가하지 못했고, 그러니 이번에 반드시 우승을 노릴 거야.”
공서련은 이 말에 걱정이 앞섰다.
‘이걸 어쩌면 좋아?’
예전에 언니와 함께 천재대전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매년 시합이 매우 격렬하게 진행되어 사망자가 나왔다. 천제현은 마력이 높지 않으니 위험할 수도 있다.
공서련이 천제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제현, 이런 진흙탕 싸움에 끼지 마!”
남궁혜가 말을 받았다.
“맞아. 제대로 얻어터질 거야!”
천제현이 버럭 화를 냈다!
“저를 그렇게 못 믿으세요? 제가 얻어터질 거라 생각하시는 거예요?”
무언의 긍정이 맴돌았다.
‘좋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무시는 처음이다. 처음에는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 이렇게 되었으니 반드시 참가해야겠어!’
천제현이 결심을 굳히자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됐어. 가서 직접 겪어보라고 해. 천제현의 실력이면 예선에서 떨어질 테니 양한과 붙을 일은 없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하지만 천제현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천제현은 요 며칠 약재와 마수고기를 엄청나게 먹으며 강도 높은 연습을 시작했다.
마력이 점점 상승해 연체 3성 정점에 가까워졌다.
적당한 계기만 있으면 바로 연체 4성에 이를 수 있었다.
연체 4성이면 양한과 충분히 겨뤄 볼 만하다.
거기서 조금만 더 높아져 4성 정점에 이르면 양한을 이길 수도 있다.
시간은 충분했다.
그리고 때마침 기적상회 설립 허가도 떨어졌다.
상회는 현재 간판밖에 없는 빈껍데기 상황이었다.
상품도, 업무도 없이 바짝 엎드리고 있어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자원이 부족한 소국의 작은 성에서 탄생한 상회가 전 대륙에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일으킬 것이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
“유리를 만드는 작은 공장을 두 곳 인수하여 마력등 제작 준비에 들어갔어요.”
천제현 등은 모여 현재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다.
공화련이 상회 준비의 건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고를 하며 품에서 유리구슬 두 개를 꺼냈다.
“이게 견본이니 한 번 보세요.”
유리구슬 안에는 꽃봉오리 같은 얇은 금속판이 몇 장 있었다.
이 금속판이 마력진을 새길 동판이었다.
그들은 유리구슬을 서로 돌려보며 흡족해했다.
천제현의 처소에 있는 것보다 모양새가 훨씬 나았다.
‘흠, 전반적으로 마감 처리가 조금 조잡한 감이 있군.’
천제현은 유리구슬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여기 생산 수준과 기술에는 한계가 있어서 호화로운 마력등을 만들기가 어려우니 어쩔 수 없나.’
그런 한편, 공화련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천남성 중심에 있는 고급 음식점을 인수하여 마력 음식점을 열 생각인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사람이 너무 부족해요!”
마력등은 거의 수공업으로 제작한다. 천제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천제현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쉽게 처리할 수 있어요. 은밀히 생산 공장 하나를 매입해 주세요. 또, 부적학과 진법학을 익힌 믿을 만한 기술자를 모아주세요. 제가 제작 기술을 전수할게요.”
공화련이 깜짝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기술을 그렇게 대놓고 전수해도 돼?”
“저 혼자 전 생산 과정을 모두 책임지라는 건 아니시죠?”
천제현이 과하게 입을 떡 벌렸다.
“그럼 저 과로로 죽어요! 제가 죽으면 얼마나 많은 미소녀들이 슬퍼하겠어요? 또 얼마나 많은 백성이 힘들게 살겠어요? 이 세상에 너무 큰 손해를 입히는 거예요. 큰아가씨께서 그걸 감당이나 하실 수 있겠어요?”
공화련이 얼굴을 붉혔다.
“어우, 꼴사나워! 완전 재수없어!”
마력등은 혁신적인 제품이다.
대륙의 생물등이나 수정등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양초나 기름등은 불편했다.
다른 조명은 보급이 안 되거나 너무 번거로워 인기가 없었다.
마력등은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물건으로 분명 파란을 일으킬 것이다.
분명 기적상회에 막대한 돈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기술이다.
그런데 눈도 깜빡하지 않고 이 기술을 내놓다니.
‘그렇게 자신이 있는 건가?’
공화련은 감동했다.
그러나 공화련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천제현이 눈도 깜빡하지 않고 기술을 내놓은 건 이 기술을 전혀 대수롭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마력등은 상회의 첫 번째 주력 상품으로 빨리 출시할수록 좋았다.
남운상회에 새로 지은 제약 공장이 있었다.
이 공장은 안전과 보안 문제를 고려하여 교외에 지어졌다.
매우 안전하고 치밀하게 물건과 자재를 모두 비밀통로로 운반하여 제품이 쉽게 노출되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에 가동이 중단된 바로 이 공장을 마력등을 생산하는 비밀기지로 만들었다.
공화련이 믿을 만한 사람 10여 명을 엄선하고 남궁혜는 가문의 호위병 20명을 차출했다.
이 사람들은 중주성 사람도 아닌 데다 남궁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다.
안전과 보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시작이었다.
***
다음 날.
천제현이 직접 공장을 돌아보았다.
생산기지는 교외에 있고 그 주변을 고용한 용병이 지키고 있었다.
내부에서 일하는 수십 명은 모두 남운상회 측근으로 매우 안전했다.
천제현이 마력등 마력진 설계도를 건넸다.
이렇게 기적상회의 첫 번째 생산팀이 탄생했다.
일을 마치자 천제현은 곧바로 공서련과 함께 마수차를 타고 성으로 돌아왔다.
공서련은 덜컹거리는 마수차에 앉아 한껏 들떠 있었다.
“기적상회가 정식으로 설립된 첫날이야. 천남성이 완전히 뒤집힐 거야. 정말 기대된다!”
천제현이 대꾸를 하려고 했다.
그때였다.
‘뭐지?’
순간 천제현의 뇌리로 위기감이 스쳐 지나갔다.
시간을 역행해 이 세계에서 다시 태어난 그때부터 있던 감각이다.
이 미지의 직감은 위기의 순간마다 천제현을 여러 위기에서 구해왔었다.
그게 지금 발현된 것이다.
그렇기에 천제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반사적으로 바로 반응했다.
그는 공서련을 와락 껴안았다.
둘은 몸을 아주 가깝게 밀착하며 마수차 바닥에 엎드렸다.
공서련의 매혹적인 몸은 마치 부드럽고 탄력 넘치는 목화솜 같았다.
공서련은 천제현의 행동에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오르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천제현…… 설마 날 덮치려는 건 아니겠지!”
퍽퍽퍽!
공서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살 서너 대가 마수차를 뚫고 들어왔다.
공서련은 돌아가는 상황을 바로 알아챘다. 그녀의 작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누가 우리를 암살하려고 해!”
‘누구일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퍽퍽!
화살 몇 대가 더 날아왔다.
화살에는 강한 마력이 실려 있었다.
화살은 종이를 뚫듯 마수차를 뚫고 내부로 들어왔다.
천제현이 공서련의 입을 틀어막고 화살이 날아온 방향과 밀집 정도를 보며 판단을 내렸다.
‘북동쪽! 최소 일곱 명이다!’
천제현이 공서련을 껴안고 마수차의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공서련이 돌아보니 마부들은 몇은 실종되거나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마수들도 놀라서 커다란 나무를 들이받았고 차는 완전히 뒤집어진 상황.
숲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십여 명의 사람들이 뛰어올랐다.
예상보다 많은 숫자였다.
천제현이 공서련을 세차게 떠밀며 외쳤다.
“앞에 있는 숲으로 어서 피하세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바람 같이 빠르게 쫓아왔다.
대부분 연체 6성이 실력으로, 현재 천남성에서 고수에 속하는 수준이었다.
‘분명히 훈련을 받은 자객이다.’
이곳에서 천남성까지는 고작 오 리 남짓.
매일 마수를 퇴치하고자 군대에서 순찰을 도는 곳으로 근처에는 천남성의 여러 상회에서 세운 자재공장과 벌목장, 채석장, 농장 등이 있었다.
비록 변두리지만 안전한 곳이다.
천제현은 요 며칠 성안에만 있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위험하기 짝이 없는 매복에 걸리다니.
천제현은 어쩔 수 없이 공서련을 데리고 숲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