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제27장 기적상회의 탄생
남궁혜가 한창 감탄하고 있을 때 천제현이 식자재 한 무더기를 들고 들어왔다.
화염돼지고기, 팔각악어고기, 백년흑옥연뿌리, 적운후추, 삼양과, 백삼 등등이었다.
천제현이 가져온 식자재 절반은 마수고기이고 절반은 귀한 약재였다.
공서련이 벌떡 일어나 입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말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등심구이는? 이게 다 너저분하게 뭐야!”
“등심구이라뇨? 품위 없게!”
천제현이 마력진이 그려진 냄비를 들었다.
“잘 보세요. 여러분은 오늘 정말 운이 좋아요. 제가 직접 여러분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 드리죠.”
‘뭐라고? 요리까지 할 수 있다니!’
공화련과 남궁혜는 또다시 놀라고 있는 사이에 천제현은 기름을 붓고 냄비를 가열했다.
기름도 마수고기에서 짜낸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짙은 향이 번져 나왔다.
돼지고기를 잘라 넣고 마력진으로 마수고기에 뭉친 힘을 분산시켜 부드러워진 고기를 빠르게 볶기 시작했다.
거기에 적운후추와 각종 양념을 첨가는 기본.
침을 고이게 만드는 냄새가 풍기는 매운 고기볶음 요리가 순식간에 완성됐다.
약 20분 후.
고기고추볶음과 연근볶음, 악어고기볶음 등 색과 맛을 겸비한 다양한 볶음요리가 차려졌다.
요리 이름만 얼핏 들으면 평범한 요리 같지만 실제로는 마수고기와 귀한 약재를 사용한 요리였다.
무엇보다 대륙에는 이런 마수를 활용한 요리법은 극히 드물다.
천제현이 약재 한 무더기와 은린어 한 마리를 들고 말했다.
“제가 은린어탕을 만들어 드릴게요. 먼저 드시고 계세요. 사양 말고 많이 드세요!”
“제가 먼저 맛을 볼게요!”
하압-
공서련이 재빠르게 젓가락을 들고 화염돼지고기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두 볼을 실룩거리며 먹는 모습이 매우 귀여웠다.
힘을 주어 몇 차례 씹은 후 잠시 멍하니 있다 계속 고기를 씹었다.
씹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요리를 먹는 공서련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눈에서 빛이 반짝이는 것 같았고 온 얼굴이 발개져서 손발을 허둥거렸다.
“후우-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매워! 정말 맛있어요!”
‘과장이 심한 거 아냐?’
공화련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공서련을 쳐다봤다.
“정말 끝내줘요! 언니들, 어서 드셔보세요!”
공화련이 반신반의하며 흑옥연뿌리 한 점을 맛봤다.
흑옥연뿌리는 상당히 귀한 약재로 상처를 치료하는 연고나 물약의 재료였다.
그러나 천제현이 가늘게 다진 고기와 함께 살짝 볶으니 맛이 입에 짝 달라붙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연꽃 향에 하마터면 혀까지 씹어 먹을 뻔했다.
‘믿을 수 없어! 약재를 채소처럼 먹다니?’
남궁혜가 팔각악어 고기볶음을 한 점 맛봤다.
육질이 쫄깃쫄깃한 게 정말 맛있었다.
마수고기 특유의 단단한 성질이 완전히 사라져서 보통 식자재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맛과 육질은 평범한 고기보다 훨씬 좋았고, 영양 면에서도 뛰어났다.
‘정말 믿을 수 없어! 마수고기와 약재를 이렇게 요리하다니.’
이렇게 마수고기와 약재를 사용한 요리는 마력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약처럼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천천히 체질을 강화시키고 개선시켜준다.
대륙에도 마수고기 요리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사실 세도가와 거대 가문에서는 수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매일 제자들에게 약재나 마수고기를 먹게 했다.
다만 마수고기를 요리하는 것이 매우 힘들 뿐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마수고기를 올바르게 요리할 능력이나 설비가 갖춰져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맛은 더욱 보장할 수 없었다.
그저 수련을 위해 억지로 질기고 거친 마수고기를 삼키는 것뿐.
‘틀림없다!’
이렇게 손쉽고 고효율에 빠른 마력 요리법이라면 시장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알겠어! 이제 알겠어!’
공서련이 바쁘게 탕을 끓이고 있는 천제현을 슬쩍 쳐다봤다.
마음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천제현은 겉보기에 방정맞고 건방지지만 사실 무척 세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낸 눈짓을 알아차리지 못한 게 아니었다.
말로 위로하기 보다는 직접 깨달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래, 너 잘났다!
‘작은아가씨가 무척 만족하시는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어!’
천제현이 땀을 뒤집어쓰며 은린어 탕을 끓여왔을 때 식탁이 난장판인데다 접시는 이미 모두 비어 있었다.
아리따운 세 미녀는 막 전투(?)를 끝낸 채 땀을 흘리며 흡족해하고 있었다.
세 명의 가늘고 긴 다리가 마력등 불빛 아래서 더욱 하얗고 부드럽게 보였다.
천제현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전 뭘 먹습니까!”
남궁혜가 이를 쑤시며 여운이 남은 듯 말했다.
“지가 꾸물대놓고 누굴 탓해? 어서 은린어 탕을 가져와. 아직 배불리 못 먹었어!”
“멈추세요! 이건 제 거예요!”
“헛소리하지 마!”
은린어 탕에는 최소 다섯 가지 약재가 들어갔다.
이 약재가 탕의 식감뿐만 아니라 영양을 크게 올려주어 몸을 조절하고 체질을 강화시켜 준다.
천제현은 단약으로 마력을 연체 3성까지 끌어올렸으나 음식을 통해 더 올릴 수 있었다.
약을 사용할 수도 있긴 하나 오랜 시간 단약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기 쉬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좋지 않다.
그러나 음식을 섭취해 마력을 올리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안정적인 방법이다.
효과가 단약에 비해 미미하고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매일 음식을 통해 조금씩 마력을 올릴 수 있으니까.
아리따운 세 명의 미녀는 이미지 따위를 신경 쓰지 않았다.
피로에 쩐 천제현도 안중에 없었다.
은린어 탕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천제현은 국물밖에 맛볼 수 없었다.
남궁혜는 원래 커다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제 그 희망이 더욱 커졌다.
“마력 요리의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해! 화련 언니, 남운상회는 만신창이가 되었으니 계속 운영하기 힘들 거예요. 차라리 정리하고 저희와 함께 창업해요!”
공화련은 정말로 마음이 동했다.
“마력 요리가 좋긴 하지만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잖아. 천제현, 혹시 문제가 있을까?”
공서련은 언니가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곧바로 조바심을 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언니가 묻잖아. 어서 대답해!”
천제현이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다 마신 후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소개를 시작했다.
“마력 요리는 안전하고 편리한 기술입니다. 핵심 기술은 바로 특수한 요리 전문 마력진이죠. 딱히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어요.”
공화련이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정말 문제가 없어?”
“꼭 말을 해야 한다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도구의 재질과 요리사의 마력에 제한이 있어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1급 마력진으로는 1급 식재료만, 2급 마력진으로는 2급 식재료만 요리가 가능해요. 다시 말해서 식재료 등급이 높을수록 마력진과 요리사의 마력이 높아야만 해요.”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흑철 냄비는 최대 1급 진법을 감당할 수 있어요. 2급 요리에 필요한 마력진은 힘이 너무 세서 흑철 냄비로는 감당이 안 돼요. 현철로 만든 냄비가 필요하죠. 현철은 흑철보다 수십 배 비싸요.”
‘그게 뭐가 문제야!’
급이 높은 마력진에는 당연히 급이 높은 도구와 마력 증폭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2급 마수고기를 요리하려면 우선 현철이나 다른 고급 금속을 찾아 마력 냄비를 제조해야 한다.
또한 혼성 경지에 다다른 요리사가 친히 요리를 해야 2급 마력진을 발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혼성 경지에 오른 강자는 천남성에 수십 명밖에 되지 않잖아?’
‘혼성술사 중에 지위가 높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런 사람이 요리사가 되려고 하겠어?’
사실 1급 마력진으로도 충분하다.
시장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넓다.
천제현은 기회가 무르익었다 여기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는 상회를 설립할 계획이에요. 그렇지만 지금 세력도 돈도 없어요. 여러분께서 동업자의 신분으로 절 도와주신다면 지분을 나눠드리죠. 어떻습니까? 함께 한판 벌여볼 생각 있으세요?”
“있어. 당연히 있지!”
남궁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참여하겠어!”
공서련도 손을 치켜들었다.
“나도 함께할래!”
공화련이 눈을 반짝거리며 곧바로 물었다.
“상회 이름을 뭐로 지을 생각이야?”
천제현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기적상회요!”
모두 동시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남궁혜의 두 눈이 빛났다.
“이름 참 좋다!”
마력등, 마력 프라이팬과 냄비.
이것들은 왕국을 놀라게 할 중대한 발명이었다.
그러나 천제현의 눈에는 아주 기초적인 것에 불과하고 그가 살았던 시대에서 이미 사라진 것들이었다.
통신기계에서부터 전쟁 무기까지.
슈퍼컴퓨터에서부터 마력진 인터넷까지.
로봇에서부터 인공지능까지.
조건만 갖춰진다면 천제현은 이 수만 년 후에 발명되는 빛나는 도구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재료나 마력, 인재, 생산수준이 너무나도 부족해서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밥은 한 숟가락씩 먹어야 하고 길은 한 걸음씩 가야 한다.
너무 급하게 가다간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전 세계를 놓고 보면 천남성은 정말 작아요. 이 나라도 작고요. 해변의 모래알에 불과하죠. 항해를 시작하면 우리가 나아가는 길은 아주 긴 여정이 될 거예요.”
천제현이 몸에서 열정이 뿜어져 나왔다.
“삶이 너무 무료해요. 저는 조금씩 강해져서 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 나갈 거예요. 저와 함께하시죠!”
공화련과 공서련, 남궁혜가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순간 천제현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야심이 너무 크잖아!’
‘정말 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세 사람은 곧 걱정을 잊고 기대에 부풀었다.
짧은 인생, 어찌 모험을 두려워하겠는가.
꿈을 품어야 한다.
꿈을 꿔야만 실현이 되니까!
이틀 동안 흑수상회가 벌인 사건을 수습했다.
공화련은 몇 사람을 데리고 가서 새로운 상회를 등록했다.
상회 설립에는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등록은 첫 걸음에 불과하다.
그러나 남궁혜의 인맥으로 번잡한 절차가 매우 빠르게 해결되었다.
앞 길가에서 갑자기 야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봐봐! 흑랑용병이야!”
“흑랑용병이다!”
“흑랑용병이 성의 백성에게 선물을 드리러 왔습니다. 어서 받아 가십시오!”
백성들이 경외와 존경 어린 눈빛을 보냈다.
흑랑용병단은 양씨 가문 휘하의 3대 용병단 중 하나로 실력이 막강하여 성주도 가볍게 보지 않았다.
어쨌건 흑랑용병단은 수만의 정예 용병을 지닌 대규모 용병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