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제26장 놀라운 마력도구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어.’
최근 눈에 띄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귀찮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한숭은 걱정이 안 되지만 이장운 늙은이가 시비를 걸면 곤란하다.
천제현이 집안으로 돌아와 손을 꼬며 말했다.
“그쪽의 장 어르신은 이쪽으로 좀 오세요.”
방에서 염천웅과 차를 마시고 있던 장립청이 곧바로 비틀거리며 천제현에게 다가갔다.
공화련이 집 안으로 들어오며 이 광경을 목격했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천제현을 날려 버릴 뻔했다.
장립청은 염빙처럼 지위가 높고 권력이 막강하지 않았지만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그런 그가 새파랗게 어린 소년의 말에 즉시 움직였다.
대사의 존엄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젊은이가 노인 공경이란 미덕을 어디에 팔아먹었단 말인가.
천제현은 공화련의 분노하는 낌새를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서 옆에 공손히 서 있는 노인을 바라봤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야 입을 열었다.
“오늘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그 이장운 영감탱이가 절 죽였을 겁니다!”
장립청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오. 오랫동안 잠자코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한바탕 겪으니 30년은 젊어진 것 같소.”
“어르신께서는 성품이 훌륭하시군요. 제가 전에 오해를 한 것 같아요.”
천제현이 약재 명단을 적어 노인에게 넘겼다.
“이렇게 합시다. 이 명단 상의 약재를 모으세요. 식심독 해독약은 바로 이 이 조제법대로 조제해야 합니다. 독만 제거하면 확실히 30년은 젊어지실 겁니다.”
장립청이 크게 기뻐했다.
‘식심독으로 고통을 겪은 지 벌써 15년이다!’
모든 고서를 뒤지고 모든 제약사를 찾아다녔지만 해독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천제현이 그에게 희망을 주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장립청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이번 생애에는 이 은혜를 갚을 길이 없소이다.”
“흥, 그 연세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재수 없게!”
천제현이 염천웅을 쳐다보며 말했다.
“염천웅님. 공서련을 스승으로 섬기고 싶죠? 내가 기회를 드리지요. 가서 이 해독약을 조제하세요. 이걸 만들어낼 수 있다면 허락할게요.”
염천웅은 미칠 듯이 기뻐하며 곧바로 명단을 받아들었다.
“자문과(紫紋果), 부시초(腐尸草), 구유충(九幽蟲), 흑혈상수즙(黑血橡樹汁)이라…… 이건 다 독약이 아니오!”
천제현이 대답했다.
“식심독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해독할 수 없어요. 이독제독이 최선이에요. 제약진 설계도를 드리지요. 이런 해독약은 조제하기 어려워요. 그러니 도와줄 사람을 찾으세요. 완성 여부는 당신의 재능에 달려 있습니다.”
염천웅은 제약진 설계도를 곁눈질로 보다가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거칠고 까만 얼굴이 순식간에 벌게졌다!
‘이게 대체 무슨 제약진이야? 전혀 알아보지 못하겠어!’
그러나 염천웅은 맹세할 수 있었다.
이것은 평생 본 것 중에 가장 완벽한 제약진이었다.
위에는 여러 주문과 진법이 그려져 있었는데 전혀 본적이 없는 것이었다.
구조도 남달라서 전체적으로 완벽했다.
그는 온몸의 모든 세포가 날카롭게 외치고 있음을 느꼈다. 진법을 얼른 그려보고 싶었다.
이 제약진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다면 염천웅은 믿기 힘든 거대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장립청과 염천웅이 인사를 하고 떠났다.
***
천제현이 염천웅에게 준 것은 물론 오행팔만 제약진이 아니었다.
그건 이 시대 사람들에게 신의 지식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 결코 사람들에게 알려져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금 사람들은 천제현을 대단한 천재 정도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천재가 너무 많아 천제현이 유별나게 튀지는 않았다.
그러나 만약 오행팔만 제약진이 세상에 드러나면 사람들은 그를 단순한 천재로 여기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천제현은 틀림없이 대륙의 가장 큰 세력에게 붙잡혀 실험실의 생쥐처럼 해부당할 것이다.
식심독 해독약은 2급 해독 단약이다.
이런 해독 단약은 비교적 특수하고 편법적이어서 오행팔만 제약진으로는 조제할 수 없다.
독자적인 전문 조제법이 따로 있었다.
천제현은 마력이 많이 부족하여 조제해낼 수 없었다.
‘염천웅은 준 혼성술사니까 마력은 충분할 거야. 2급 약물 조제는 꽤 어려운 일이나 한 번 시험해 보자.’
이 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한다면 염천웅의 재능은 그저 그런 것이다.
그러면 천제현의 지식을 배울 능력이 안 된다.
공화련의 두 눈동자에 야릇한 기운이 풍겼다.
정말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놈이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이렇게 해박한 지식을 지닌 자가 어째서 노예시장에서 매매되는 노예로 전락했을까?’
이때 공서련이 남궁혜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공서련이 속상해하며 말했다.
“임씨 아주머니는 이제 괜찮아. 소호와 소혜는 너무 큰 충격 때문인지 정신이 오락가락해.”
공서련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우리 가문을 대표하여 금화 몇백 냥을 주고 왔으니 앞으로 생활이 어렵지는 않을 거야. 임씨 아주머니 식구들이 어서 빨리 나쁜 기억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
이 말을 들은 공화련의 아리따운 얼굴에 근심이 가득 피어올랐다.
“몽 대장이 잘못하긴 했으나 가족에게까지 죄를 물을 순 없어. 상회 사람을 보내 가족을 돌봐줘.”
“응, 언니. 근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공화련은 약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다.
상회 자금의 절반을 써서 설비와 조제법, 자재를 구매했다.
게다가 많은 보수 지불을 약속하고 다른 성에서 수준 높은 제약사를 데려왔다.
그러나 이런 일을 겼었으니 더 이상 남운약방을 운영하는 건 어려웠다.
투자한 거금이 다 날아갔고 제약사 위약금에 피해자의 손해를 일부 보상하면 남운상회는 커다란 빚만 남을 것이다.
의기소침해진 공화련이 힘없이 대꾸했다.
“일부 사업을 매각하여 채무를 상환해야지. 상회에 남는 게 있으면 계속 하는 거고. 계속 운영할 수 없다면 문을 닫아야지. 평화로운 곳을 찾아서 조용하게 살자꾸나.”
“언니는 고작 스물둘이야! 힘을 내야지. 이렇게 포기하면 안 돼!”
공서련이 의기소침한 언니가 몹시 걱정되어 천제현에게 눈짓을 보냈다.
“남운상회를 계속 운영할 수 없다 해도 상관없어. 언니는 대단한 능력을 지녔으니 적당한 기회가 오면 훨씬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천제현, 내 말이 맞지?”
공서련은 천제현이 자신을 거들어 언니가 다시 힘을 내도록 격려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의도를 가득 담은 반짝거리는 눈빛은 완전히 무시당했다.
천제현이 배를 쓰다듬으며 힘없이 말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어서 그런지 배가 등가죽에 붙었네. 제 처소로 가요. 제가 한 끼 대접할게요!”
공서련이 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 눈을 치켜떴다.
달려들어 천제현을 잡아먹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무섭게 째려보세요? 아가씨도 온종일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배고파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천제현은 간단하게 공서련의 불만을 묵살했다.
“지금은 배를 채우는 게 가장 중요해요. 밥 먹으러 가요! 어서요!”
‘정말 눈치도 없지!’
공서련은 기분이 언짢았지만 별 방법이 없었다.
저녁 무렵 세 여인이 천제현의 작은 처소에 왔다.
남궁혜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처소가 오래되고 낡은 건 그렇다 쳐도 창문조차 없어서 어두컴컴하고 답답하며 더웠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살게 하는 건 학대나 마찬가지다! 천제현이 이런 누추한 곳에서 산단 말이야? 천재 중의 천재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남궁혜가 다 억울할 지경이었다.
‘천제현은 성격이 너무 물러 터졌어! 나한테 이랬다간 공씨 가문을 박살 냈을 텐데!’
공서련은 처소에 들어서자마자 안주인처럼 찻주전자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천제현, 가서 식자재를 가져와. 우리는 차 한잔하고 있을게.”
찻주전자 바닥에서 빛을 발하는 마력진이 나타나자 안의 물이 순식간에 가열되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지 않자 끓기 시작했다.
남궁혜의 아름다운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재미있네. 찻주전자가 어떻게 불도 없이 물을 끓이는 거지?”
공서련이 눈을 찡긋했다.
“천제현이 가열진을 그려놨거든요!”
남궁혜가 흥분하며 허벅지를 내려쳤다.
“대단해! 정말 최고야! 지금까지 살면서 마력진으로 차를 끓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해봤어!”
공화련의 아리따운 두 눈도 미묘하게 반짝거렸다.
“이곳은 답답하고 덥다. 장소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남궁혜가 더워서 땀을 뻘뻘 흘렸다.
땀이 얇은 옷에 스며들자 우유처럼 하얀 피부가 보일 듯 말 듯했다.
바로 그때였다.
윙윙윙!
벽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정신이 번쩍 든 남궁혜가 몹시 신기했다.
“바람이잖아? 어디서 바람이 부는 거지? 너무 신기해!”
공서련이 깔깔거리며 벽을 두드렸다.
“신기하죠? 이건 천제현이 그린 마력진이에요. 아주 쓸모 있는 건 아니지만 실내에 공기를 움직여 바람을 만들 수 있어요.”
“좋다! 정말 기발해! 우리 집에도 해달라고 부탁해야겠어!”
남궁혜가 눈을 반짝거리며 공화련에게 물었다.
“화련 언니, 어떻게 생각하세요?”
공화련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딴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때 공서련이 은밀하게 말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훨씬 재미있는 걸 보여드릴게요.”
호기심이 충만한 남궁혜가 흥분하여 손뼉을 쳤다.
“정말? 어서 보여줘!”
팟!
작은 실내에 빛이 들어왔다.
이내 어두컴컴한 방이 밝아졌다.
두 사람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봤다.
아리따운 두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남궁혜와 공화련은 너무 놀라 입을 떡하고 벌렸다.
“이건…… 정말 대단해! 유리조각에서 빛이 나다니!”
“대사저, 뭔지 모르겠죠?”
공서련이 모처럼만에 으스대며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앉았다.
“알려드릴게요. 이건 마력등이에요!”
남궁혜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마력등? 이상한 이름이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
공화련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것도 천제현이 발명한 건 아니겠지?”
“당연히 천제현이 발명했지. 마력진 몇 개를 그려서 마력을 주입한 후에 서로 반응을 일으키게 만들어서 빛을 내는 거야.”
한 명은 존경하면서 두려워하는 대사저이고 한 명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언니였다.
그 두 사람이 놀라서 감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보고 공서련은 몹시 의기양양했다.
이것들은 분명 천제현의 발명품이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자신이 발명한 것처럼 목에 힘이 들어갔다.
‘천재다! 세상에 보기 드문 천재야! 보통 사람이 어떻게 이런 물건들을 발명할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