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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5화 (24/729)

# 25

제25장 한씨 가문의 멸망

손에 장검을 든 중년 사내가 고함을 쳤다.

“한씨 가문을 보호하라! 끝까지 싸우자! 우리 한씨 가문은 무고하다. 성주도 흑수상회를 공격할 자격이 없다. 저 사람들은 공연히 트집을 잡아 도발하는 것이다. 반드시 엄벌을 내려야 해!”

중년의 사내는 한호였다.

그는 흑수상회의 부회장으로 명성이 매우 자자했다.

한씨 가문의 호위병들이 곧바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맞아! 흑수상회에는 든든한 뒷배가 있잖아!’

매년 천남성에 막대한 세금을 내어 성주조차도 흑수상회의 체면을 봐주었다.

군대가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분명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치안사병 갑옷과 투구 차람의 사병 4~500명이 밀물처럼 빠르게 몰려왔다.

한 군관이 목청을 높였다.

“나는 천남성 치안장군이다. 감히 천남성 안에서 대규모의 혈투를 벌이다니 법이 안중에도 없구나. 모두 무기를 버려라!”

한호의 얼굴에 희색이 비췄다.

“조 장군, 우리 흑수상회를 구해주십시오!”

이 군관은 양씨 가문의 심복, 즉 한씨 가문의 뒷배였다.

이자가 나라의 힘을 빌려 손을 쓴다면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조 장군이 상황을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한호가 비통해하며 공화련을 꾸짖었다.

“공화련! 이 독사 같은 계집! 저 여자가 고육지책을 꾸며 제 조카를 잔인하게 죽이고 흑수상회를 공격하라고 사람들을 선동했습니다! 우리 흑수상회는 지금까지 본분을 지켜왔습니다. 저희가 천남성에 누를 끼친 일이 있습니까?”

한호는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외쳤다.

“저 계집 때문에 조카가 누명을 쓰고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선동하여 우리 상회로 쳐들어오기까지 했습니다! 이게 이치에 맞는 일입니까? 법이 있긴 한 겁니까? 이렇게 패악무도하게 구는데도 엄벌에 처하지 않는다면 천남성 백성들이 크게 노여워할 것입니다!

이 소리에 사람들이 몹시 분노했다.

‘저놈이 무슨 면목으로 저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천남성 백성들이 크게 노여워한다고?’

오늘 흑수상회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천남성 백성들이 정말 노여워할 것이다.

한호가 비통해하는 모습은 제법 그럴싸했다.

조 장군은 분노한 척하며 장검을 뽑더니 정의의 사도처럼 외쳤다.

“범인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특히 주모자인 공화련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감히 저항하는 자는 죽여도 좋다!”

남궁혜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도가 지나치군!”

조 장군이 힘주어 말했다.

“아가씨, 자중하십시오. 소인은 직분을 다하고 국가의 법을 수호하는데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성주께서 오신다 해도 거리낄 게 없습니다! 저 사악한 무리를 돕지 마십시오. 천남성은 백성들의 것이지 남궁 가문의 사유지가 아닙니다. 만약 이 일을 주성(主城)에서 알게 된다면 성주께서도 감당 못 하실 겁니다! 남운상회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으니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조 장군은 연기가 출중했다.

그 눈빛이며 표정, 정의를 수호하는 듯한 엄숙한 태도는 일품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본다면 대부분 조 장군의 대쪽 같은 모습에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남궁혜는 분노로 눈이 뒤집힐 뻔했다.

“조 장군께서 이리 현명하시고 과감하시다니, 이는 천남성의 복입니다!”

한호가 빈정대며 말했다.

“죄인들아, 어서 오라를 받아라. 설마 모반을 하려는 게냐?”

조 장군이 손을 휘둘렀다.

“전투 준비!”

수백의 사병이 무기를 뽑고 돌격 태세를 갖추었다.

한호 역시 무기를 높이 치켜들었다.

“한씨 가문의 사내들이여, 무기를 들고 가문의 명예를 지키자. 조 장군에게 힘을 보태자!”

앞뒤로 포위당했다!

‘억울해!’

‘원통하다!’

남궁혜 등은 모두 분노로 피를 토할 뻔했다.

모두의 얼굴에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했다.

한씨 가문 호위들은 정예병으로 매우 강했다.

여기에다 치안부대까지 가세했으니 이대로 가다간 아무 소득이 없을 게 뻔했다.

‘한씨 가문의 뒷배가 너무 세! 정말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이때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소리가 거세게 밀려왔다.

난폭한 맹수 같은 기세에 모든 사람이 벌벌 떨었다.

“이 천남성 장군을 너무 무시하는군!”

염천웅이 크게 웃었다.

“큰 형님께서 때를 아주 잘 맞춰 오셨습니다!”

정예 기병부대가 은빛 물살처럼 밀려들었다.

모든 병사에게 강철 같은 기운이 가득했다.

전장을 누비며 단련된 용맹한 부대였다.

기골이 장대한 거한 하나가 병사들 틈에서 걸어 나왔다.

위풍 넘치는 장군 갑옷을 착용하고 온몸에서 서슬 퍼런 기운을 뿜어내는 마흔 전후의 사내였다.

생김새가 염천웅과 꽤 비슷했다.

천남성 개부장군 염빙이었다.

방금 전 위풍을 자랑하며 정의의 사도처럼 굴었던 치안부대 조 장군이 놀라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저도 모르게 두 다리를 떨었다.

그는 이런 대단한 인물이 끼어들 것이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호가 몹시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염빙 장군, 장군께서…….”

염빙이 눈을 부릅뜨자 푸르스름한 마력과 함께 뼈를 저미는 듯한 한기가 뿜어져 나오며 수백 미터가 온통 서리로 뒤덮였다.

“으르렁!”

무시무시한 포효가 염빙의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푸르스름한 마력이 하나로 모이며 몸집이 거대한 곰으로 변했다.

야생에서 온 것 같은 난폭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방에 퍼지자 치안사병 수백 명이 아연실색하여 벌벌 떠느라 무기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정령이 소환되었다.

‘완숙한 혼성술사다!’

남궁혜와 염천웅도 정령의 힘을 소환할 수 있긴 하나 정령을 온전히 깨우지는 못했다.

그러나 염빙은 직접 풍설곰의 정령을 발동시켰다.

염빙은 확실히 혼성 경지에 이른 수련자였다.

한호가 공포에 질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뭘 어쩌시려는 겁니까?”

“어쩌려는 거냐고? 당연히 네놈을 없애려고 하는 거지!”

풍설곰 정령이 빛을 뿜으며 무시무시한 눈보라의 힘을 방출시켰다.

염빙이 번개 같은 속도로 주먹을 날렸다.

한호는 주먹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리의 힘에 얼음이 되었다가 불어오는 회오리에 명중하여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혼성술사는 천남성에서 금자탑 같은 존재였다.

평범한 사람은 살면서 한 명도 만나기 어려우니 혼성술사가 힘을 쓰는 것은 평생 목도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염천웅의 정령은 불곰이고 염빙의 정령은 풍설곰이었다.

형제의 정령 속성은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모두 두 가지 속성을 지닌 정령이었다.

게다가 염빙의 마력은 염천웅보다 훨씬 높았다.

염천웅은 정령의 힘 일부만을 깨울 수 있었다.

그러나 웅빙은 정령의 힘을 완전히 깨워 힘을 강화시킬 수 있으니, 전투력의 급이 달랐다.

“너도 죽어야 한다!”

“장군! 살려주십시오!”

치안부대 조 장군이 무릎을 꿇고 빌기도 전에 염빙이 방금 전처럼 주먹을 날렸다.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서리에 의해 얼어붙은 후 난무하는 회오리에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흑수상회 부회장과 천남성 치안부대 조장군.

염빙은 나름 이름있는 그 둘을 일언반구도 없이 그 자리에서 처치해 버렸다.

‘여전히 대단한 실력이다.’

염천웅이 껄껄 웃었다.

“통쾌합니다! 저 못된 놈들은 죽어도 싸요! 허나 저따위 놈들에게 큰 형님의 풍설권은 너무 아까워요!”

염빙이 무시무시한 정령을 거두며 동생을 매섭게 쏘아봤다.

“서른이 넘어서도 이 형님에게 매번 뒤처리를 맡기면 어찌하느냐!”

그러나 염빙은 동생을 어쩌지 못했다.

그는 공화련과 몇 사람을 훑어보며 짜증난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명을 받고 조사하러 왔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겠으니 다시 한 번 자초지종을 말해보아라!”

염빙은 천남성의 개부장군이다.

거의 성주 다음으로 권력이 막강하고 지위가 높다.

공화련이 어찌 감히 명령을 어기겠는가.

그녀는 사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염빙의 얼굴에 분노가 일었다.

“흑수상회 참 대단하군. 배경이 든든하다고 제멋대로 굴다니! 내 오늘 놈들에게 매서운 맛을 보여줘야겠다! 현장을 봉쇄하고 한씨 가문 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가산을 몰수하고 저항하는 자는 죽여도 좋다!”

“예!”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장이다. 전부 끝장났어! 흑수상회는 완전히 끝장났어!’

한씨 가문 사람들이 줄줄이 무기를 압수당하고 투항하여 전부 족쇄와 수갑을 찼다.

모든 가산은 몰수당하고 가족이 남김없이 체포당했다.

얼마 후 병사 하나가 염빙 앞으로 달려왔다.

“보고 드립니다. 한숭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밀통로를 발견했습니다. 한숭이 비밀통로를 통해 가문의 값나가는 물건을 모두 들고 도망친 것 같습니다.”

염천웅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놈이 도망쳤다고? 전 성에 수배령을 내려라!”

***

한편 공화련은 급히 피해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화련으로서는 명하수를 해독할 수 없었다.

사실 명하수 해독이 까다롭기는 하나 이 시대에도 방법이 있긴 있었다.

천제현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

지식을 너무 많이 노출시키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험실의 생쥐처럼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수도 있지 않은가.

부상자 처치가 완료되었다.

공화련이 천제현을 불렀다.

“나와 봐. 할 말이 있어.”

‘이 계집이 설마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엉덩이 맞은 일을 아직도 담아두고 있나?’

공화련은 천제현의 눈에 경계의 빛이 스치는 것을 보자 얼굴을 붉히며 발을 동동 굴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제 서로 빚진 것 없어. 앞으로 다시 그 일을 거론하지 마.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가만 안 두겠…….”

그녀가 손으로 내려치는 동작을 취했다.

천제현이 눈을 찡긋하며 시원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큰아가씨의 엉덩이를 때린 일을 절대 발설하지 않을게요.”

“왜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해!”

공화련은 너무 화가 나서 피를 뿜을 뻔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천제현 앞에 서면 쉽게 이성을 잃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화를 가라앉혔다.

그러나 가슴이 심하게 들썩거렸다.

이를 본 천제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모습에 공화련이 다시 이를 악물었다.

원래 제대로 감사인사를 하려 했으나 가까스로 ‘고마워’ 세 자밖에 뱉지 못했다.

천제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시원하게 손을 내저었다.

“가족끼리 무슨 감사인사예요? 너무 내외하시네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말 좀 잘 들으세요. 이런 심각한 사건이 또 벌어지면 엉덩이 맞는 걸로 해결되지 않을 거예요!”

큰아가씨의 두 눈썹이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갔다.

‘이건 또 폭주할 조짐이야! 아이고, 이 계집은 생긴 건 어여쁜데 성격이 너무 고약해. 목숨을 부지하려면 멀리해야겠어.’

천제현이 얼른 꽁무니를 뺄 준비를 했다.

“별일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멈춰!”

공화련이 다시 그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주의를 줬다.

“한숭을 놓쳤어. 앞으로 외출할 때 조심해. 놈이 보복을 할 생각이면 가장 먼저 네게 손을 쓸 거야.”

천제현은 몸 둘 바를 몰랐다.

‘내가 걱정이 돼서 일부러 찾아온 거야? 이렇게 먼저 호의를 보이다니. 이건 관심과 신뢰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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