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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4화 (23/729)

# 24

제24장 남운상회의 반격(1)

한소룡이 누구인가.

“나는 흑수상회의 후계자다! 천한 노예 놈이 사람들 앞에서 날 모욕하다니!”

그런 그가 어떻게 이런 굴욕을 참을 수 있단 말인가!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죽이라고! 저놈을 죽여!”

천제현의 발아래 밟혀 부끄러움에 분노가 폭발한 한소룡이 이성을 잃고 호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 분을 풀어야겠다. 당장 천제현을 요절내!”

그 순간 남궁혜가 두 주먹을 휘둘렀다.

“꺼져!”

새빨간 주먹이 두 갈래로 날아들었다.

한씨 가문 호위들이 주먹을 맞고 날아갔다.

“내 너같이 뻔뻔한 놈은 처음이다! 자기 입으로 먼저 결투하자 해놓고 지니까 천제현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남궁혜가 아름다운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두 눈으로 사람들을 훑어봤다.

“감히 끼어드는 자는 박살을 내주겠다!”

“남궁 아가씨, 감사해요.”

천제현은 시종일관 담담했다.

그가 한 손으로 한소룡을 잡아 일으켜 저항할 힘을 잃은 그에게 말했다.

“놀이 하나 하자. 이 놀이의 이름은 ‘내가 묻고 너는 답하기’야!”

한소룡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싫어!”

“대답이 맞으면 별일 없지만 대답이 틀리면 사지를 하나씩 부러뜨릴 거야. 사지가 다 부러지면 다음은 바로 목이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한소룡이 외쳤다.

“대사님, 살려주세요!”

천제현이 히죽거리며 웃었다.

“대답이 틀렸네!”

뚜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소룡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천제현의 잔인함과 과감함에 사람들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장운이 분노하며 자리에서 나왔다.

“이자는 잔인하고 악독하군. 내 더는 못 봐주겠다!”

“이 회장, 자중하시오!”

장립청이 강한 기세로 그를 압박하며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한소룡이 제안한 결투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들었소. 이 회장의 신분으로 끼어드는 것은 옳지 않소!”

이장운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곳에는 장립청뿐만 아니라 염천웅과 남궁혜가 있다.

게다가 이 상황은 한소룡이 자초한 것이다.

그가 무리하게 손을 쓴다고 해도 별 소득이 없을 수도 있다.

천제현이 말했다.

“계속하자고.”

“멈춰! 안 할 거야!”

한소룡이 눈물범벅이 돼서 소리쳤다.

“맞아, 내가 그랬어. 다 내가 한 짓이라고! 제발 날 놔줘. 목숨만 살려준다면 얼마가 됐든 다 보상하게!”

그는 후회하며 두려움에 몸부림을 쳤다.

그는 흑수상회의 후계자이다.

흑수상회 후계자라는 지위에 언제라도 물려받을 수 있는 막대한 가산.

그것들을 놔두고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절대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원래 남운상회를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장립청과 염천웅, 남궁혜가 남운상회 편에 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악마 같은 천제현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구제불능이군!’

이장운이 차갑게 콧방귀를 끼더니 몸을 돌려 떠나 버렸다.

“아이고! 이렇게 빨리 불다니 재미 하나도 없네!”

천제현이 한소룡을 바닥에 팽개친 다음 거칠게 걷어찼다.

“몽 대장의 부인과 자식을 어디에 가뒀냐? 말해!”

“우리 집 지하 감옥에 있다. 아직 살아 있어!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날 죽이지 마!”

“개자식!”

남궁혜가 욕을 하며 천제현보다 먼저 하얗고 긴 다리로 발길질을 날렸다.

“감히 사설 감옥을 만들다니, 저놈의 목숨을 끊어놔야겠다!”

한소룡이 급히 잘못을 빌었다.

“대사저! 동문수학한 정을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동문수학한 정? 감히 그런 말을 내뱉다니!”

남궁혜가 아리따운 눈을 치켜떴다.

“공서련 가문을 망치려 계획한 때에는 왜 동문수학한 정을 봐주지 않았지? 너 같은 쓰레기는 내 눈에 걸리면 바로 죽음이야! 받아라!”

“멈추세요. 우리에게는 저놈을 죽일 권한이 없어요.”

“천제현! 그게 무슨 뜻이야? 어서 비켜!”

천제현이 설명했다.

“저자가 이 모든 일을 꾸민 범인이니 피해자에게 처분을 맡겨야지요!”

남궁혜가 두 눈을 반짝거렸다.

“하하하! 그거 괜찮네!”

한소룡은 겁이 나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안 돼! 내겐 많은 여자와 재산이 있어. 천제현! 날 놔준다면 다 줄게. 전부 줄게!”

남궁혜가 한소룡을 잡아 곧바로 사람들 사이로 던졌다.

“이놈이 주모자이다. 게다가 너희 같은 바보들을 표적으로 삼아서 못된 짓을 했으니 알아서 처리해!”

“죽여라!”

“짐승 같은 놈, 감히 우릴 속이다니!”

“내 형제들을 살려내!”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한소룡을 에워쌌다.

한소룡이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대략 십여 분이 지나자 사람들이 점점 흩어졌다.

한소룡의 모습은 사라지고 피떡이 된 시신 한 구만이 남아 있었다.

누가 이런 결말을 예상이나 했겠는가.

공화련이 몸을 가볍게 떨었다.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오랜 시간 흑수상회에 억눌려 왔다.

옛 원한을 이제야 씻었는데 복수의 쾌감이 들지 않았다.

그저 몹시 고단하고 슬플 뿐이었다.

6년 전에도, 지금도 그랬다.

‘자그마한 이익을 얻기 위해 꼭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해쳐야만 했을까?’

공화련은 정말 고단했다.

그녀는 이번 일을 매듭짓고 상회를 해산하여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천제현.

이 신비로운 소년이 자신의 가문을 구했다.

천제현이 공화련의 눈길을 느끼고 몸을 돌려 웃으며 입을 벙긋거렸다.

‘감사 인사는 됐어!’

공화련은 천제현의 까불대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울컥했다.

‘이번에 도와준 걸 봐서 그 일은 묻어둬야겠어. 만약 또 한 번 그러면 그땐 놈과 사생결단을 낼 거야!’

공화련은 천제현에게서 눈길을 떼고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이번 일은 남운상회의 약방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제게도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어요. 그러니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의미로 해독법을 찾아내겠어요.”

공화련은 한소룡의 시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이번 일은 한씨 가문의 흑수상회에서 꾸민 음모임이 틀림없어요! 진범을 그냥 둘 순 없어요! 남운상회는 모든 호위병을 동원하여 여러분이 원한을 갚는 것을 돕겠습니다!”

이 말에 모두 깊이 감격했다.

“공화련 회장, 우리가 당신을 오해했어요!”

“말 잘했소. 진범을 그냥 놔둘 수 없지!”

“여러분! 한씨 가문으로 갑시다! 흑수상회를 박살 내자고요!”

남운상회가 전력을 다해 돕고 수천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지인과 가솔들이 들고 일어났다.

흑수상회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이번에는 무사하기 힘들 것이다.

들끓는 사람들 사이에 선 늘씬하고 풍만한 몸매에 아리따운 얼굴의 공화련은 마치 여신 같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힘과 결연한 의지가 충만했다.

“출발!”

사람들이 거센 물결처럼 공화련의 인솔 하에 흑수상회로 몰려들었다.

이 잔혹한 세계에서 적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놈들을 뿌리 뽑지 않으면 조 집사와 몽 대장의 일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고 더 많은 피해자가 나타날 것이다.

반격이 시작됐다.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사람들이 거세게 밀려들었을 때 흑수상회의 정예 호위병 수백이 중요한 지역을 지키고 있었다.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고위층 인사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한숭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라!”

“죽은 사람을 살려내!”

“한숭 늙은이는 썩 나와라!”

사람들이 흑수상회를 개미 한 마리 지나갈 틈 없이 에워싸고 불화살과 횃불을 던졌다.

잠시 후 집에 불이 붙으며 거센 화염이 자욱하게 일어났다.

염천웅이 뒷문을 한방에 쪼개 버렸다.

몇 사람이 한씨 가문의 지하 감옥에 뛰어 들어갔다.

감방 한 곳에 평범한 중년 부인과 여덟아홉 되는 사내아이, 대여섯 되는 여자아이가 갇혀 있었다.

공서련이 한눈에 그들을 알아봤다.

“몽 대장님의 부인인 임씨 아주머니야!”

세 사람은 심한 구타를 당해서 온몸에 상처투성이였다.

더욱 끔찍하게 세 사람 모두 손가락이 두세 개 없었다.

중년의 부인은 상처 감염으로 인한 고열로 정신이 혼미했다.

사내아이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인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미 제정신을 잃고 실성한 듯했다.

가장 어린 여자아이 역시 몹시 허약한 상태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두려움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소혜야, 서련 언니야. 무서워하지 마!”

여자아이가 너무 놀랐는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공서련이 안쓰러워하며 아이를 안았다.

여자아이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에 손가락 두 개가 없었다.

연하고 부드러운 피부에는 구더기가 끓고 피 범벅이 된 상태였다.

공서련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너무 잔인해! 다섯 살밖에 안 된 여자아이에게 이런 몹쓸 짓을 하다니.’

“저 쳐 죽일 놈들!”

“이곳을 초토화시키지 않으면 내 성을 갈겠어!”

남궁혜와 염천웅이 분노에 치를 떨었다.

둘은 불같은 성격에 직선적이라서 화를 숨기지 못했다.

흑수상회의 위부터 아래까지 모조리 섬멸하여 마음 속 분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천제현 역시 마찬가지로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러나 화풀이를 할 때가 아니었다.

그가 사내아이와 여자아이를 가볍게 건드리자 둘이 기절했다.

“이 아이들이 곧 죽을 것 같아요. 사람을 구하는 게 급선무니 가시지요.”

바깥은 난장판이었다.

한씨 가문의 실력은 공씨 가문에 비해 월등히 강했다.

공씨 가문의 호위병들은 한씨 가문 용병들에게 가볍게 제압당했다.

분노한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거들지 않았다면 공씨 가문이 한씨 가문을 습격하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이때 양측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남궁혜가 소리를 지르자 붉은 빛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지하 감옥에서 불화살처럼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후 유성처럼 한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진했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났다.

무시무시한 힘이 저택 전체를 초토화시켰다.

남궁혜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빠르게 번지며 맹렬한 충격파가 퍼졌다.

한씨 가문의 호위병들이 겁을 먹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남궁혜가 높은 지붕에 섰다.

아리따운 얼굴에 솟구치는 마력 때문에 그녀는 분노한 화염의 여신처럼 보였다.

“흑수상회 놈들은 들어라! 십 초 내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 남궁혜의 신분을 걸고 맹세하지. 네놈들은 이 성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을 것이다!”

‘성주의 딸이다!’

흑수상회 사람들이 놀라서 얼어붙었다.

그때 누군가가 남궁혜에게 맞서 외쳤다.

“그저 성주의 딸일 뿐 아무 직위도 없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성주를 대변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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