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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3화 (22/729)

# 23

제23장 대가를 치르다

“5일 전 내 아내와 자식이 납치를 당했습니다. 저 짐승 같은 놈들이 처자식의 목숨으로 날 위협했어요! 처음에는 놈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저들이 매일 손가락을 하나씩 들고 와서 날 괴롭혔습니다! 죽일 놈들! 네놈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다!”

한소룡의 안색이 급변했다.

“뒷일을 잘 생각하고 말해!”

몽 대장이 분노에 떨며 한소룡을 가리켰다.

그는 피처럼 빨개진 두 눈으로 있는 힘껏 소리를 쳤다.

“한소룡, 네놈 이야기라고! 배짱 있으면 나한테 덤비지, 애꿎은 가족을 건드리다니! 내 처자식은 보통 사람이라고! 아무 힘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란 말이다!”

수많은 눈길이 한곳으로 모였다.

한소룡이 놀라 뒷걸음질 쳤다.

“모함이야! 누명을 씌우고 있다고!”

몽 대장이 몸을 돌려 무릎을 꿇고 공화련에게 큰절을 세 번 올렸다.

“큰아가씨, 독은 한소룡이 주었습니다! 제 죄가 무겁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구차하게 살고 싶지도 않고 아가씨를 마주할 면목도 없습니다! 제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남운상회의 결백과 무고한 피해자들의 위해 죽음으로 사죄하겠습니다!”

몽 대장이 말을 마치고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안 돼!”

공화련이 급히 저지하려 했으나 너무 늦었다.

몽 대장이 강하게 자신의 가슴을 내려치더니 그 자리에서 맥이 끊겨 피를 토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공서련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몽 대장님! 몽 대장님!”

공화련이 급히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 거 다 안다고! 이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제 처와 자식, 제 모든 게…… 끝났습니다. 모든 게 다 끝입니다…….”

몽 대장이 두 눈을 부릅떴다.

눈빛이 빠르게 풀리며 숨을 헐떡거렸다.

원한과 후회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사태가 이렇게 심각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들이 이렇게 사악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의식이 흐릿해진 몽 대장이 숨이 끊어질 무렵 말했다.

“이번 일은 제가 단독으로 저지른 것입니다……. 아직 살아 있는 제 처와 자식은 잘못이 없…….”

몽 대장은 크게 기침을 하며 피를 토했다.

그의 눈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큰아가씨,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

몽 대장은 무슨 말을 해도 만회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몽 대장은 회한과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다.

장립청이 깊은 탄식을 뱉었다.

“이리될 걸 애초에 왜 그랬나.”

조 집사가 죽었다.

몽 대장도 죽었다.

편히 눈을 감지 못한 몽 대장의 후회와 고통으로 얼룩진 얼굴을 보자 공화련의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

그녀가 조용히 속삭였다.

“편히 쉬어. 내 반드시 당신의 처자식을 보살필 거야.”

“한소룡!”

“이 짐승 같은 놈!”

분노에 찬 수많은 눈빛이 동시에 그에게 집중되었다.

한소룡이 천제현을 가리켰다.

“모르겠어요? 간악한 장사치가 자신의 노예와 호위대장과 짜고 고육지책을 쓴 거라고요! 속으면 안돼요! 우리 한씨 가문 역시 피해자예요. 가문의 여러 사람이 중독됐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이 일이 우리 가문과 관련이 있을 수 있겠어요? 분명 남운상회가 우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거라고요!”

장립청이 노여워하며 말했다.

“한소룡,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죄를 시인하지 않다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바보인 줄 아느냐?”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이장운이 애매모호한 말투로 말했다.

“내 생각엔 한 공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소. 모두 생각해 보시오. 이 늙은이조차 무슨 독인지 알아내지 못했는데 열 몇 살밖에 안 되는 노예에게 그런 지식과 능력이 있겠소? 이 일이 의심스럽지 않소?”

주위를 한 번 둘러본 이장운은 아까보다 자신에 찬 말투로 말을 이었다.

“어미 뱃속에서부터 약을 공부했다고 쳐도 명하수의 성질을 이렇게 빠삭하게 꿰고 있을 수는 없소! 내가 보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있소! 일단 남운상회를 폐쇄하고 이 일에 연루된 공화련을 압송하여 조사를 한 후에 판결을 내립시다.”

이장운의 지위는 무척 높았다.

사람들이 웅성대며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소룡이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대사님, 감사합니다. 전 결백하니 놈들의 모함에 당하지 않을 겁니다!”

한소룡은 이미 알아차렸다.

‘정체불명의 저 천제현이라는 놈이 진짜 위협적인 인물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저놈을 먼저 없애 버려야 한다!’

생각이 급변한 한소룡이 곧바로 천제현에게 칼끝을 겨눴다.

“이 천한 노예 놈아! 솔직히 불어라! 저 간악한 장사치한테 뭘 받고 날 모함하는 것이냐?”

“분란을 일으키는 늙은 여우에 되도 않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얼간이로군!”

천제현은 시종일관 태연자약한 모습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있는 듯 상대방의 도발에 조금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

“몽 대장이 죽음으로 증명했는데도 모함이라니 가소롭지 않습니까?”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더러 늙은 여우라고?’

이장운이 크게 화를 내며 옅은 살기를 드러냈다.

“젊은이, 내 계속 참고 있네만 계속 도가 지나치군.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알아두게.”

한소룡이 이 틈을 타 벌떡 일어났다.

“모두 들었지요? 비천한 신분의 노예 따위가 저리 오만방자합니다. 게다가 이장운 대사님을 모욕하다니 죽어 마땅해요”

한소룡은 천제현에게 삿대질을 하며 더욱더 열성적으로 그를 몰아붙였다.

“너 같은 것은 죽어도 싸. 이장운 대사님은 고귀한 분이라 널 봐주실 수도 있다. 허나 넌 내 명예와 위엄을 땅에 떨어뜨렸다. 뭐라 해도 널 용서할 수 없다!”

천제현은 한소룡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

“뭘 어쩌고 싶은데?”

한소룡이 목소리를 높였다.

“너와 일대일로 붙어야겠다. 공평하게 목숨을 걸고 싸우자. 네놈의 피로 내 억울함을 씻어야겠어! 그럴 용기가 있느냐?”

‘결투?’

천제현은 피식 웃었다.

“넌 연체 4성이고 난 연체 3성이다. 넌 스물이 넘었고 난 고작 열일곱이야. 말에서 밀리니 힘으로 날 누르려고 하는군. 정말 너무나도 공평한 결투야!”

“겁나냐? 그럼 무릎 꿇고 사죄하여 내 결백을 밝히라고!”

“아니,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데 거절할 수 있겠어?”

이 말을 듣자 한소룡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너 같은 버러지는 한 초식에 끝나!”

천제현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할 소리다. 나도 한 초식만 쓰지.”

‘한 초식?’

장내의 모든 사람이 크게 놀랐다.

연체 3성과 연체 4성의 마력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연체 4성의 무인이 연체 3성의 무인을 한 초식에 격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력 차가 현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체 3성이 한 초식만으로 연체 4성을 쓰러뜨린다는 건 불가능 한 일이다.

염천웅이 나서서 천제현을 말리려 했다.

그러자 남궁혜가 염천웅을 제지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소룡은 온실 속 화초에 불과해요. 연체 4성의 마력을 지녔지만 실전 경험이 딸리죠. 천제현이 허풍을 떨긴 했어도 지지 않을 거예요.”

한소룡은 천천히 몸을 푸는 듯싶더니 별안간 양손을 날려 공격했다.

“네놈이 언제까지 건방을 떨 수 있나 보자!”

파아아앗-!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렸다.

“먼저 네놈의 두 팔을 못 쓰게 해주지!”

천응조(天鷹爪).

천응조는 무시무시한 무공이다.

한소룡은 오랫동안 이 무공을 연마하여 높은 수준에 올랐다.

빠른 속도에 강한 공격력 거기다 연체 4성의 마력까지 더해져 일격에 상대를 불구로 만들기 충분했다.

천제현은 눈을 감고 가만히 서서 조용히 마력을 응집시켰다.

오른쪽 주먹에 모인 마력이 희미한 빛을 뿜었다.

한소룡이 날카로운 공격을 퍼붓는 순간 천제현이 두 눈을 떴다.

그 순간 느긋하고 방자하던 천제현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막 칼집에서 나온 피에 굶주린 검 같았다.

한소룡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직감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사냥감이 사냥꾼 눈에 발각된 것처럼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고 피가 멎는 듯했다.

‘말도 안 돼! 연체 3성밖에 안 되는 놈에게 이런 위압감이 나오다니!’

한소룡이 이를 악물었다.

“네놈이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죽어라!”

천제현이 꽃 사이를 나부끼는 나비처럼 우아하게 한 걸음을 내딛어 한소룡의 공격을 순식간에 피했다.

한소룡이 가슴이 정면으로 천제현의 정권에 노출되어 버렸다.

“붕권(崩拳)!”

천제현이 주먹으로 한소령의 가슴을 강타하자 주변 공기가 강력한 파동을 일으켰다.

한소룡은 실 끊어진 연처럼 고꾸라졌다.

“이 자식…….”

한소룡이 기를 쓰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퍽!

그의 머리가 발에 밟혀 땅에 처박혔다.

“너무 약하군. 한 초식도 못 버티는 주제에 누구한테 얼간이라는 거야?”

천제현의 옷자락은 마력의 진동으로 여전히 펄럭거렸다.

천제현이 칼끝처럼 서슬 퍼런 눈으로 바닥에 누운 한소룡을 쳐다보며 도도하게 말했다.

“더 할 말 있어?”

모든 사람이 놀라 얼어붙었다.

소년의 잔인함과 난폭함에 모두 두려움을 느꼈다.

정말 해냈다.

그는 연체 3성의 실력으로 일격에 연체 4성의 적수를 격파했다.

침착하고 여유 넘치게 승리를 거두었다.

천제현은 진짜 실력을 감추고 있는 절정의 고수 같고, 한소룡은 천지분간 못하는 하룻강아지 같았다!

이장운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 애송이는 확실히 보통 놈이 아니다. 이놈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설마 숨겨진 거대한 세력의 수제자인 걸까? 이런 놈이 노예라고? 말도 안 돼!’

이런 성격에 재능, 능력을 지닌 자가 어떻게 노예란 말인가.

천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천제현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점이 무척 신비스럽고 괴이하여 이장운은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사람들도 천제현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저자가 노예라고? 정말 어이없는 소리군!’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가볍게 제압한 천제현은 어느 세력이라도 탐을 낼 만한 존재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보잘것없는 남운상회의 하인이란 말인가.

천제현은 한소룡을 단 한 방으로 격파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산산이 부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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