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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2화 (21/729)

# 22

제22장 탐정으로 돌아온 천제현

“천제현! 천제현 맞지?”

공서련이 눈이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제현이 어렵사리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와 공서련을 향해 경망스럽게 웃었다.

“당연히 저죠. 제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공서련이 놀라서 굳어 버렸다.

‘이 자식…… 떠난다고 하지 않았어? 왜 다시 돌아온 거지?’

공서련의 눈에서 주책 맞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감격하여 천제현의 품에 뛰어들었다.

“왜 말도 없이 떠났어! 다시는 널 찾을 수 없을 줄 알았잖아!”

천제현이 공서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런 바보. 제 노예 계약서가 아가씨께 있잖아요. 제가 어떻게 떠날 수 있겠어요? 아가씨가 계약서를 찢어 버리면 전 바로 죽은 목숨인데!”

공서련은 그제야 천제현이 노예 신분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계약서가 자신의 손에 있다는 것을 깨닫자 그녀는 울음을 뚝 그치고 웃었다.

“너도 두려워할 때가 있구나? 마음 푹 놔. 계약서를 이용하여 널 다루지 않을 테니까! 대체 어디 갔던 거야? 아무리 찾아도 코빼기도 안 보이고!”

“다리를 다쳐서 약방에 가서 치료를 받았지요. 치료를 받다가 잠깐 잠이 들었어요.”

천제현이 좌우를 훑어보았다.

“돌아와 보니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이렇게 큰 사건이 터졌군요! 이 못생긴 늙은이는 누구예요?”

‘천제현이 뒤에 버티고 있다!’

공서련은 순간 기세등등해졌다.

괴롭힘을 당한 어린아이가 씩씩대며 아빠에게 고자질을 하는 것처럼 굴었다.

“저 사람이 바로 이장운이야!”

이장운은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

그는 자신의 명성에 매우 자부심을 느꼈다.

천남성에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몇 안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개 애송이가 자신을 몰라보니 어떻게 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천제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얼마 전 제약사 조합 회장이 내 심부름꾼이 될 자격도 없다고 말했는데, 오늘 보니 정확히 맞았군. 당신 같은 작자는 염천웅보다도 못해. 회장 자리 눌러앉아 있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라고!”

이장운이 대로했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 겁도 없군!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니! 그런 오만방자한 소리를 하다니 네놈을 당장 죽여야겠다!”

“이 회장, 연세도 지긋한 분이 젊은이에게 그럴 필요 있겠소?”

장립청은 천제현의 성격도, 맞은편에 있는 이장운의 마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도 잘 알았다.

식심독 때문에 이장운을 확실히 막을 자신이 없었다.

장립청은 천제현이 계속 이장운을 자극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젊은 친구, 이 사람들이 무슨 독에 중독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소?”

이장운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이를 헛먹었군. 새파란 애송이의 말을 믿는 거요?”

천제현은 이장운의 말을 바로 받아쳤다.

“우물 안 개구리! 쥐뿔도 모르는군!”

이장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뭐라고 지껄였느냐?”

천제현이 곧바로 말을 되받아쳤다.

“수십 년 살면서 배운 것을 제대로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답보 상태에 빠져 있군. 손바닥만 한 곳에서 거들먹거리며 진짜 자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별것도 아닌 주제에!”

천제현은 코웃음을 쳤다.

“뭐, 눈을 그렇게 뜨면 어쩔 건데? 인정 못하겠어? 흥! 천남성 제약의 일인자라 자칭하다니. 말본새가 아주 건방지군! 오늘 끝장을 보자고. 독을 찾아내면 내게 무릎 꿇고 절한 다음 꼬리를 말고 꺼져!”

이장운이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천남성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한 건 네가 처음이다. 좋다. 독을 찾아낸다면 널 건드리지 않겠다. 그러나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짜증나는 입을 영원히 놀릴 수 없게 만들어주마!”

“찾아낼 필요도 없어. 명하수(冥河水)잖아!”

한소룡의 눈동자가 급격히 졸아들었다.

이장운의 눈에도 야릇한 기운이 감돌았다.

염천웅은 순간 모든 것을 깨닫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명하수에 중독되면 체내의 마력과 결합하여 마력을 갉아먹기 때문에 마력이 떨어지지. 이런 독은 무색무취라 물에 스며들고 나면 다른 약재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그러니 사전에 알아차리기 어려워.”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염천웅은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독소가 계속 혈액 안에서 흐르기 때문에 중독된 후 검출해 낼 수가 없어. 판단을 하기 아주 힘들지. 게다가 명하수는 아주 희귀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전혀 생각해 낼 수 없어.”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늙은이를 속일 셈이냐? 아니면 여기 있는 사람을 바보로 아는 게냐?”

이장운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명하수 중독은 검출해 낼 수 없다. 검출해 낼 수 없는 독인데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

한소룡이 펄펄 뛰며 외쳤다.

“저자는 공씨 편입니다. 저자가 파렴치한 장사치의 책임을 면하게 해주려는 수작인 것 같아요. 저런 자는 아주 요절을 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잇달아 분노를 터뜨렸다.

“어리석기 짝이 없군!”

천제현이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명하수는 마력을 잠식하여 수련자에게 내상을 입히지. 그러니까 보통 사람에게는 효력이 전혀 없다고. 보통 사람이 중독되었는지 조사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믿기 어려우면 독이 든 단약을 죄수에게 줘보면 알 것 아니야! 명하수가 아닌 걸로 밝혀지면 내 목을 베어 공놀이를 하라고!”

염천웅이 험상궂은 얼굴을 실룩이며 흥분했다.

“명하수는 맹독이야. 매우 희귀하고 가격이 높지. 시장의 어떤 약재보다 열 배는 비싸. 그러니 약을 조제할 때 전혀 사용하지 않지. 남운상회의 제약사가 아무리 어리석다 해도 대량의 명하수를 약에 넣는 것은 불가능해. 그러니 이번 일은 약제의 문제도 아니고 조제 실수도 아니야!”

남궁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찌감치 음모를 꾸미고 독을 탄 거야. 이건 완전히 독을 타려는 계략이었다고!”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한소룡이 급히 외쳤다.

“우리를 현혹시키고 있어요! 정말 독을 탔는지 잠시 접어두죠. 그러나 남운상회에서 관리를 소홀히 했으니 마땅히 책임을 져야지요!”

“옳소! 말 한 번 잘 했네!”

“악덕 상인의 책임을 면하게 해주지 마라!”

“진범을 찾지 못한다면 공화련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조급하게 굴지 마십시오. 독을 탄 사람을 알아냈어요.”

천제현이 공화련 곁의 사람을 가리켰다.

“진범은 바로 당신이야. 몽 대장!”

공화련이 온몸을 덜덜 떨었다.

독을 탄 게 심복의 소행일 것이라 예상하긴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자신을 7년 동안 따른 충직한 몽 대장 호위대장일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믿기도 어려웠다.

7년 전 몽 대장은 연약한 처자식을 데리고 원수를 피해 도망쳤다.

그때 전성기를 구가하던 남운상회에서 그를 받아주었다.

그때의 몽 대장은 재능과 실력이 지금처럼 탁월하지 않아서 남운상회의 평범한 호위밖에 될 수 없었다.

얼마 후 사고가 일어나자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재능이 출중한 자들은 모두 떠나고 몽 대장만이 남아 공화련을 도와서 난관을 헤쳐 나갔다.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강직하며 정이 많은 그가 정말 배신을 했단 말인가?

공서련 역시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언니에 대한 몽 대장의 충정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수없이 위험한 상황에서 언니를 구했다.

정말 상회를 망하게 하려고 했다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말, 말도 안 돼!”

몽 대장이 몹시 황당해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숨기기 힘든 긴장감이 돌았다.

“남운상회 사람이라면 큰아가씨에 대한 나의 충정을 모를 리 없다. 내가 어찌 큰아가씨를 해칠 수 있겠느냐! 증거도 없이 모함하지 마라!”

천제현이 대답했다.

“없앨 수 있는 증거는 다 없애 버렸겠지. 그러나 없앨 수 없는 증거도 있어. 고농축 명하수는 휘발성이 몹시 강해. 고농축 명하수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분명 독기를 들이마실 수밖에 없어.”

뭔가 생각이라도 난 듯 몽 대장의 몸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천제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경미한 수준이라 몸이 좀 찌뿌둥한 정도여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명하수의 독소가 쌓이면 몸에 작은 회색 반점이 나타난다는 것은 몰랐겠지. 또 명하수는 원래 어두운 속성의 물질이야. 당신 손가락이 거뭇한 것은 어두운 속성의 뭔가를 만졌다는 증거라고. 내 말 맞지?”

‘괴물이다! 이 소년은 진짜 괴물이다! 이 소년은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까?’

염천웅이 다가왔다.

“내가 한 번 보지.”

몽 대장이 저항하려고 했다.

“저리 가! 난 아니라고!”

남궁혜가 잽싸게 발차기 한 방으로 장도를 날려 버렸다.

그 틈을 타 염천웅이 금나술로 손쉽게 몽 대장의 두 손을 제압하고 손가락을 살폈다.

“손가락이 까맣게 변했어. 분명 고농축 된 어두운 속성의 물질을 만졌을 때 나오는 반응이야!”

염천웅이 몽 대장의 갑옷과 투구를 벗겼다.

가슴과 등에 바늘구멍 같은 회색 반점이 가득했다.

“확실한 증거가 나왔는데도 잡아뗄 셈이냐?”

몽 대장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끝장이다. 다 끝났어.’

“정말 당신이 한 짓이야?”

공화련이 온몸을 떨었다.

“난 당신이 정 많고 의리 있는 대장부라고 생각했어. 절대 돈에 매수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대체…… 왜 그랬어?”

“맞다!”

몽 대장이 원한과 후회가 가득한 눈빛으로 죄를 시인했다.

“내가 독을 탔소!”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몽 대장이 계속 구차하게 변명을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실토하다니!

“이 나쁜 놈아!”

“넌 제 명에 못 죽을 것이다!”

“…….”

몽 대장이 분노로 들끓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절망한 눈빛이었지만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다.

요행을 바라기도 했으나 음모를 간파당한 순간 그는 끝이었다.

한소룡이 몹시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급히 말했다.

“몽 대장, 이 사악한 장사치에게 뭘 받은 거야? 이렇게 무시무시한 죄를 뒤집어쓸 필요 없잖아? 잊지 말라고. 당신은 처자식이 딸린 몸이라고! 당신이 죽으면 처자식은 어떻게 해?”

몽 대장이 실성한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처자식이라. 내 앞에서 그딴 소리를 지껄일 낯짝이 있다니…… 놔! 놔주시오! 제발 날 놔주십시오!”

공화련이 염천웅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풀려난 몽 대장의 눈빛에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

“저는 남운상회에 하늘같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죽더라도 결코 큰아가씨를 배신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몽 대장이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서 작은 꾸러미를 꺼냈다.

안에는 피범벅이 된 손가락 몇 마디가 들어 있었다. 그가 온힘을 다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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