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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1화 (20/729)

# 21

제21장 위기의 남운상회(2)

적은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다.

분명 그녀가 진상을 밝혀낼 수 없도록 일을 꾸몄을 것이다.

게다가 독을 탄 범인은 내부의 첩자일 것이다.

그러니 설령 진상을 밝힌다 해도 남운상회의 관리소홀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역시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엄청난 사고가 발생한 후 남운상회가 운 좋게 살아남는다 해도 명성이 땅에 떨어진 마당에 상회에 앞날이 있겠는가.

조 집사가 온몸을 떨었다.

“나리께서 사업을 막 일구실 때부터 제가 곁에서 모셨습니다. 몇십 년을 고생하며 남운상회가 커가는 것을 하나하나 지켜봤지요. 6년 전 나리와 마님께서 사고를 당하셨을 때 저도 함께 갔어야 했는데, 상회가 눈에 밟혀서 떠나질 못했지요. 상회는 두 분의 피와 땀입니다! 그런 상회가 사라지는데 제가 더 살아서 뭐하겠습니까. 저 비열한 놈들과 싸우다 죽겠습니다.”

“조 집사, 안 돼!”

조 집사가 한소룡에게 달려들었다.

공화련이 저지하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사람들 무리에서 날아든 화살이 조 집사의 가슴을 관통했다.

“조 집사!”

공화련이 몽 대장의 저지를 뿌리치고 조 집사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두 손이 피에 물들었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주위 사람들을 쳐다봤다.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했잖아. 당신들이 이겼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 어째서!”

한소룡이 큰 소리로 웃었다.

“공화련, 정말 바보인 거야 아님 바보인 척하는 거야? 손해를 배상한다고 끝날 줄 알아? 왕 형님, 저 여자에게 말씀해 주시지요!”

고급 군관 갑옷을 입은 사내가 걸어 나와 먼저 영패를 높이 쳐들었다.

“난 천남성 조사 부대의 대장 왕안이다!”

왕안이 근엄하게 말했다.

“이번 독을 탄 사건은 피해자가 많고 극히 악랄하다. 나랏법과 상회 관리 조례에 따라 공화련은 상회의 책임자로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범인과 같은 처벌을 내려 평생 변경에서 노역을 해야 한다. 모든 가솔은 명부에서 제명되고 군기와 군노가 될 것이다.”

‘정말 잔인하다!’

공화련은 자자형(刺字刑)?을 받고 유배를 가야 한다.

공서련은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정말 우리의 씨를 말리려는 것인가?’

“염병!”

이때 커다란 종소리 같이 묵직한 음성이 집 안에서 들려왔다.

목소리에는 광기에 찬 분노가 서려 있었다.

“어떤 놈이 내 사부님을 노예로 만들려고 해? 죽고 싶은 게냐? 내 주먹맛이나 봐라!”

강렬한 힘이 장내에 엄습했다.

모두 가슴이 답답해지더니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방금 전 위엄 있게 정의를 운운하던 조사 부대 대장이 붉은 주먹에 맞아 한참을 멀리 나가떨어졌다.

온몸의 뼈가 다 바스러진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한소룡이 아연실색했다.

“간덩이가 부었구나! 백주대낮에 군관을 살해하다니!”

이때 익숙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스승을 속이고 분란을 일으키다니, 네 간덩이도 만만치 않아!”

“남궁혜?”

세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한 명은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장화에 붉은 옷을 입고 빨간 머리를 휘날리는 화끈한 미녀였다.

한 명은 키가 2미터나 되고 곰처럼 덩치가 큰 서른이 넘은 장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소박한 차림의 평범한 백발노인이었다.

백발노인을 본 순간 한소룡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스…… 스승님!”

장립청이 어떤 인물인가.

그는 순식간에 사건의 자조지종을 파악했다.

남운상회가 6년 전 심각한 타격을 입은 후 양씨 가문에서 뒤를 봐주던 흑수상회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흑수상회와 남운상회의 주요 품목은 모두 부적이다.

지금까지 상회 간의 경쟁은 멈춘 적이 없었다.

흑수상회의 세력은 날로 커졌고 강력한 양씨 가문의 지원까지 받았다.

그러나 남운상회는 사고를 당한 후 이류 상회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게다가 뒤를 봐주는 세력도 없었으니 두 상회는 결코 같은 급의 맞수가 아니었다.

공화련은 만만치 않았다.

강력한 압박을 견디며 6년을 꿋꿋이 버텼다.

남운상회는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거대한 압박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공화련은 야심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녀는 남운상회의 옛 영광을 되찾고자 했다.

다만 그녀는 후원자가 없는 남운상회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흑수상회에 정면으로 맞설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다른 길을 개척한 것이다.

그녀는 거금을 투자하고 반년을 꼬박 준비하여 제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반년동안 주도면밀히 준비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런데 개업 2주 만에 이렇게 큰 사건이 터지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도 안 돼! 이건 분명 계략에 빠진 것이다!’

한소룡은 이틀 전에 고의로 자신을 오해하게 만들어 공서련을 제명시켰다.

이는 공씨 가문과 자신을 완전히 떼어 놓으려는 수작이었다.

이 일련의 일들을 하나로 이어지자 장립청은 한씨 가문이 이 음모에 관여했음을 확신했다.

장립청은 상회 사이의 다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공서련과 천제현이 연관되어 있다.

더욱이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며 파급력이 크고 피해자가 너무 많이 나온 사건이었다.

상회 간에 경쟁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무고한 피해자가 생긴다면 용서할 수 없다.

‘어찌 되었건 이번 일에는 나서야만 한다!’

한소룡은 장립청의 입장이 뭔지 확신을 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여기에 계신 겁니까?”

장립청이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

“오늘부터 우리 사제 관계는 끝이다. 학술계에 비뚤어진 야심을 가진 자는 필요 없다. 그리고 음험한 꿍꿍이를 가진 제자는 더욱 필요 없다!”

한소룡의 낯빛이 급변했다.

저명한 부작사 장립청이 모든 사람들 앞에서 둘째 제자를 파문시켰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장립청의 말투가 더욱 매서워졌다.

“더 이상 일을 키우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널 용서하지 않을 게다.”

한소룡의 얼굴이 구겨졌다.

정말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짰는데 장립청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염천웅과 남궁혜까지.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이 어째서 공화련 편에 서는 거지?’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장 대사, 큰 잘못을 범하고 있는 거요!”

마찬가지로 노쇠한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오랜 기간 명예를 쌓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내 충고하는데 흙탕물에 몸을 담그지 마시오. 그러다 지위도 명예도 다 잃고 처참한 말로를 보내게 될 거요!”

염천웅이 곰 같은 얼굴을 찡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장운? 이왕 온 거 애매한 말은 그만하고 앞으로 나오시오!”

깡마른 노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피부는 탱탱하고 흰머리도 많지 않았다.

외모는 쉰 살 정도로 보이지만 그는 일흔 살이었다.

매우 세련되고 화려한 두루마기를 걸치고 손에는 금으로 만든 긴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손가락에서 번쩍거리는 여러 개의 보석 반지와 한 올 한 올 뒤로 넘겨진 머리카락이 매우 고귀하고 점잖게 보였다.

그에 비해 장립청은 늙수그레한 촌 노인네였다.

천남성 제약사 조합의 회장과 부적사 조합의 회장!

태산북두 같은 두 인물이 부딪치다니!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장립청의 눈빛이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이장운이 이곳에 나타난 것을 보니 단순히 자신을 견제하는 것보다 더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

양씨 가문은 이장운을 비호해 왔다.

게다가 그는 경험이 풍부한 장로였다.

어떤 의미로 말하면 이장운은 양씨 가문의 사람이다.

그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양씨 가문 역시 이 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뜻이다.

‘남운상회가 위험하다!’

“염천웅, 내 제자가 진 빚은 언젠가 꼭 갚겠다.”

이장운이 염천웅을 한 번 노려보더니 다시 장립청을 보며 말했다.

“장 대사, 명예를 소중히 여기시오. 남운상회가 저지른 천인공노할 짓에 하늘이 노여워하고 사람들도 들끓고 있소. 나는 제약사 대표로 이 일에 관여해야만 합니다.”

이장운이 차갑게 웃으며 느릿느릿 말을 이어갔다.

“장 대사는 부적 제작학에 조예가 깊지만 제약학으로 내게 상대가 되겠소? 나조차 이번 사건에 쓰인 독이 뭔지 알아내지 못했는데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후회만 남을 것이오!”

이 말 속에 숨겨진 뜻을 장립청이 모르겠는가.

이장운은 제약사 조합의 회장이다.

그가 무슨 독인지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천남성에서 그 누구도 독을 알아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피해자가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한다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진범을 찾아내지 못하면 공화련은 상회의 책임자로서 법에 따라 모든 죄를 뒤집어써야 한다.

장립청이 공화련을 도우려고 한다면 지위와 명예를 모두 실추하게 될 것이다.

역시 준비가 철저했다.

사용한 독마저 아주 세심히 준비했다.

장립청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양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떠받들어주니 기개가 다 꺾인 모양이오. 당신의 영혼은 사치와 탐욕에 물들었구려. 학자로서 기본적인 지조도 없는데 어찌 진리를 추구한단 말이오? 이 늙은이는 이번 일에 반드시 관여할 것이오! 진상을 밝혀내기 전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겠소!”

염천웅도 큰 소리로 외쳤다.

“말씀 잘하셨습니다! 나 염천웅도 이 일에 관여할 것입니다!”

남궁혜도 끼어들었다.

“내 친히 진범에게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주겠어!”

우연히 함께하게 된 세 사람이 명예를 걸고 자신을 위해 진상을 밝혀주겠다니 이 얼마나 큰 영광인가?

공화련은 매우 감동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세 사람이 천제현 때문에 자신을 돕는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천제현을 떠올리며 다시금 깊이 후회했다.

‘그 자식이 떠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분명 쓸모없는 자신보다 서련이를 더 잘 지켜줄 것이다.

이장운이 지팡이로 땅을 매섭게 내리쳤다.

“내 단언하는데 이 독을 알아낼 길은 없다오. 천남성에서 누구도 밝혀낼 수 없소! 고집을 부린다면 죽음뿐이오. 어디 두고 봅시다!”

장립청은 마음이 무거웠다.

‘이장운이 저리 자신만만해하니 이번 일은 정말 골치 아프겠군!’

“누가 아무도 밝혀낼 수 없다고 하는 거야? 당신이 무능한 것일 뿐이겠지!”

바로 이때 사람들 틈에서 경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켜주세요. 좀 지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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