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19화 (18/729)

# 19

제19장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공화련은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너무 의외의 일이 벌어지면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장림청이 왔으니 음모일 가능성은 낮았다.

남운상회를 어떻게 하려고 한다면 음모나 계략 따위가 전혀 필요 없이 장립청과 남궁혜의 능력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밖에 소박한 차림의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 옆에는 빨간 머리에 붉은 옷을 입은 매혹적인 미녀가 서 있었다.

공화련이 직접 마중을 나가서 안절부절못하며 손을 모아 인사했다.

“장 대사님, 남궁 아가씨, 두 귀빈께서 오시는지도 모르고 마중이 늦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공화련이 노인을 유심히 살폈다.

‘분명히 장립청이야!’

그는 천남성 부적 제작 분야의 권위자이고, 남운상회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바로 부적이다.

이런 태산북두급 인물이 왕림했는데 어떻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공화련이 조급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설마 서련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 그래서…….”

장립청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공서련의 일은 오해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오.”

‘마음에 담아둔다고? 내가 어찌 감히!’

공화련이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설마 서련이를 다시 받아주시려는 건가?’

이때 남궁혜가 끼어들었다.

“언니, 예전에 언니가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정말 별로네요!”

깜짝 놀란 공화련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뭘 잘못했나?’

남궁혜는 악명으로 이름 높았다. 그녀가 화를 낸다면 온 집안을 박살 낼 수도 있다.

공화련은 언제 난폭하기 그지없는 남궁혜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공화련이 두려워하며 물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주세요.”

남궁혜가 목소리를 높였다.

“진정한 고수를 찾았으면서 어째서 서련이를 우리 스승님 문하로 보냈어요? 이게 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이에요! 스승님을 제대로 욕보인 처사라고요!”

장립청도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공화련은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

고수라,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천남성에 장립청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 존재한단 말인가?

정말로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 해도 남운상회에 있을 리 만무했다.

“말씀이 과하십니다. 전……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됐으니까 시치미 그만 떼요! 다 안다고요!”

남궁혜가 묵직한 자루를 땅에 던졌다.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금화 20,000냥이에요. 이 돈 모으려고 속옷까지 팔 뻔했어요. 서련이는 어디 있나요? 투자를 해야겠어요. 저도 동업자가 되어서 서련이와 함께 사업하려고요!”

‘남궁혜가 우리 서련이에게 투자를 한다고?’

공화련은 자신의 귀가 멀쩡한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남궁 가문은 최고의 군정 귀족이야. 양씨 같은 용병 가문과 비교도 안 된다고!’

남궁혜는 성주의 딸로 그녀의 지위는 천남성에서 독보적이었다.

투자를 하여 동업자가 되는 것은 차치하고 그녀의 말 한마디는 많은 세력을 두려움에 떨게 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남궁혜는 진정한 천재다.

그녀는 열여덟에 연체 9성의 경지에 오른 데다 강력한 정령을 지녔다.

그 누구도 이런 사람을 적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총명한 공화련도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늙은이가 찾아온 것도 그 때문이오.”

장립청이 소매에서 족자를 꺼내어 공화련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

“이건 암석부 설계도요. 이걸 남운상회에 드리겠소. 앞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한 푼도 빠짐없이 다 남운상회의 것이오.”

또다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공화련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장립청이 웃으며 말했다.

“공서련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리 완벽한 부적 설계도를 그릴 수 있었겠소. 이 부적을 내가 고안했다고 말하는 것도 민망한데 어찌 수익까지 바라겠소.”

장립청은 공화련에게 암석부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이걸 남운상회에 넘기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 같소. 이 늙은이의 체면을 봐서 받아주시오. 다만 청이 하나 있소. 서련이와 그 고수를 만나게 해주시오.”

“언니, 내 투자는 어떻게 할 거예요? 확답을 주세요!”

남궁혜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장 대사님, 남궁 아가씨!”

공화련이 한 손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서련이는 방금 자러 갔어요. 우선 대청에서 차를 드시지요. 제가 서련이와 상의를 한 후 두 분께 확실한 답을 드리면 어떨까요?”

“물론 괜찮지요. 오늘은 별로 할 일도 없는 걸요.”

남궁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투자금을 마련하느라 속옷까지 팔 뻔했어요. 그러니 제 청을 거절하면 기분이 아주 언짢을 것 같아요. 제 기분이 나빠지면 다른 사람들도 다 기분 나쁘게 만들어 버리겠어요.”

공화련은 심장이 철렁하여 억지웃음을 지었다.

“알겠어요. 남궁 아가씨. 우선 들어가시지요.”

둘이 대청으로 들어가 앉았다.

공화련은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쏜살같이 공서련의 처소로 달려갔다.

그녀는 기척도 하지 않고 바로 문을 열어젖혔다.

이 모든 일들이 너무 괴이했다.

공화련은 반드시 사건의 자초지종을 파악해야만 했다.

이 순간, 아무것도 모르는 공서련은 침상에서 단잠을 자고 있었다.

공서련이 비몽사몽하며 일어나 앉았다.

“하루가 벌써 지났어?”

공화련이 급히 물었다.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어서 말해봐!”

공서련이 솔직히 대답했다.

“천제현과 함께 등심구이를 팔았어. 그리고 제약시장에 갔어.”

“그게 다야?”

“응, 왜 그러는데?”

공화련이 방금 일어난 일들을 설명했다.

“염천웅이 어째서 널 스승으로 삼으려고 하니? 남궁혜는 왜 투자를 하려는 거고? 장 대사님은 무슨 까닭으로 먼저 우리 가문에 은혜를 베푸시는 거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뭐? 다 알아버렸구나! 원래 한참 동안 비밀로 했다가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언니기 다 알아버렸으니 말해줄게.”

공서련이 새하얀 맨발로 침상에서 뛰어내려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어젯밤에 십 년 동안 겪을 일을 하루 사이에 다 겪었다고!”

공서련이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등심구이를 팔다가 불량배와 다툼이 있었고, 제약시장에 갔다가 양씨 놈과 충돌이 생겼어.”

공서련은 빠르게 말하느라 부족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결국 단약 조제 시합을 벌였는데 천제현의 도움으로 양봉을 꺾고 금화 5,000냥을 따냈어!”

공서련은 자랑스런 표정으로 공화련을 바라봤다.

“언니는 모를 거야! 그때 그 양봉 놈이 아주 난폭하게 달려드는데 내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발차기 한방으로 놈의 엉덩이를 걷어차 줬다고! 언니, 그거 알아? 모두 놀라서 입이 딱 벌어졌다고. 날 보는 눈빛들이 달라졌어!”

공서련은 여전히 의기양양하게 손짓발짓을 하며 이야기했다.

공화련이 공서련의 손목을 잡고 세심하게 반응을 살피다가 점점 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다른 일이야 속일 수 있다지만 마력은 속일 수 없다.

공서련은 이미 그녀와 같은 연체 4성 정점에 올라와 있었다.

공서련이 계속 우쭐거리며 수정조각을 건넸다.

“이건 내 전리품이야! 한 번 살펴보시지요, 나으리!”

이건 상인 전용 예금 증서인 수정조각이다.

나라에서 일괄적으로 상인들의 편리한 거래를 위하여 모든 도시마다 은행 금고를 설립하였다.

그리하여 상인들은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이 수정조각을 가지고 다니며 현금으로 바꾸면 된다.

이 수정조각은 확실히 금화 5,000냥이라는 거액의 가치를 지녔다!

천제현.

모든 일이 천제현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그놈이 바로 천제현인가? 진실을 말한거야?’

그는 어젯밤 정말로 서련이와 함께 장사를 하고 방을 잡았다.

다만 그 방이 약방이었던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련이를 도왔는데 자신이 그를 오해한 것이다.

공화련은 넋이 나가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 사람을 어디에 데려온 거니?”

공서련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샀어!”

“샀다고?”

“대단하지!”

공서련이 몹시 우쭐대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천제현을 사들인 것은 그녀의 일생에서 가장 잘한 투자였다.

“반년 동안 모은 용돈으로 노예시장에서 사왔어. 아, 맞다. 녀석은 어디 갔지? 왜 언니랑 같이 안 온 거야?”

“큰일이네. 그 사람은…… 나 때문에 화가 나서 떠나 버렸어!”

“뭐라고?”

“그 사람 어디에 사니? 나와 함께 가보자!”

“주방 옆의 작은 처소에 묵고 있어!”

공서련이 황급히 언니를 데리고 천제현의 작은 방으로 갔다.

그러나 방은 텅텅 비어 있고 천제현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공서련이 순간 다급해져서 안팎으로 여러 차례 뒤졌지만 그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어디로 간 거야?”

죄책감이 들어 몹시 괴로웠다.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난 그자가 네게 몹쓸 짓을 한 줄 알고 심한 말을 했어. 그런데 그 사람도 성격이 보통이 아니더라고. 그래서 작은 다툼이 생겼어.”

공화련이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울먹였다.

“그런데 내가 그만…… 실수로 그곳을 공격하는 바람에……. 그는 화를 내며 떠나 버렸어.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뭐라고?”

공서련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나를 힘껏 도와준 녀석을 그렇게 대하다니! 분명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거야! 언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애꿎은 사람을 잡았잖아!”

‘나도 너를 위해 그랬단다. 너무 화가 나서 실수한 거야…….’

공화련은 몹시 답답해하며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천제현이 남기고 간 전구, 마력진이 새겨진 프라이팬과 냄비, 벽에 그려진 선풍진, 자동으로 가열되는 찻주전자를 바라보았다.

비록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일생의 가장 어리석은 실수야.’

그녀는 기인, 천하에 둘도 없는 기인을 쫓아 버렸다!

공서련은 몹시 괴로워하며 언니를 원망했다.

그러나 언니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언니는 자신을 너무 아끼는 바람에 이성을 잃고 천제현과 다툼을 벌인 것이다.

“온힘을 다해 나를 도왔는데 감사의 인사를 받기는커녕 오해를 사다니…… 분명 크게 실망하고 속상했을 거야!”

공서련은 천제현이 너무 안쓰러웠다.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공화련이 눈썹을 찡그리며 재빨리 대책을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끌어볼게. 얼마 못 갔을 테니 네가 어서 가서 찾아봐. 반드시 찾아서 데리고 와야 해.”

‘이 방법뿐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