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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7화 (16/729)

# 17

제17장 공화련의 분노

혼성술사는 모두 만인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천제현은 그런 것들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공서련은 안타까워서 눈을 흘기면서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금화 5,000냥에 해당하는 수정조각을 꺼냈다.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절반을 천제현에게 준다고 해도 2,500냥이 남는다. 이 정도도 엄청난 돈이다.

공서련과 천제현이 집에 도착했다.

무명옷을 걸친 삐쩍 마른 노인이 급히 나와서 공서련을 맞았다.

“작은 아가씨, 왜 이제 오세요? 큰 아가씨께서 정말 많이 걱정하셨어요.”

“조 집사,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가 알고 있어?”

조 집사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작은 아가씨, 이번에는 좀 심하셨어요. 장 대사께 제명당했다는 소식이 쫙 퍼졌답니다. 큰 아가씨께서 그 일을 물어보려고 오셨다가 방에서 작은 아가씨를 밤새 기다리셨어요.”

“가서 언니에게 해명해야겠어!”

조 집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 일로 큰 아가씨께서 크게 실망하셨어요. 화도 많이 나셨고요.”

공서련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럼 비켜줘! 내가 가서 해명하면 되잖아! 언니는 이해해 줄 거야!”

대문 안에서 갑옷 차림의 중년 사내가 걸어 나와 딱딱한 얼굴로 말했다.

“큰 아가씨의 명령입니다. 작은 아가씨께서는 하루 동안 처소에서 근신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큰 아가씨의 명령입니다.”

“일단 언니 좀 보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전 큰 아가씨의 명령만 듣습니다!”

몽 대장이 얼음장 같은 얼굴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녀 두 명이 공서련 옆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달랬다.

“작은 아가씨, 몽 대장님도 어쩔 수 없어요. 명령에 따라야 하니까요. 일단 저희와 처소로 가세요.”

“알겠어! 알았다고!”

공서련은 몽 대장을 무서워했다

그녀는 답답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가면 되잖아요. 사람이 너무 꽉 막혔어!”

공서련은 처소에 갇혔다.

몽 대장이 돌아가지 않고 언짢은 얼굴로 천제현에게 말했다.

“작은 아가씨가 데려왔다는 사람이 너냐? 큰 아가씨께서 널 찾으신다!”

몽 대장은 공씨 가문에 충성을 다하는 호위대 대장이다.

그는 연체 7성의 높은 실력을 지녔다.

이 정도면 천남성에서 무척 높은 수준에 속한다.

천제현은 몽 대장의 상대가 못 된다.

도망도 마음대로 칠 수 없다.

‘큰 아가씨께서 부르신다니 가서 만나보지 뭐.’

몽 대장이 천제현을 작은 화원으로 데리고 갔다.

“들어가거라!”

상황이 뭔가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큰 아가씨가 날 단독으로 보겠다는 건가?’

천제현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별 생각 없이 화원으로 들어갔다.

화원은 격조 있고 고요했다.

가운데 아름다운 정자 하나가 있었다.

공서련과 꽤 닮은 얼굴에 키가 큰 미녀가 하얀 옷을 입고 정자에 조용히 서 있었다.

날개 같이 가벼운 하얀 옷 때문에 안개에 싸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주변의 꽃들이 빛을 잃은 듯했다.

천제현도 넋을 잃고 쳐다봤다.

큰 아가씨의 깔끔하게 정리된 까만 머리칼은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고상했다.

눈처럼 흰 피부, 길고 곧은 다리, 우아한 둔부에서는 완숙미가 물씬 풍겼고 양 미간에서는 여장부의 강인한 기상이 엿보였다.

천제현이 예술품을 감상하듯 큰 아가씨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절세가인이다! 자매가 모두 엄청난 미모를 지녔구나.’

엊그제 밤에는 목소리만 듣고 얼굴은 보지 못했다.

목소리만으로도 기대가 됐는데 오늘 직접 보니 정말 경국지색의 미모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의 몸매는 지금까지 보았던 미녀 중에 가장 완벽하고 관능적이며 매혹적이었다.

풍만한 가슴에 달처럼 둥글고 탄력 넘치는 둔부, 아찔한 긴 다리가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한껏 뿜어냈다.

공서련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천진난만해서 같이 있으면 유쾌하고 편안했다.

그렇지만 공화련에 비해 여성미가 많이 부족했다.

남궁운도 빼어난 미모를 지녔지만 성격이 너무 드세고 난폭했다.

그에 비해 공화련의 단아하고 우아한 분위기는 남자의 본능적인 정복욕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흥!”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매혹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큰아가씨의 눈빛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천제현은 자신이 실례를 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큰아가씨는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천제현도 공연히 밉보이기 싫어 일부러 자세를 낮추고 인사를 올렸다.

“소인 천제현, 큰 아가씨를 뵙습니다. 어쩐 일로 절 부르셨습니까?”

공화련이 코웃음을 쳤다

‘첫인상이 정말 최악이군. 생긴 건 제법 멀쩡하지만 분명 제대로 된 놈이 아닐 거야!’

공화련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 정체가 대체 뭐냐? 무슨 속셈으로 내 동생에게 접근한 거야?”

“큰 아가씨, 반대로 말씀하셨네요. 작은 아가씨께서 절 공씨 가문으로 데려오신 겁니다. 제가 접근한 게 아니라고요. 제 정체는 작은 아가씨에게 물어보십시오. 제가 더 말씀 드릴 것도 없어요.”

천제현은 최대한 공손하게 굴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건방진 성격은 감출 수가 없었다.

공화련은 천제현이 더욱 못미더웠다.

열여섯 살에 위기의 순간에서 가문을 떠맡아 쓰러져 가는 남운상회를 일으킨 여인에게는 필시 뭔가 남다른 능력이 있는 법이다.

공화련의 눈은 매우 예리했다.

그녀는 한눈에 천제현이 단순한 노비가 아님을 알아봤다.

‘이자가 뭔가 불순한 의도로 동생에게 접근한 것일 수도 있어!’

공화련의 아름다운 눈빛에 강렬한 적개심이 타올랐다.

천제현이 답답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려고 보자고 했군. 날 심문할 모양이야!’

공화련은 매우 위압적으로 단호하고 엄하게 천제현을 질책했다.

“서련은 천성이 착하고 순진한 아이야.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라서 너같이 말만 번지르르한 놈한테 속기 쉽지. 너 때문에 우리 서련이 털끝 하나라도 다치게 된다면 내 전부를 걸고라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양심에 거리낄 일을 한 적이 없는 천제현이 당당하게 말했다.

“정말 오해세요. 저는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공화련이 냉랭하게 콧방귀를 꼈다.

“그럼 대답해. 서련을 데리고 나가서 외박했지?”

천제현은 어젯밤 일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습니다.”

우지끈!

공화련의 손에 나무 손잡이가 박살났다.

“그런데도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고?”

공화련의 단정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왜 서련을 데리고 나갔어? 나가서 무슨 짓을 했지?”

천제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나가서 돈을 벌었어요. 작은 아가씨께서 사업을 해보려고 하는데 언니로써 격려를 해주셔야지요.”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믿을 공화련이 아니었다.

동생의 깜냥을 그녀가 모르겠는가.

‘이 악당이 서련을 속인 게 분명해. 내 동생을 속여서 밖으로 데리고 나간 거야!’

공화련의 아름다운 얼굴이 분노로 벌개졌다. 풍만한 가슴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그러나 공화련의 아름다움에 빈틈이란 없었다.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이 무표정한 여장부의 모습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허튼소리는 집어치워!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는 게 있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공화련의 태도가 더욱 사나워졌다.

천제현도 이렇게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다그치는 태도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공화련은 처음부터 천제현을 나쁜 놈이라 단정지었다.

천제현이 무슨 말을 해도 통할 리 없었다.

“그러면 큰 아가씨께선 제가 작은 아가씨와 뭘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공화련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였다.

그녀는 동생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기지 않았다.

“네가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넌 우리 집의 하인이다! 하인이면서 주인을 잘 모시지 않고 외박을 하게 만들었어. 이점 하나만으로도 넌 곤장감이야!”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 억지가 너무 심하군!’

공화련이 아름다운 얼굴로 한껏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서 사실대로 불어!”

“네! 맞아요! 같이 밤을 보냈어요!”

천제현도 만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공화련의 화를 돋우려고 크게 외쳤다.

“밤새 같은 공간에 있었어요. 잠은 안 잤고요. 원하는 대답이 나왔으니 이제 속 시원하시죠?”

공화련이 벼락을 맞은 듯 창백해져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열여섯 밖에 안 된 애한테 그런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다니!”

“제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면 믿으실 건가요?”

천제현이 차갑게 웃었다.

“자신의 친동생도 못 믿고 저와 아가씨를 지저분한 사이로 몰아가다니. 이 일이 소문나면 작은 아가씨는 끝장이라고요. 작은 아가씨 생각은 해보셨어요?”

천제현은 공화련의 약이 오르도록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말을 이었다.

“이게 정말 아가씨를 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세요? 정말 가슴만 크고 생각이 없으시군요. 큰 아가씨 같은 사람이 운영하니 남운상회가 망해가는 거예요. 문 닫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군요!”

“닥쳐!”

공화련이야말로 동생을 티끌 한 점 없이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가 단독으로 천제현을 부른 것도 말이 새어나가지 않게 일을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나보고 닥치라고? 그럼 더 크게 떠들어야지!’

천제현이 계속 빈정댔다.

“제가 볼 때 큰 아가씨는 애정결핍으로 마음이 삐뚤어졌어요. 그러니까 세상에 착한 사람 하나 없다는 듯이 모든 사람들이 다 사악하고 비열하다고 생각하죠. 무슨 일이건 다 나쁜 쪽으로 생각하고요. 이렇게 어두운 언니 곁에 있다가 착하고 순수한 작은 아가씨까지 물들어 버릴까 봐 정말 걱정이네요.”

“말 다했어?”

공화련이 결국 폭발해서 천제현에게 따귀를 날리려고 했다.

상회 일로 수련 시간이 부족하고 병마가 수련에 영향을 주었지만 공화련은 연체 4성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에게 연체 3성인 사람을 제압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는 천제현이었다. 천제현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천제현이 몸을 틀어 공화련의 따귀를 피했다.

“와! 말로 안 되니 손을 쓰는 것 좀 봐. 마음만 어두운 게 아니라 폭력적이기까지 하네요! 이래서 시집이나 가시겠어요?”

공화련이 씩씩대며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천제현은 몸을 굽혀 주먹을 피했다.

그다음 앞으로 돌진하여 버들가지처럼 가녀린 공화련의 허리를 와락 껴안아 그녀를 정자 기둥으로 밀어붙였다.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밀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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