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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5화 (15/729)

# 15

제15장 조제 시합

-조제광(造製狂) 염천웅.

염천웅은 천남성에서 인정받고 있는 제약사 중 하나였다.

실력이 있고 약 제조에도 일가견이 있으며 강직하다!

그런 그가 심판으로 나서다니, 이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양봉은 상관없다는 얼굴이었다.

“그것도 좋지요. 염장로께서 심판을 봐주신다면야 시합에서 진 사람이 감히 딴소리하지 못하겠지요.”

“내가 사람 차별 안 하는 공정한 성격인 것을 다들 아실 것이오.”

염천웅이 종소리처럼 크게 껄껄대며 웃었다.

그러자 붉은빛의 마력이 솟구치며 몸에서 낮고 묵직한 곰의 포효가 폭발하더니 강력한 기운이 주위를 둘러쌌다.

“시합에 지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놈에게는 폭열웅권의 위력을 보여줄 것이다!”

연체 9성 정점의 실력!

또 하나의 준 혼성술사였다.

염천웅의 정령인 불곰은 봉황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두 가지 속성을 지닌 희귀한 정령이다.

주 속성은 불이고 부가 속성은 흙으로 불의 파괴력과 흙의 방어력을 모두 겸비하여 만만찮은 전투력을 지녔다.

염천웅이 커다란 약방 가운데 섰다.

양봉과 천제현이 염천웅 양옆에 서고 관중들이 그 주위를 에워쌌다.

“좋다. 이번 시합의 규칙은 간단하다. 양측에서 한 명씩 가장 자신 있는 단약을 조제한다. 제한된 시간에 가장 훌륭한 단약을 조제해내는 자가 승리한다! 이제 약재를 선택하거라!”

양봉은 승리를 확신했다.

“저는 연화지열진(蓮花地熱眞)과 붉은 머리 버섯, 붉은 넝쿨, 화마초, 훈염화를 쓰겠습니다.”

염천웅의 별명은 약 만드는 데 미쳤다고 해서 조제광이었다.

염천웅은 제약에 미친 듯이 몰두하여 단약 조제로 천남성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혔다.

약재를 보자마자 옹천염은 양봉이 노화단을 조제할 것임을 알아차렸다.

노화단은 이운장의 개발한 가장 뛰어난 단약 중 하나로 매년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단약을 양봉에게 전수한 걸 보면 이운장이 양봉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노화단은 소화 계통의 단약이다.

연체술사가 복용하면 두 시간 안에 마력이 몇 배 증가한다.

그러나 약효가 사라지고 나서 바로 마력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3개월에 한 번만 복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력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이 단약의 원리는 잠재력을 태우는 것이라 몸에 막대한 손상을 입힌다.

그러나 위기상황에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단약이라서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양봉은 약재 이름을 나열하자마자 도발하는 눈빛으로 천제현을 쳐다봤다.

“넌 무슨 약재로 나와 겨룰 거냐?”

천제현이 눈을 깜박였다.

“잘못 알고 있군. 난 직접 나선다고 한 적 없는데.”

양봉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무슨 소리야? 내기를 취소하겠다는 거야?”

“내가 방금 말했잖아. 네 스승도 내 시중 들 깜이 안 된다고! 너 따위를 상대하는데 내가 친히 나설 필요가 있을까? 작은 아가씨, 아가씨가 해치우시죠.”

조롱을 당한 양봉이 길길이 날뛰었다.

“감히 날 모욕하다니!”

사람들도 웅성댔다.

공씨 가문 둘째 아가씨는 장립청의 제자이다.

장립청은 부적 제조 분야의 대사지만 공서련은 일개 기명 제자에 불과했다.

이런 공서련이 단약 조제에 대해 아는 게 있을까?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염천웅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금화 5,000냥이 걸린 내기다!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인가?”

천제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아가씨는 내게 하룻밤 동안 단약 조제하는 법을 배웠어요. 저런 피라미를 상대하기에 충분합니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소리였다!

제약학이 얼마나 심오한 학문인가!

일생을 다 바쳐도 업적을 쌓기 힘든 천부적인 자질과 노력이 매우 중요한 학문이다.

문외한이 하룻밤 배운 실력으로 천남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천재를 이기겠다고 호언장담하다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단약 조제법을 가르쳐준 천제현도 끽해 봐야 열대여섯에 불과했다!

서련은 긴장과 흥분을 억누르며 천제현이 한 말을 떠올렸다.

그가 일부러 자신을 위해 양씨 가문에 한방 먹일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염천웅도 별수 없었다.

“어떤 재료가 필요하지?”

서련은 조금 감동받았다.

“양봉이 고른 재료로 할게요.”

노화단은 이장운이 독자 개발한 것으로 지금까지도 기밀 보호가 철통같았다.

‘서련이 어떻게 노화단의 제조 기법을 손에 넣을 수 있지? 노화단을 제조하는 게 아니면 어째서 같은 약재를 선택한 걸까?’

염천웅은 공서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서련이 자신만만해하니 간섭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원하는 재료를 가져다주라고 명령하고 양쪽을 준비시킨 다음 모래시계를 뒤집기만 하면 된다.

“시작하거라!”

모래시계는 30~40분이면 다 떨어진다. 조제 시간을 제한하면 난이도가 크게 올라간다.

“흥, 머저리. 잘 보라고!”

‘오늘 네놈들한테 차이가 뭔지 확실히 보여주지. 네놈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해주겠어!’

양봉이 말을 뱉으며 단약 화로를 꺼냈다.

화로는 높이가 세 척에 보랏빛이 도는 금색이었다.

전체에 복잡한 주문이 빼곡하게 적혀 있고 네 마리의 마수 장식이 감싼 몸체에서 옅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한눈에 봐도 예사 물건이 아니었다.

“저건 사수자금로야! 이운장 대사가 젊었을 때 사용하던 단약 화로라고!”

“저 화로로 1급 단약을 조제하면 순도가 크게 높아지고 성공률도 대폭 높아져.”

“천남성의 양봉에게 이런 보물까지 있다니,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군!”

“…….”

자리의 많은 제약사들은 사수자금로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화로는 천남성 제약학계에서 매우 이름난 보물이기 때문이다.

염천웅도 이운장이 천금같이 귀한 단약 화로를 양봉에게 넘겼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한편 공서련은 청동 단약 화로를 꺼냈다.

일반 약방에 흔히 사용하는 지극히 소박하고 평범한 단약 화로였다.

‘저런 걸로 시합이 될까?’

염천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초라한 단약 화로는 그렇다 쳐도 약재 처리도 매우 서툴렀다.

서련은 약재를 하나씩 꺼내 조심스럽게 갈고 빻았다.

그에 비해 양봉은 능숙하게 지열진을 가동시켰다.

이글거리는 지열진에서 열기가 솟구치며 순식간에 자금화로를 휘감았다.

양봉은 오른손으로 약재를 잘게 빻아 전부 가루로 만들어 공중에 뿌렸다.

또 왼손으로 마력을 분출시켜 흩뿌린 가루가 안에 들어가게끔 화로를 공중에 띄웠다.

화로는 안정적으로 불가에 떨어져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열을 골고루 받았다.

제약진이 발동되자 화로 안에서 끓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며 짙은 약 냄새가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졌다.

조제가 시작되었다!

“좋아!”

“훌륭하군!”

사람들이 잇달아 갈채를 보냈다!

양봉이 양손으로 화로를 지키며 조제 진도를 안정적으로 통제했다.

노화단은 조제하기 무척 어려운 단약이다.

약재가 모두 매우 강한 불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화로가 폭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노화단을 조제할 때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

양봉이 약을 조제한지 10분 지나자 약 냄새가 사방에 그윽하게 퍼졌다.

양봉은 온갖 화려한 기술을 선보였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감탄하며 환호를 보냈다.

이때 공서련이 단약을 조제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화로를 조심스럽게 놓고 마력을 이용해 제약진을 발동시켰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고 어떤 현란한 기술도 없었다.

시종일관 같은 주파수로 마력을 방출하여 화로 안의 제약진을 가동했다.

“공씨 가문 둘째 아가씨가 졌네.”

“저 아가씨가 양씨 가문 작은 도련님한테 상대나 되겠어?”

“맞아. 실력이나 기술, 기구가 다 한참 딸리잖아.”

모두 떠들썩하게 결과를 점쳤다.

어느 누구도 공서련이 이길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이때 공서련은 갑자기 조제를 멈추고 화로를 열어 옅은 붉은빛이 도는 투명에 가까운 단약을 한 알 꺼냈다.

“다 만들었어요!”

“뭣?!”

“엉?!”

온 장내가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공서련이 먼저 단약을 완성한 거야?!’

전 과정이 조용히 진행되었다.

게다가 단약이 완성되기까지 불과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양봉은 멀리서 공서련의 손에 들린 단약의 색깔을 보자마자 싸늘하게 비웃기 시작했다.

노화단은 붉은색이다.

붉은 정도에 따라 급을 나눠 암홍색은 하품, 자홍색은 중품, 선홍색은 상품에 속한다.

‘그런데 저 투명한 건 대체 뭐야? 너무 얼토당토않잖아!’

‘저 식충이가 화로를 안 태워먹은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 분명 쓰레기 같은 단약이겠지!’

10여 분이 지나자 모레시계의 모레가 거의 다 떨어졌다.

양봉이 크게 외쳤다.

“열려라!”

자금화로에서 적홍색 단약 하나가 튀어나왔다.

양봉은 원래 자홍색 노화단을 간신히 만들어내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보다 훨씬 결과가 좋았다.

단약은 중품을 뛰어넘어 상품과 중품의 중간 단계였다.

그는 다 이겼다는 태도로 천제현을 바라봤다.

“승부는 이미 결정 났어!”

천제현이 고개를 저었다.

“대보기 전에 그런 말은 이르지.”

양봉이 폭소를 터뜨렸다.

“좋아! 패배를 인정하게 만들어주지. 염장로님, 단약의 품질을 감정해 주십시오! 장로님은 한눈에 우열을 가릴 수 있을 겁니다.”

경험이 풍부한 제약사에게 단약에 함유된 힘의 세기와 품질을 판단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염천웅은 먼저 양봉의 노화단을 살펴보며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련도가 높아서 이물질이 적고, 힘이 충분해서 연체술사의 마력을 단시간 내에 두 배로 폭발시킬 수 있어. 우수한 노화단이군!”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약에 미친 조제광 염천웅이 한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어린 나이에 상품에 근접한 노화단을 조제하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양봉의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염천웅은 사실 양봉이 이기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공서련이 조제한 단약에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공서련이 직접 단약을 건넸다.

염천웅이 단약을 손바닥에 올리고 간단히 살펴보았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옹천염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되었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몇 초간 얼어 있다가 가까스로 말을 뱉었다.

“승부는 이미 결정 났다!”

양봉은 염천웅의 표정을 눈치 채지 못하고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야 당연하죠! 내게 감히 도전하다니! 네놈들이 제 무덤을 판 거지. 자, 차용증을 줘. 금화 5,000냥은 고맙게 받지!”

염천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입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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