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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0화 (10/729)

# 10

제10장 뜻밖에 인물들

천제현은 연체 3성인 사람을 죽이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만 끼칠 거예요.”

“잘했어! 이런 놈은 죽어 마땅해!”

“맞아, 잘 죽였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 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갑옷과 투구를 착용한 병사 여덟 명이 빠르게 주위를 포위했다.

위병대였다.

위병대 대장이 노여운 기색을 드러냈다.

사망한 자는 일개 불량배 두목에 불과하지만 재주가 있고 규칙을 잘 아는 매우 중요한 돈줄이었다.

돈줄이 끊겼는데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누구 소행이냐! 썩 나와!”

사람들이 잇달아 천제현을 쳐다봤다.

위병대 대장이 천제현을 크게 꾸짖었다.

“거리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법은 안중에도 없군. 용서할 수 없다! 호된 맛을 보기 전에 순순히 따라와!”

공서련이 천제현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 말에 따를 수 없어요. 놈들이 먼저 우릴 괴롭혔다고요. 천제현은 정당방위였어요. 모두 다 봤다고요.”

“누가 봤다는 거야?”

위병대 대장이 고개를 돌리며 사람들을 가리켰다.

“너야? 너? 아니면 너? 이놈이 정당방위였다는 걸 본 사람은 나와서 증언해!”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때 천제현에게 당한 불량배 졸개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더니 울부짖기 시작했다.

“대장님! 억울합니다!”

위병대 대장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해보거라. 난 공평하고 사심 없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다!”

그러자 놈이 증오에 찬 눈빛으로 천제현을 노려보며 눈물콧물 범벅이 돼서 말했다.

“저흰 그저 뭘 좀 먹으러 갔다가 저 두 놈에게 협박을 당했습니다. 형님이 화가 나서 따지러 가셨지요. 그런데 놈들이 한눈을 팔던 형님을 기습 공격해 죽였습니다!”

“그따위 말을 누가 믿어?!”

공서련은 열불이 나서 가슴이 터질 뻔했다.

“순 헛소리야!”

‘돈좀 받아 먹었군.’

천제현은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

놈이 바닥에 꿇어앉아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대장님, 저희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좋아, 모든 상황이 명백해 밝혀졌다.”

위병대 대장이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이 둘은 약탈과 살인 혐의자니 즉시 감옥으로 압송하라!”

치안 위병은 불량배들과 애당초 한통속이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기는커녕 사실을 왜곡하고 누명을 씌웠다.

공서련이 분통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네놈들을 따라가지 않겠어. 이 날강도 같은 것들아!”

위병대 대장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약탈에 상해, 살인, 이제 체포 거부까지 하다니! 모두 다 중죄다. 이제 아무도 네놈들을 구할 수 없어. 얘들아! 놈들을 체포해라.”

위병대의 실력은 보통 연체 3성이다.

입미의 능력을 지닌 천제현에게 일대일 싸움은 별게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입미의 고수라 해도 여러 명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위병대 대장의 실력은 더욱 강했다.

이때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천남성의 위신을 바닥에 떨어뜨리는군!”

“감히 우리를 도발하는 게 누구냐! 죽음을 자초하는 놈이!”

위병대 대장이 격분하여 다시 외쳤다.

“방금 지껄인 게 누구냐! 배짱 있으면 썩 나와!”

말이 떨어지자마자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사람들 틈에서 걸어 나왔다.

눈처럼 하얗고 매끄러운 허벅지에 굽 높은 긴 장화, 폭포 같은 빨간 머리, 빼어난 미모, 화끈한 분위기.

한눈에 봐도 불같은 여인, 남궁혜였다.

남궁혜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감히 건방을 떨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건 너야!”

위병대 대장이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았다.

“네가 누군지 따위에 관심 없다. 우리 위병대를 도발해 놓고 도망갈 생각은 말거라! 저놈들과 함께 끌고 가서 오늘의 행동을 내 직접 심문하겠다. 그때가 되면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스릉! 스릉! 스릉!

병사들이 동시에 장검을 뽑아 들고 남궁혜를 에워쌌다.

남궁혜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빨갛고 긴 머리카락이 갑자기 미동도 하지 않더니 몸에서 이글거리는 힘이 솟구쳤다.

솟구친 힘이 마치 공중으로 분출하는 화산처럼 붉은 빛 줄기로 변했다.

허공에서 봉황의 울음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다!

끼융!

강력한 힘이 순식간에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피가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아!”

“정령이야!”

“혼성의 경지에 근접한 수련자야!

모든 사람이 경탄을 금치 못했다.

천남성의 수백만 인구 중에 연체술사는 수십만이지만 혼성술사는 수십 명에 불과하다.

혼성술사는 모두 신비로운 고수들로 평범한 사람과 마주칠 일이 전혀 없었다!

남궁혜는 연체 9성 정점의 경지였다.

혼성의 경지에 거의 이르렀기에 정령의 힘을 일부 깨울 수 있었다.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 속 사이로 닭 머리와 제비 입, 뱀 목, 거북이 등, 물고기 꼬리가 어우러진 환영이 희미하게 보였다.

이 환영은 위압감 넘치는 무시무시하게 강한 힘을 내뿜었다.

“봉황의 정령이다!”

“남궁혜야!”

젊은 나이에 연체 9성의 경지에 오른 자는 천남성에서 하나뿐이었다.

남궁 가문이 불의 속성 정령에 속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천남성 성주의 딸 남궁혜는 가문에서 백 년에 한 번 나오는 천재이자 봉황 정령의 주인이었다.

그녀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녔으며 명성이 자자했다.

마력은 수련자의 힘이고 정령은 수련자가 지닌 힘의 근원이다.

모든 수련자에게는 고유의 정령이 있다.

혼성 경지에 도달해만 정령이 완전히 깨어나 마수나 식물, 기물 같은 구체적인 형태로 실체화된다.

정령의 형태는 자질과 능력, 잠재력이 직접 구현된 것으로 잠재력과 실력이 강할수록 정령도 강하다.

남궁혜의 정령 형태는 봉황이다!

봉황이 얼마나 대단한 신물인가?

남궁혜의 뛰어난 자질과 전투력은 동급의 평범한 수련자들을 압도했다!

천제현도 남궁혜의 힘에 조금 놀랐다.

“봉황의 형태가 온전하지 않고 제대로 각성한 것도 아니지만 잠재력이 대단하군. 이 좁은 곳에서 저렇게 희귀한 정령을 보게 되다니…… 재미있네.”

“날 체포한다고 하지 않았어?”

솟구치는 화염 마력에 휩싸인 남궁혜가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불길이 뜨거워졌다.

주위 사람들은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왜 멍하니 있어? 어서 체포해 봐!”

“아가씨를 몰라 뵈었습니다.”

위병대 대장이 사색이 되어 주저앉아 머리를 바닥에 세차게 박아댔다.

“다시는 아가씨께 무례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남궁혜는 준 혼성 경지의 고수일 뿐만 아니라 성주의 외동딸이자 장립청의 후계자이다!

위병대의 권한 따위론 감히 남궁혜를 어쩔 수 없었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에 휩싸인 남궁혜의 모습은 천상에서 하강한 신녀 같았고, 거세게 솟구치는 마력은 용솟음치는 강물 같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무례를 범하겠다는 뜻이야?”

위병대 대장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살려주십시오!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그 말은 네가 괴롭힌 사람들한테 가서 해. 너 같은 버러지를 천남성에 살려둘 수 없다!”

‘마력이여, 뭉쳐라!’

남궁혜가 손가락을 하늘로 뻗었다!

그러자 화려한 불길이 순식간에 위병대 대장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3~4초 지나자 비명이 끊기더니 위병대 대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타버리더니 숯덩이만 남았다.

너무 강하다!

이게 연체 9성 정점의 실력인가?

불완전한 마력의 힘만으로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데, 정령이 완전히 각성하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가 될까?

남궁혜가 천천히 정령의 힘을 거두며 나머지 일반 병사들을 훑어보았다.

“너희도 한 패이니 용서할 수 없다. 마력을 스스로 폐하고 천남성에서 꺼져!”

‘마력을 스스로 폐하라니, 정말 잔인하다! 이번에 제대로 임자 만났구나!’

그러나 능력을 폐해도 보통 사람으로 살아갈 수는 있으니 목숨까지 잃은 대장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천남성에서 악명 높은 남궁혜에게 걸렸는데 이 정도로 끝나는 건 어찌 보면 행운이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병사들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단전 부위를 찔렀다.

오랫동안 힘겹게 수련한 마력이 한 순간에 전부 흩어졌다.

이렇게 마력이 전부 사라지고 나면 완전히 평범한 사람이 된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바로 떠나겠습니다!”

병사들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서로를 부축하며 급히 자리를 떴다.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저 버러지들은 불량배들과 결탁하여 사람들을 몹시 괴롭혔다.

이제 놈들의 뿌리가 뽑혔으니 모두 한시름 덜게 되었다.

공서련은 남궁혜가 강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강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다!

‘대사저가 이렇게 대단한데, 스승님은 얼마나 강할까?’

공서련이 얼른 다가와서 물었다.

“대사저! 여긴 어찐 일로 오셨어요?”

남궁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여기 등심구이가 아주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먹어보려고 왔어. 언니가 나쁜 놈들 혼내줬는데 한 턱 안 낼 거야?”

공서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기다리세요!”

이때 노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한 점 다오.”

공서련은 주문을 받다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줄 알았다.

“스승…… 아니, 장 대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회색 두루마기를 걸친 장립청은 백발이 성성하고 노쇠한 노인이라 얼핏 보면 매우 평범했다.

그러나 천남성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저명한 천남성 부적사 조합의 회장이자 천남성에서 마력이 가장 높은 인물 중 하나!

장립청은 공서련의 능력을 단숨에 꿰뚫어봤다.

그리고 숙제를 한 사람이 공서련이 아님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공서련의 곁에 고수가 숨어 있는 게 분명해!’

장립청의 눈길이 천제현에게 꽂혔다.

‘그렇다는 건 결과는 하나인 게지.’

장립청의 눈길이 공서련 옆에 서 있는 사내로 향했다.

그가 바로 숙제를 한 사람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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