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8화 (8/729)

# 8

제8장 요리 노점과 파리떼

천남 광장.

그곳의 길을 따라 아름드리 종려나무가 길가 양옆에 늘어서 있었다.

나무마다 실한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 종려나무의 이름은 태양종.

낮에 햇빛을 흡수하여 밤에 빛을 뿜으며 거리를 비춘다.

이 식물이 이 세계의 가로등인 셈이다.

잔디밭과 화단에는 이런 발광(發光)식물로 가득했다.

월광버섯과 야명화가 내뿜는 다양한 색의 빛이 몹시 아름다웠다.

높은 건물들과 상가와 점포 벽에는 은은한 빛을 내는 덩굴 만든 간판으로 가득했다.

각양각색의 빛을 내는 덩굴들은 마치 네온사인 같았다.

행인들은 호박등이나 해파리등을 들고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호박등, 일광호박이라 불리는 식물로 만든 등이다.

이 일광호박은 낮에 빛의 광학소자를 흡수하여 밤에 스스로 빛을 내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다 익은 것들을 따서 통째로 특수 약물 처리를 하면 장시간 신선함을 유지한 채 빛을 내는 것이다.

밤에 들고 다니는 초롱불과 유사하다.

해파리등, 이건 특수한 마력을 지닌 생물로 만든 등이다.

해파리는 마력이 매우 약해서 전투력은 거의 없다.

하지만 반딧불처럼 황량한 들판을 날아다니며 밤마다 빛을 뿜는다.

발광 해파리는 번식 속도가 매우 빨라서 야간 조명에 쓰기 딱 안성맞춤이다.

천남성의 길은 짐승이 끄는 차로 가득했다. 왕도마뱀, 거대소, 마수 등 다양한 종류의 짐승들이 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매우 신기했다. 이것이 바로 이 세계 도심의 야경이다.

야경의 절반은 식물이고 절반은 도시이다.

도시의 번화가와 자연은 아무 불협화음 없이 완벽히 어우러져 있었다.

공서련과 천제현은 한발 늦게 도착했다.

공서련과 천제현이 도착했을 때, 광장의 괜찮은 곳은 이미 다른 노점이 들어서 있었다.

둘은 어쩔 수 없이 변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좌판을 화려하게 꾸몄다.

“빨리빨리! 내가 우산을 설치할게! 넌 마력등을 걸어!”

마력등에 불이 들어오자 주변의 행인들이 계속 흘긋 쳐다봤다.

마력등의 빛은 생물 조명이나 수정등보다 훨씬 밝고 안정적이다.

하나 이 시대의 이 시대의 사람들은 마력등을 만들 기술이 없었다.

공서련이 긴 저고리에 긴 바지를 입고 앞치마를 두른 다음 입 가리개를 착용했다.

공서련은 다소 긴장했다.

그러나 사업의 성패가 달린 순간이기 때문에 곧바로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월광모우 등심구이 팔아요,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등심구이예요. 1인분에 금화 한 냥이에요!”

공서련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외쳤다.

마력등과 미녀의 등장으로 근처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곧 답답한 상황이 전개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손님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저녁 내내 일 인분도 못 파는 건 아니겠지? 첫 사업이 실패하면 타격이 너무 커!’

“이 등심구이는 뭐가 그렇게 희귀하다고 이리 비싼 거요?”

갑옷과 투구를 착용하고 허리춤에 장검을 등에는 강철 활을 맨 중년 남성이 들어와서 물었다.

공서련이 입을 열기도 전에 천제현이 선수를 쳤다.

“저희의 첫 손님이시니 공짜로 드리겠습니다. 맛이 좋으면 많이 응원해주시고 소문 좀 내주세요.”

첫 손님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용병이었다.

용병은 보통 형편이 넉넉했다.

마수 고기를 파는 노점은 처음 보는 거라 호기심에 물어본 것인데 무료로 시식할 기회를 잡았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천제현이 공서련에게 눈빛을 보냈다.

“알겠어, 기다려!”

공서련이 고기 한 덩이를 마력 프라이팬에 넣고 조심스럽게 구워 직접 용병에게 가져다주었다.

접시에 담긴 뜨끈뜨끈한 고기를 보자 용병은 속으로 미심쩍어 했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느라 밖으로 떠돌며 마수를 적지 않게 잡아본 터라 마수 고기 요리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여자아이는 마법을 부린 것처럼 단 몇 분 만에 고기를 제대로 구워왔다.

‘설마 가짜 고기는 아니겠지?’

용병이 칼로 고기를 썰어 조심스럽게 한 점 입에 넣었다.

“헛…….”

용병이 순간 미간을 강하게 찌푸렸다.

그걸 본 공서련은 고기가 입에 안 맞아서 그런 걸까 봐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용병은 한동안 씹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다시 한 점.

용병은 아무 평가도 없이 곧바로 다시 고기를 잘라 입에 넣었다.

용병의 먹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등심 한 덩어리를 뚝딱 해치웠다.

“맛있어! 아주 맛있군!”

용병이 입을 닦고 일어나 호탕하게 웃었다.

“고기의 질이 정말 좋아! 비싼 값을 충분히 하는군!”

공서련은 뛸 듯이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손님!”

돈을 벌진 못 했지만 손님의 칭찬을 받다니!

이건 아주 신나는 일이었다!

용병이 호쾌하게 금화 세 냥을 꺼냈다.

“너무 맛있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사다 줘야겠소. 3인분 싸주시오.”

‘대성공이다!’

공서련에게 이건 단순한 첫 사업이 아니었다.

생애 처음으로 직접 돈을 번 것이다.

이건 무엇으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이었다.

‘언니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분명 무척 기뻐할 거야!’

돈을 받자 공서련은 너무 기뻐 펄쩍 뛸 뻔했다.

보름치 용돈에 상당하는 금화 세 냥을 손쉽게 벌어들였다.

그녀는 천제현을 껴안고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기쁜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저자는 맹호 용병단의 서열 4위 왕씨 아닌가? 성격이 몹시 까다로운 자인데 아주 만족스러운 것처럼 보이네. 정말 맛있나?”

“그걸 어떻게 알아? 가서 맛을 보자고!”

“젊은 주인장들, 여기도 일 인분 주시오!”

“나도 일 인분 줘요!”

“나도……!”

“나도……!”

용병 손님의 반응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됐다.

곧 용병 차림을 한 몇 사람이 맛을 보러 왔다.

결과는 놀랄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파리 날리던 노점이 순식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천제현과 공서련은 분주하게 등심구이를 날랐다.

“맛있어!”

“맛이 정말 괜찮군!”

“일 인분 포장이오!”

“너무 맛있네. 부대의 동료들에게 먹어보라고 추천해야겠어!”

“주인장! 우리 단골 할 테니 앞으로 자주 와서 장사해요!

“여기 일 인분 추가……!”

빛나는 금화가 한 냥 한 냥씩 돈자루 안으로 쏟아졌다.

공서련은 웃느라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었다.

또 오늘처럼 열정이 넘치고 성취감을 느낀 날도 없었다.

길을 잃은 사람이 방향을 찾은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가치와 위치를 찾았다.

이 느낌이 정말 너무 좋았다.

***

손님으로는 용병이 많았다.

용병은 성격이 호탕하고 씀씀이도 컸다.

천제현이 여분의 마력 프라이팬 세 개를 준비했으나 장사가 상상 이상으로 너무 잘 되었다.

둘의 수준이 높지 않아서 서로 돌아가며 마력을 회복해 가며 고기를 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두 시간 동안 100여 인분을 팔다니!

천제현과 공서련은 기절할 정도로 피곤했다!

공서련이 쉬는 짬에 다른 노점에서 시원한 음료수 사와 천제현에게 건넸다.

“장사가 너무 잘돼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 사람을 한 명 더 써야겠어. 그래야 수입이 늘지.”

“대체 생각이 있는 거예요?”

천제현이 꼬질꼬질한 수건으로 이마 가득한 땀을 닦고 과일 음료수를 들이켰다.

“인기가 이렇게 좋으니 투자를 늘려야죠. 상회를 설립하든지 식당을 열든지 방법을 써서 독자적인 상표를 만들어야 돼요. 노점이나 해서 얼마나 성공하겠어요?”

공서련이 모이를 쪼는 병아리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돈을 모아서 식당을 열자! 다 네 말대로 할게!”

단맛을 보고 담이 커진 공서련은 장립청이 돌려준 금화 2,000냥을 언니에게 넘기지 않고 창업 자금으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업이 성공하기만 하면 언니는 날 나무라지 않을 거야. 오히려 자랑스러워할 거야!’

공서련은 눈앞에서 목을 풀고 있는 천제현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누구도 손해 보지 않아! 천제현과 함께하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새벽

장사가 점점 끝물에 접어들었다.

공서련이 묵직한 돈 자루를 들어보았다.

좋은 자리를 못 맡았음에도 전과가 눈부셨다.

노점을 거두고 집에 가서 돈을 세 보려고 할 찰나 갑자기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어이, 주인장! 이 고기 상한 것 같아!”

“몇 입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아프네!”

“고기에 분명 문제가 있어, 해명을 해보시지!”

가죽 갑옷을 입은 손님 넷이 계속 소란을 피웠다.

패거리의 두목은 팔 전체에 문신을 하고 건장한 체격에 얼굴이 험상궂은 게 딱 봐도 건달이었다.

공서련은 장사에 지장을 줄까 봐 즉시 해명했다.

“저희는 신선한 재료를 씁니다. 문제가 날 리 없어요.”

쾅!

문신을 한 사내가 식탁을 세게 내리쳤다.

“염병,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얘들이 여기 음식 먹고 배탈이 났으니 책임지라고!”

“맞아, 너희들 우리 용 형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

패거리 중 한 명이 일어나 아주 건방지게 말했다.

“우리 형님 한마디면 너희는 여기서 장사 못 해!”

불량배 두목은 연체 3성 경지에 이른 데다가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이 비범한 자였다.

평소에 패거리를 몰고 다니며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공갈에 약탈까지 온갖 못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근방에서 악명 높은 불량배로, 보통 사람은 감히 건드리지 못 했다.

노점 수입이 짭짤해 보이면 노리는 자가 생기게 마련이었다.

이 패거리의 이번 목표는 다름 아닌 공서련 일행이 된 것이다.

‘어떡하지!’

공서련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천성이 유약한 그녀는 이런 사소한 일로 앞으로의 사업을 망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불량배들은 분명 공갈로 돈이나 몇 푼 뜯어내려고 하는 것일 테니,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요구를 들어주자.’

이런 생각으로 공서련이 말을 꺼냈다.

“노점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규칙을 몰랐어요. 저희가 잘못한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하! 이 계집이 이렇게 빨리 꼬리를 내리다니! 그렇다면 별다른 뒷배가 없다는 건가!’

“말귀를 잘 알아먹는군!”

공서련의 말에 불량배 두목이 한술 더 뜨기 시작했다.

“금화 1,000냥을 배상해. 그리고 프라이팬도 몇 개도 내놓고. 그럼 앞으로 잘 봐주지!”

공서련의 낯빛이 확 변했다.

“너희들 완전 날강도구나! 우리한테 금화 1,000냥이 어디 있어?”

“나도 널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불량배 두목이 재미있다는 듯이 공서련을 훑어봤다.

비열한 눈빛에 끈적끈적함이 묻어났다.

“그럼 이렇게 하지. 우리와 함께 가자. 우리들과 하룻밤 놀아주면 그 돈은 안 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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