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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화 (6/729)

# 6

제6장 마력 프라이팬

오후, 태양 이글이글 작렬하고 있었다.

공서련은 정원에서 가볍게 그네를 탔다.

햇살이 잡티 하나 없는 피부로 쏟아져서 허벅지가 더욱 새하얗고 물이 나올 것처럼 촉촉하게 보였다.

그러나 말끔했던 얼굴은 꾀죄죄했다.

눈에서는 실 끊어진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연약한 모습에 보호본능을 절로 일어났다.

이때 세상 태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찾았네요! 배고파 죽겠습니다. 밥 안 줍니까?”

천제현이 헝클어진 머리에 게슴츠레 풀린 눈으로 다가왔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모양이었다.

공서련이 고개를 돌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야 일어났어? 벌써 오후라고!”

천제현은 당당하게 말했다.

“아가씨 마련해 준 처소가 좁고 더러운 건 그렇다 쳐도 등불도 없어요. 게다가 창문도 너무 작아 바람이 안 통해서 마치 찜통에 있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자요?”

공서련이 잠시 멈칫했다.

“그래?”

“그럼요. 침상도 너무 딱딱해서 허리와 등이 다 배겼다니까요.”

천제현이 몸을 풀었다.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제가 머리가 좋고 꾀가 많잖아요. 창고 안에 있는 것들로 숙소 환경을 좀 개선했죠. 그렇게 한바탕 움직이다 보니 날이 다 밝았더라고요. 졸리고 피곤해서 침상에 누우니 점심때가 지나버렸어요.”

그랬구나.

잠깐!

‘창고 문을 멋대로 열어? 이놈이 간덩이가 부었구나!’

공서련이 한 마디 쏘아주려고 하는 순간, 천제현이 공서련의 눈물 자국을 발견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어, 왜 우셨어요? 비참한 처지와 역경에도 굴하지 않은 제 굳센 의지에 감동받으셨나요?”

공서련이 눈가를 닦으며 씩씩거렸다.

“헛소리 마, 스승님한테 제명당하고 힘들어서 그래. 네가 죽든 말든 아무 관심도 없다고!”

천제현이 손을 내저었다.

“어휴, 그게 뭐 별일이라고, 그런데 그 늙은이는 배은망덕하네요. 그건 도리가 아니죠.”

공서련이 백옥 같은 두 다리를 흔들어 휙 하고 그네에서 내리더니 허리춤에 양손을 짚었다.

“함부로 말하지 마, 제명을 당했지만 장 대사님께서는 학비를 전부 돌려주셨다고. 4년을 공짜로 가르쳐 주신 거나 마찬가지야. 어떤 금전적 이득도 취하지 않으셨다고!”

천제현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천천히 말했다.

“순진하시군요. 제가 확실히 알려드리죠. 제가 도와드린 숙제 있잖아요. 그거면 천남성 부적사 조합을 전부 인수하고도 남아요. 그 늙은이가 아가씨를 쫓아낸 걸 보니 혼자 독차지하려는 게 분명해요.”

“허풍 좀 떨지 마! 장 대사님은 인품이 뛰어난 분이야, 그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니셔!”

공서련이 천제현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내가 제명당했으니 넌 이제 해고야. 널 데리고 가서 반품해야겠어.”

천제현이 깜짝 놀랐다.

“뭐라고요? 반품이 가능해요?”

공서련이 콧방귀를 뀌었다.

“당연하지. 일주일 내에는 교환 환불이 가능하다고!”

이럴 수가!

무슨 이런 황당한 경우가!

‘이 시대의 노예시장에도 이런 인간적인 애프터서비스가 있다고?’

이건 예상에 없던 일이다.

“자자, 서두르지 마세요. 제 가치가 그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걸 증명할 테니까.”

천제현은 다급한 나머지 되는대로 막 던졌다.

“이렇게 하죠. 일단 아가씨께 진수성찬을 대접할게요.”

“진수성찬을 대접한다고? 네가?”

“예, 준비는 다 됐어요. 재료와 양념만 빼고요.”

공서련은 천제현의 말에 화가 치밀었다.

“재료와 양념도 없으면서 어떤 준비가 다 됐다는 거야?”

천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좀 봐주세요. 저한테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렇지만 절 믿으세요!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얘는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공서련은 한나절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몹시 고팠다.

일단 배부터 채우고 언니에게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하는 골치 아픈 문제를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천제현을 데리고 식자재 저장실로 갔다.

“월광모우의 등심 두 덩이요.”

“백은갑어 한 마리요.”

“…….”

천제현이 재료를 골랐다.

공서련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다 마수 고기잖아. 마수 고기는 영양이 풍부하지만 맛이 없어. 소화도 잘 안 되고!”

“누가 그래요?”

“상식이잖아!”

공서련이 천제현의 요리솜씨를 심각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마수는 마력이 있는 괴물이잖아. 마수의 육체는 마력과 융합되서 육질의 단단함이 인간의 수십 배라고. 전투용 칼로도 잘 썰리는데 이면 말 다 했지. 소화도 안 되서 먹고 죽을 수도 있다고.”

“아가씨 같은 야만인들은 정말 삶을 즐길 줄 모르네요.”

“무슨 뜻이야? 감히 나보고 야만인이라니! 내가 어딜 봐서 야만인이야? 넌 반품이야!”

“그놈의 반품 소리 좀 그만하세요. 그래도 한 침상에서 체온을 나눈 사이잖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속상해요.”

“파렴치한 놈, 감히 그 일을 들먹이다니!”

공서련이 버럭 화를 냈다.

“널 반품시켜 버리겠어!”

“화내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다 쳐요, 알았죠?”

천제현이 급히 화난 공서련을 다독거렸다.

“그럼 제가 문명인이 사용하는 도구를 보여드리죠. 아가씨가 입은 정신적인 충격이 좀 가라앉을 거예요!”

천제현은 한참 동안 공서련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천제현의 처소로 향했다.

***

작은 처소는 천제현의 말처럼 답답하고 덥고 어두웠다.

그러나 문을 연 순간 공서련은 너무 놀라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뜬 채 돌처럼 자리에 굳어버렸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믿기 어려웠다.

“이, 이건 뭐야?”

실에 꿴 작은 유리구슬 몇 개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유리구슬은 저마다 밝은 빛을 발하며 어둡고 좁은 실내가 매우 밝고 쾌적하게 만들었다.

낡은 나무 탁자에 놓인 찻주전자는 불을 피우고 있는 것도 아닌데 물 끓는 소리가 났다.

윙윙.

실내에는 바람도 불고 있었다.

벽에 그려진 파란색 진법 네 개가 상호작용하며 실내의 기류를 움직이며 세찬 바람을 만들어냈다.

한여름이지만 시원하고 상쾌했다.

“이 유리는 뭐야? 어떻게 이렇게 밝은 빛을 내는 거지?”

“이건 마력등이라고 해요.”

천제현이 살던 시대에 마력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물건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마력등이 아직 발명되지도 않았다.

대륙에서는 보통 양초나 등불을 사용했다.

더 고급스러운 것은 수정등이었다.

양초나 등불은 불편하고 밝기가 부족했다.

그리고 수정등은 가격이 워낙 비싸서 서민 가정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결코 아니었다.

마력등의 발명은 문명의 이정표임이 분명하다!

공서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력등이 어떻게 빛을 내는 거야?”

천제현이 설명을 시작했다.

“빛과 전기의 호환 원리지요. 다섯 개의 마력진을 그리는 거예요. 하나는 마력을 흡수하는 진법, 하나는 마력으로 발전시키는 진법, 하나는 전력을 저장하는 진법, 하나는 전력을 조절하여 내보내는 진법, 마지막은 전력을 빛으로 바꾸는 진법이에요. 진법이 서로 연결되어 동시에 힘을 발휘하면 전구에 빛이 들어오지요.”

공서련이 입을 열려고 하는 찰나에 천제현이 바로 말을 잘랐다.

“됐으니 그만 물어보세요. 더 설명해도 못 알아들으실 거예요.”

공서련은 천제현의 무례를 지적할 틈도 없이 찻주전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찻주전자는 어떻게 스스로 가열되는 거야?”

“가열 유형의 마력진을 그려서 그렇죠!”

“어떻게 실내에서 바람이 불어?”

“벽에 있는 선풍진 때문이에요. 사실 에어컨을 만들고 싶었는데 재료를 못 찾아서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공서련은 호기심 많은 어린이처럼 질문을 쏟아내다가 감탄하며 말했다.

“와, 신기하고 괴상한 물건들이 참 많네. 넌 정말 이상한 재주를 지녔구나!”

천제현이 크게 웃었다.

“이제 절 노예시장으로 데려가 반품하지는 않으시겠죠?”

“너 하는 거 봐서!”

호기심이 왕성한 공서련은 신기한 물건을 보고 울적한 기분과 고민을 모두 잊어버렸다.

그녀가 털썩 주저앉으며 물었다.

“이봐, 나한테 진수성찬을 대접한다고 하지 않았어? 재료도 다 가져왔는데 여긴 주방이 없잖아! 잘 들어. 감히 날 가지고 장난친 거면 바로 반품할 거야!”

천제현이 마술을 부리듯 납작한 프라이팬을 꺼냈다.

“주방이 뭐가 필요해요? 보세요, 제가 등심을 구워드릴게요!”

천제현이 마력이 불어넣자 프라이팬 바닥의 마력진이 빛을 뿜기 시작했다.

불이 전혀 없는데도 프라이팬 위의 공기가 마치 고온을 받는 것처럼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신기한 사실은 그 주변으로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다는 점이다.

프라이팬 손잡이도 여전히 차가웠다.

천제현이 월광모우 고기를 한 덩어리를 프라이팬 위에 올렸다.

치이익!

내려놓은 고깃덩이가 프라이팬 바닥에 닿자마자 고온에 달궈지는 소리가 났다.

분명 불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고기는 골고루 익어가고 있었다.

대략 30초가 지나자 천제현이 가볍게 손목을 써서 고기를 뒤집었다.

프라이팬 속 고기는 어느새 고기색은 변해 있었다.

‘월광모우는 마수잖아! 평범한 불로 마수 고기는 요리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잖아! 근데 저 마수 고기를 익혔다고? 말도 안 돼!’

마수의 살코기는 몹시 질긴 데다 열전도율이 매우 낮다.

직접 불에 넣고 구워도 겉만 새카맣게 타고 안은 하나도 안 익을 때도 있다.

얇게 썰어서 익힌다 해도 마수 고기는 소화시키기 아주 어렵다.

하지만 마력 프라이팬에서 방출되는 열은 매우 강력한 투과성을 지녀 육질 사이까지 열기가 스며든다.

그래서 마수 고기의 견고한 특성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고 고기의 놀라운 맛과 영양을 이끌어낸다.

치이익! 칙! 칙!

쉴 새 없이 뒤집히는 고기에서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천제현은 고기가 적당히 익자 소금과 후추, 올리브유, 레몬즙 등 각종 조미료를 넣었다.

8분 정도 굽고 나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등심구이가 완성되었다.

“아가씨, 맛있게 드세요!”

천제현은 등심구이를 공서련의 접시에 놓아 주었다.

3센티 두께의 등심구이는 붉은 빛이 돌고 육즙이 흘렀다.

안팎으로 잘 익어서 부드러워 보였다.

등심구이의 고소한 향이 온 방 안에 맴돌았다.

꿀꺽.

공서련의 입에 침이 고였다.

‘당장 먹고 싶어!’

공서련은 서둘러 다가와 고기를 썰었다.

마수 고기는 원래 굉장히 질긴데 이 등심구이는 아주 손쉽게 썰어졌다.

공서련이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엄마야…….”

공서련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한 번 먹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우적우적우적우적.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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