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제5장 경악한 장립청
설계도의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백여 자에 마치 거대한 정보량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연거푸 수차례 읽는데 매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읽으니 머리가 확 트이더니 혼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예전의 이론을 뒤적여 설계 원고를 정리하고 싶어졌다.
세 번째 읽으니 글자 하나하나에 깊은 지혜가 숨겨져 있는 듯 종잡을 수 없어서 장립청은 의문에 휩싸였다.
네 번째 읽으니 장립청은 다시 혼돈에 빠져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연해졌다.
마치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경전을 읽는 것 같았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이야기인데 실제로는 깊이 있는 지혜가 그 안에 담겨 있는 듯했다.
장립청은 그 수수께끼를 곰곰이 음미하며 빠져들었다.
너무 절묘했다.
“족자 뒷면에 도안이 있어요!”
“정말이냐?”
장립청은 족자를 뒤집더니 너무 놀라서 숨이 막혔다.
동공이 급속히 커지면서 얼굴이 새빨개졌다가 다시 창백해지더니 다시 발개졌다.
그리고 입술이 떨리고 혀가 꼬인 것처럼 말을 뱉지 못했다.
“이, 이건…….”
사부의 변화를 눈치챈 남궁혜가 환약을 꺼내어 건넸다.
환약을 삼키자 장립청의 안색이 좀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흥분한 표정으로 양손으로 가슴을 꽉 움켜쥔 채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한참을 떨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서…… 이 도안을 가리거라!”
장립청은 심장이 좋지 않았다. 이러다가 심장이 터져 죽을지도 몰랐다.
남궁혜는 몹시 의아했다.
‘스승님은 늘 평정을 유지하며 호들갑을 떠는 분이 아닌데 도안을 보고 왜 이렇게 흥분하신 거지?’
“이게 대체 뭐예요?”
장립청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환약을 한 알 더 삼키고 나서야 그는 보물을 다루듯이 족자를 조심스럽게 폈다.
그는 가물가물한 눈으로 설계도를 바라보다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살면서 이렇게 완벽한 부적설계도를 보게 되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스승님, 무슨 그런 겸손한 말씀을 하세요! 스승님도 대사 반열에 오르셨다고요!”
장립청이 쓴웃음을 지었다.
“좁아터진 천남성에 이름이 났을 뿐이다. 이 부적을 그린 자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대사라 불릴 수 있겠느냐? 자, 누구인지 말해보거라. 내 직접 이분을 뵈어야겠다!”
남궁혜의 표정이 야릇해졌다.
“스승님보다 어려요!”
장립청이 눈을 부릅떴다.
“나이와 상관없이 달인을 스승으로 모시는 거다. 천하에는 다양한 실력자들이 있어. 내 그리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남궁혜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걸 그린 사람은 스승님의 기명 제자예요!”
“말도 안 돼! 내가 이 분의 기명 제자가 되어야 마땅하다!”
“솔직히 말씀 드릴게요. 이걸 그린 사람은 스승님의 4년 차 기명 제자예요. 이름은 공서련이고요. 오늘 오전 스승님이 제명시키셨죠.”
‘공서련?’ 내 제자가 이걸 그렸다고? 내 손으로 제명시켰고!‘
장립청이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확실한 것이냐?”
남궁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족자는 공서련이 오늘 아침 직접 제게 제출한 거예요.”
장립청은 눈을 하얗게 뒤집고 심장을 움켜지며 쓰러졌다.
“약! 약! 어서 약을 다오!”
***
장립청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으면 너무 큰 충격을 감당할 수 없다.
까딱 잘못하면 황천길 행이다!
남궁혜가 급히 장립청에게 환약을 먹인 후 그를 휴게실 침상에 눕혔다.
장립청은 창백한 얼굴로 두 눈을 꼭 감고 입술을 떨면서 헛소리를 했다.
한 시간 후.
장립청은 잉어처럼 팔딱 몸을 일으켰다.
“여기가 어디냐?”
남궁혜가 깜짝 놀랐다.
‘노인네가 충격 때문에 실성한 것은 아니겠지.’
“휴게실이에요. 방금 기절하셨어요!”
장립청은 몹시 기뻐했다.
“기절했다고? 그렇다면 방금 일어난 일이 꿈이 아니란 말이지? 어서, 그 도안을 가져오너라!”
남궁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지금 상태에서 보시면 안돼요.”
장립청이 노발대발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당장 가져오너라!”
남궁혜는 어쩔 수 없이 도안을 가져왔다.
일흔이 넘은 장립청이 도안을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받쳐 들었다.
그는 황홀한 표정으로 첫사랑의 손을 만지듯 도안을 애틋하게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본 남궁혜는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이 부적 설계도는 자체적으로도 완전무결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내 논리에 따라 설계되었다는 점이야. 이렇게 하는 게 분명 열 배는 더 어려웠을 터!”
장립천은 말을 이어 나갔다.
“5만 2천 년 전 인류는 마력을 손에 넣었지. 4만 6천 5백 년 전 인류는 진법을 발견했어. 1만 4천 2백 년 전 부적 제작이 역사에 편입되었다.”
장림첩은 연신 감탄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현재 대륙에는 오래된 부적 유파들이 몇 곳 있다. 각자 장점이 달라 서로 보완하며 발전해 왔지. 그런데 이건 어떤 유파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또 여러 유파의 양식이 숨어있어. 이건 여러 유파의 최고만이 집대성된 상태로 수만 년 앞선 것 같구나!”
“예술이야, 완벽한 예술! 내 진법학과 부적 제작에 심취한 지 수십 년 만에 진정한 고수를 만나게 됐어! 내 직접 부적의 효과를 시험해 봐야겠다!”
장립청은 도안에 그려진 것을 따라 부적을 제작했다.
그리고 부적을 발동시키려는 순간 무형의 강력한 힘이 즉시 온몸의 피부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장립청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최초에 생각한 부적을 암석부(巖石符)라고 부르기로 했다.
부적의 마력이 발동되면 암석이 전투복처럼 몸을 감싸게 되면서 범상치 않은 방어 능력을 얻게 된다.
부적의 발동 상태로 봐서 이건 자신이 구상한 것과 매우 유사했다.
‘잠깐! 이게 아니지!’
장립청이 갑자기 식은땀을 흘렸다.
본디 마력은 부적에 주입된 후 진법의 흐름을 거쳐 힘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먼저 온몸을 감싼 후 몸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하나 이 부적은 그 성질이 달랐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바로 몸에 스며들 수가 있지? 설마 부적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
장립청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완벽한 설계도를 그려내는 사람이 기초 안전 문제에서 실수를 범할 수 있단 말인가?
장립청이 이를 악물고 계속해 나갔다.
표층의 피부가 두꺼워지기 시작하면서 근육과 피부를 급속히 단단하게 만들었다.
피부색이 빨개졌다가 회색으로 변했더니 다시 까매졌다.
“이, 이건……!”
장립청은 입을 떡 벌리고 거울을 봤다.
온몸의 피부가 돌로 변하여 그 경도가 금강석에 견줄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지? 피부 경도가 대폭 증가했는데도 유연성과 행동력에 영향을 주지 않다니!’
가장 놀라운 것은 원소의 힘이 세포와 결합하여 일시적으로 원소화가 된다는 점이었다.
장립청은 자신의 은사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저명한 부적사 학천명.
그가 일전에 피부 석화 관련 이론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의 반박과 비웃음을 샀다.
그런데 일개 2급 부적이 그 이론을 구현하다니!
‘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대범한 설계란 말인가.’
“……하늘도 놀랄 솜씨가 자연의 이치를 꿰뚫었구나.”
장립청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입 밖으로 흘려 내었다.
남궁혜도 놀라움을 참지 못하긴 마찬가지.
“정말 대단하네요!”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 말 이상으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장립청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암석전의는 이에 비하면 쓰레기나 마찬가지 아닌가!
5분 후 피부가 원래 색으로 돌아왔을 때도 아무런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전 단계가 완벽했다.
“이게 정말 공서련이 제출한 것이냐?”
“공서련은 평소에 숙제를 미루다가 항상 반도 다 못 냈지요. 성적은 기명 제자 중에 밑바닥이었고요.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했어요. 가장 먼저 숙제를 제출한데다 전부 냈죠. 이 점이 상당히 이상해요.”
장립청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공서련이 낸 다른 숙제를 모두 가져오너라.”
남궁혜가 난감한 얼굴을 했다.
“어려울 것 같아요.”
장립청이 눈을 부릅떴다.
“어째서?”
“둘째 사제가 태우라고 시켰어요.”
“태웠다고?”
장립청 얼굴의 모든 털들이 떨렸다.
“전부 태워 버렸다고?”
남궁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립청이 실성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는 연구실 대문을 거칠게 열고 자료실로 향했다.
***
쾅!
장립청이 자료실 문을 발로 걷어차며 안으로 들어섰다.
한편, 안에 있던 제자들은 스승님의 노기등등한 모습을 보고 얼어붙었다.
‘평소 이성적인 스승님께서 오늘은 대체 왜 이렇게 노여워하시는 걸까?’
장립청은 어두운 얼굴로 손을 부들부들 떨며 화로에서 검게 그을린 조각을 집어 들었다.
부적을 만드는 종이는 특수한 나무나 짐승의 피로 만들기 때문에 화기나 습기에 강하여 태워도 조각이 남는다.
조각은 분명히 1급 부적이었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건 기명 제자에게 내준 틀린 부분을 찾는 연습문제다.
부적 조각에는 커다란 빨간 가위표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무슨 뜻이지? 전부 다 틀렸다는 건가!’
다행이 뒷면에는 완전히 새로운 진법 도안이 남아 있었다.
비록 불에 타서 훼손되었지만 장림청은 알아볼 수 있었다.
‘틀림없어…… 분명 같은 사람의 필체야, 그 고수의 필체라고!’
“망할! 망했군!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장립청은 온통 까맣게 그을린 화로를 응시했다.
안색이 급격히 나빠지며 얼굴이 빨개졌다가 다시 하얗게 질렸다.
하얗게 질린 그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었다.
억!
장립청이 천장까지 피를 뿜었다!
피를 토한 장립청이 휘청대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아!”
“스승님!”
제자들이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리석은 것들! 너희들이 큰 사고를 쳤구나!”
남궁혜가 장립청을 급히 부축하며 사제들을 째려봤다.
“스승님 정신이 돌아오기 전에 어서 짐을 싸서 도망쳐! 이제 너희는 천남성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