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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화 (3/729)

# 3

제3장 미래에서 온 남자

하나, 그런 공서련의 상황을 공화련은 알 리 없었다.

공화련은 동생 눈에 맺힌 눈물과 빨개진 얼굴이 죄책감 때문이라고 착각했다.

아직 어린 줄만 알았던 장난꾸러기 동생이 드디어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공서련은 다시 공격을 당할까 봐 감히 천제현의 일을 알릴 수 없었다.

그녀는 몹시 궁금해하며 물었다.

“대체 누가 그런 비열한 방법으로 우리를 사지로 몬 거야!”

공화련이 잠시 망설이다가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양씨 가문. 양씨 세가는 용병 사업을 하잖아. 경험이 풍부한 용병만이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살해한 다음 마수의 소행으로 위장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양씨 세가.

전쟁을 통해 성장해 온 곳으로 휘하로 용병대를 세 개 거느리고 있는 전통적인 용병 가문이었다.

각 부대의 병사는 10,000명이나 되었다.

양씨 세가가 배후에서 손을 쓴 게 사실이라면 남운상회는 당해낼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공화련이 말을 이었다.

“우리 상회의 부적사 절반이 흑수상회로 갔어. 그 덕에 흑수상회가 단숨에 커졌지. 흑수상회는 한씨 가문에서 경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배후는 바로 양씨 세가야. 그게 아니면 그렇게 빨리 커질 수 없어!”

공서련이 이를 갈았다.

“반드시 복수해야 돼!”

“서둘러서는 안 돼. 난 요새 계속 마음이 불안해. 가문에 또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휘장 밖의 늘씬하고 아름다운 그림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서 대사님의 정식 제자가 되겠다고 언니한테 약속해. 그래야만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대사님 덕분에 무사할 수 있을 거야.”

공서련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언니는 몸도 성치 않은데 가문의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언니가 자신을 장립청 대사의 문하로 보낸 게 가문을 일으키는데 보탬이 되라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일찌감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에 믿을 만한 보호자에게 맡긴 것이다.

“언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렇지?”

“바보, 이 언니가 그렇게 연약한 사람으로 보여? 6년 전 사정이 그렇게 어려웠어도 헤쳐 나왔어. 이번에는 저들이 어떤 방법으로 나올지 오히려 기대가 돼.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어서 자, 내일 지각하지 않게 일찍 일어나야지.”

“응.”

“장립청 대사는 아주 중요한 분이야. 네 자신을 위해서도 가문을 위해서도 열심히 해야 돼.”

“알겠어. 몸도 안 좋은데 언니도 어서 가서 쉬어.”

“이 정도야 이제 습관이 돼서 괜찮아.”

공화련이 걱정하는 동생을 달랬다.

잠시 후 늘씬한 그림자가 사뿐사뿐 사라졌다.

울적해진 마음에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공서련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슬그머니 담요 밖으로 빠져나온 천제현이 공서련을 가볍게 껴안았다.

“슬퍼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천제현의 품은 따스하고 포근했다. 공서련은 계속 안겨있고 싶었다.

“나쁜 자식! 언제까지 안고 있을 셈이야!”

공서련에게는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했다. 천제현에게 와락 안겨 한바탕 울고 싶었다.

그러나 이놈은 괘씸하게도 방금 전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괴롭혔다.

놈이 더 욕심을 채우게 둘 수 없었다.

천제현은 침상에서 떠나기 아쉬워서 실없이 웃었다.

“죄송합니다. 상황이 긴급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안 그랬으면 제 목숨이 달아났을 거예요!”

자신은 이렇게 상심해 있는데 이놈은 실없이 웃기나 하다니!

그녀가 화를 버럭 내며 매서운 눈초리로 천제현의 가랑이 사이에 있는 불룩한 물건을 가리켰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천제현이 민망해하며 다리를 오므렸다.

“자연적인 생리 현상이니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아가씨도 그러시지 않나요?”

“헛소리 마, 내가 너처럼 염치없는 줄 알아!’

“하지만…….”

공서련이 성을 버럭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또 헛소리하면 널 때릴 거야!”

“살려주세요! 작은 아가씨가 사람을 잡으려고 해요!”

천제현이 황급히 몸을 빼어 연기처럼 도망쳤다.

공서련은 천제현의 허겁지검 도망치는 뒷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저자는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

천제현은 후원을 빠져 나와 걸음을 멈추었다. 평정을 되찾은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수놓고 있었다.

별자리와 운행궤도는 전부 기억과 일치하는데 주변의 모든 게 싹 다 바뀌었다.

이 세계의 그 누구도 천제현의 몸 안에 있는 영혼이 수만 년 후인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그는 이곳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미래에서 왔다.

천제현은 당시 대륙에서 가장 젊은 현자였다.

그는 천성이 대범하고 거침없는 천 년에 한 번 나오는 귀재였다.

그는 시공간을 가르는 연구를 하다가 부주의로 혼란에 빠져 통제를 잃고 이 세계에 말려들었다.

그 후 기억이 사라지고 소년으로 부활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을 전부 잃었고 노예로 전락한 게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 시대에 이르러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세계의 노예계약은 꽤 독특하게 이루어졌다.

계약서의 본질은 노예의 정신 일부를 분리해내어 계약서의 진법에 봉인하는 것이다.

노비 주인은 계약서로 노비를 통제했다.

“이렇게 뒤떨어진 기술로 날 통제하려 하다니, 정말 우습군!”

천제현은 이 시대의 계약서를 조금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혼성 경지까지 수련하면 계약서의 속박에서 가볍게 벗어날 수 있어. 그런데 그 계집애는 정말 흥미로워. 여기서 보내는 시간을 새로운 삶을 체험하는 기간이라 여겨야겠어.”

천제현은 대범하고 거리낌 없는 성격이다.

그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쾌락주의자이며 타고난 낙천주의자였다.

그는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기왕 이 세계에 온 거 잘 살아야 해’.

천제현은 이 세계의 최강자가 되고자 했다. 초월적인 지식으로 이 시대를 바꾸고자 했다.

그는 이 세계가 자신으로 인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보고 싶었다.

이 세계에서 수련자가 말하는 이들에게는 경지가 있다.

수련자 10대 경지.

그 첫 번째는 ‘연체경’이고, 두 번째는 ‘혼성경’이라 일컫는다.

매 경지는 각각 9성으로 이루어진다.

천남성의 수백만 사람 중 연체경에 이른 자들, 즉 연체술사는 족히 20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윗줄인 혼성술사는 겨우 수십 명에 불과했다.

열여섯 살의 공서련은 연체 2성의 실력을 지녔다!

보통 사람들 보기에 결코 빠지지는 실력이 아니다.

그러나 천재들이 구름처럼 모인 상류 집단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라 관심을 받기 어려웠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별 볼 일 없는 기명 제자.

그게 공서련의 위치였다.

공서련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방을 메고 조합 입구로 들어섰다.

“서련아, 오늘 일찍 왔네!”

절세미인 하나가 맞은편에서 걸어왔다.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가 요염했다.

매우 얇은 빨간색 반투명 비단옷 안의 속옷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치마바지는 거의 허벅지 끝까지 찢어져서 하얗고 매끄러운 허벅지가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거기에 빨간색 하이힐 부츠를 신어서 빨간색과 흰 다리가 강렬한 대조를 보이며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지 않을까.

남궁혜.

성격이 괴팍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별명은 마녀였다.

그녀는 연체 9성 절정의 경지로, 한 걸음만 더 나가면 언제라도 만인이 존경하는 혼성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장립청의 수제자이자 유일한 후계자였다!

공서련이 조용히 물었다.

“대사저, 또 스승님 대신 수업하러 오셨어요?”

“말도 마!”

남궁혜의 아름다운 붉은 머리가 폭포처럼 거침없이 자유분방하게 등으로 흘러내렸다.

“새 부적 연구에 푹 빠진 망할 영감탱이에게 기명 제자 돌볼 시간이 어디 있겠어?”

남궁혜는 직선적인 성격답게 거칠고 까칠한 말을 했다.

“요새 노인네가 다시 기명 제자를 정리하려고 해. 넌 성적이 계속 바닥이니 위험하다고! 맞다, 오늘은 숙제 검사하는 날이지. 설마 다 안 한 건 아냐? 그렇다면 수업 듣지 말고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아니에요. 다 했어요!”

공서련은 제명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황급히 묵직한 가방을 열었다.

“제 숙제는 여기에 다 있어요!”

“평소에 반만 해도 다행인 애가 오늘은 전부 제출하다니, 해가 서쪽에서 떴나?”

“저, 전…….”

“됐어, 다 냈으면 된 거지. 그렇지만 내 임무는 대리 수업이고, 이 숙제를 검사하는 것은 둘째가 맡고 있으니 그쪽에 가져다주렴.”

‘둘째 사형 한소룡?’

한소룡의 실력은 연체 4성이다!

실력이 요괴 같은 남궁혜에게는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그는 흔치 않은 잠재력을 지닌 새싹이라 정식 제자가 되었다.

공서련은 골치가 아팠다. 한소룡은 자신을 좋아해서 쫓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러 명의 미녀에게 내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적거려서 평판이 무척 안 좋았다.

공서련은 애당초 그를 좋게 보지 않았다.

게다가 어제 언니의 말을 들어보니 한씨 가문이 부모님을 살해한 진범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를 보고 싶을 리 있겠는가?

“잠깐, 이건 스승님의 설계도 초안이잖아?”

남궁혜가 갑자기 두 눈을 반짝이며 책가방에서 커다란 족자를 꺼냈다.

“대단한데, 이 계집애! 스승님께 의견을 제시하다니!”

“아!”

뺨이 뜨겁게 달아오른 공서련이 황급히 손을 뻗어 족자를 빼앗으려 했다.

“아무렇게나 끄적거려 본 거예요. 스승님께 제출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남궁혜가 족자를 높이 치켜들었다.

공서련은 키가 작아 까치발을 해도 잡을 수 없었다.

그녀가 다급히 소리쳤다.

“대사저, 어서 돌려주세요!”

“어림없지! 안 줄 거야!”

남궁혜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따로 스승님께 드려야겠어. 의견이 쓸모 있든 없든 스승님께서 너를 아주 좋게 보실 거야. 너도 제명당하고 싶지 않잖아? 그만 하고 내 말대로 해. 더 궁시렁거리면 혼내줄 거야. 어서 가!”

공서련은 대사저의 성질머리를 아는지라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에 따라 숙제를 제출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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