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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화 (1/729)

# 1

제1장 신비한 소년

깊은 밤, 달빛이 물처럼 은은하고 만물이 고요했다.

어여쁜 소녀가 몰래 방에서 나와 살금살금 후원의 대문을 열었다. 긴장과 기대,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려운지 도자기같이 하얀 뺨이 붉게 물들었다.

소녀의 차림은 화끈했다. 가슴은 산봉우리같이 봉긋하고 한 줌도 안 되는 허리는 물뱀처럼 활력 넘쳤다.

풍만한 둔부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초미니 가죽스커트 밑의 백옥처럼 매끄럽고 가는 허벅지에는 풋풋함이 가득했다.

대문 밖에 한 소년이 조용이 달빛 아래 서 있었다.

나이는 열대여섯 살 정도일까.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희고 깨끗한 피부에 키가 크고 건장했다.

거친 베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준수하고 초연한 기운은 가려지지 않았다.

두 눈은 마치 밤하늘의 별들처럼 신비롭고 그윽했다.

“천제현,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공서련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잠들었으니 어서 들어와. 내 방으로 가자. 조용히 따라와.”

공서련은 꼬박 한 달을 고민하다 결국 결정을 내렸다.

청춘은 짧으니 젊어서 놀아야 한다.

공서련은 몹시 긴장했다.

전에 경험이 풍부한 친구가 했던 말처럼 천제현이 매일 밤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의 삶이 더욱 재미나고 유쾌해질 것이다.

또 그녀는 자신이 이전에 얼마나 고리타분하고 어리석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돈이 있으면 제대로 즐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넉넉한 가정환경을 썩히는 게 아닌가?

이 일이 발각된다면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공서련은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열두 살부터 그녀는 이런 사람이 곁에 있는 상상을 했다.

공서련이 방문을 꼭 닫았다.

그녀는 좀 불안해 보였다. 코끝에는 송골송골 맺혀 있고 아리따운 볼은 발갰다.

숨을 쉴 때마다 출렁거리는 가슴을 감싼 타이트한 옷은 언제라도 터질 것 같았다.

주먹을 쥔 두 손은 어디다 둬야 할지 몰랐다.

방은 넓고 환했다. 바닥은 대리석이고 침상은 수공예로 만든 것이다. 등은 연꽃 모양으로 독특했다.

수정으로 만든 아름다운 예술품 같은 등에서 은은한 빛이 퍼지고 있었다.

벽에는 그림이 가득 걸려 있고 책상에는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분홍색 휘장이 가볍게 흔들리자 옅은 향기가 퍼지며 야릇한 분위기가 났다.

밀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천제현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런 일이 처음인가요?”

공서련이 수줍음으로 빨개진 얼굴을 숙였다.

“응, 처음이야.”

천제현이 미소를 띠었다.

“이렇게 순진한 부잣집 아가씨는 참 드물지요.”

공서련이 민망해하며 모기처럼 가는 소리로 물었다.

“널 판 곳에서 네가 전문 교육을 받아 이 분야에 뛰어나다고 그랬어. 정말 경험이 많아?”

천제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문제없을 것 같아요.”

천제현이 대답하는 태도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다. 말도 느리거나 빠르지 않은 게 교양이 있어 보였다. 그는 조금도 노예 같지 않았다.

노예상의 말에 따르면 천제현은 원래 귀족이었다고 한다.

가문이 몰락하여 노예가 되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몰락한 귀족 소년에게 이런 부끄러운 일을 시키다니…….

‘에라 모르겠다!’

오늘밤 그의 능력을 제대로 시험해 봐야 해.

천제현이 외모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라 내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서련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난 준비 좀 할게. 넌 우선 옷을 벗어!”

오늘밤 둘은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밤을 샐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천제현이 외투를 벗어서 책상에 놓았다.

“나 왔어! 좀 도와줘!”

잠시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공서련이 말했다.

공서련은 힘겹게 커다란 나무상자 하나를 끌고 왔다.

산처럼 쌓인 책과 족자가 전부 책상에 쏟아졌다.

와르르.

공서련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게 전부 한 달치 숙제야. 내일이 스승님께 숙제 검사를 받는 날인데 한 문제도 못 풀었어. 네게 맡길 테니 풀 수 있는지 봐.”

용돈 반년 치를 탈탈 털어 천제현을 샀다.

‘저 녀석이 몸값만큼만 해준다면 앞으로 숙제는 걱정 없어!’

공서련은 천제현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이건 제가 생각한 것보다 좀 많은데요.”

천제현이 부적을 한 장 펼쳤다.

복잡한 진법과 도안을 보고 하찮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냥 가서 주무세요. 이런 숙제 따위 신경 쓰지 마시고요.”

“아, 못 풀겠니?”

공서련은 무척 실망한 얼굴이었다.

“이건 불완전한 화염부(火炎符)야. 1급 부적이라 구조가 복잡해서 복원시키기 매우 어렵지. 수준 높은 부적사쯤 돼야 가능한 일이야. 그래서 스승님께서 요구하신 건 완벽한 복원이 아니라 틀린 곳을 수정하는 거야. 열두 개의 틀린 것 중 다섯 개만 찾아내면 합격이야! 여기 참고서가 있으니 한 번 봐.”

천제현의 까만 눈동자에 황당한 빛이 스쳤다.

“이게 어렵다고요?”

공서련은 좀 어리둥절했다.

“설마 안 어렵다는 거야?”

“애기들이 배우는 것보다도 쉽잖아요!”

천제현이 코웃음을 쳤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머리가 너무 나쁘군요!”

공서련은 어리둥절했다.

“이 시대? 그건 뭔 소리야?”

천제현은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건 됐고, 우선 가장 어려운 숙제부터 보여주세요.”

“내 스승님이신 장립청 대사님께서는 천남성 부적사 조합의 회장님이셔. 부적에 아주 정통하시지. 명망이 높아서 성주님도 존경하신다고. 그분이 내주신 제일 어려운 숙제인데 볼래?”

천제현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보여주세요.”

공서련은 하는 수 없이 커다란 족자를 펼쳤다.

엄청난 양의 복잡한 부적 진법과 도안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어서 보기만 해도 바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건 스승님께서 계속 연구해 온 새로운 부적이야. 진도가 80% 정도 나갔을 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진전을 보지 못하셨지.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한 스승님께서 설계 도면을 발표하셨어. 영감을 받아 후속 작업을 마치시려고 말이야.”

공서련은 팔랑이듯 부적을 만지며 말을 이어나갔다.

“뭐, 호기심에 한 장 가져왔는데 봐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 그러니 말 다 했지. 아무래도 시간 낭비하지 않는 게 좋겠어. 이건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게…….”

천제현은 부적의 진법을 한눈에 알아봤다.

“1급 흙 속성 부적 설계도에 불과한데 조잡하고 유치하네요. 엉터리에다 수준도 형편없고 완전하지도 않아요.”

움찔.

“뭐?”

‘한눈에 부적의 속성을 알아본 거야?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평범한 부적사도 최소 며칠은 연구해야 알아보는 수준일 텐데……?’

놀랍기도 하고 뜻밖이기도 했다.

“너, 설계도를 본 적이 있는 거 아냐?”

천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붓 좀 주세요.”

공서련이 의심에 가득 찬 얼굴로 빨간 붓을 건넸다.

‘정말 스승님의 설계도를 이해한 걸까?’

“여기 틀렸고, 여기도 틀렸네요. 여기도, 여기도…… 전부 틀렸어!”

천제현이 단숨에 10여 곳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렸다.

“부적 주문도 틀렸고, 진법은 중복이고, 논리 구조도 안 맞는 데다 생각도 황당하네요……. 초심자가 저지르는 실수예요. 전부 다 틀렸어요. 이거 부적 설계 맞아요? 정말 완벽한 실수의 향연인데? 아가씨의 스승님은 머리가 나쁜 거 같은데…… 이런 쓰레기를 제자들한테 발표하다니 용기는 정말 가상하네요. 그 용기는 참 존경스럽습니다.”

천제현이 동그라미에 번호를 매기고 설명을 써내려 갔다.

“너야말로 돌대가리야. 어떻게 장 대사님을 그따위로 말해!”

실망이야!

너무 실망했어!

공서련은 천제현을 허풍쟁이라 판단했다.

예전에 귀족이었으니 특별한 교육을 받았겠지만 그래도 몇 살이나 됐다고 감히 장립청 대사님을 그따위로 평가하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군!’

천제현에게 기대를 완전히 접은 공서련이 화를 내며 훈계했다.

“스승님께서 설계도를 발표하실 때 천남성이 들썩거렸어! 스승님께서는 진법학과 부적학을 수십 년 연구하셔서 조예가 깊다고. 그런데 무슨 근거로 말을 그따위로 해. 게다가…… 이봐, 뭐하는 거야. 내 말 안 들려? 뭘 그리는 거야?”

몇 분, 정말 고작 몇 분이었다.

천제현이 족자 뒷면에 완전히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 나갔다.

새로운 설계도는 원 설계도보다 훨씬 간단했다.

주문은 천만 번 이상의 계산을 거친 것처럼 규칙적이고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진법 도안의 선들은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워서 간결하고 완벽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설계도를 보면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희열이 들기도 했다.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느낌!

공서련이 곁으로 바싹 다가와서 봤다. 아름다운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본 부적 설계 중 최고로 아름다워! 대체…… 이게 뭐야?!’

이 부적에는 사람을 깊이 빨아들이는 신기한 마력이 있었다. 정말 교과서에 나올 만한 완벽한 작품이었다.

아니!

교과서에 실린 작품도 이 부적에 한참 못 미칠 것이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구조나 미학의 관점에서 이 부적은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과는 천양지차였다!

공서련은 부적에 완전히 빠져들어 저도 모르게 책상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구부렸다.

흰 토끼 같은 가슴이 옷깃 밖으로 반쯤 튀어나왔다.

탱탱한 하얀 가슴이 산봉우리를 만들자 모든 남성의 음심을 자극할 수 있는 깊은 골짜기가 패였다.

운이 억수로 좋아야 만날 수 있다는 베이글녀?

‘정말 대단하군!’

공서련은 가슴이 보인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녀는 꼬박 오 분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하나도 이해가 안 돼. 그렇지만 네가 그린 건 정말 아름다워!”

“1급 암석부(巖石咐)예요. 원래 설계도를 바탕으로 수정하고 뒷부분을 마무리했어요.”

천제현이 멍한 표정의 공서련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러나 아가씨 스승님의 생각에 영향을 받아서 제가 여태까지 완성한 작품 중에 최악일 것 같아요. 그러니 제가 그렸다는 사실을 밝히지 마세요.”

체면 때문만은 아니다. 천제현은 너무 일찍 자신의 능력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공서련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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