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엑스트라-209화 (209/240)

# 209

문제아 콤비 (2)

버쿠헨이라는 조용하고 작은 도시에서 갑자기 사건이 발생했다.

도심 한가운데에 난데없이 등장하게 된 세 마리의 검은 괴물과 추종자들.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는 자들을 전부 양식으로 바치면 되겠군.”

“칠흑 님께서 좋아하실 거야.”

“그전에 조각과 융합될 만한 자질을 가진 녀석이 보이면 미리 분별해 둬야 한다. 요즘 검은 괴물들의 숫자가 너무 줄었어. 전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알고 있어.”

추종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막 움직이려고 하던 찰나였다.

검은 촉수 하나가 튀어나와 방금 전까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눴던 추종자 한 명의 심장을 관통했다.

“컥!”

“무, 무슨 일……!”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다른 촉수 하나가 또다시 튀어나와 남은 추종자들의 심장을 전부 꿰뚫었다.

뽑혀 나온 심장들을 거둬들인 한 마리의 검은 짐승.

드레드가 입을 벌리며 그대로 추종자들의 심장을 꿀꺽 집어 삼켰다.

우적, 우적.

턱이 움직일 때마다 붉은 피가 이빨 사이로 줄줄 새어 나왔다.

“역시. 살아 있는 심장이 제일 맛있군.”

“지금 미식가 흉내 낼 때가 아니야, 드레드.”

케프리의 태클에 드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융합체 상태로 검은 괴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케프리와 드레드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린 검은 괴물들.

뒤늦게 반격을 시도했지만, 드레드의 무력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검은 괴물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뜯어내 버린 드레드는 촉수로 괴물의 가슴을 후벼 팠다.

검은 심장을 꺼낸 뒤에 그대로 박살을 내 버렸다.

케프리가 드레드에게 물었다.

“괴물의 심장은 안 먹어?”

“썩어 빠진 심장은 맛이 없거든!”

이 와중에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을 가리는 드레드의 모습에 케프리는 피식 웃었다.

두 마리의 검은 괴물들이 합심을 해 드레드에게 덤벼들었다.

같은 검은 괴물이라 하더라도 힘의 차이가 극명하게 난다.

드레드의 굵은 양팔로 검은 괴물들의 머리를 한 손에 각각 부여잡았다.

콰직!

조금만 힘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괴물들의 머리는 수박처럼 깨졌다.

일시적으로 검은 괴물의 행동을 무력화시킨 드레드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놈들의 심장을 도려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순식간에 다수의 추종자들과 세 마리의 검은 괴물들을 없애 버렸다.

하나 아직 이들이 확인 못 한 네 번째 검은 괴물이 남아 있었다.

검은 괴물은 드레드와 케프리의 심장을 정확히 노렸다.

그러나 공격이 닿기도 전에 검은 괴물의 사지가 절단되었다.

투둑. 툭!

팔과 다리가 분리되어 바닥에 흩어졌다.

검은 괴물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에 공격을 당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뚜벅뚜벅.

구둣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하얀 사신.

가면을 쓴 남자는 와이어로 검은 괴물의 상반신을 조각냈다.

그후에 오른 발로 검은 괴물의 심장을 그대로 짓밟았다.

하얀 양복을 갖춰 입은 남자는 웃는 가면을 쓴 얼굴을 들어 올렸다.

“마무리가 어설프군요.”

그러나 드레드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을 벌리면서 노골적으로 경계 태세를 보였다.

반면, 케프리는 달랐다.

“그딴 공격에 당했어도 우리한테 생채기 하나 못 냈을 거야.”

“하긴 그렇겠죠.”

남자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검은 괴물들이 날고 긴다 하더라도 드레드와 케프리 콤비를 제압하진 못할 거란 사실을.

케프리는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당신, 마일이라는 사람 맞지? 베르투의 48현자 중 한 사람.”

“저를 아시는군요.”

“로인, 그 형이랑 매번 붙어 다니는 걸 봤으니까. 모를 리가 없지.”

“하지만 다 알진 못하는군요. 정정할 게 있으니 잘 기억해 두시기를.”

마일은 와이어에 묻은 검은 피를 손수건으로 스윽 닦아  냈다.

“베르투의 48현자가 아니라 베르투의 대현자, 마일입니다.”

“대현자가 되었어? 축하해.”

“당신한테 축하하다는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그래도 욕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아?”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케프리는 다시 드레드와 융합을 해제했다.

대신, 드레드는 짐승의 머리 형태로 케프리의 등 뒤에서 뻗어 나와 마일을 응시했다.

마일이 허튼 수작을 부릴 경우, 드레드도 바로 반격을 가할 것이다.

마일은 그걸 잘 알고 있다.

“오늘은 당신들과 싸우려고 온 게 아닙니다. 로인 님의 말을 대신 전해 드리기 위해 온 거죠.”

“그 형씨? 실종되었다며? 죽은 거 아니었어?”

“로인 님이 쉽게 죽으실 분은 아니죠. 나울에 계실 테니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가급적이면 빨리 가시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로인 님은 매우 바쁘신 분이니까요.”

마일의 말에 드레드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누구 마음대로 우리를 오라 가라 하는 거지?”

“로인 님 마음대로죠.”

“그쪽에서 오라고 해라. 감히 우리를 물로 보다니!”

“드레드.”

케프리는 드레드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파트너를 진정시켰다.

아쉬울 게 없는 쪽이 갑(甲)이다.

반대로 말하면 아쉬운 쪽이 을(乙)이라는 소리가 된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케프리는 이걸 잘 알고 있었다.

로인에게 먼저 보자고 한 쪽은 케프리다.

그에게 부탁이 있어서였다.

“알았어. 우리가 나울로 갈게. 빨리 가면 갈수록 좋다고 했지?”

“예.”

“그러면 너희 현자들이 이용하는 순간 이동 마법으로 우리를 나울로 데려가 줘. 그러면 더 빠르잖아. 안 그래?”

“그건 사양하겠습니다. 베르투의 회원이 아닌 자를 현자의 방에 들이는 건 금기 사항이거든요.”

“대현자라며? 어차피 그깟 규율 하나 어겼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거 아니야?”

“대현자이기에 베르투의 규율과 규칙을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쳇, 알았어.”

딜을 해 보려고 했던 케프리였으나 마일에게는 씨알도 통하지 않았다.

사실 예외는 있었다.

로인이 부탁하면, 굳이 베르투의 회원이 아니더라도 현자의 방 출입을 허가해 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마일은 케프리와 드레드만큼은 현자의 방에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거부감이 들었다.

* * *

조만간 케프리와 드레드 콤비가 내게 올 거라는 보고가 마일을 통해 들어왔다.

보고가 있은 후 하루 만에 골칫덩이 콤비는 레드 라인 건물에 있는 나의 사무실을 찾았다.

“오, 좋은 곳이네.”

케프리는 내 사무실을 훑으면서 소감을 드러냈다.

“훈련장도 마음에 들고, 건물도 깨끗하고 넓어. 나를 바라보는 기사단원들의 이상한 시선만 빼고 본다면 정말 좋은 곳인 거 같아.”

“감상평이나 늘어놓으려고 나를 찾은 건 아닐 텐데.”

나는 케프리에게 바로 본론을 꺼내도록 유도했다.

케프리는 내게 이런 질문을 해 왔다.

“어떻게 하면 칠흑과 그렇게 자주 마주칠 수 있는지, 나에게 그 비결을 알려 줘.”

이 꼬맹이가 무슨 헛소리를 하려나 싶더니만…….

별 시덥지 않은 걸로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비결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없어?”

“어.”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자주 칠흑과 만나는 거야?”

“그거야 벨라시오닉의 보물을 찾아다니다 보니 만나게 된 거고.”

중간에 한번은 라스 일행을 구하러 갔다가 만난 거였기에 그건 예외로 치기로 했다.

“벨라시오닉의 보물이라…….”

혼잣말을 내뱉는 케프리.

하지만 벨라시오닉의 보물이라는 수단도 이제는 효율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남아 있는 벨라시오닉의 보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령 몇 개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케프리의 정보력으로는 벨라시오닉의 보물 위치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베르투와 연을 맺은 나이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케프리도 그걸 잘 아는 듯했다.

“나도 베르투의 회원이 되면 벨라시오닉의 보물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거야?”

“가능은 하지. 그렇지만 네가 어떻게 베르투의 회원이 될 건데?”

“……그게 문제네.”

정보력이 없어서 베르투에게 접근하려고 하는 건데 모순되게도 베르투의 가입 조건이 바로 정보력이다.

결국 케프리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 날 레드 라인 기사단에 넣어 줘.”

“내가 왜?”

“나한테 예전에 한번 말했잖아. 나보고 부하가 되라고.”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난 블루로즈단의 단장이면서 동시에 레드 라인 기사단장이 되었다.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굳이 케프리의 힘을 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케프리와 드레드 콤비는 큰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가 내 통제에 따를 거 같지 않아서 말이야.”

지금 내가 필요한 건 내 명령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병력들이다.

케프리와 드레드처럼 멋대로 날뛰는 놈들을 받아들였다간 괜히 문제만 더 커질 것이다.

케프리는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때 드레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케프리, 저놈한테 고개 숙일 필요 없다. 어차피 우리가 더 강할 터. 이 자리에서 누가 위인지 증명해 보이자고!”

드레드가 멋대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그저 딱! 소리가 나게끔 손가락만 튕겼다.

그러자 드레드의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인간 놈이 감히……!”

으르릉거리면서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드레드였으나 내게 위협조차 되지 않았다.

“거 봐.”

나는 케프리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너희는 내 통제에 안 따를 놈들이라고.”

“……드레드, 그만하고 돌아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드레드란 녀석은 케프리의 말만큼은 참 잘 듣는다.

“방금 내 파트너가 저지른 무례는 사과할게. 그리고 당신이 하는 말이 맞아. 통제에 따르지 않을 거라는 요소 때문에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도 부정하진 않을게. 하지만 난 어떻게 해서든 칠흑을 쓰러뜨리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라도 칠흑과 만나야만 해. 내 목적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사람은 형씨밖에 없어.”

확실히 케프리는 꼬맹이치곤 생각이 깊다.

저 침착함과 냉철함, 판단 능력은 탐이 나긴 하다.

어떻게 할까?

단순히 무력만 놓고 본다면 케프리와 드레드는 분명 우리 전력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대신 칠흑만 보면 눈이 뒤집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장점과 단점을 놓고 비교했을 때, 어느 쪽으로 무게가 기우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장점이 더 많다면 케프리와 드레드를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에는…….

‘한번 써먹어 봐도 나쁘지 않을 카드야.’

좋아, 결심했다.

“네 말대로 널 받아들여 주마.”

“그 말, 진짜지?”

“어. 대신, 조건이 두 개 있다.”

곱게 받아들일 생각은 당연히 없다.

케프리는 내 말을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조건인지 말해 줘.”

“첫 번째, 레드 라인 기사단은 안 돼. 대신, 너를 블루로즈단 용병으로 편성할 거다. 이건 필수 조건이니까 만약 마음에 안 든다면 이 이야기는 없던 것이 될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케프리는 기사보다 용병이 어울린다.

그래서 블루로즈단 쪽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알았어. 용병이든 기사든 난 상관없어.”

“그리고 두 번째, 너를 맡아 줄 사수를 정할 거다. 그 사수의 말에 잘 따르도록.”

“사수? 누군데?”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베라라는 하이 엘프가 있다. 그녀가 널 맡아 줄 거야.”

통제 불가 문제아 콤비 VS 황소고집 엘프녀.

어디. 누가 이길지 한번 지켜보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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