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엑스트라-174화 (174/240)

# 174

라스 구출 작전 (1)

갑작스러운 출동 명령이 떨어진 R팀과 레드 라인.

이럴 때 하필이면 가르시아와 파이스, 에나가 파견을 나가 있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상대는 칠흑이다.

《델리피나 전기》의 최종 보스인 만큼 우리도 만반의 전력을 가지고 덤벼야 하는데…….

이제 와서 가르시아 일행에게 다시 합류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합류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다.

가르시아 일행이 전력에 많은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라스가 칠흑에게 당하기 전에 도착해서 그를 구해 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칠흑을 쓰러뜨리기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다.

최우선 목표는 라스를 구하는 거다.

게럴과 드레인이 각각 나에게 보고를 했다.

“레드 라인, 준비 끝!”

“R팀도 준비 끝났어. 언제든 말만 해 줘, 로인 대장.”

출정 준비가 모두 끝이 났다.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출발해도 부족할 판이다.

“바로 출정하죠. 각 부대원들에게 그렇게 전달해 주세요.”

두 사람은 내 말에 따라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다음으로 나는 근처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파랑새에게 다가갔다.

“이거,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파랑새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듯 나에게 물었다.

“누구한테 보내는 건데?”

“봉투에 적혀 있으니까 확인하시면 바로 알 겁니다. 중요한 거니까 최대한 빨리 전해 주세요. 어쩌면 저희 모두의 목숨이 걸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알았어. 책임지고 반드시 전달할게.”

“부탁할게요.”

파랑새에게 맡기면 안심이다.

볼 일을 마친 뒤에 걸음을 옮겼다.

의뢰인의 대리인 자격으로 찾아온 티이나를 찾아갔다.

길 안내는 그녀가 맡기로 했다.

티이나의 곁에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마일, 너도 가는 거냐?”

이 녀석은 언제 또 쥐도 새도 모르게 합류했대?

마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동료 현자의 어려움을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티이나 양?”

“…….”

그러나 티이나는 마일의 이런 친절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차기 대현자 자리를 두고 티이나와 마일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베르투를 위해 누가 더 값진 정보를 많이 가져오느냐, 즉 실적을 통해 차기 대현자가 정해진다고 한다.

내가 준 정보들은 베르투 입장에선 꽤 쓸 만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델리피나 전기》에서 가져온 미래 지식들이었으니까.

티이나가 마일을 싫어할 만도 하다.

“그냥 얌전히 베르투로 돌아가 있으면 좋을 텐데 왜 따라오는 거야.”

“스카이 랜드에 관련된 정보를 얻고 싶으니까요. 당신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흥!”

그럼 그렇지.

마일이 괜히 선의로 라스 구출 작전에 동참하겠다고 할 리가 없다.

녀석은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다 바칠 남자다.

목적이 어찌 되었든 간에 두 명의 현자가 함께라면 든든하다.

“이야기 다 끝났으면 바로 출발하자.”

시간이 아깝다.

* * *

스카이 랜드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

앵글 브릿지에 도착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나는 마일에게 스카이 랜드에 관한 설명을 거의 들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한다…… 이 말이지?”

“예, 로인 님.”

참말이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1분 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이 기다긴 다리를 건너야 하다니.

도보로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했다.

한숨 쉴 시간조차 없다.

나는 병력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여기서부터는 말을 두고 간다. 선발대부터 나를 따라오도록.”

“예!”

R팀과 레드 라인이 내 뒤를 따랐다.

짙은 안개가 우리의 시야를 방해했다.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다.

왜냐하면 앵글 브릿지는 갈림길 없는 외다리였기 때문이다.

그냥 앞만 보고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카이 랜드에 도착한다.

도중에 베라가 걸음을 멈췄다.

“앞쪽에 다수의 뭔가가 날아오고 있어요.”

티이나가 우리에게 정보를 흘렸다.

“드라벗일 거예요. 아주 높은 확률로요.”

그 익룡 같이 생겼다는 몬스터를 말하는 건가?

나는 곧장 몸을 풀었다.

“내 뒤로 물러서라.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어떻게 하려고?”

게럴의 질문이었다.

내가 답해 줄 것 이거뿐이었다.

“그냥 보고만 있으면 돼.”

용의 숨결을 준비했다.

목표는 전방!

앞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번쩍이는 빛의 기둥과 함께 안개 속에서 드라벗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직 멀었어!’

브레스의 굵기가 더욱 굵어졌다.

나는 드라벗이 몰려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쪽으로 용의 숨결의 방향을 틀었다.

용의 숨결이 지나갈 때마다 앵글 브릿지 위로 드라벗의 사체가 후두둑 떨어졌다.

대충 정리가 다 끝났을 때였다.

이번에는 바다에서 거대한 물결이 형성되었다.

티이나가 외쳤다.

“해인 몬스터, 포라톤이에요. 조심하세요!”

“조심이고 자시고…….”

나는 드래곤 클로를 발동시킨 후에 포라톤의 머리 위치까지 크게 도약했다.

“시간 없다! 그냥 얌전히 죽어!”

스윽!

드래곤 클로를 크게 한 번 휘둘렀다.

궤적에 따라 포라톤의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다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앵글 브릿지 위에 착지한 나는 먼지가 손을 가볍게 털어 냈다.

“이제 됐지?”

티이나는 멍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더니 마일에게 물었다.

“세상에…… 저분, 도대체 정체가 뭐야?”

“글쎄요.”

마일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나는 마일에게 있어서 연구 대상처럼 보이는 것 같다.

* * *

라스를 구하기 위해 하루를 거의 지새우다시피 했다.

수면은 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대로 라스가 죽어 버리면 큰일이니 말이다.

R팀 용병들과 레드 라인 기사단은 군말 없이 나의 명령에 따랐다.

베라도 아직까지는 특별히 쓴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만약 스카이 랜드로 가게 되면, 베라는 엘라시아하고 다시 만나게 되는 거 아닌가?’

타임 그레이브에 있을 때에는 용병왕 벨레너가 베라의 시간을 되돌려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베라는 어떻게든 엘라시아를 데려가기 위해 발광을 했을 것이다.

‘이것도 문제인데.’

베라가 엘라시아와 만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 만남을 방해하기 위해서 베라를 전담 마크할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그 역할을 마일에게 주기로 했다.

“마일, 부탁이 있는데.”

“무슨 부탁이십니까?”

“실은 말이지…….”

나는 마일에게 베라와 엘라시아를 만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서두를 들려주면서, 동시에 그에게 부탁할 내용을 들려줬다.

“만약 베라가 엘라시아를 발견하게 될 거 같으면, 네가 알아서 적당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줘.”

“제가 말입니까? 왜 하필 저에게 그런 어려운 일을…….”

“네가 제일 한가해 보이니까.”

“…….”

마일은 할 말을 잃었다.

왜, 사실이잖아.

R팀 용병들과 레드 라인 기사단은 추종자 세력과 맞붙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티이나는 라스를 구하는 일의 핵심 멤버니까 논외로 치고.

제삼자인 마일이 그나마 제일 자유로운 편 아닌가.

마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로인 님의 부탁이라 하더라도 그건 힘듭니다. 베라 양의 고집이 어디 보통입니까? 전 자신 없습니…….”

“만약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면, 아직 아무도 모르는 정보들을 제공할게.”

“저만 믿으시길 바랍니다, 로인 님! 제가 책임지고 베라 양과 엘라시아 양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참으로 단순한 녀석이다.

하긴 호기심 해결 하나에 목숨까지 거는 녀석인데, 까짓것 베라와 엘라시아의 만남을 방해하는 걸 못할까?

마일에게 맡겨 두면 일단 안심이다.

녀석은 정보에 미친 바보이긴 하지만, 능력은 확실하니 말이다.

그러는 와중에 앞서가던 반드가 나에게 보고했다.

“대장, 바로 근처에서 대지의 기운이 느껴져.”

직역하자면 ‘스카이 랜드에 다 와 간다.’라는 뜻이다.

나는 병력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검은 지옥으로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다.

* * *

티이나는 자세를 낮춘 채 우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쪽입니다.”

라스 일행이 있는 위치를 티이나가 알고 있다.

그전에 나는 레드 라인 기사단과 R팀 용병들의 인원을 재분배했다.

후방지원조, 경계조, 정찰조, 그리고 라스 구출조.

이렇게 네 팀으로 나눴다.

정찰조는 반드가 이끌기로 했다.

후방지원조는 아직 전투 경험이 미숙한 레드 라인 기사단들을 배치시켰다.

R팀 용병 몇몇과 베라, 마일은 경계조로 꾸렸다.

엘라시아와 베라가 만나게 될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부러 바깥쪽으로 굴리기로 했다.

라스 구출조는 나와 티이나, 그리고 드레인과 나머지 R팀 용병들로 꾸려졌다.

구출조와 정찰조가 메인 전투를 펼칠 것이다.

추종자와 검은 괴물들은 후방지원조, 경계조가 상대할 예정이다.

나는 정찰조, 구출조를 이끌고 라스 일행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을 개시했다.

그곳에는 화이트 플레임, 글레드의 장벽으로 보호받고 있는 라스 일행이 있었다.

주변엔 루크와 마리를 비롯해 다수의 추종자와 검은 괴물들일 라스 일행을 감시하고 있는 상태였다.

글레드가 꺼지자마자 이들은 바로 라스 일행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아마 데르킨 백작도 근처에 있겠지.’

루크와 마리가 있다면, 데르킨 백작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실제로 티이나는 라스 일행이 데르킨 백작과도 전투를 치뤘다는 정보를 우리에게 공유했다.

하나 문제는 데르킨 백작이 아니다.

‘칠흑이지.’

라스조차 칠흑을 제거하지 못했다.

오히려 죽을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칠흑을 상대한다는 건 미친 짓이야.’

라스 일행만 구출하고 이곳을 빠르게 빠져나간다.

애초부터 이걸 목표로 하고 여기까지 왔다.

나는 반드를 불렀다.

“근처에 있는 추종자들의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보고였다.

하기야, 라스 일행을 가뒀으니 여기서 라스의 숨통을 끊기 위해 칠흑은 전력을 퍼부을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추가로 추종자들을 이곳, 스카이 랜드로 더 소집한 모양인가 보다.

티이나가 알고 있는 병력들의 숫자보다 훨씬 많았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놈들과 전면전을 펼치려고 이곳에 온 건 아니니까.

라스만 구출하고 바로 빠지면 된다.

하나 문제는…….

‘어떻게 구출한담?’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빠르게 저들을 구출해야 한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저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누군가가 미끼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장.”

반드가 나를 불렀다.

“내 힘이 필요하지 않아?”

필요하긴 하다.

그렇지만 어떻게?

반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에게 맡겨.”

스스로 미끼 역할을 자처하는 반드.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추종자들은 바로 전투 모드로 돌아섰다.

반드는 씨익 웃었다.

“라드리치, 8레벨 개방!”

반드의 외침과 함께…….

그의 등 뒤로 새의 형상을 한 거대 생명체가 소환되었다.

잠깐만, 너, 라드리치니 뭐니 하는 그거…… 망상 속 설정 아니었냐?

설마.

‘진짜로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어?’

소설 속 최고의 반전 중 하나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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