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엑스트라-72화 (72/240)

# 72

광물을 먹는 괴물, 첼리 (2)

첼리의 앞에 쿠웅! 하고 착지했다.

녀석의 시선은 나를 좇기 시작했다.

“그래, 이쪽이라고! 도마뱀 녀석아!”

짧은 시간 동안 라그너에게 들은 정보들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첼리는 굉장히 희귀한 몬스터라고 한다.

덩달아 방어력과 저항력이 굉장히 높다.

때려잡으려면 고생 좀 할 것 같다.

그러나 타우르조차 때려잡은 나다.

‘까짓것, 첼리라고 대수겠냐!’

희귀 몬스터라고 하니까 최대한 상처 없이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공격했다.

나중에 파리마의 경매장에 첼리의 부산물을 팔아야 하니 말이다.

‘용돈 벌이 좀 해 볼까?’

앞으로 튀어 나가 첼리의 턱주가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첼리의 머리가 위로 크게 꺾였다.

그러나 큰 타격을 받진 않은 듯 꼬리를 내 쪽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아슬아슬하게 첼리의 꼬리 치기를 흘려 버렸다.

타우르와 싸울 때가 절로 떠올랐다.

‘그 악어 녀석이랑 패턴이 비슷하네.’

덕분에 상대하는 데 수월했다.

‘혹시 약점도 타우르와 같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부러 빈틈을 보여 첼리에게 꼬리 휘두르기 공격을 유도했다.

첼리는 옳다구나 하며 내게 강하게 꼬리 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서 첼리의 꼬리를 그대로 받아 냈다.

터업!

몸이 측면으로 강하게 밀렸다.

하나 자세를 바로잡은 후에 나는 첼리를 통째로 들어 올렸다.

“으랴아아아아아압!”

그대로 지면에 패대기를 쳐 버렸다.

쿠웅!

바닥이 크게 울렸다.

몸이 뒤집어진 첼리.

나는 빠르게 녀석의 배에 올라탔다.

그리고 오른 주먹을 크게 내질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첼리는 발버둥을 쳤다.

계속해서 주먹질을 하며 내상을 입혔다.

발악을 하던 녀석의 몸은 이내 힘없이 늘어졌다.

혹시 몰라 첼리가 죽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 마리 클리어.”

이제 남은 한 녀석을 제압하는 일만 남았다.

‘생각보다 쉬운데?’

타우르를 한번 상대해 봐서 그런지 첼리가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이것도 수련의 성과라면 성과라고 봐야 하나.’

광산 안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어둠이 나를 반겼다.

이런 때를 대비해 아이템을 하나 챙겨 왔다.

작은 구슬에 마나를 살짝 불어 넣었다.

이후 머리 위로 던지자, 구슬은 공중에 둥둥 뜬 채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어두운 곳을 탐험할 때 사용하려고 미리 구입해 둔 라이트 볼이다.

‘편하네.’

손전등보다 더 좋은 거 같다.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오래 걷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광산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규모는 작긴 작다.

‘그보다 남은 한 마리는 어디에 있지?’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흙먼지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설마?”

천장을 올려다본 순간 나는 절로 혀를 찼다.

“망할.”

어디 있나 싶더니만 위에 매달려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첼리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도망칠 틈은 없었다.

‘그대로 받아 내는 수밖에!’

엄청난 무게감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힘겨루기에는 이제 익숙하다.

그대로 힘을 가해 놈을 벽 쪽으로 날려 보냈다.

그러나 도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녀석은 착지와 동시에 근처에 널려 있는 바위들을 공중으로 띄웠다.

“마법을 사용한다고?”

몬스터 중에서 아주 간혹 마나를 다룰 줄 아는 몬스터가 튀어나온다.

세간에서는 그런 부류를 ‘에픽 몬스터’라 부른다.

에픽 몬스터의 심장은 굉장히 비싸게 팔린다.

마나가 응축되어 있기에 마력을 높여 주는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것이다.

특히 마법사들이 미친 듯이 에픽 몬스터의 마나 심장을 찾는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적용되는 몇 안 되는 아이템이 바로 에픽 몬스터의 마나 심장이다.

그런 에픽 몬스터와 만나게 되었으니.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마나 심장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나한텐 푼돈에 불과하다.

“어차피 팔아도 얼마 안 하니까, 내가 한번 먹어 봐야겠네.”

마나 심장을 삼키면 과연 용신단의 경험치를 얼마만큼 올릴 수 있을까?

그게 궁금해졌다.

그 전에 나에게 날아오는 바위들을 피해 내는 데 집중했다.

미처 못 피한 것들은 주먹으로 부숴 버렸다.

벽에 붙어 있는 첼리에게 접근해 발을 공략했다.

쿵!

녀석은 몸을 뒤집은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배가 그대로 드러났다.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마나를 실은 주먹으로 배를 가격했다.

그러나 입구에 있던 첼리를 공격할 때와 느낌이 전혀 달랐다.

‘배에 마나를 둘러서 약점을 보호하는 건가?’

에픽 몬스터는 이게 짜증 난다.

마나를 다룰 줄 알기에 자신의 약점이 공략당하는 걸 이런 식으로 방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도 방법이 있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스킬에는 스킬로 상대하는 수밖에!

“어디, 이것도 막을 수 있나 볼까?”

드래곤 클로를 발동시켰다.

내가 지닌 최강의 물리 공격 스킬이다.

타우르를 상대할 때에는 수련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드래곤 클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수련이 아니라 실전이다.

쓸 수 있는 공격 수단은 다 사용하는 게 도리다.

용신단의 레벨이 좀 올랐기에 지속 시간도 늘었다.

엄청 늘어난 건 아니고, 10분 정도 된다.

‘10분이면 놈을 쓰러뜨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

첼리는 또다시 나에게 바위를 날려 보냈다.

바위 속에는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만든 라켈이 드문드문 박혀 있는 게 보였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다.

드래곤 클로로 절단 내 버렸다.

첼리의 근처로 다가가 다시 한번 드래곤 클로의 능력을 덧씌운 오른손을 휘둘렀다.

내가 백날 주먹을 휘둘러도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던 첼리의 피부가 드디어 갈라졌다.

“육회로 만들어 주마!”

드래곤 클로를 무참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반드의 말버릇을 빌리고 싶어졌다.

크크큭, 오늘따라 내 손이 피를 갈구하는군.

* * *

라그너는 첼리의 피로 칠갑이 된 나를 봤을 때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저는 로인 님이 이대로 돌아가시는 건 아닐까 엄청 걱정했습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더라고요.”

“그럴 리가. 아, 그리고 사람들 시켜서 몬스터 사체는 챙겨 두도록 해. 나중에 파리마 경매장에 비싼 가격에 팔아야지.”

“두 마리 맞죠?”

“안에 있던 녀석은 어쩔 수 없이 도륙을 내 버려서 건질 게 별로 없을 거야.”

“괜찮습니다. 부위별로 팔아도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게 첼리니까요. 아무튼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나 심장에 관한 건 쏙 빼놓고 이야기했다.

이미 환약으로 만들어 내 주머니 속에 넣어 뒀다.

상단 인력이 정신없이 뒤처리를 하는 동안, 나는 마나 심장 환약을 꺼내 들었다.

등급은 유니크.

아이템은 아니고 재료템이다.

그래도 먹으면 경험치가 오르긴 한다.

이미 레플러 퀸의 붉은 더듬이로 증명된 바 있다.

꿀꺽.

바로 환약을 삼켰다.

-첼리의 마나 심장을 삼켰습니다. 삼킨 아이템의 효과로 마력 +57을 얻습니다.

-용신단의 레벨이 오릅니다.

-12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추가 스텟이 오릅니다.

-드래곤의 육체 스킬 레벨이 상승합니다. 더 강한 신체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새로 얻은 액티브 스킬은 없었다.

용신단 레벨을 올려서 얻는 액티브 스킬들이 은근히 꿀이다.

드래곤 피어, 드래곤 클로, 그리고 이미테이션.

‘더 많은 스킬들을 얻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용신단의 레벨을 올리면 된다.

그러나 용신단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요구되는 경험치 또한 많아진다.

‘벨라시오닉의 보물을 삼키면 레벨이 쫙 오를 텐데.’

수수께끼 던전에서 얻은 스태프 아이템 이후로 벨라시오닉의 보물을 얻은 적이 없다.

‘이러니 용신단의 레벨링이 더딜 수밖에…….’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러는 때에 이상한 메시지가 접수되었다.

-라스가 로인 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라스와의 친밀도가 소량 상승합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라스와의 친밀도가 올랐다.

‘레이샤르가 또 내 칭찬을 해 줬나?’

그것 말고 딱히 친밀도가 오를 만한 일이 없었다.

여하튼 주인공과의 친밀도가 계속 오른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나중에 라스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분명 발생할 텐데, 그때를 위해서라도 미리미리 친밀도를 다져 두는 편이 좋다.

‘그나저나 웨일 건이 아깝긴 하네……. 웨일한테도 레이샤르에게 했던 것처럼 라스를 만나면 내 칭찬 좀 많이 해 달라고 할걸.’

지난날을 후회하는 동안 라그너가 내게 다가와 보고했다.

“얼추 현장은 다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광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확인을 해 봤는데, 로인 님이 말씀하신 대로 라켈이 다량으로 매장되어 있었습니다. 역시 로인 님의 안목은 대단하십니다!”

“대단할 것까지야 있나? 아무튼 광산 소유권은 확실하게 명시해 두고. 채굴은 빠른 시일 내에 바로 시작해. 돈은 벌 수 있을 때 벌어 두는 게 가장 좋은 법이니까.”

“알겠습니다!”

이로써 우리 로그 상단은 새로운 돈줄을 확보했다.

* * *

라켈의 다량 공급 덕분에 나는 또다시 돈방석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상단 운영에 첸버는 혀를 내둘렀다.

“자네는 용병 생활하는 것보다 차라리 상단 운영에 집중하는 편이 더 좋아 보이는데. 용병 활동하면서 얻은 돈보다 상단을 통해 얻는 돈이 훨씬 많지 않은가?”

“많긴 하죠. 하지만 용병 생활도 같이 병행할 겁니다.”

“특이하군. 굳이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을 텐데.”

“용병 활동은 그냥 제 개인 욕심이랄까요?”

사실 첸버의 말이 맞다.

상단으로 돈도 잘 버는데, 구태여 용병 생활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내 목적은 떼돈을 버는 게 아니다.

《델리피나 전기》를 올바른 흐름으로 이끄는 것, 그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돈을 벌어 두는 건 이 목적을 보다 편하게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에 불과하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니까.

그러고 보니 첸버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게 있었다.

“슬슬 R팀 인력을 보충할까 합니다만.”

“아, 그랬지, 미안하군. 벤제머 그 친구의 일 때문에 잠깐 잊고 있었어. 자네가 원하는 시기에 알아서 진행하도록 하게. 테스트도 저번처럼 자네가 알아서 하면 돼. 마음에 드는 용병들 있으면 뽑으면 되고. 저번에도 말했지만 인원수는 제한 없으니까 재량껏 하도록.”

“알겠습니다.”

공식적으로 허가도 받았으니, 슬슬 추가 인력을 뽑을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첸버가 떠난 뒤 이번에는 드레인이 내 사무실을 방문했다.

“대장, 손님이 왔어.”

“어떤 손님인가요?”

“우리가 알 만한 그런 손님이야. 직접 내려와 보는 게 어때?”

드레인과 내가 아는 손님이라…….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다.

‘바우너인가?’

그럴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예상 못 한 인물이 1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상인 웨일. 그가 나를 반겼다.

“오랜만에 보는군, 자네!”

“웨일 님이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요즘 로그 상단이 잘나가는 거 같아서…… 그래서 자문이라도 한번 구해 보고자 왔네.”

“자문이라니요? 대상인께서 저희 같은 작은 상단에 그런 말씀을 하시니 농담으로밖에 안 들립니다.”

“허허, 그런가? 그냥 근처에 왔다가 마침 자네가 여기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서 찾아온 게야. 그리고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들어오게나.”

웨일의 지시에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한 남자.

나는 그를 보자마자 속으로 놀라움을 삼켰다.

내가 잘 아는 남자였다.

‘라스잖아?’

소설 속 주인공이 내 앞에 강림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