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엑스트라-25화 (25/240)

# 25

아시브 방어전 (1)

가게 안에서 벌어진 소란은 주인공, 라스의 일격으로 인해 금방 정리되었다.

스톤실드 녀석들은 고작해야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놈들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라스

-인물 등급 : 주인공

-종합 능력 : SSS

-《델리피나 전기》의 주인공. 벨라시오닉의 보물 중에서 가장 강력한 보물이라 불리는 인페르노 하트를 지닌 능력자. 냉철하고 말수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정이 넘치는 청년.

보라.

자그마치 주인공이다, 주인공.

벨라시오닉이 삼킨 최고의 보물이라 불리는 인페르노 하트를 지닌 엄청난 남자다.

스톤실드 용병단이 무더기로 덤벼도 주인공 하나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다.

《델리피나 전기》는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먼치킨이라는 클리셰를 채용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말도 못 하게 강하다.

초반부터 그렇게 나온다.

그러나 스톤실드 용병들은 아직 라스의 정체를 몰랐다.

“…….”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녀석들.

소설 속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스톤실드 용병들이 후에 어떤 행동을 할지 알고 있었다.

“얘들아! 덮쳐!”

저런 멍청한 녀석들.

저놈들은 분명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라스는 마법사다. 따라서 캐스팅할 시간만 주지 않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라스가 사용하는 건 마법이 아니다.

애초에 라스의 포지션은 검사다.

손에서 나온 불은 마법이 아니라 인페르노 하트, 드래곤의 불 그 자체다.

불은 라스의 의지대로 살아 움직이듯 요동쳤다.

사방에서 달려들던 스톤실드 용병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캐스팅도 안 했는데……?”

“저 녀석, 정체가 뭐야!”

뭐긴, 주인공이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건만.

라스는 혀를 찼다.

“참교육 좀 시켜 줘야겠네.”

참고로 《델리피나 전기》 주인공인 라스는 착한 성격이 아니다.

자신에게 먼저 시비를 걸어온 용병들에게 ‘아이고, 그러셨어요? 앞으로 조심 좀 하시지, 호호호!’라고 말해 줄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 것이다.

한 번 당하면 2배, 3배로 갚아 준다.

오늘, 스톤실드 용병들은 상대를 제대로 만났다.

* * *

여기저기 널브러진 스톤실드 용병들.

반면 라스는 태평하게 양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 냈다.

죽이지는 않았다.

저건 라스가 베풀 수 있는 최소한의 자비다.

한편, 소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인지 라스에게 다가오는 두 명의 일행이 보였다.

한 명은 카이딘, 아이템 헌터라 불리는 남자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이미 나와 연이 있는 존재였다.

엘라시아.

그녀가 이미 라스와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조심해야겠어.’

엘라시아는 내 얼굴을 알고 있다.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혹시 몰라 손으로 입가 근처를 가렸다.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가 반년 전에 본 인간 남자의 얼굴을, 그것도 밤이라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을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이 정도만 가려도 충분하겠지.

엘라시아는 라스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냥 가벼운 트러블이었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는 라스.

카이딘은 남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거친 애정 표현이라고 보기 좋게 포장을 했다.

‘유쾌해서 좋아 보이네, 주인공 일행은…….’

하여튼 라스의 능력은 잘 봤다.

‘저것이 인페르노 하트의 능력이라 이거지?’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모든 상황을 직접 목격한 딸꾹질 마법사, 바슬라는 이해가 안 간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법사는 아닌 거 같은데. 이상하군.”

“마법 아니야. 그러니까 이해하려고 하지 마. 그냥 머릿속으로 받아들여. 저 남자는 불에게 사랑받는 남자다, 이렇게 말이야.”

“그게 더 이해가 안 가는데.”

나름 알기 쉽게 설명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바슬라와 다르게 게럴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저렇게 강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래도 천만다행이네. 어쩌면 우리,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살고도 남아. 너희가 할 일은 새벽이 되기 전에 미리 잠부터 자 두는 거야. 잘 기억해 둬.”

“잠을? 왜?”

“건강을 위해서 푹 자 두라는 소리야.”

“여유가 넘치네. 남의 컨디션까지 신경을 써 주고.”

“내가 원래 한 친절 하거든.”

5시간 뒤에 몬스터 군단이 몰려온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었지만, 말해 봤자 믿지도 않을 거 같아서 그냥 속으로만 삭이기로 했다.

혼자만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게…… 아니, 소설 속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게 참으로 답답하다.

‘하아,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딱히 상관없다.

‘어차피 나만의 방법이 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걸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그만이다.

* * *

늦은 새벽, 아시브 전체가 조용히 잠든 시간이 찾아왔다.

현재 시각, 새벽 1시.

‘곧 있으면 시작이겠군.’

나는 자는 척만 했을 뿐, 실제로 잠들거나 하진 않았다.

30분 뒤에 아스웰이라는 마법사는 자신이 부리는 언데드 군단을 이곳, 아시브 도시에 투입시킨다.

아시브는 철의 요새라 불릴 정도로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다.

그럼에도 아스웰이 어떻게 몬스터 군단을 이곳으로 투입시키느냐.

기상천외한 방법을 펼친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바로 마을 광장으로 향했다.

곧 있으면 아스웰의 첫 공격이 개시될 것이다.

밤하늘을 바라봤다.

내가 살던 세계보다 별이 훨씬 많이 보인다.

‘좋네, 이 풍경…….’

그러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중에서 별이 아닌 것이 하나 보였다.

검고 둥글둥글한 무언가는 점점 내게 가까워져 갔다.

자세히 보니 별이 아니었다.

아스웰이 언데드 몬스터를 ‘공’ 형태로 크게 만들어서 투석기로 아시브 도시 한가운데에 날려 보낸 것이다.

그렇다.

이런 식으로 아스웰은 아시브 침공에 성공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방법이었다.

미친 마법사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스웰은 운이 안 좋았다.

왜냐하면 마침 소설 속 내용을 전부……는 아니고, 2권까지 알고 있는 내가 여기에 등장했으니까!

오른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쥔 뒤에 날아오는 언데드 몬스터 덩어리를 그대로 쳐 내 버렸다.

콰직!

뭔가 뭉개지는 소리가 나더니, 언데드 몬스터 신체 일부가 조각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고약한 냄새.

코를 틀어막았지만, 냄새는 여전히 내 후각을 괴롭혔다.

“어휴, 냄새나는 녀석들.”

내 일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 있는 놈들이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사뿐사뿐 발로 지르밟아 줬다.

1분도 채 안 돼서 아스웰의 첫 공세를 막아 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언데드 몬스터 덩어리는 이후에 계속 날아온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바닥에 굴러다니는 언데드 몬스터 머리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이 정도면 되겠어.”

놈의 머리를 들고 있는 힘껏 종탑을 향해 던졌다.

댕! 댕! 대엥!

종탑 위에 달린 커다란 종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저 종탑에 달린 종을 울리기로 했다.

종탑을 담당하던 병사는 본인이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저절로 종이 울리는 일에 놀란 모양인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던진 언데드 몬스터의 머리를 보더니 기겁을 했다.

“모, 몬스터다! 몬스터가 나타났다!”

이제야 사태를 좀 파악했나? 그러니까 진즉에 내 말 좀 귀 기울여서 듣지 그랬어.

* * *

나의 활약……이라고 해야 할까? 오지랖 덕분에 용병들은 부리나케 전장이 되어 버린 아시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아직도 계속해서 날아오는 언데드 몬스터 구체들.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데드 몬스터 중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네발 달린 짐승의 형태를 한 몬스터도 있었다.

놈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만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타깃은 주로 나였다.

“어딜 감히!”

퍼억!

달려들던 언데드 몬스터 녀석의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날려 버렸다.

머리가 터지면서 놈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직 잠이 덜 깬 용병들은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슬슬 내가 있던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드레인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를 위해서 같이 여기까지 와 줬는데, 챙겨 줘야 하지 않을까?’

도중에 아는 얼굴이 보였다.

“야, 로인!”

목청을 높이며 나를 부르는 남자, 게럴이었다.

“좋은 새벽.”

“태평하게 인사나 할 때냐?”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말했어, 잠 푹 자 두라고 했지? 건강을 위해서.”

“건강이고 자시고! 으악? 이게 뭐야!”

굴러다니는 몬스터 팔을 밟은 게럴은 화들짝 놀랐다.

정신이 없을 거다, 잘 자고 있는데 난데없이 몬스터들이 습격해 왔으니.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그나저나 딸꾹질 마법사는 어디 있어?”

게럴에게 바슬라의 행방을 물었다.

“지금 지팡이하고 로브 챙겨 드느라 난리도 아니다. 일단 나부터 튀어나왔어.”

“그래? 아, 맞다. 그리고 하나 더 알려 줄게.”

“뭔데, 또!”

“네 등 뒤에 몬스터 있다.”

“……!”

게럴은 놀라 검을 휘둘렀다.

때마침 게럴이 휘두른 검의 높이가 몬스터의 목이 있는 위치였다.

뎅겅!

잘려 나가는 몬스터의 머리.

“사장님, 나이스 스윙!”

손뼉을 쳐 줬다.

그러나 게럴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니, 지금 농담이 나오냐?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판국에!”

“무사히 다 살아서 나갈 거다. 걱정하지 말고 딸꾹질 마법사나 잘 챙겨. 나는 내 동료 챙기러 간다.”

언데드 녀석들은 디울프나 레플러에 비해서 뭐랄까, 많이 약했다.

이들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떼거지로 행동하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날아오는 언데드 구체들에 내가 먼저 ‘선빵’을 가해 버린 탓에 놈들은 한곳에 뭉치지 못하고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게다가 내 주먹을 맞고도 팔다리가 온전히 붙어 있는 몬스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금의 놈들은 우리들에게 크나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다음부터다.

30분 뒤, 아스웰이 직접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다.

* * *

숙소에 도착했을 때, 드레인은 언데드 몬스터와 정신없이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후배! 살아 있었구먼! 너도 목숨 참 질기다!”

누가 할 소리를?

“선배야말로 무사히 잘 살아 계셨네요.”

“들은 거에 비해서 언데드 몬스터 숫자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안 그래?”

“적긴 하죠.”

나 때문이지만 말이다.

그냥 모른 척하기로 했다.

이런 걸로 일일이 자랑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선배, 주변 정리 다 끝나면 광장으로 이동하세요.”

“광장은 왜?”

“병력이 모두 거기에 집결해 있어요.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보다 뭉쳐 있는 게 더 좋잖아요.”

“하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하니까. 가자, 후배.”

“저는 할 일이 있어서요. 먼저 가세요.”

“할 일? 뭔데?”

“그런 게 있어요. 금방 뒤쫓아 가겠습니다.”

드레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 구체 투척 이후 아스웰은 한 가지 작전을 더 구사한다.

바로 자폭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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