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
에필로그-1
#1
-최근 하반기 마나석 시장에서 3티어 마나석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상반기 마나석 시장의 동향을 예측했던 전문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가공된 3티어 마나석이 주로 소모되는 중형자동차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국회에...
-지난 5일 대한민국 대전에 51번째 다크어스게이트가 개통되었는데요. 이번 게이트는 그동안 주로 사용되었던 50m 이하의 게이트와는 다르게 100m 의 크기를 지니며 이에 따라 8티어 이상의 몬스터를 별도의 가공 없이 운반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게이트 생성 기술을 지닌 대한민국의...
-이어서 엘어스의 수인족 여왕님 소식인데요. 최근 영화 ‘엘어스의 비밀결사대’에서 까메오로 출현하시어 종족을 초월한 미모와 발군의 연기력으로 많은 지구인들의 사랑을 받고 계십니다. 이번 영화를 연출한 제레미 감독은 앞으로도 엘어스와 지구의 ....
-대한민국 2X대 대통령의 새로운 정부 구성원들의 이력이 도마에 올랐는데요. 차기 대통령 정무수석으로 내정될 것으로 관측되어지고 있는 대양승씨는 과거 판사시절 미성년자 성매매 논란으로...
“젠장, 하필 걸려도 이딴 새끼가 ...”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던 동철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근래 대선에서 선출된 야당의 대통령은 전통 보수당 출신이었다.
이력상으로 흠집이 좀 있기는 하지만 다크어스 대침략 당시 군을 진두지휘하던 군장성 출신으로 꽤나 스타성을 가지고 대중에 알려졌다가 야당을 대표하는 후보로 이번 대선에 출마하여 당선이 된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밥에 그나물로 보는 동철이기는 하지만 정무수석으로 내정된다는 인간이 미성년자 성매매를 했다는 말에는 딸가진 아빠로써 꼭지가 돌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임마, 뭘 그렇게 혼자 성내고 있어.”
“아, 어르신! 이것 좀 보십시오! 정치하는 놈이라는 게 어떻게 이런 짓을...”
“흠, 그 새끼 나쁜 새끼네.”
“어르신이 가서 한마디 하면 안됩니까?”
“내가 왜?”
“전 무적성의 절대자! 권제 아니십니까!”
“전이다. 전! 나 은퇴한 거 몰라?”
“전은 무슨! 아아... 어르신도 손녀뻘 꼬시러다니시는 입장이라 나서기가 곤란하신가.”
“뭐 이 새끼야? 나한테 손녀뻘도 임마 지금 서른이 넘어! 저런 쓰레기랑 감히 어딜 비교해! 그러고보니 이 새끼가 요즘 안 처맞아가지고...”
“아! 저도 애 둘 아빠에요!”
손을 들어올리던 노인은 동철의 외침에 입맛을 쩝 하고 다시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근 대한민국 정치 돌아가는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괜히 입을 열면 지금의 평화로운 생활은 그날로 끝날 것이다. 지금은 야만의 시대를 완전히 벗어난 안정의 시대니까. 그것만은 사양이다.
“자식, 까불지 마.”
노인의 말에 입이 댓발 튀어나와 있던 동철이 노인이 꺼내온 낡은 승용차를 보고는 말했다.
“그 썩은 차는 뭡니까?”
동철에 말에 노인이 다시금 발끈했다.
“이 자식아! 이게 바로 올드카의 자존심 쉐보레임펄이야! 이게 얼마짜린지 알아?”
“큭, 누가 노인네 아니랄까봐.”
동철은 툴툴거리며 노인이 어루만지고 있는 하늘색 차를 바라봤다.
하늘색 바탕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대체 언제 적 유물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 그 차를 애지중지하며 닦는 중이다.
“그런데 설마 그걸 타고 가실 건 아니죠??”
“왜? 내 임펄이가 어때서?”
“아니 그 다 썩은 차 타고 가다가 퍼지면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남 걱정할 시간에 애들이나 챙겨 임마! 넌 어떻게 나이를 먹어도 그렇게 철딱서니가 없냐.”
“아, 제가 뭘요! 아! 왜 또 때리려고!”
머리를 막으며 동철은 권제의 말에 한바탕 대거리를 하려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고운 목소리에 입을 꾹 다물고는 뒤를 바라봤다.
“어르신! 준비 다 됐어요.”
동철의 아내인 오구라 아이가 나타났는데 그녀는 다섯 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와 그보다 작은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있다. 배가 살짝 나온 것이 세째를 임신 한 게 역력하다.
“오, 우리 제우 왔느냐!”
동철의 첫째인 제우가 나타나자 권제는 닦고 있던 걸레도 내팽개치고 성큼성큼 걸어가 아이를 안아들었다. 노인네 적적하다고 엉덩이 밀고 들어온지 어언 3년, 고아이기에 친척이 없는 동철과 그의 아들 제우에게 권제는 아버지이며 할아버지나 마찬가지다.
제우는 할아버지가 싫다는 듯 연신 도리질을 쳤지만 권제는 그런 제우의 소소한 반항 따위는 무시한 채 연신 허허거리기 바쁘다.
“할아버지 냄새 나!”
“허허허! 이놈이!”
제우가 조막만한 손으로 권제의 얼굴을 밀어내지만 권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고 빨고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루미씨는 역시 안가시나요?”
“요즘 일이 바빠져서 힘들다고 하더구나. 녀석 대충 맡겨놔도 잘 될 것을...”
“이루미씨가 워낙 완벽주의자니까요.”
이루미는 권제의 뒤를 이어 무적성을 물려받았다.
권제가 이끌던 무적성이 과거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헌터들의 단체였다면 현재 무적성은 각 국가의 게이트들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범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하는 중이었다. 많은 이들이 기업의 게이트의 독점을 반대했지만 다크어스의 대침략 이후 기존의 모든 게이트가 닫히고 새롭게 나타나는 게이트들은 무적성에서 인공적으로 발생시켰기 때문에 차후 발생할 게이트의 수리 혹은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도 입을 다물어야 했다.
독점원천기술을 지닌 기업의 횡포로 볼 수도 있지만 무적성을 이끄는 이루미의 기업운영방침이 전세계 모든 이들의 공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과 G20의 강국들이 그녀의 편에서 손을 들어주는 덕분에 큰 갈등은 없었다.
“백린씨는요?”
“그 자식은 이틀 전에 일본에 갔어.”
그녀의 물음에 답한 것은 동철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먹했지만 몇 년 보고나니 백린과는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물론 백린의 나이가 훨씬 많지만 본래 나이로 불리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고 가지고 있는 취미도 덕후기질이 농후했기에 다가가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일본은 왜요?”
“바벨양이랑 코마케라던가 뭔가...”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는 듯 동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적성의 제1공격대장을 맡고 있는 그로서는 가진 바 능력을 썩히며 하루가 멀다하고 백수짓이나 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게이트 제작과 관련해 절대 빠질 수 없는 필수인력이기에 그에게 헌터짓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와 함께 찰떡 같이 붙어 다니는 바벨양의 능력이라면 당장 그가 지휘하는 1공격대 전체가 한 달 정도 휴가를 떠나도 홀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녀가 있으면 인류의 다크어스 공략의 첨병인 바벨탑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아무리 그들이 다크어스 대침략을 막아낸 주역들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몇 년을 한량처럼 놀러다니니 대 무적성 제 1공격대의 공대장이자 무적성의 무상을 겸직하고 있는 동철의 입장에서는 아니꼽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인력낭비 아니 솔직히 말하면 부럽다. 무지 부럽다.
자신도 당장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벌어놓은 돈으로 탱자 탱자 놀러다니고 싶지만 지금 자신의 아들을 안고 허허거리는 이 어르신이 뒤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 자신의 은퇴 차례는 아직 한참 남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제황이한테 연락을 했냐?”
“연락이 되겠습니까? 녀석이 어디 있는지 아시면서... 그냥 가보는 거죠.”
“하긴...”
동철의 대꾸에 권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황이 있는 곳은 인세와 단절된 곳이었다. 제황이 먼저 연락하기 전에는 거의 통화가 힘든 곳. 예전에는 그래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연락을 했는데 약 일년 전 ‘안사람’ 이 출산 한다는 연락을 한 뒤로는 감감무소식이다.
괘씸하기도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이 지구는 지금 쯤 다크어스의 몬스터들로 점령되었으리라. 인류를 구한 구원자인 그이니 권제에게는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렇게 직접 찾아가 볼 수 밖에...
“어여 가자.”
“예.”
#2
“여기는 언제나 공기가 맑군.”
“나름 이름은 성지 아닙니까. 성지.”
함께 궁기산을 오르던 동철이 크게 심호흡을 하며 권제의 말에 대답했다. 그의 품에는 일반인이며 임산부인 그의 아내가 안겨 있고 권제의 양팔에는 동철의 두 아들딸이 안겨 있다.
“성지는 무슨 산중턱까지 산책로까지 놓여 있구먼.”
조금 전까지 걸어온 길을 힐끔 바라보며 권제가 입술을 삐죽인다.
권제는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산주인인 제황이가 괜찮다고 했으니 은근슬쩍 들어온 거겠죠.”
“킁, 아무리 산주인이 허락했다고 했지만 녀석에게 입은 은혜를 생각하면 감히 그런 짓은 못해야 정상 아니냐.”
이곳은 인류를 멸망시킬 것처럼 쏟아져 나오던 다크어스 게이트들 모조리 막고 다크어스의 지배자인 룰러를 소멸시킨 인류의 구원자 궁신의 땅이다.
“녀석이 속세랑 완전히 연을 끊고 산으로 들어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외부에 알리지 않으니 사람들도 서서히 잊어가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뭐 당사자인 제황이 녀석이 허락을 했으니 저도 입 다물고 있는 거죠.”
“난 그게 마음에 안든다.”
“압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만약 제황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나서서라도 지켰을 곳이다.
인류를 구한 존재를 숭배하지는 못할망정 그의 말조차 따르지 않는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거였다.
“후우, 녀석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하구나.”
“예.”
제황이 세운 복지지구는 그 규모가 더욱 확장되어 이제는 거의 중규모의 시 크기가 되었다.
복지지구 외곽으로 요즘 한창 시의 크기가 뻗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것은 바로 제황의 본가가 있는 궁기산이다. 본래는 출입금지 지역이었던 이 산을 제황이 산책로로 개방을 했다.
이유야 아무리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곳 바로 옆에 위치한 산이다보니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발을 디뎌 때를 묻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제황은 산의 일부는 시에 기증을 했고 대신 산의 정상 부분은 절대 출입 금지 지역으로 선포했다.
물론 제황은 단순히 말로 끝낸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자 또다시 몰래 궁기산을 오르려는 자들이 있었는데 세계 최강자이자 신의 반열에 들었다는 궁신을 보고자 하는 강자들이었다.
아무리 펜스로 경계를 만들어 출입을 엄금시켰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는 어리석은 동물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펜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안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나타난 공포스러운 환각이 그들을 물러나게 한 것이다.
강자든 약자든 환각은 공평했다. 궁기산의 모든 것들이 그들을 배제했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이곳을 성지로 인정하고는 출입을 금하기 시작했다.
역시 인간은 한 번 데여야 말을 듣는 존재다.
덜컥...
궁기산을 빙 둘러 쳐진 펜스의 유일한 출입문 앞에 선 동철은 품에서 고풍스러운 열쇠를 꺼내 출입문에 달린 자물쇠를 열었다. 이 열쇠를 지닌 자만이 이곳을 정당하게 출입할 자격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대상은 그와 권제 그리고 이루미다.
성지 안으로 들어서서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서서히 안개가 끼기 시작함과
동시에 그들이 걷는 길 또한 평평하게 변했다. 꽤나 가파른 산세를 자랑하는 궁기산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반인이 걷기에도 꽤 편한 길로 바뀌었기에 동철의 아내와 두 아이도 바닥에 내려서 걷기 시작한다.
“진법이 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묘하게 바뀌었군요.”
“그렇구나. 그리고...”
두 아이의 손을 붙잡고 걷던 권제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 같은데 생소한 기파구나. 그리고 한 둘이 아니군.”
9성 헌터에 이르는 권제도 감지하는 것이 고작인 존재들이다.
“그런가요?”
권제의 말에 동철이 고개를 갸웃 했다.
이곳은 제황의 권역이기에 그가 허락하지 않은 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런 이들이라면 자신이나 권제도 당연히 알고 있는 이일텐데 몰래 지켜보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일단 가보면 알겠죠.”
“그래.”
약 10여분 가량을 걸었을까 잠시 후 안개를 뚫고 거대한 대문이 나타났다.
대문에 음각된 거대한 도깨비 문양을 훑으며 동철이 제황을 부르려 할 때였다.
문이 삐걱 하고 열리며 한 인영이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누구세요?”
“...”
나타난 인영을 본 동철의 일행들은 잠시 말을 잊었다.
그 인영이 단 한번도 본적 없는 인물인 것은 둘째치고 너무나 아름다운 묘령의 소녀였기 때문이다.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그 미모에 동철의 얼굴이 화악하고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