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사거리 100만-294화 (294/301)

# 294

최후의 전투-2

#1

쿠쿠쿠쿠... 콰콰쾅!!!

콰콰쾅!!!

강철의 비가 쏟아지지만 사실 이미 군의 공격은 의미가 없다.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은 그런 것들을 무시할 만한 수준의 것들인 것들이다. 화염을 뚫고 튀어나오는 몬스터의 물결에 겁에 질린 헌터들이 패닉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고질적인 대응체계가 문제였다.

군의 맹폭격으로 자잘한 몬스터들을 일소한 후 고등급의 몬스터들을 헌터들이 하나하나 처리하는 것이 기본대응방침이었다. 문제는 지금 그것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쏟아져 나오는 것들은 화약무기 따위는 무시할 그런 것들밖에 없다.

그렇지만 저들을 나무라서는 안 된다.

애초에 몬스터 웨이브는 대규모의 병력으로 막아내야 했고 본디 클랜 연합 단위의 대응책을 훈련받지 않은 헌터들에게 고도의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고등전술을 바랄 수 없는 법이다. 하물며 지금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은 이제 시작이었다.

다행이라고 할 것은 게이트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아직가지 초대형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숫자로도 이곳에 모인 이들을 전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 나타난 궁기는 이들에게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직 게이트를 막고 있던 타이탄더스트로 만들어진 방벽은 다 부서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리 틈이 넓지 않다는 말이다. 궁기는 그 틈을 향해 입을 벌렸다. 목구멍으로부터 붉은 기운이 넘실거린다. 그녀의 신화 모든 것을 물어뜯는 이빨이 담긴 브레스다.

그녀의 입안에서 넘실거리는 붉은 기운이 쏟아져 나온 순간 그 기운에 휩쓸긴 몬스터들은 그대로 녹아 사라졌다. 한순간이지만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틀어막았다.

궁기는 그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털이 곤두서는가 싶더니 그녀의 몸 주위로 붉은 강기의 칼날이 생겨났다.

게이트를 향해 쏟아져 나간 그것들이 몬스터들을 덮쳤다.

촤촤촥! 촤아아악!

게이트에서 막 빠져나오던 몬스터들이 두동강이 나며 쓰러졌다.

모든 것을 베는 힘이 실체화 된 것. 한순간 게이트를 막아섰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궁기는 느껴지는 룰러의 기운을 똑바로 응시했다.

룰러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상관없다.

쿠쿠쿠쿠!!!

그녀의 머리 위로 수천 개의 문자가 생겨났다. 그것들은 하나로 이어져 둥근 원을 그렸다가 다시금 꿈틀거리며 수십 개의 자잘한 원으로 분화되어 그녀의 앞을 층층이 가로막았다.

그녀가 가진... 신으로 허락된 최고의 신화 수많은 이들의 입으로 회자되는 그 이야기다.

[서방을 지키는 자!]

튀어나간 육각형의 방벽이 몬스터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과 방벽 사이에 낀 것들은 난리가 났다. 단순히 힘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아닌 신의 힘이다. 막아내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일절 배제한다. 그때였다. 몸체가 길어 상대적으로 게이트를 통과하기 편한 거대한 몬스터들이 방벽을 끼고 궁기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이것도 궁기의 노림수다. 그것을 앞발로 낚아챈 궁기가 그대로 그것을 게이트로 되 던져 버렸다.

게이트 앞은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궁기보다는 작지만 상당한 크기의 몬스터가 다른 놈들을 뭉개고 쓰러지고 그 위로 다른 몬스터들이 짓밟고 지나간다. 궁기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던져 버렸다. 상대적으로 밀고 나오는 힘이 약화된다.

“일제공격!”

헌터들 또한 궁기를 도와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향해 공격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모든 원거리 투사체가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간다.

콰쾅! 퓨퓨퓻!

무적성에서 제공한 몬스터 사체들로 만들어진 무기들이기에 고위 몬스터들에게도 치명적이다. 군에서도 가지고 있는 무기들을 아낌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궁기가 전면에서 막아서면 뒤에서 헌터들이 공격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몬스터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츠츠츠츳!

검은 광선이 궁기가 만든 방벽을 두들겼고 그때마다 방벽이 흔들리며 뒤로 물러났다.

주둥이가 긴 대롱같이 생긴 몬스터 수십 마리의 입에서 동시에 쏘아진 것들이다. 그러나 밀릴 지언정 약해지지는 않았다. 궁기는 이를 악물고는 쏟아지는 몬스터들의 한 지점을 노려봤다.

룰러의 힘이 계속해서 증폭되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감상이라도 하듯 그 안에 가만히 서 있다. 그때 궁기의 머릿속으로 룰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의 안에 숨어있던 놈이군.

-거기서 신 노릇이나 할 것이지 왜 넘어온 거냐.

-글쎄, 너 같은 존재들이 있는 이곳이 궁금해졌다고 할까?

-궁금증은 화를 자초하는 법이지.

-후후,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자만하지 마라. 이곳에서 넌 반쪽짜리일 뿐이니까.

-그건 맞는 말이야.

궁기의 말에 룰러는 순순히 긍정했다.

그는 아직 반쪽짜리일 뿐이었다.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신은 기존의 신의를 잃는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다크어스의 몬스터들이 그의 힘을 보충해 주고 있으니까.

룰러는 지금 차근차근 힘을 모으는 중이었다.

단숨에 반격할 수도 있었지만 기다릴수록 시간은 그의 편이다. 물론 다크어스에 있을 제황일행이 돌아오면 반전되겠지만 그 시간 또한 룰러의 계산 안에 있었다. 강력한 존재를 흡수할 수만 있다면 돌아온 놈에게 악몽을 선사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강력한 존재가 눈앞에 있다.

-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였다.

-무슨 헛소리야.

-가장 초라한 몸으로 태어난 난 항상 굶주려 있었지.

검은구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뭐?

-그러니 너를 가지겠다.

그 말과 함께 룰러의 존재감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강대한 마력이 물결치듯 일어나며 사방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양은 오히려 줄었다. 아니 그것이 아니다. 게이트의 앞에 만들어진 둥근 구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구체는 계속해서 커졌다. 헌터들의 집중공격이 쏟아졌지만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반응이 없다. 그리고 이윽고 게이트를 훌쩍 넘는 거대한 구체로 자라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구체로부터 엄청난 인력이 사방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뒤로 쏟아져 들어오는 다크어스의 몬스터들로는 부족한지 주위에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

“물러서라!!”

궁기가 뒤로 포진해 있는 헌터들을 향해 외쳤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으...으아악! 빨려 들어간다!”

“주위에 뭐라도 잡아!”

“아니! 도망쳐!”

구체로부터 시작된 인력이 모든 것을 잡아당긴다.

몇몇 헌터들이 구체로 빨려들어가 그대로 흡수되었다.

-크큭, 맛좋군. 좋아. 꽤 쓸만한 것들이 많아.

-미친 변태 같은!!!

-너도 나와 하나가 되자!

-꺼져!

대노한 궁기가 구체를 향해 입을 벌렸다.

그리고 신의 힘이 담긴 숨결을 쏘아 보냈다.

쿠쿠쿠쿠콰콰콰쾅!

그러나 그 구체는 그 숨결마저도 그대로 흡수했다.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에너지인 듯 순식간에 그 몸체를 불렸다.

-매력적인 힘이야!

쫘아아아악!!!

구체로부터 수백 개의 검은 촉수가 뻗어나와 전방의 궁기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뒤로 물러서며 그것들을 피해내지만, 그 촉수들은 다시금 분화하고 분화하여 종국에는 거대한 장막이 되어 궁기를 사정없이 공격했다. 궁기는 직감적으로 이 공격을 막아선 안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칫!’

제황이 오기까지 입구를 막아낼 작정이었지만 여의치가 않다.

본래 제황은 궁기에게 룰러를 막기보다는 그를 추적해 달라고 했었다.

궁기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놈은 자신까지 계산내에 있었다.

찰라 촉수가 뒷다리에 스쳤을 때 고통이 전신을 강타한다.

“크아아앙!”

비명을 지르며 뒤로 훌쩍 날아선 궁기는 조금 전 촉수가 스친 곳을 뒤로 숨겼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순간적으로 스쳤을 뿐인데 상당한 양의 마나가 빨려 나갔다.

-네 힘이 느껴진다. 네가 가진 모든 것이... 후후후

‘빌어먹을’

궁기는 뒤로 서서히 물러났다.

탐욕스럽게 말한 룰러가 조금씩 게이트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섣불리 공격할 수 없다.

상성이 너무 안 좋았다. 궁기는 직접공격에 특화되어 있다.

문제는 상대가 접근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원거리 공격까지 흡수해 버리니 공격할 수단이 부족한 것이다.

-이봐. 이쪽 세상에서 놀고 싶으면 좀 이쪽 식에 맞추는 건 어때? 그런 변태 같은 짓은 환영받지 못한다구.

-그래? 뭐 나도 좀 더 고상하게 놀고 싶지만 바빠서 말이야!

촤라라라락!!!

그 말과 함께 룰러의 촉수가 뻗어나온다.

말로 시간이라도 끌어보려 했지만 룰러는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았다.

촉수들이 헌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궁기의 속도로도 피하기가 급급했는데 헌터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거리를 무색하도록 뻗어진 촉수들이 수백 명의 헌터들을 그대로 집어삼켜 버렸다.

“물러서!”

“후퇴해!”

대열을 포기한 헌터들이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백여명의 헌터들이 룰러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쫓아라. 나의 권속들아.

룰러의 뒤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엄청난 속도로 후퇴하는 헌터들과 군인들을 덮쳐들었다.

“크라라락!”

“아아악!”

“살려줘!”

도망치는 헌터들을 덮쳐든 몬스터들로 인해 온사방에 비명과 고통의 절규가 난무한다.

몬스터들은 헌터들을 물어죽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것들을 붙잡아 자신들의 지배자에게 가져오고 있다.

검은 구체는 계속해서 커져갔다.

그러나 궁기는 그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계속해서 그 덩치를 불려가는 룰러의 몸에서 뿜어지는 촉수들이 그녀를 쫓았기 때문이다.

-얌전히 나와 하나가 되라.

-까고 있네!

궁기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까마득한 하늘로 날아오르자 촉수도 더 이상 따르지 못했다.

하늘에 멈춰선 궁기의 몸을 중심으로 붉은 마나가 물결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궁기는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되든 안 되든 지금은 이 수단밖에 없다.

스스스...

심상치 않은 기운이 천지를 물들였다.

세상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붉은 기운들은 계속해서 궁기의 몸으로 몰려들었다.

궁기는 자신이 지닌 모든 신위를 한점으로 집중했다.

-이건 나도 위험하군. 모여라

룰러도 궁기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변화하기 시작했다.

촉수들이 구체를 둘둘 말기 시작했다. 뒤덮은 촉수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일렁거리던 구체가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번들거리는 딱딱한 껍데기가 생겨났다.

그것으로 부족한지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몬스터들 또한 룰러의 앞을 겹겹이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 위로 궁기의 붉은 브레스가 작렬했다.

카아아아앗!!!

쿠쿠쿠쿠...

백두산 전체가 진동했다. 눈이 멀어버릴 것과 같은 강렬한 빛과 함께 터져나오는 강렬한 폭발!! 도망치던 헌터들은 폭발의 후폭풍에 날아가 버렸다. 군인들이 두고 도망친 각종 화기들이 폭풍에 휩쓸려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나무가 꺾이고 바위가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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