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5
드래곤-1
#1
부스럭...
“누구냐!”
주변 감시를 하고 있던 이가 소리나 난 쪽으로 소총을 조준하며 외쳤다.
그들은 지구도 아닌 엘어스 외딴곳 수인족 왕국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상태다. 극도의 불안감에 겨눈 총의 총구가 가늘게 떨린다.
“Fuck! 비켜! 파월이다!”
그의 총구를 거칠게 치며 한 남자가 지나쳤다.
그의 뒤를 십여 명의 군인들이 터벅터벅 따른다. 그들 모두가 수인족의 피로 범벅이다. 특히 가장 선두에 선 흑인은 온몸이 강렬한 피냄새가 풍겨왔다. 그들은 A팀이 앉아있는 곳으로 터덜터덜 걸어와 털썩 주저앉았다.
“힐러 없나! 부상자를 치료해라!”
파월중령의 험악한 외침에 A팀 중 힐러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러나 그 힐러를 제임스가 막아섰다.
“멈춰! 핸슨, 네 마나는 아껴야 한다.”
제임스의 행동에 파월의 얼굴이 눈이 흉악하게 번들거렸다.
“무슨 짓인가! 제임스 소령!”
“현재 핸슨은 대부분의 마나를 소모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희 쪽도 경상자는 부상키트로 치료한 상태지요. 저는 제 팀의 전투력을 보존하려는 겁니다. 파월 중령!”
제임스가 보기에 파월 중령의 부하들은 경상만 있을 뿐 중상은 보이지 않는다.
“상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는 건가?”
그의 말에 제임스가 움찔했다. 그의 말대로 파월은 그의 상급자였다.
그러나 그도 한 개의 팀을 맡은 수장... 물러서지 않았다.
그때였다. 살롯이 나타나 파월중령의 몸에 만졌고 움찔하던 살롯이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당신 아나를 죽였나요?”
아나는 자신들을 보호하던 수인족 여전사장이였다.
그녀와 그녀의 전사단과는 이곳에서 몇 년간 동고동락을 해왔다.
“그래. 그년이 우리를 놈들에게 팔아넘겼지.”
“아니 그게 아니잖아요! 당신! 항복을 권고하는 그녀를!”
살롯은 상급의 탐지계열 스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가 만진 이의 흔적을 통해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가 그녀를 죽이며 했던 말들이 고스란히 들려오고 있었다.
‘죽어라. 그동안 잘도 내 일을 방해했겠다. 더러운 수인족 년!’
본래 파월은 아나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닥쳐! 그년이 신전기사를 우리에게 안내했다.”
“정확히는 마나석 불법거래를 하던 당신들을 덮친거죠. 이제야 알겠군요. 어째서 엘의 신전기사들이 그렇게 분노해 우리를 공격했는지. 당신들이 저항만 하지 않았어도 엘의 신전측과 대화의 여지가 있었을 텐데! 커억!”
퍽!
파월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던 샬롯이 바람빠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파월의 주먹이 그녀의 복부를 두들긴 것이다.
“이 개 같은 년이! 난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마나석 거래는 미합중국이 가장 먼저 선점해야 할 목표였다. 바보 같은 너희들이 차일피일 미루지만 않았어도 성공할 수 있었어!”
“끄윽, 당신이 경솔하게 움직이지만 않았으면 가능했어. 덕분에 비둘기팀은 몰살당했지!”
“흥, 어쩔 수 없었다!”
“당신의 영달 때문이겠지!”
“이년이!”
그의 군홧발이 그녀의 복부를 다시금 갈기려 할 때 제임스가 그를 발을 막았다.
“뭐야!”
“그만하시죠.”
“Fucking bitch!”
채앵!
파월중령의 손이 그의 허리로 갔다. 아직 식지도 않은 수인족의 피로 번들거리는 장검이 뽑혀나온다.
“이것들이 쌍으로...네놈은 감히 나를 막아!?”
“큭...”
파월의 말에 제임스가 몸을 굳혔다.
파월은 그보다 상급자이기 이전에 더 강한 헌터였다.
그가 죽이기로 마음먹는다면 이곳에서 도망칠 곳은 없다. 게다가 지금은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란 상황이다.
둘이 대치하고 있을 때 샬롯은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실수였어.’
차라리 수인족 소녀가 원했던 그 한국인 헌터를 좀 더 시간을 두고 설득했어야 했다.
아니 본래는 그럴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헌터사무국과 미국방성은 한국인 헌터가 거절하자 옳거니 하고 파월중령을 사절단에 참가시켰다. 대한민국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적성은 사절단에 참가할 수 있는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를 대현클랜으로부터 구해내고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인족 소녀 또한 그 한국인 헌터가 함께 가기를 원했다. 그런데 수인족과의 교류에서 얻을 것들을 나누기 싫은 미헌터사무국과 미국방성은 그가 거절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신들 마음대로 사절단을 꾸려버렸다.
저 빌어먹을 파월 덕분에 모든 것이 어긋나 버렸다.
‘다임엘... 네가 말한대로 했어야 했어.’
다임엘...수인족 소녀의 이름이다.
여행하는 내내 그녀에게 들은 한국인 헌터의 강함이라면 파월이나 그의 인베이젼 팀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사단도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후회는 항상 늦기에 후회라고 했던가.
그녀는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파월이 제임스에게 신경을 쓰고 있을 때 그녀는 품에서 작은 자동주사기를 하나 손에 쥐었다. 위급시를 대비해 항시 가지고 다니는 초강력 마취제가 들어있는 주사기다. 본래 용도가 그렇듯 손안에 감출 수 있도록 제작된 그것을 그녀는 주사기의 안전핀을 뗀 후 파월이 제임스를 노려보고 있을 때 그의 종아리에 대고 쿡 눌렀다.
퓨슉...
가벼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종아리에서 뜨끔한 느낌을 받은 파월이 시선을 내려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살롯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다.
“무슨 짓이지?”
파월의 목소리가 살기가 가득하다.
그도 지금 살롯이 자신의 몸에 주입한 게 뭔지는 대충 안다.
4티어몬스터도 한방에 잠재울 수 있는 마취제다. 몬스터의 강력한 외피를 뚫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자동주사기로 사용할 수 있는 샬롯의 유일한 공격수단이다.
“당신은 좀 정신 차려야 할...컥!”
“갈보 같은 년!”
퍼석!
파월의 발이 말을 하던 그녀의 머리를 수박 으깨듯이 밟아버렸다.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제임스뿐만 아니라 그의 부하들 아니 파월의 부하들까지 놀라 그를 바라봤다. 아무리 그녀가 그에게 마취제를 썼다고 해도 마취제는 엄연히 비살상무기였다. 그런데 파월은 그녀를 그대로 밟아버린 것이다.
그때였다. 파월의 눈을 바라본 제임스는 그의 눈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묘하게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이다.
챙! 채챙!
제임스가 그의 무기인 바스타드소드를 뽑아들었다.
“전원 사격 준비!”
철컥! 철컥! 철컥!
제임스의 외침에 그의 부하들이 신속하게 대구경소총을 파월에게 정조준했다. 파월의 부하들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대장이 공격당하는 와중이지만 샬롯의 죽음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파월중령 당신의 지휘권을 이시간부로 박탈한다!”
제임스가 외쳤다.
샬럿을 죽였으니 파월중령의 지휘권을 박탈해야 한다.
“흐으, 이것들이...”
파월중령의 눈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그의 스킬을 끌어올리는 것...
긴장한 제임스도 자신의 무기에 마나를 집중했다. 마취제를 투여했으니 어느 정도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계산에 서서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파월중령이 갑자기 뜻 모를 미소를 짓는다.
“재미없군. 인간의 심리는 역시 모르겠어.”
그 말과 함께 파월이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뿌드득
끔찍한 분쇄 음과 함께 그대로 목이 돌아가 버렸다.
“뭐, 뭐야?!”
파월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샬롯을 죽이는 미친 짓을 벌였지만 어쨌건 사절단 내 가장 강한 헌터다. 그들이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좋으나 싫으나 파월의 힘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목을 돌려버린 것이다.
그나마 가장 빠르게 정신을 차린 것은 역시 제임스였다.
“공격이다! 밀집대형!”
그의 외침에 그와 파월의 팀이 신속히 한자리에 모였다.
“파머! 노커! 정신계 대항 버프! 제이크 헤롤! 탐지!”
“예!”
이미 한팀으로 몇 년간 움직였기에 지시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제임스는 곧 어이없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탐지로 찾을 필요도 없이 상대가 그들의 앞에 순순히 나타난 것이다. 홀연히 나타난 건 한 외소한 몸집의 한 여인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들과 같은 인간이다.
“조준!!”
제임스의 팀을 포함한 죽은 파월의 팀 모두가 일제히 그녀를 향해 총구를 들이댔다. 그러나 그녀는 총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모르는 듯 사뿐사뿐 다가와 그들의 앞에 와서 섰다.
그러더니 품에서 뭔가를 빼내 입에 물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손가락을 딱 튀겨 작은 불꽃을 만들더니 입가에 물린 것의 앞에 가져다 댄다.
“후우...”
“담, 담배?”
제임스는 이 믿지 못할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져 버렸다. 그녀가 꺼내 든 것은 보통담배가 아니었다. 겉면이 종이로 만들어진 궐련 담배이다. 얼핏 스치고 지나가듯 본 담뱃갑에는 한글로 ‘한라산’이라고 쓰여 있다. 지구와는 차원을 제외하고도 무려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이곳에 종이로 된 담배라니...
“푸웁...후우...”
익숙한 속담배로 연기를 한껏 들이마신 그녀가 나른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제임스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의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인종을 알 수 없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혼혈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일단은 아름답다. 지금껏 그가 보아온 미녀 중 첫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만 그는 그녀의 미모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지금 그의 주위로는 자신의 목을 돌아가버린 파월과 그에게 머리가 박살나 버린 샬롯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다.
험악한 말로 굳이 적을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 여신 엘”
그녀의 단답형 대답에 제임스가 이를 악물었다.
미친 여자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타난 모양새가 너무나 터무니없다. 그런데 슬프게도 너무나 터무니없기에 오히려 그녀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영어를 쓰고 있었다.
그렇다 여신 엘... 바로 이 엘어스의 이름이기도 한 엘 여신이 눈앞에 있다.
처음 누가 지구의 타차원인 이곳을 엘어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어느 순간 그 이름이 엘어스의 이름이 되었다.
제임스는 갈등했다.
무교인 그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떡하니 자신을 여신이라 소개한 여인이 나타났다.
믿지 않을 수도 믿을 수도 없다. 믿자니 자신들은 죽음 목숨이라는 결과가 쉽게 도출된다.
“우리는... 흡”
“나불대지 말고...닥쳐.”
그래서 살길을 찾으려 입을 연 제임스지만 그는 곧 자신의 입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닥치고 가만히 있어. 난 너에게 말하라 허락한 적 없다.”
그녀는 담배를 단숨에 빨아들이더니 재를 가볍게 떨구고는 남아있는 필터를 소중히 품에 집어넣었다. 그러더니 새로운 담배를 한 개비를 꺼내 들어 불을 붙였다. 골초라면 엄청난 골초다.
“감히 내 땅에 들어와 내 아이들을 죽였더구나.”
“...!”
제임스는 누군가라도 나서서 자신 대신 말을 해줬으면 싶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바라본 다른 이들 또한 자신과 같은 표정이다. 그들도 입이 봉해져 있다.
그녀의 닥치라는 한마디에 언어라는 협상무기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백린 녀석의 당부가 있어 지켜보고만 있었다. 백린 녀석이 그렇게 욕을 하더니 역시 미국인가. 탐욕이 끝이 없다더니 정말이군.”
그녀는 방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
제임스는 지금 미칠 지경이었다.
입으로 시작된 마비가 온몸으로 번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시끄러운 벌레들이 많이 있을 필요가 없지.”
획...
그녀가 귀찮다는 듯 손을 한번 슥 쓸어버렸다. 그리고...
퓨퓩...퓨퓨퓨퓻! 퓻퓻! 퓨퓨!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제임스를 제외한 모두의 목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열외는 없다. 공중에 자욱한 피분수가 일었다.
자신들의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허망한 눈을 한 머리가 공중을 한바퀴 돌아 땅바닥에 떨어졌다.
털썩...털썩...
“흐흡!”
굳어버린 제임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바로 어제까지 자신과 동고동락하며 수년간 역경을 함께 해온 그의 부하들이 자신을 엘 여신이라고 소개한 여인의 손짓 한 번에 허망하게 죽어버린 것이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엘이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호오, 억울한가 봐? 말해봐.”
그녀가 ‘말해봐’ 라고 말한 순간 제임스의 입이 터졌다.
“이 개 같은 년아!”
제임스는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욕을 그녀에게 퍼부었다.
그의 팀원 중 하나는 고향으로 돌아가면 출산을 함께해주지 못했던 아내와 그의 어린 딸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10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있고 이번 작전이 끝나면 곧 늦깎이 결혼하기로 했다. 그들 하나하나와 슬픔과 기쁨을 함께했건만 이 괴물은 그런 자신의 부하들을 마치 벌레 마냥 취급하며 죽여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별다른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얼굴에는 화사한 미소마저 그려지고 있었다.
“재미있는 욕이네. 백린 녀석... 미국 욕은 재미없다더니 거짓말이었어.”
“하...”
그녀의 대답에 제임스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었다.
기껏 욕을 했는데 상대가 그 욕을 오히려 재미있어한다. 그러나 그는 곧 후회했다. 차라리 그녀의 뒷말을 듣지 않고 그냥 죽었다면... 마음 속에 한이라는 것은 남기지 않았을 것을...
“일단 백린과의 약속은 깨졌으니 내 아이들의 피 값을 받으러 가야겠지? 미국이라고 했던가?”
“그...그게 무슨!”
제임스는 온몸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받으러 가기는 어디로 받으러 간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가 뭐라고 입을 열기 전 이미 그의 머리는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이었다.
그리고 여신 엘은 방금 하나의 생명체의 목숨을 취했다는 것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말했다.
“알! 나 다녀온다.”
그녀가 허공중에 말했다. 그러자 잠시 후 공중으로부터 거대한 뭔가가 꿈틀거리더니 그녀의 몸에 수십 배는 될 법한 거대한 머리가 나타났다. 그것은 붉디붉은 거대한 비늘과 곳곳에 기다란 뿔을 지닌 존재였다. 드래곤이다. 그 드래곤의 거대한 머리가 엘에게 고정되었다.
[엘 나틸라디아비스 하라나 겔리드리온... 나보고 선신 노릇까지 하라는 건가?]
“적당히 대답해줘. 어쩔 수 없잖아. 난 수인족 놈들이랑 맹약을 했다구. 나중에 네 오크 놈들과 드라쿤 놈들 신 놀이해줄게.”
그녀의 말에 그 거대한 드래곤은 한동안 그녀의 눈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텔레파시로 말했다.
[그르르... 담배 10보루... 흥정은 없다.]
평소에 교환수단으로 많이 사용한 것 같다. 그러나 본래라면 숫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려 노력했을 엘은 그 조건에 흔쾌히 수락했다.
“좋아. 뭐 나야 가서 털어오면 되니까. 호호호”
그녀의 대답에 그 거대한 드래곤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조금 떨떠름하다는 듯 텔레파시로 말했다.
[내...내 꺼도 챙겨다 줘. 거의 다 폈어.]
“그러지 뭐.”
상큼하게 대답한 엘이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리고는 번쩍하는 빛과 함께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