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사거리 100만-223화 (223/301)

# 223

평범하지 않은 일상-2

#1

세계 랭킹 2,3,4위의 방문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제황은 본격적으로 9티어 몬스터 레이드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일단 무련천가의 인원이 대량 확충되었다. 기존의 인원이 약 70명이었다면 약 100여명 가량의 현장 실무 요원과 정보팀을 신설했다. 또한 80여명의 인원이 몬스터자원팀에 충원되었다. 이들은 제황이 레이드하는 모든 몬스터의 연구와 판매등을 전담하게 될 것이다.

실제 레이드 인원은 제황 혼자뿐이지만 그 한 명에 거의 250명가량 인원이 붙은 기형적인 구성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레이드가 시작될 경우 이 인원도 부족하리라 예상했다.

또한 무적성에서 차출된 100인의 밀령들이 무련천가로 적을 옮겼다.

그들은 제황 뿐만 아니라 무련천가에 대한 모든 경호를 도맡기로 했다.

언론에서는 어떻게 정보를 알았는지 무적성과 무련천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매일 실시간으로 방송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흐른 후 무적성에서 주관하는 몬스터 레이드 순서배정을 위한 회의가 대한민국헌터사무국에서 개최되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것은 당연하다.

9티어 몬스터는 세계 어느나라든 골칫거리였다. 그것들이 차지하는 땅은 1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과거에는 각국의 경제규모나 군사 규모를 가지고 그 국가의 위상을 평가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몬스터의 대한 위험도 또한 중요한 측정 지표였다. 그리고 9티어 몬스터는 마치 과거의 ‘맥도날드 지수’ 와 같이 그 국가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그리고 단위면적 당 몬스터의 숫자를 가지고 위험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몸이 달아서 회의에 참석했다. 그 인원만 수백... 아마 규모가 작은 소국들도 참석했다면 인원만 수천이 넘었으리라.

9티어 몬스터의 레이드 순서배정은 나름 철저한 기준을 가지고 진행했다. 대한민국의 궁둥이에 붙은 눈엣가시 같은 국가 하나를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가장 급한 순서로 나누어 무작위추첨방식으로 지역을 선정한 후 빠르게 레이드를 준비했다.

그러나 무련천가의 레이드에 대해 모두가 호의적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레이드의 순서배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도 겉으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순서배정에 찬성하며 속으로는 자신들의 국가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우선권을 획득하기를 바랐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우려를 표하는 것은 궁신 천제황의 레이드 방식이었다.

[궁신은 타국가 공격대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말하지만 실상 9티어 몬스터는 솔로 레이드의 형식을 고수하는 방침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음을 발표했습니다.]

나름 레이드에 대해 전문가라는 이들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무련천가의 레이드 방침에 우려를 보냈다. 이미 블랙사이클롭스와 베히모스 그리고 오오가무시의 레이드가 있었지만  9티어 몬스터 레이드에 대한 무련천가의 솔로 레이드 계획은 아주 성급하고 위험하다는 보고서를 여기저기서 앞다투어 내놓았다.

[10성 헌터라는 위명에 취한 궁신... 솔로레이드 너무 섣부르다.]

[9티어 몬스터에 대한 좀 더 철저한 연구 후 연합레이드를...]

[9티어 몬스터 레이드 수익 독점이 낳은 과신]

이정도 기사들은 나름 제황의 눈치를 보며 작성한 것들이다.

[10성 헌터는 인류의 자산, 기존의 헌터들과는 다른 관리가 필요하다. 세계헌터사무국의 대한 성토!]

[세계헌터사무국 헌터법 개정안 검토 중... 10성 헌터에 대한 강제적 법 조항 포함되나?]

제황의 솔로레이드를 세계헌터사무국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말들도 나왔다.

물론 무련천가는 그런 말들에 대해 기자회견 따위도 하지 않았다. 들을 가치도 없다는 것.

그러자 나름 자기들끼리 얼굴에 금칠하며 자극적인 발언을 토해내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입을 털기 시작했다. 자기들끼리의 뇌내망상을 통해 의혹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있지도 않은 거짓을 만들어 사실인 양 호도한다.

무련천가에서 그들을 어떻게 다룰지 참 기대가 되는 바다.

그렇게 말이 많은 제황의 첫 공식 9티어 몬스터레이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제황의 대해 입을 나불거리던 전문가라는 이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수많은 참관인이 주목하는 첫 레이드에서 제황은 말 그대로 그들의 걱정이 기우라는 것을 보여줬다.

[궁신... 남아메리카 남단의 국가들을 괴롭히던 세 마리의 9티어 몬스터 단 일주일 만에 모조리 레이드하다.]

[레이드계의 혁명. 9티어 몬스터를 쓸어 담는 궁신!]

[누가 그에게 성급하다 말했는가.]

레이드 전까지 갖가지 구설수와 레이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양 호도하던 언론들은 일제히 제황을 향해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물론 제황은 그런 언론의 행태에 대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는 게 맞으리라.

제황이 엠페러에게 배운 것은 언론 따위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가치 없는 것들은 신경 쓰지 마라. 그것들은 변호사들의 몫이다.

제황은 그 조언을 아주 충실히 따랐다.

이전까지 열심히 입을 털던 것들은 무련천가에서 꼼꼼히 수집, 정리한 자료들을 품에 안은 변호사들이 조용히 방문했고 그들의 입에 그동안 그들이 토해냈던 X들을 다시 쑤셔 박으며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새로운 레이드의 시대가 온다!]

제황은 이전의 사용했던 타이타니아라는 대형 헬기보다 두 배 이상 큰 네 개의 로터를 지닌 마치 드론과도 같이 모양새의 초거대 쿼드콥터인 일명 아트라스를 타고 마치 쓸어버리듯 9티어 몬스터를 레이드를 해버렸다.

남아메리카 남단에 서식하는 9티어 몬스터 11마리 중 3마리를 일주일 만에 레이드 해버린 제황은 약간의 휴식기를 가진 뒤 계속해서 8마리에 대한 레이드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마지막 남은 9티어 몬스터는 다크어스의 몬스터로 거느리고 있는 몬스터들이 많아 상당한 시일이 걸렸지만, 그것도 제황이 초장거리 저격으로 9티어 몬스터를 먼저 처리해 버리는 깔끔히 마무리했다.

몬스터가 9티어 몬스터만 있는 것이 아니며 아직 이계와 뚫린 게이트는 건재했지만 9티어 몬스터로 인해 안정화 되어 버린 몬스터 생태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므로 수많은 땅이 다시금 인간의 손에 들어왔다.

남아메리카 남단의 9티어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한 후로는 무적서의 요청에 따라 대한민국과 중국의 접경지에 있는 9티어 몬스터들을 레이드했다.

몇몇 전문가들이 비행형 9티어 몬스터와 원거리 공격형 몬스터는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지만, 제황은 그것들을 오히려 더욱 쉽게 레이드해 버렸다. 비행형 몬스터는 접근하기 전에 제황이 신벌의화살을 쓸 필요도 없이 날개를 벌집으로 만들어 떨어뜨려 버렸다. 원거리 공격형 몬스터는 그 몬스터가 지닌 최대 사거리에서 무려 5km 이상 더 떨어진 거리에서 저격함으로 그런 불안을 일소시켜 버렸다.

그 거리는 무려 15km... 단순한 거리가 아니다. 사실 일반인들의 눈은 6km를 벗어나면 형체를 식별하기 힘들다. 그러나 제황에게는 그런 거리는 무의미했다.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것도 마치 눈앞에 두고 저격하는 듯 백발백중의 공격을 자랑했다.

사람들은 제황이 보유한 스킬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파헤치고 싶어 했지만, 제황이 그것을 타인에게 알리거나 발표할 이유는 없다. 몇몇 헌터들이 제황을 흉내 내기는 했지만, 결론은 그 누구도 제황과 같은 사거리에서의 저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 정도는 근대군사기술을 통해서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공격력이다. 그의 화살은 몬스터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단순히 물리력으로 몬스터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 그가 보유한 특수한 마나가 몬스터의 생명유지에 치명적인 피해를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꽤 공신력 있는 연구소에서 제황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제황이 9티어몬스터를 사냥할 때만 사용하는 특이한 빛줄기에 대해 주목했다. 그리고 제황에게 그 힘을 분석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그 요청은 깔끔히 묵살되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쉴 새 없이 9티어 몬스터를 레이드하며 어느덧 미국 서부권에 서식하는 9티어 몬스터 5마리 가량을 레이드 했을 때  무련천가로 긴급한 레이드 요청 하나가 접수되었다.

#2

팔짱을 낀 이루미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세계헌터사무국 파쥴의원님.”

그녀의 딱딱한 물음에 중년의 흑인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긴급레이드 요청을 보내 온 것은 소말리아 임시 연방 정부의 대통령인 무하메드 파라아이디드입니다. 레이드 요청 몬스터는 그쪽에서는 릴리트라고 부르는데 일단은 성체의 자이언트스파이더입니다. 전장 100미터, 그 세력권 안이 전부 거미줄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천의 거미몬스터들을 거느리고 있어 9티어 중 상급으로 분류되여 현재까지 레이드 불가 방침이 떨어진 몬스터입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발생한 지 10여년이 넘어 완전히 세력권이 고착된 9티어 몬스터에 대한 긴급 레이드 요청이 들어온 이유입니다.”

이루미의 딱딱한 물음에 그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세계헌터사무국의장과 제황이 화해의 퍼포먼스를 했다고 해도 세계헌터사무국과 무적성은 그다지 좋은 사이가 아니다. 그런 와중에 부탁하러 왔으니 자리가 가시방석이다.

“과거 소말리아 중남부에 세력을 두고 있던 테러무장단체 알샤바브가 대융합 이후 각성자 세력을 흡수하여 극단적인 이슬람주의를 기반으로 발생한 군벌의 지도자 압둘후세인이 세운 괴뢰국인 판틀란드에서 자이언트스파이더가 차지하고 있는 지역 서부에 대한 금광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몬스터들을 자극하여 현재 근방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는 설명을 하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이루미에게서 뻗어나오는 칼날과도 같은 기세가 그를 압박한다.

“금광개발을 포기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포기시키거나요. 세계헌터사무국이 그정도로 힘이 없습니까?”

“세계헌터사무국과 UN에서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는 있지만 원래 그쪽이 극단주의자에 각성자들이 중심이 된 군벌이 무력으로 세운 괴뢰국이라 통하지 않는 실정이며 오히려 금광개발을 더욱 가속화하여 몬스터들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늦어도 한 달 이내에 S급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 실정입니다.”

“우두머리인 압둘후세인이 문제인가요?”

“예. 그는 민간인들의 죽음 따위는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는 독재자입니다. 그의 무력 기반인 1만 여명으로 구성된 검은해골단이라는 빌런들도 악명 높기로 유명하지만, 극단적인 이슬람원리주의로 국민들을 통치하고 있어 민간인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후우, 피해 예상 규모가 정확히 몇 명이죠?”

“1차 웨이브 피해로만도 11만이 예상됩니다.”

“대피를 시키는 건 어떤가요?”

“그들이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

헌터사무국의원의 대답에 이루미의 눈빛에 분노가 머문다.

“한 마디로 11만명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군요? 그들의 목숨을 인질로 우리에게 몬스터를 레이드 해달라?”

“네. 그런 이유로 저희로써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긴급레이드 요청을 드렸습니다. 몬스터웨이브가 벌어진다고 해도 압둘후세인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웨이브가 주변의 몬스터 서식지를 자극할 경우 자칫 소말리아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압둘후세인을 제거하거나 무력으로 괴뢰국을 와해시키는 건 검토되지 않은 건가요?”

“그는 검은해골단과 군대가 지키는 자신의 궁전에서 절대 나오지 않으며 또한 자신의 행적을 절대 노출시키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또한 이슬람원리주의에 찌들은 그의 국민들 또한 그의 무력통치에 노예가 되어 저항의지조차 잃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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