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7
창궁룡검의 주인-2
#1
전혀 예상치 않았던 돌발상황으로 인해 이루미는 당분간 제황과 같이 수련하기로 했다.
아직 안정화 되지 않은 무련천가를 두고 그럴 수 없다며 이루미가 반대했지만, 수련에 도움이 된다는 제황의 말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루미를 대신해 무련천가를 임시로 맡아주기로 한 이는 나길환이었는데 임시부서장으로 나길환이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팀장들을 비롯해 부서인원 전부가 얼굴이 헬슥하게 변했다는 후문이 있었지만... 제황이 보기에는 나길환은 조금 냉철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만큼 유능하고 배울 게 많은 이는 무적성 안에 얼마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할 뿐이다.
“신씨셨습니까?”
“아니요. 경주 이씨입니다.”
혈통계승이라는 게 굳이 남성의 성을 따라간다는 전근대적인 착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백린이 나름 몇십 년을 찾아 헤맨 적합자가 제황의 곁에 있었다는 게 참 세상은 넓고도 좁다고 생각하는 제황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게 이루미도 일찍이 자연각성하여 권제가 그 가능성을 인정하여 곁에 두고 가르쳤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다. 거기에 신기한 것은 이루미가 보유한 스킬들이 창궁신가의 비전들과 엇비슷한 모습을 보여 수천 년이 흘러도 혈통이 이어진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창궁룡검을 계승한 지 고작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었건만, 그동안 비약적이라는 말도 부족해 가히 폭발하듯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루미는 창궁룡검을 비켜 든 채 제황과 마주했다.
“시작하겠습니다.”
“네.”
비장한 이루미와는 다르게 그녀를 상대하는 제황의 표정은 무표정에 가깝다.
츠캇! 파카카칵!
한발 앞으로 내뻩은 이루미의 상체에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쉬쉭...쉬쉬쉭...
그녀의 몸으로부터 방출된 기의 장막이 주위를 장악하며 퍼져 나간다. 동시에 이루미의 두 발이 바닥을 쓸 듯 갈지자로 움직이며 제황을 향해 빠르게 접근해 나갔다.
‘창궁검’
무련천가의 무련궁술이 있듯이 창궁신가에는 창궁검이 있다.
‘천뢰보’
단 두 발자국이지만 환영처럼 미끄러지며 그녀의 뒤에 숨어있던 창궁룡검이 번쩍하고 잔상을 일으켰다. 무려 태도에서 뻗어나오는 쾌검술은 웬만한 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당하는지도 모르고 죽을 정도로 가공할 속도를 자랑한다.
탁...
그러나 제황은 그 공격을 두 주먹을 이용해서만 가볍게 막아나가는 중이었다.
붉은 기운이 일렁이는 제황의 주먹이 창궁룡검의 측면을 두들겼다.
그러나 이루미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황의 반격에 자세가 무너질 만도 하지만 뒤따르는 발이 빠르게 자세를 잡음과 동시에 검을 반대 방향으로 뿌렸다. 완벽한 자세에서 뿜어지는 이연참!
츠츳..츠츠츳...
제황의 손바닥에서 뿜어진 강기가 얇은 방어막을 만들어내며 이루미의 쾌검에 반응한다.
그러나 역시 적수공권이라 그런지 모든 것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쉭.... 파팍!
물러서는 제황의 가슴께와 팔뚝 부분이 살짝 베어졌다.
“앗!”
깜짝 놀란 이루미가 검을 거두며 제황에게 다가서려 했다.
“이 정도로 호들갑 떨 것 없습니다.”
제황은 팔뚝에 맺힌 피를 가볍게 털어내고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오시죠.”
“네.”
제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루미가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지금 제황이 맨손으로 이루미를 상대하고 있는 것은 신덕의 조언 때문이었다.
“한가지 무기만을 사용하게 되면 마나가 흐르는 세맥이 불균형하게 발달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용하는 곳만 발달하고 나머지는 죽어버리지요.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의용혈신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다면 여러 가지 무기를 사용한 마나의 수발을 연습해야 합니다. 그게 첫걸음이지요.”
그의 조언에 따라 제황은 비천궁을 놓은 채 맨손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루미가 신덕의 지도를 통해 빠르게 강해지자 그녀와의 대련을 시작한 것.
홀로 수련하기보다는 좀 더 실전에 가까운 수련을 하려는 것이었고 지금까지는 꽤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쉭! 티티팅!
제황이 빠르게 손을 떨치자 제황의 손에서 출발한 붉은 강기가 이루미를 향해 쇄도한다.
깜짝 놀란 이루미가 그것을 검으로 쳐내는 순간 이미 그녀의 지척에 도달한 제황의 두 주먹이 그녀의 복부를 노렸다.
“창천강기!”
투퉁!
제황의 주먹을 강기막으로 막아낸 이루미가 뒤로 물러나며 창궁룡검을 앞으로 뻗어 제황을 끊임없이 견제한다.
제황의 전투를 가장 많이 지켜본 이 중 하나이기에 이 상황에서 제황이 어떻게 할지 알기 때문이다. 다른 이라면 공격이 막히는 순간 물러나겠지만 제황은 오히려 더욱 빠르게 접근하는 중이다.
기세를 가져오면 공격이 막혀도 더욱 과감한 공격을 가한다.
굳이 빈틈을 찾아 공격하는 것이 아닌 빈틈을 만들어 빠르게 제압하는 제황의 공격방식!
세계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이다운 판단이다. 한방에 침묵시킬 자신이 있는 그이기에 이런 전투 방식이 당연하다. 방어보다는 한 번 더 공격하는 게 남는 장사다. 그러나 이루미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쉬쉬쉬쉬쉬쉭!
창궁룡검이 그녀의 몸을 타고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지만 전혀 빈틈이 없다.
‘창궁십이격’
창궁십이격은 단순히 적에게 검을 열두 번 휘두르는 것이 아니었다.
첫 공격을 시작으로 공격이 중첩될 때마다 그 위력이 배가되는 속성을 지녔고 마지막 공격은 첫 번째 공격보다 무려 12배에 달하는 강력한 강기를 뿜게 만든다. 비록 그녀의 성취가 낮아 지금은 고작 여섯 번 휘두르는 것이 다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제황의 전진을 멈추게 하는데는 충분했다.
퍼퍼퍼펑!!!
창궁룡검으로부터 뿜어진 검강이 사방을 마구잡이로 찢어발겼다.
제황만을 위해 특수합금으로 제작된 수련실이지만 그녀의 공격은 바닥에 깊은 고랑을 만들어냈다.
“헉헉...”
“잠시 쉬죠.”
“헉...헉...네.”
제황의 말에 이루미가 한편으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고 가부좌를 틀었다.
제황은 그녀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반대편으로 걸어가 앉았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응.
제황은 두 손을 들어 세심히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이런 수련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평소 사용하지 않던 맨손으로 공수를 주고받다 보니까 신덕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몸 곳곳이 다시 열리는 느낌이야.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퇴화하는 것처럼 마나가 흐르는 길 또한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지기 마련이다. 비록 기초이기는 하지만 그 기초를 통해 한 차원 더 성장하는 느낌이 들자 제황은 기분이 좋았다.
-흠, 짜식이 영 엉터리는 아니지.
-후후
아마 창궁신가의 신덕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궁기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신덕과 궁기와의 격은 이미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반신의 경지를 밟았던 그녀는 힘을 회복하게 되자 더욱 가속을 받아 빠르게 강해지는 중이다.
-오랜만에 나랑도 한판 할까?
-나중에!
궁기의 제안에 제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전에도 근접전은 궁기에게 밀렸었다. 단순한 강함을 떠나서 테크닉 자체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맨손으로 붙는다면 말 그대로 장난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련에 도움이 된다면야 기꺼이 장난감이 돼주겠지만, 너무 큰 실력 차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깝네. 흐흐
게다가 궁기는 제황의 수련에 도움이 되든 안 되든 마구잡이로 장난칠 게 뻔하다.
“흠···.”
제황은 눈을 감고 내부를 관조했다.
-무련천가의 용혈신공과 창궁신가의 창천신공은 모두 성산에서 전해 내려오던 일원천강류(一元天姜流)라는 신공에 연원을 두고 있습니다. 그 근본을 음양의 조화에 둔 이 신공을 마나의 폭발력에 중점을 둔 것이 용혈신공이며 조화를 통한 지배에 중점을 둔 것이 창천신공이지요. 제황님의 용혈신공이 여의보주를 품은 이상 능력의 증폭에 치중된 용혈신공만으로는 언젠가 한계에 도달할 겁니다.
-그렇다면?
-일원천강류를 익혀야 합니다.
-여의용혈신공은?
-상관없습니다. 극과 극은 통하니 이는 곧 그 근본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황은 신덕이 알려준 일원천강류라는 신공의 구결을 떠올리며 무념무상에 빠져들어 갔다.
#1
-어째서 우리 땅에서 레이드 된 몬스터에 우리 일본이 권리가 없다는 건가.
ㄴ이딴 것들이 있는 한 일본은 끝장이다.
ㄴ 한국인과 재일은 일본 땅에서 나가라.
-몬스터도 엄연한 자원이야. 우리의 자원을 약탈당하는 것을 방관할 거야?
ㄴ 당신이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입을 닥쳐라. 그가 아니었으면 도쿄에 남아있던 시민 60만은 지금도 공포에 떨고 있었을 거다.
ㄴ 궁신이 없었다고 해도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었어! 대일본정신만이 살길이다!
ㄴ 정신론 환장하겠네.
-일본 헌터들은 쓰레기... 한국의 궁신만이 진짜 헌터
ㄴ지금껏 국가로부터 보호받은 것은 생각하지 않냐?
ㄴ보호? 그 많은 세금을 내는 이유가 뭔데? 미친 거 아냐?
-궁신 천제황님 감사하무니다. 당신 덕분에 우리 가족은 살아나믈 수 있슴으니다.
-너희들 해외뉴스도 안보냐? 일본정부가 필요한 건 노예라는 이름의 국민들 뿐이야.
ㄴ넷우익들은 이것도 루머라며 씩씩거리겠지.
“허, 미치겠네.”
데스크탑을 통해 일본 신문기사의 댓글들을 읽던 조남일보의 이성일기자는 분통을 터뜨리며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야, 그딴 걸 왜 해. 극우애들이 그 지랄하는 게 하루 이틀이냐.”
“아니 알긴 하는데 생각할수록 열 받잖아요. 이건 뭐 과거에 쓰나미 때도 원조해주고 나중에 욕만 배부르게 먹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어떻게 자기들 살려주러 10티어급 몬스터랑 맞짱 뜨러 간 사람한테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쯧, 그래서 넌 아직 먼 거야. 걔들 그렇게 대가리에 우동사리만 가득 든 소리를 하는 것도 다 전략이고 돈이 돼서 하는 짓이야. ”
“전략? 돈이요?”
“그래. 그런 식으로 여론이 악화되는 걸 일본정부가 일부러 방관하거나 오히려 불을 지핀다고...”
“그래서 나중에 궁신이 더 이상 일본레이드 안간다고 하면요?”
“그게 좀 복잡하지. 우리나라랑 워낙 가까이 붙어있다 보니까 아예 영향을 안 받을 수도 없고 이제 동북아의 레이드 패권국이 되려면 가장 가까운 일본도 어느 정도 신경을 써줄 수밖에 없다는 걸 저들도 아는 거야. 나중에 엘어스로 건너가면 또 손잡기 가장 좋은 게 인접국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몬스터 나타나야 죽는 건 일반 국민뿐이잖아?”
“허얼...”
“정치인들이야. 극우들이 많을수록 좋은 거지. 아마 속으로 놈들은 좋아할걸.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일본 돈 먹은 놈 많다더라. 걔들 나서면 또 흐지부지되고 그래도 도와야 한다어쩌고 하는 거야. 뻔히 알면서 그러냐.”
“하아, 한심스럽다.”
“한심스럽긴... 일본 애들은 국민이 그 수준이니 대가리도 그 수준인 거야. 아무튼, 흰소리 말고 빨리 끝내고 퇴근하자.”
“예.”
읽으면 읽을수록 분통 터지는 일본발 기사들이 나와 있는 창을 내린 남자가 그가 주로 활동하는 헌터앱에 접속했다. 비록 그가 헌터는 아니지만 친한 지인의 아이디를 통한 것이었는데 헌터와 관련된 각국의 기사들이 가장 빨리 올라오기에 그가 애용하는 곳이다.
기사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던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선배! 선배!”
“왜?!”
“터졌어요! 터졌어!”
“뭐가!”
후배기자의 말에 달려온 그가 기사를 읽어보고는 눈을 크게 부릅떴다.
“세계 랭킹 1,2 위 엠페러와 엠페러스가 개인 공격대를 이끌고 동시에 한국에 와? 거기에 요즘 한창 뜨고 있다는 7성 공격대 버서커까지? 이거 확실한 거야?”
“예! 출처가 확실합니다! 제레미라는 녀석인데 유럽쪽에서는 알아주는 블로거죠.”
“허, 이게 진짜라면 이거 일본애들이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는 건 7살 먹은 아이도 눈치챌 일이다. 엠페러와 엠페러스의 개인공격대가 대략 100명씩에 남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버서커 공격대의 숫자도 무려 50여명에 달한다. 그들 대부분이 6성 혹은 7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할 단 하나의 목적인 궁신 천제황이 그들에게 어떻게 반응할지도 미지수다.
“한동안 집에는 못 들어가겠군.”
“킁...그건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