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사거리 100만-163화 (163/301)

# 163

주고받기-2

두 번째 공격으로 중심에서 보호받고 있을 붉은 점을 일격에 꿰뚫으려 했는데 마치 충격이 분산되듯 주변에 있던 오크들이 죽어 나간 것이다. 불길함이 머릿속을 스친다.

-내 위치파악을 위한 미끼였군.

제황은 혀를 차며 서둘러 몸을 날렸다. 그자신의 안일함을 반성했다. 암혼보를 활성화 시켰기에 기척은 없다.

씨이이잉! 퍼어엉!

그러나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제황의 예상대로 제황이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에 검은 에너지구체가 날아와 터졌고 사방으로 뻗어 나간 에너지에 제황의 몸이 스쳤고 그 순간 제황의 몸을 감싸고 있던 암혼보가 풀려버리며 그의 몸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우케르 크탁!”

자신을 발견한 오크들이 노호성을 터뜨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제황은 놀라버렸다. 설마 암혼보가 깨질 줄이야.

-금적령술이야! 술법이 끝나기 전까지 은신계열을 쓸 수 없어.

-빌어먹을, 그거참 성가신 능력이네.

암혼보가 봉쇄되면 오크들을 피할 수 없다. 제황이 혀를 찼다.

“우어어억! 케라타! 무케!”

“우타르 우르크아!”

그때 저스틴포인트쪽으로부터 한 떼의 오크라이더들이 튀어나왔다. 제황의 방해로 얼마 활약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했던 아투르칸들이다. 그들은 곧장 제황을 향해 곧장 돌진해 왔다. 일천가량의 아투르칸들의 손에 녹광의 창이 빛나고 있다.

“외통수네.”

아투르칸들은 그냥 달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날개를 펼치듯 사방으로 산개해서 다가오는 중이다. 은신은 깨졌으나 기동성을 감안해 사방에서 에워싸 숫자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다. 그 영향으로 지금 제황은 공격보다는 회피기동을 하는 중이니까.

-젠장!

더럽게 걸려들었다.

#2

-먹혔는데요?

-흠흠. 아직 애송이인가.

백린의 계획을 불안해하던 노인의 음성은 막상 상대가 금적령술에 걸려들자 그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말을 돌렸다.

과거 헬칸이 백린을 자신 보듯 하라고 했었기 때문에 오크들은 백린의 지휘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은신을 가장 큰 무기로 삼는 암살자가 은신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건 날개가 꺾인 새와 같다.

-일단 잡아서 이야기를...

-그냥 죽여라! 무련천가의 씨를 남겨서는 안 돼!

-아, 거참 노인네하고는···.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말 잘하면 통하지 않겠습니까.

백린은 선조가 말하던 것보다 상대가 쉽게 걸려들자 긴장하고 있던 몸을 풀었다.

엔드릴이 깨지기는 했지만, 그 힘은 아직 많이 남아있기에 엔드릴의 파편을 쏘아 보내 힘을 전이시키는 원리로 금적령술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본디 금적령술은 그렇게 멀리까지 쏘아낼 수 있는 주술이 아니다.

-말씀하시던 거에 비해 그리... 커억!

퍼어엉!

긴장을 놓고 있던 백린은 순간 그의 머리를 강타해오는 엄청난 충격에 뒤로 붕 날아갔다가 땅에 처박혔다. 용케 한 손에 만들고 있던 금령적술의 수인은 풀지 않았다.

“큭!”

만약 그가 머리에 끼고 있는 것이 슈페리어등급의 아티펙트가 아니었다면 이 단 한발로 치명상을 입었으리라. 능동형 방어막 생성 능력이 있는 게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닥쳐온 재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퍼어엉! 퍼펑! 파아앙!

“이런 미친!”

숨 쉴 겨를 없이 날아오는 화살 한 발 한 발이 모두 머리만을 노리고 있다.

그는 최선을 다해 몸을 숨기며 빠르게 반대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나무 삼만다 발타남 도후라심!”

그의 몸을 가로막는 투명한 방패가 생성된다.

“심연의암막! 잔영의 거울!”

동시에 주위로 검은 안개가 생성되며 그의 몸을 가렸다.

즉발성으로 쓸 수 있는 그의 방어주술들이다. 처음 것은 주술이고 뒤에 두가지는 그가 헌터로 각성하며 주술과 헌터로써의 능력을 조합해 만든 그만의 능력이다.

“이 정도면 잠시나마!”

퍼어엉!

“큿!”

숨이라도 돌리려 했건만 그의 방어막을 거세게 두들기는 진동에 백린은 식은땀을 흘렸다. 방어와 교란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이건만 상대는 그것을 꿰뚫고 있었다. 제황의 궁기안이 가진 능력이다.

“오크들은 나를 지켜라!”

쿵쿵쿵!

그의 말에 거대한 방패를 지닌 오크들이 서둘러 달려와 그의 주위를 촘촘히 감쌌다.

“옴 아크라 춤 사바하!”

찰나의 여유를 찾은 그는 곧장 방어주술을 사용했다. 그의 발밑으로 둥근원이 생겨나더니 푸르스름한 막이 솟아올랐다.

푸웅...

방패로 촘촘히 둘렀지만, 그 사이를 뚫어낸 화살이 기어코 그의 방어막에 부딪혔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같은 타격을 주지 못했다. 마치 물속을 파고든 것처럼 하얀막을 파고든 화살이 이내 힘을 잃고 사라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 어떠냐.

-이대로는 못가죠!

고개를 저은 백린은 멀리 보이는 무련천가의 인물을 노려봤다.

선조가 그리도 두려워하던 무련천가. 무려 수십 년간 말로만 듣던 그 가문이다.

사실 그는 반신반의했었다.

수백 아니 근 천년이 넘는 시공을 건너 배신자를 척살하기 위해 온다는 건 그의 상상력으로는 쉬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단순히 선조의 영에 새겨진 그들에 대해 두려움이 컸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확인했다. 그들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저게 사람이야.”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투르칸들은 그 인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니 저것을 둘러쌌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아투르칸들의 어깨를 사뿐사뿐 밟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투르칸들이 마나를 실은 무기를 사방으로 휘두르지만, 그 공격은 오히려 동료를 상하게 할 뿐이다.

그는 아투르칸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을 향해 계속해서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미친! 저 상황에서도 날 공격해? 하하하.”

선조는 무련천가의 무기 중 하나인 은신을 우선적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저렇게 손쉽게 아투르칸들을 피해낸다면 애써 그를 봉쇄한 의의가 사라진다.

상대는 노련했다. 아투르칸 사이를 뛰어다니며 서로 공격하게 만들고 오히려 공격은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은 내가 유리하다.”

인간인 이상 지치기 마련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저렇게 농락당하는 듯 보이지만 그가 아는 아투르칸들이라면 이대로 당하지 않을 것이다.

“금적령술에 걸린 이상 독 안에 든 쥐야.”

#2

“카라탁!”

쓩!

공간을 꿰뚫는 창 위를 가볍게 밟은 제황이 중갑을 걸친 늑대 사이로 뛰어 들었다.

컹컹! 크르릉! 딱! 따닥!

제황의 머리 정도는 한입에 씹어 삼킬 거대한 입이 다물어지며 살벌한 잇소리를 냈다.

제황이 중간에 끼면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압사시키려 했다. 그렇지만 제황은 그 모든 공격을 물 흐르듯 이겨내며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찰나 간 솟아오른 제황이 화살 한 대를 쏘아내고는 다시금 창질을 피한다. 창을 등에 엎고 다시 한 발! 감아쥐려는 창의 힘을 거스르지 않고 옆으로 날며 다시 한 발!

머리를 관통해 오는 창을 피하며 다시 한 발!

-위험해. 놈들이 안정화되고 있어!

-알아!

궁기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제황은 아투르칸들의 공격이 점점 거세진다고 느끼고 있었다.

오크들의 엘리트 중 엘리트인 그들인만큼 제황의 현란한 용혈무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깨나가고 있었다.

-제길 안 깨지는군.

술법의 시전자에게 타격을 입히면 술법이 풀린다는 걸 알기에 무리하게 공격했건만 적은 좀 더 강했다.

게다가 아투르칸들은 서로의 몸에 상처입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맹렬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피할 곳 점점 사라진다. 아무리 용혈무가 방어와 회피에 강점이 있는 유니크스킬이라고 해도 전원이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아투르칸들의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성가시군. 저 탄력 있는 보호막.

-얼른 피해!

백린의 주술인 금적령술에 의해 암혼보가 막혔다. 한번 물러나야 할 때다.

궁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제황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백린을 응시했다. 방어막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져 있다.

-재수 없게 생긴 면상이야.

-아주 지 조상들과 판박이야! 저 느물거리는 여유까지.

열 받을 정도로 짜증 나는 표정에 웃기까지 하니 제황의 몸이 잠시지만 움찔하고 멈췄다. 그리고 아투라칸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채챙! 파팍! 푹!

“크으윽!”

순간의 망설임에 허리춤이 깊숙이 파여버렸다.

“퍼어억!”

그리고 정타. 운 없게도 휘두른 창에 허리를 얻어맞은 제황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걸 느꼈다.

“가르타크! 수마! 카녹! 엠쿡!”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수 개의 창이 마구잡이로 쑤시고 들어왔다. 흐릿한 시선으로 보니 오크제사장 수 명이 그를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다. 술법을 거는 것 같다.

“당할 것 같으냐!”

이를 악문 제황이 휘둘러오는 창을 밟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제황의 허리로부터 솟구친 핏물이 허공에 뿌려진다.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킨 제황이 이내 자세를 잡았다. 당긴 시위에는 붉은 강기가 줄기줄기 맺혔다. 최대의 마나를 심어 화살을 쏘아냈다.

“강기의 소나기!”

퍼엉! 쫘아아아아악!!! 퍼퍼퍼퍼퍼펑!

시위를 놓는 순간 근거리에서 터져나간 강기가 소나기가 되어 아투르칸들을 덮쳤다.

“크아악! 크헉!”

수십의 아투르칸들이 돌발적인 제황의 공격에 죽어 나갔다.

그러나 제황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강기의 소나기를 썼다. 동료의 시체를 밟고 뛰어오르던 오크들이 강기에 숭숭 뚫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삽시간에 시체의 밭을 만든 제황은 거리낌 없이 그 속으로 파고들었다. 뜨거운 피가 흘러 그의 몸을 덮쳤지만 계속해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암혼보가 봉쇄된 것은 둘째치고 오크들을 너무 얕봤다.

잠시의 시간이라도 벌어야 한다.

최대한 안으로 파고든 제황은 상태창을 열었다.

암혼보가 봉쇄되었으니 뭔가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상태창에는 그 반전의 기회가 들어있었다.

“상태창!”

제황은 상태창을 열고 경험치 옆에 활성화 된 레벨업을 눌렀다. 이미 꽤 전에 경험치는 모두 채웠지만,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자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다.

[레벨업]

능력 포인트:0.25가 부여됩니다. 레벨 10도달 랭크업이 시작됩니다.

[랭크업]

제황의 몸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 빛이 제황을 완전히 감쌌다.

사용자의 등급이 A급으로 상승하였습니다.

능력 포인트 1가 부여됩니다.

등급상승 특전을 부여 합니다.

띠링

세이브가 사용자의 능력치와 스킬을 분석합니다.

반투명한 녹색의 랭크업 창 밑으로 수십 개의 글씨가 교차되며 하나의 글씨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녹색 창에는 세 개의 문장이 만들어졌다.

랭크업 특전 보기가 주어집니다. 총 네 가지 능력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1. 능력치 포인트 3

2. 스킬 업그레이드권 1 [스페셜스킬 한정]

3. 스킬 숙련도상승권 1 [스페셜스킬 한정]

4. 랜덤스킬권 1 [유니크스킬 한정]

“빌어먹을...”

제황은 욕을 했다.

A급 랭크업이라 그런지 보기가 하나 늘어나기는 했는데 실질적으로 앞에 세 가지는 무쓸모한 것이었다. 제황의 스킬들은 대부분 유니크급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해볼만한 건 4번 랜덤스킬권이다.

“4번 랜덤스킬권”

[세이브에 기록된 스킬들 중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을 검색하여 부여합니다.]

“좋아!”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을 검색해 준다는 말에 제황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황의 경우에도 약점은 있다. 근접에서 활용할 만한 스킬이 용혈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용혈무도 유니크스킬이지만, 용혈무는 엄밀히 말하면 방어와 회피 쪽에 더 치중된 근접능력이었다. 그 예로 근접투술에서는 궁기에게 밀리지 않던가.

그러나 세이브는 그런 제황의 바램과는 다르게 전혀 엉뚱한 스킬을 내놓았다.

명황안-[유니크스킬]

-지정 1인에 대하여 한달 간 추적이 가능합니다.

-추적 범위: 반경1000km

-명황안에 지정 당한 1인은 신체에 랜덤하게 ‘추적의인’이 새겨진다.

-사용방법: 상대의 피를 섭취

-스킬의 등급을 뛰어넘는 은신 혹은 술법 보유 시 파해 가능

[위 스킬을 부여합니다. 사용자 등급 상승을 종료합니다.]

“미치겠네!”

전혀 엉뚱한 스킬이 나와버렸다. 추적능력이라니... 물론 추적스킬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다. 궁기안 또한 추적은 가능하지만 그건 시야 안에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기에 이런 지속형 추적스킬도 있으면 좋다.

그렇지만 저 명황안이 현재 상황을 타개할만한 스킬은 전혀 아니었다.

차라리 저 금령적술을 파해할 만한 스킬이 차라리 나았으리라.

힘들여 시체밭을 쑤시고 들어와 모험을 걸었는데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때 잠자코 있던 궁기가 말했다.

-다했다!

-뭘?

-뭐긴 뭐야. 저 빌어먹을 백가놈이 걸어놓은 술법을 풀었다는 소리지.

-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