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사거리 100만-137화 (137/301)

# 137

다크나이트클랜-2

제황이 외쳤다.

“예?”

제황의 말에 조종사가 황당하다는 듯 제황을 돌아본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지상으로부터 1천미터 상공 위다. 그런데 갑자기 문을 열어달라니 그의 입장에서는 미친 짓으로만 보일 뿐인 것이다.

“열어주세요! 급합니다!”

“아...알겠습니다!”

제황이 재차 말하자 밑을 힐끔 바라본 그가 출입구 개폐버튼을 눌렀다. 맹렬한 바람이 헬기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나 조종사는 베테랑인 듯 능숙하게 동체의 흔들림을 잡아갔다.

그대로 헬기 밖으로 몸을 반쯤 내민 제황이 비천궁의 시위를 당겼다.

‘춤추는 폭발화살’

파아앙!

검은궤적을 그리며 첫 화살이 지상을 향해 내리꽂혔다. 첫 공격목표는 헌터들의 장갑차다.

저들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도주하는지는 모르지만 민간인의 피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었다.

퓨퓻.. 퍼어엉!

제황의 화살은 보닛에 그대로 직격했고 동시에 앞바퀴가 내려앉으며 그대로 가로수로 미끄러져 처박혔다.

“좋아.”

차량을 멈춘 제황이 다크혼들을 향해 비천궁을 돌렸다.

‘춤추는 화살!*10’

제황은 달리는 다크혼들을 향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조종사가 보기에는 미친 짓으로 보일 뿐이다. 로터에서 발생하는 양력이 엄청나서 화살 같은 커다란 투사체는 바람에 그대로 눌려 버린다. 지상에서의 조준과는 다른 법이다. 설령 그걸 계산하고 쏘는 거라 해도 지금 자신은 중심을 잡기 위해 헬기를 조금씩 틀고 있는 중인데 이때 발생하는 대기의 뒤틀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밑을 바라본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에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맹렬히 달리던 몬스터들이 선두에서부터 하나하나 쓰러지며 바닥을 구른다. 직진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길가에 정차된 자동차들을 밟고 이동하기에 좌우로 쉴 새 없이 이동하는 몬스터들이다. 총으로 쏴 맞히라고 해도 절대 엄두도 못 낼 거리에 있는 놈들이지만 마치 화살은 유도미사일마냥 날아가 맞았다.

제황이 외쳤다.

“기체가 많이 흔들릴 겁니다! 대비하세요!”

“예엣!”

제황의 외침에 그는 저도 모르게 조종간을 꾹 움켜쥐었다.

퍼어어어엉!

귀마개를 한 상황에서도 엄청난 폭음이 그의 고막을 흔든다. 그와 함께 흡사 태풍에라도 휘말린 듯 기체가 제멋대로 꿈틀거렸다.

“으으읏!”

그는 있는 실력 없는 실력 짜내며 기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헬기에 내장되어 있는 자동제어장치와 그의 실력이 아니었다면 위험했으리라. 그리고 잠시 후 기체의 문이 닫혔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예.예.”

제황의 말에 그는 어느새 손안 가득 차오른 땀을 허벅지에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밑을 바라본 그는 아까전보다 더욱 놀라운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흙먼지가 거친 곳에는 몬스터들의 잔해만이 흩어져 있다. 그는 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바라보다가 제황에게 말했다.

“대포라도 쏜 겁니까?”

그러자 제황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비슷한 겁니다.”

제황의 대답에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헬기 문을 열고서 대포를 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자 그의 표정을 바라본 제황은 조종사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헬기문을 열고 대포 같은 걸 쏘면 헬기가 남아나겠는가.

처음에 쏜 화살들은 몬스터들을 멈추기 위해 다리 부분을 겨냥한 것이었고 마지막에 ‘춤추는 강기의 소나기’를 쓰는 바람에 진짜 대포를 쏜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춤추는 강기의 소나기를 쏘면 강기를 입은 수십 개의 화살들이 제각기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간다. 마치 개별적으로 유도기능이 있는 집속탄을 쏜 것과 같은 효과인데 헬기조종사의 능력을 믿고 시험해 본 것이다.

“화살입니다. 걱정 마세요.”

“예?”

제황의 말에 조종사가 당황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제황의 핸드폰이 울렸다.

제황이 핸드폰을 열자 갑자기 핸드폰으로부터 고음의 쌍욕이 들려왔다.

-야! 이 개새끼야! 너 누군데 레이드를 방해하냐! 헌터법으로 콩밥 좀 먹어 볼래?

갑자기 들려온 쌍욕에 제황이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상대는 제황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는지 계속해서 제멋대로 쌍욕을 날리기 시작했다.

-야 이 좃 같은 새끼야! 감히 다크나이크 클랜을 건드리고 무사할 것 같아? 너 당장 내려와! 감히 차를 공격한 것도 모자라 폭탄을 터뜨려? 미쳤냐?

“하...”

제황은 기가 탁 막히는 걸 느꼈다. 분명 저들이 마구잡이로 운전하는 차량에 민간인들이 죽는 걸 목격한 제황이다. 그런데 지금 전화를 하고 있는 헌터로 추정되는 인간은 그것을 레이드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레이드가 맞다 해도 제황의 상식으로는 저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너 이 개새끼! 이름이...야! 그거 다시 가져와 봐! 응? 너 왜 이렇게 굳었어. 너 뒈...어... 6성?

잠시 침묵이 오간다.

당금의 상황이 대충 눈에 그려졌다. 성질 급한 누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개인전화번호만 확인해서 전화를 했으리라. 뒤늦게 상대가 6성 헌터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닫았겠지.

사람은 입을 열 때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제황의 심기는 상할 대로 상했다.

-내려간다. 너 거기서 기다려.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제황이 핸드폰에 대고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어차피 상대의 얼굴을 한번 볼 예정이었다. 저들이 차로 밀어버린 민간인이 제황의 눈에 띤 것만 다섯이다. 게다가 지금 전화를 건 놈은 제황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건 바로 부모님 욕을 한 것이다.

과거 제황이 양궁국가대표를 꿈꿨던 고등학교 때는 학우들과 가급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제황은 운동선수였으니까. 그렇지만 제황이 단 하나 참지 못하는 건 바로 부모님을 욕할 때다. 다른 것은 잘 참아 넘어가지만 단 하나 부모님 욕에서만큼은 절대 참지 않았다.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고 아버지는 그의 스승이자 정신적인 지주였으니까.

“문 다시 열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제황의 말에 조종사가 군소리 없이 문을 열었다. 6성헌터라는 말은 그도 이 헬기조종사를 맡기 전 들은 바 있었다. 그렇지만 드러난 외모가 너무 어려서 다른 사람인가로 착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진짜배기 6성 헌터다. 저 정도 능력이라면 뭔가 수가 있으니 열어달라고 한 것이리라.

타탁...

제황이 헬기에서 뛰어 내렸다. 상당한 높이지만 제황의 얼굴에는 한 점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다. 제황은 그대로 수직으로 내리 꽂히며 내려앉을 곳을 찾았다.

-도와줘?

궁기가 물었다. 그녀가 아니면 제황이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제황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런 것들한테 너를 보이고 싶지 않아.

-뭐, 알았어.

뭔가 기분 좋아보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흘린 제황은 점차 지상이 가까워지자 비천궁을 꺼내어 지상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거의 지상에 닿을 찰나 제황이 시위를 놓았다.

‘강기의 화살’

파캉!

맹렬한 폭음과 함께 비천궁으로부터 붉은 강기가 뻗어나가 바닥을 초토화 시켰다. 그리고 제황은 그 반동으로 낙하에너지를 대부분 완화시킨 뒤 바닥에 떼굴떼굴 구르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제황이 내려선 곳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는 이십 여명의 헌터들이 멍하니 서서 제황을 바라보는 중이다. 까마득한 공중에서부터 떨어진 것도 대단한데 중간에 사용한 스킬은 감히 대항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뚜벅뚜벅

그들에게 다가가 제황이 말했다.

“왔다.”

“...”

“전화한 새끼 나와.”

제황의 말에 자리에 있던 헌터들 중 건장한 남자 하나가 나섰다.

“저 이러실 게 아니라 저희는 그저...”

“너냐?”

제황과 눈이 마주친 그는 순간 그의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쫙 끼치는 걸 느꼈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그가 볼썽사납게 주저앉았다.

“나...나다.”

뒤쪽에 서 있던 상당히 젊은 헌터 하나가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섰다.

그가 눈짓을 하자 다른 헌터들이 뒤로 물러서며 경계태세를 취한다.

제황에게 다가서며 그는 마치 주위에 들으라는 듯 크게 외쳤다.

“나는 다크나이트 클랜 제2공격대장 김성준이다. 헌터법에 의거하여 다크나이크 클랜의 레이드를 방해한 6성 헌터 천제황 당신을 고발하겠다.”

제황의 눈가에 희미한 비웃음이 걸렸다.

궁기안에 공중을 날고 있는 수대의 드론들이 보인다.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면 찍은 것들을 증거로 제황을 고소하겠다는 뜻이다. 나쁜 방법은 아니다. 아무리 제황이 6성 헌터라지만 상대는 대한민국 제2위의 클랜인 다크나이트다. 아니 지금은 1위인 대현 클랜이 사라졌으니 현재 1위라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이전에 그들이 대현에게 순위가 밀렸던 건 규모에서였을 뿐 그 질적인 면에서 볼 때는 대현클랜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구성원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제황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별로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단지 저들이 지금 그의 부모님을 욕했다는 것 뿐이다.

쫙!

“컥!”

순식간에 휘둘린 제황의 따귀가 상대 헌터의 왼뺨에 작렬했다.

쫙! 쫙! 쫙! 쫙!

제황의 따귀는 한 대로 끝나지 않았다.

“나도! 널! 고소한다! 민간인! 보호법! 위반!”

퍽!

왼뺨을 걸레로 만들어버린 제황의 오른손이 주먹으로 변해 그대로 턱을 돌려버렸다.

“컥!”

풀썩

상대 또한 헌터이기에 제황은 주먹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상대는 그대로 기절. 입에서는 막 수확한 강냉이가 피와 섞여 줄줄 흘러나왔다.

“그건 우리도 다크혼에게 쫓기느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거야!”

가장 먼저 나섰다가 엉덩방아를 찧은 남자가 외쳤다.

슉! 팡!

순식간에 비천궁을 뽑아든 제황이 화살을 발사했다.

주변에 있던 이들이 깜짝 놀라 몸을 낮췄지만 제황의 목표는 그들이 아니다. 제황의 화살은 그들의 주변을 날며 촬영하던 드론을 꿰더니 그대로 제황에게 되돌아왔다. 마치 유도미사일처럼 되돌아온 신기한 화살에 사람들이 놀랄 틈도 없이 제황은 드론을 붙잡아 위쪽에 달린 판을 열고 안에 붙은 저장장치를 뽑아냈다.

“이거 가져가서 증거물로 써볼까? 너희들 말이 맞는지...”

“큭”

제황의 말에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외통수다. 저 안에는 자신들이 레이드 준비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다. 자신들이 사용한 방법은 유인이었다. 발생한 게이트사태는 조금 골치 아픈 종류였는데. 게이트는 아니지만 웜홀이 여러 개 뚫려 버렸다. 그와 함께 무시못할 숫자의 몬스터들이 넘어왔고 그래서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포메이션을 완성한 후 몬스터들을 유인 후 이곳에서 박살 낼 생각이었다.

나쁜 방법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을 애초에 계산에 넣지 않았다. 그 정도는 레이드 중 사망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까 게이트 사태는 항상 돌발적으로 발생하기에 증거자료는 레이드에 들어가는 헌터들에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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