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
계략-1
-제 3 공격대 레이드 마쳤습니다. D4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베이스캠프에서 제 2,5 공격대에 알린다. D11 구역으로 이동하라.
대현 클랜은 사건이 있은 삼일 후 본격적인 레이드에 들어갔다. 단순한 헤프닝이나 소란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컸지만 무적성 전진기지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그 크기에 비해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물론 당시 사건에 휘말린 수십 명의 외부인사들과 클랜마스터의 본부인이라 주장하는 여성헌터에게 두들겨 맞은 수십 명의 헌터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현클랜의 대처는 많은 이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약혼녀의 실종과 함께 정체불명의 여성 빌런에 대해 무적성에 성토하는 듯 보였지만 며칠 후 이성재는 무적성과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게다가 언론 또한 근래 대한민국은 붉은전사단이라는 빌런들이 활동을 시작하며 친대통령인사들에 대한 테러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기에 각 언론에서는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와 닿지 않는 헌터들의 이야기 보다는 이들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철저히 이형우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해서만 테러를 가했는데 그와 함께 그들과 연관된 각종 비리와 범죄에 대한 내용을 마구잡이로 뿌려 댔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단속으로 요즘 골머리를 썩이는 중이었다.
본디 빌런들에 대한 치안유지는 무적성이 담당하고 있었으나 무적성이 대부분의 전력을 평안남도에 투입되는 바람에 졸지에 빌런들에 대한 업무가 과밀해 버린 정부는 이 일의 해결을 위해 군에까지 지원을 요청하는 실정이었다.
그다지 지지율이 높지 않았던 대다가 각종비리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받던 대통령이었던 데다가 대통령 임기 내내 국민들에게 실망스러운 행보만 보였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철저히 대통령 관련 인물만을 테러의 대상으로 삼는 붉은전사단은 의외로 국민들에게 크게 욕을 먹지 않는 웃기지도 않는 요즘이었다.
[무적성 대현클랜에 특혜의혹?]
[무적성의 파트너 대현클랜]
대현클랜이 입을 다물자 무적성은 대현클랜에 파격적인 레이드 필드 분배를 단행했다.
배정해 준 지역 들 중 독각룡이 출몰하는 지역이 포함되었는데 이 곳은 수많은 클랜에서 침을 흘리는 곳이었다.
세간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의 의미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많을 정도로 이 결정을 파격적이었는데 독각룡은 그만큼 값비싼 몬스터 사체였다.
덕분에 지금 대현클랜의 지원팀장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지금까지 레이드 된 독각룡이 무려 21마리입니다.”
“시세는 어떻지?”
“마나석을 제외하고서도 마리당 40억 가량 됩니다.”
마나석의 거래는 일반 부산물과 다르게 처리에 시간이 걸려 보통 제외하고 계산하는 게 보통이다.
“하하, 그럼 마나석까지 합치면 거의 1800억에서 1900억 정도인가?”
“예.”
연말 보너스만으로도 역대급이 되리라는 생각에 지원팀장은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
“사체 수거 트럭이 부족합니다. 독각룡을 제외한 자잘한 몬스터 사냥을 위해서 3급으로 분류된 스쿼드나 공격대도 합류시켜야 합니다. 아니 해외파견된 공격대들도 불러들여야 합니다.”
“좋아.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지. 내가 정식으로 클랜마스터님께 요청 드릴 테니 자네는 얼른 이동시킬 헌터들을 분류해봐.”
“알겠습니다.”
단 3일간 올린 수익이 독각룡 필드에서만 2천억 가량이다. 그야말로 노다지. 그러나 지원팀장이 추가지원서류를 작성해 클랜마스터에게 갔을 때 회의실 안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얼마나?”
“아르헨티나 쪽에 투입되었던 공격대들이 사실상 일주일 뒤면 레이드가 종료됩니다. 그런고로 지금부터 서서히 철수를 준비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중국 서북부에 투입된 공격대들은 한 달 안에 레이드가 마무리 되니 곧장 투입할 수도 있습니다. 예비대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합니다.”
지원팀장의 말에 이성재가 머리를 톡톡 두들기다니 입을 열었다.
“현재 투입된 전력은?”
“총 11개 공격대 중 9개 공격대가 투입된 상태입니다. 2개 공격대는 예비대로 대기 중에 있습니다.”
단 3일간 서울에 대기 중이던 공격대 3개가 더 합류했다. 대현클랜 공격대 전력의 40프로...
“후우, 알았어. 검토할 테니 나가봐.”
“알겠습니다.”
격려와 칭찬을 생각했던 지원팀장이 알 수 없는 싸늘한 분위기에 서류를 공손히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이성재가 곁에 시립해 있는 이비서에게 말했다.
“자네는 내가 지금 왜 기분이 이리 찜찜한지 알지?”
“예.”
“후우... 무적성, 대현클랜이라...”
단 3일전까지만 해도 이성재는 평안남도 수복을 발 벗고 나서서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거대 세력들이 작전을 꾸민 수십조 원이 걸린 큰 플랜에 한 발 걸치게 되었기 때문이었는데 비록 작전의 주체는 아니지만 수많은 것들을 지원했고 상당한 거액을 약속 받은 상태였다.
특히나 이번 일은 현 대현그룹의 회장이 그에게 직접 맡긴 것이었다. 향후 대현그룹의 회장으로의 로열로드에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데 단 하나의 서류가 그의 손에 들린 순간 그는 모든 계략을 멈춰야 했다.
대계의 한 축이었던 대통령이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 단 하나의 서류가 그를 이렇게 고민스럽게 만든 것이다. 그를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든 그 서류 한 장... 그 서류에는 대현클랜의 취약한 곳을 낱낱이 분석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서류가 무적성의 것이 아닌 대현그룹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향후 무적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엘어스 공략과 이권이라... 거부하는 순간은...”
무적성은 그에게 당근을 제시했다. 곧 끈 떨어질 능력 없는 대통령을 버리고 대계에 합류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무적성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제안이다. 클랜의 정보부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무적성의 최종 목표를 알고 있었으니까.
“엘어스의 통해 힘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종국에는 다크어스를 멸망시킨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역사에 남을 겁니다.”
“후우, 그래. 역사에 남을 일이지. 어쩌면 미래에는 내가 위인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지.”
무적성은 대융합 당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온 거인이었다. 그렇기에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힘을 나눠 주겠다고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현 대통령과 천황클랜의 손을 놓는 것이다.
웃기는 것은 천황클랜을 생각하면 무적성의 제안이 더 탐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모두 그 서류 때문이다. 고민의 가치가 사라져 버렸다.
미국(美國)
바로 저스틴포인트를 잃은 미국의 존재가 천황클랜과 이형우대통령과의 신디케이트를 갈등하게 만든 요인이다.
“빌어먹을 대체 나 모르게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었던 거지.”
이성재는 비밀연구소에서 탈취당한 자료가 단순히 연구자료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삼천교와의 고리는 철저히 작은할아버지의 몫이었다. 그렇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서류는 이성재 아니 대현그룹 자체가 위험하게 만들 내용이 들어있었다.
“작년 미국 소속의 국가 원정대가 엘어스 탐사를 목적으로 저스틴포인트에 들어왔다. 문제는 천황클랜과 삼천교의 기습으로 그들은 전부 죽었고 그 뒤처리를 저스틴포인트의 대현클랜 소속 헌터들이 도맡았다.”
무적성은 세 단체가 미국을 상대로 협잡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대현클랜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성재는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었다.
당시 그런 짓을 했던 헌터들의 추적은 이미 명령해 놓은 상태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고민이군. 할아버지께는 이 일을 어찌 보고하지.”
증거가 적의 수중에 있다.
이번 일을 가지고 미국과 손을 잡고 대대적인 청소에 들어간다면 대현클랜 아니 더 나아가 대현그룹도 그 피해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었다.
“마스터”
“그래.”
“저는 이번 일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이참에 대현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이비서의 말에 이성재가 탁자를 두들기며 외쳤다.
그러나 이비서는 이미 그 정도는 예상했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마스터는 헌터입니다. 마스터께서는 대현그룹을 장악한 뒤 회장 자리에 오르실 생각이셨습니까?”
“후우...”
이비서의 말에 이성재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복심이었기에 그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이비서였다.
대현그룹의 회장, 분명 매력적인 자리다. 대한민국, 아니 세계 굴지의 그룹의 회장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장이 되면 어떻게 될까? 지루한 정치싸움? 권력싸움? 돈놀이? 의미 없다.
이번 작전에서 대현그룹이 받을 것은 저울질해보면 돈을 빼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돈? 몇 조 몇 십조가 되던 지금의 이성재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금액이 커서가 아니다. 그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돈이 아닌 수단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이성재는 돈이 아닌 헌터라는 무력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클랜마스터였다.
무적성은 그에게 제안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묻어 줄 테니... 함께 영광의 길로 가자고 말이다.
“결론은 무적성의 말대로 평안남도 수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거겠지.”
“예. 독각룡 필드가 배정된 것은 무적성이 내민 우호의 의미입니다.”
“젠장, 심혈을 기울여 계략을 꾸몄는데 역시 무적성의 대의를 뛰어넘지는 못하는 건가.”
“아닙니다. 언젠가 그 대의를 마스터께서도 가지시는 날은 꼭 옵니다.”
“그래. 그렇지. 후... 그 대의를 가지는 날... 무적성은...큭”
퍼퍽...
말을 하던 이성재의 손에 들려있던 물잔이 박살났다. 얼굴을 찡그린 이성재는 서둘러 품에서 약병을 꺼내 검은 얄약을 꺼내 입에 넣고 삼켰다.
“빌어먹을... 이 저주받은 짓을 언제까지...”
이비서가 서둘러 새로운 잔을 가져와 물을 따랐지만 이성재는 그것을 밀어버리고는 신경질적으로 알약을 씹어 삼켰다.
“때맞춰 드셔야 합니다.”
“알아. 후”
깊은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몸을 기대는 이성재였다.
이 짓을 시작한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헌터의 길을 선택한 이성재는 하나의 도박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대현그룹몬스터연구소에서 개발 중이었던 신개념 강제각성시술에 자원한 것이었는데 절반 정도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리고자 하는 치기어린 마음에 결정한 것이었다.
문제는 절반의 성공뿐이라는 것이었다. 본래 그가 얻고자 했던 각성은 더 뛰어난 마나석이 있으면 중복하여 각성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중복각성의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으나 문제는 처음에 시술한 각성시술의 부작용으로 그것을 이성재의 몸이 감당하지 못했고 그 모자란 부분을 특수 제작한 알약으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우...후우 어서 9티어 마나석을 얻어야 해. 아니면 8티어라도...”
이성재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그 정도 되는 마나석으로 재시술에 들어가야 이 빌어먹을 짓이 끝날 것이다.
***
대현클랜 베이스캠프에는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레이더 센터가 있었다. 탐지의 주체는 레이드에 투입된 공격대들이 운용하는 무장버스에 부착된 탐지범위 5킬로미터 가량의 탐지장비들이 담당하는데 각 무장버스에서 보내온 그 탐지내용은 이 레이더 센터에 종합되어 빠짐없이 기록된다.
“아우. 지루해.”
새로운 개체를 탐지하는 즉시 센터 담당자가 탐지된 몬스터의 종류를 판별하여 고유번호를 부여한 뒤 지도상에 배치한다. 그러면 각 공격대는 그 지도를 네비게이션으로 공유받아 레이드에 활용한다.
이제 4일째 되기에 거의 대부분의 몬스터는 거의 파악이 끝난 상태다.
그가 하는 것은 중간에 지도에서 사라지는 몬스터들을 관찰하거나 혹은 땅 속에 숨어 있다가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몬스터 혹은 경계를 넘어온 타 공격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 뿐이었다.
삐이이이이이....
그때 새로운 몬스터의 파악을 알리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이 야밤에 잠도 없나.”
그는 굳어져 가는 몸에 기지개를 편 뒤 들어오는 탐지기록들을 꼼꼼히 훑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한다. 그는 바쁜 손놀림으로 그 탐지기록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한창 게임중에 있는 그의 상관에게 다가가 말했다.
“팀장님!”
“왜?”
게임에서 눈을 떼지 못한 팀장이 건성으로 대답한다.
“대어입니다!”
“뭐?”
그의 말에 팀장은 폰을 내려놓고 부하가 가져온 서류를 쭉 훑기 시작했다.
“잘못 된 거 아냐?”
“확실합니다.”
“그럼 이게 맞다고? 이게 말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