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사거리 100만-80화 (80/301)

# 80

용혈기의진화

-축하해.

-고마워.

궁기의 말에 대답한 제황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이름:천제황  C급 10/9레벨 645,787/800,000exp

근력:5.5(+1)

민첩력:8

체력:7

감각:10

정신:9

마나:830/830

마나회복율:11

진명

-마궁의 주인(레어)

효과

근력:1

민첩력:2

감각:2

???

-무음의 추적자(레어)

효과

체력:2

마나회복율:20

???

(new) -용의 주인(유니크)

효과

스킬공격력   +10프로

스킬마나소모 -20프로

보유스킬

유니크스킬

호랑이사냥 -11랭크 58프로

궁기안-6랭크 0프로

무련궁술-7랭크 31프로

비상하는 화살

폭발하는 화살

춤추는 화살

힘의 화살

레어스킬

용혈신공-1랭크 0프로

용혈무- 5랭크 30프로

스페셜스킬

-

커먼스킬

요리-6랭크 98프로

빠른 재생-9랭크 11프로

가장 먼저 눈에 띤 건 마나의 양이 늘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보유 마나양이 400 가량 늘어나 830이 되었고 마나 회복율도 2에서 11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유추하건데 용혈기의 보조효과가 마나양 100에 마나 회복량 2 였다면 거의 세 배 이상 강해졌다고 보는 게 맞다.

마나 회복율이라는 건 대략 10분 당 마나 회복량을 말하는 것이었다. 스킬의 운용이 훨씬 자유롭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용혈신공과 같은 마나엔진은 단순한 수치로 따질 수 없다. 수치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한 번에 사용 가능한 마나양도 늘었다.

“이건 정말 사기잖아.”

그러나 제황이 얻은 진짜 유산은 따로 있었다.

[새로운 메타가 발견되었습니다.]

-용의 주인(유니크)

효과

스킬공격력   +10프로

스킬마나소모 –20프로

눈을 감고 몸을 관조했다. 단전으로부터 거칠게 꿈틀거리는 사나운 마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가느다란 목줄을 채운 채 단전이라는 우리에 간신히 집어넣은 사나운 육식동물이 포효하고 있다. 어서 자신을 해방시키라고...

그때 제황의 시야로 차벽을 향해 돌진하는 오크들의 물결이 보였다.

맹렬히 기관포를 쏘고 있는 군인들이 보이는데 그들 중 전우의 얼굴도 보였다.

제황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들이 죽게 놔둘 수는 없다.

-궁기?

-응?

-좀 더 본격적으로 해야 겠어. 그걸 준비해 줘.

-그거? 설마 비장의 수로 남겨둔 그걸 쓴다는 거야?

-응.

제황의 대답에 궁기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지금 제황이 하는 말은 지금부터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과 같다.

-좋아. 그럼 준비할게 참고로 알지? 한 번 쓰면 한 동안은 내 도움 바라지 못한다는 거?

-알아. 그래서 지금까지 아끼고 아낀 거잖아. 그렇지만 티아라 덕분에 시간이 많이 줄었지?

-뭐 그건 그래. 이제 하루 정도면 힘을 회복 할 수 있을 테니까.

사실 제황이 지금까지 그것을 쓰지 않았던 건 페널티가 상당히 심하기 때문이었다. 한번 사용하면 근 일주일간 궁기는 완전히 잠들어 버렸었다. 그리고 궁기의 힘으로 유지되는 궁기안도 사라진다. 그러나 이제 그 일주일이 하루로 단축 되었으니 쓸 만해 진거다.

그리고 굳이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8소대가 죽는 꼴을 볼 수는 없었다.

[화신체(化神體]

츠츠츳...

제황의 궁기안 으로부터 뿜어진 붉은 기운이 제황의 온몸을 뒤덮었다. 제황의 몸을 둘러싸고 휘돌던 그 기운은 어느 순간 제황의 온 몸에 흡수되듯 사라진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하여 모든 능력치가 +1 증가합니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하여 마나양이 +1000 증가합니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하여 마나회복율이 30프로 증가합니다.]

“크흐...”

제황은 신음을 내질렀다. 용혈기를 사용할 때도 이 ‘화신체’ 는 몸에 부담을 일으켰다. 마나가 날뛰기 시작한다. 화신체는 궁기가 그녀의 진체를 제황의 몸에 빙의시키는 것이다. 그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궁기의 마나를 제황이 공유하게 되는 것... 함께 엘어스에서 생활할 때 정말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를 만났을 때만 사용했던 비장의 수였다.

제황의 능력이 아닌 오롯이 궁기의 힘이기에 수치화된 효과를 알 수는 없지만 이걸 쓰는 순간부터는 궁기의 힘이 다하는 날까지 마나가 샘솟듯 솟구쳤다.

스톰레이지와 화살을 꺼내든 제황이 오만한 표정으로 밑을 내려다봤다.

-시작할까? 보조 부탁해.

-알았어!

궁기안을 통해 수십 줄기의 선이 뻗어나가 8소대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오크들의 물결을 하나하나 록온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제황에게만 보이는 선이다. 순간적으로 십여 개의 선이 사라지고 새로운 선이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가장 효율적이며 이상적인 발사 궤적을 궁기가 계산하여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선들을 모두 채울 수 없었다. 워낙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새로워진 [용혈신공] 과 일시적인 버프인 [화신체]를 통해 이제 얼추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퉁...

한 발의 화살을 발사했다. 날아간 화살이 달려간던 오크의 머리를 관통하여 뒤에 있던 오크의 발을 꿰뚫었다. 스톰레이지에 걸린 비상식적인 가속으로 인해 화살은 마치 레이저처럼 날아가 오크를 관통해 버렸다. 무엇으로 막고 있건 상관없다. 선들은 드러난 모든 곳을 겨냥하고 있다.

“좋아.”

씨익 미소 지은 제황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이윽고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엄청난 속도로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파팡!!!

시위를 튕기는 소리가 마치 콩 볶듯 들리기 시작한다. 사냥감을 조준하는 오른팔이 빠르게 움직인다.

콰콰콰쾅!!! 파파팍! 팍!

“우어억!”

“끄르륵!”

엄청난 속도로 재생되는 마나를 모조리 소모시키려는지 중 무련궁술의 스킬 중 가장 효율적인 파괴가 가능한 폭발하는 화살이 중간 중간 섞여 날아갔고 화살의 탄착지에 있던 오크들은 폭발로 인해 공중을 날았다.

그와 함께 경험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140

+210

+98

...

시야 한편에 사냥의 성공을 알리는 경험치 획득양이 뜨며 순식간에 쭉쭉 차오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경험치를 쓸어 담는 화살의 비가 제황의 손으로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

“1사로 포신과열!”

“냉각수 부어! 빨리빨리! 2사로 사격 속도 낮춰!”

“알겠습니다!”

“빌어먹을 오크 새끼들!”

단숨에 수십 마리의 오크가 쓰러졌지만 더 많은 숫자의 오크들이 거친 파도가 되어 전진해왔다. 30mm 기관포들은 벌써 이번으로 두 번이나 포신과열로 운용을 멈췄다. 포신에 가해진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닌 터라 몇 번 더 이런 일이 벌어지면 포신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

“피지! 작전명령은 아직인가?”

“그렇습니다!”

“잔탄 5000발 이하!”

오크들은 자꾸 전진해 오는데 무장버스에 비치된 자체 화력은 슬슬 동이 났다.

가장 최후의 수단은 각 차벽 100미터 전에 설치한 폭발물과 지뢰 그리고 감지센서로 동작하는 크레모어뿐이다.

박중위는 이대로 자의적 판단으로 무장버스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슬슬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나 그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바로 옆에 늘어선 다른 무장버스들이었다. 자신들이 빠진다면 화력이 줄어들고 그렇다면 오크들의 전진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개 같은 상황이구나!”

오크들을 과소평가 했다. 평소 활동하던 곳의 오크들이라면 30mm기관포로 한 번 긁으면 이런 밀집된 상황에서 수십 마리는 죽일 수 있었다. 문제는 저 오크들이 평소 사냥하던 오크들과 틀리다는 것이다. 수십 마리를 죽이는 건 고사하고 30mm탄을 정면에서 막아내는 우르크하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 오크들 사이에서 퍼진 버프는 오크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거리 980미터! 1킬로 방어선 뚫렸어요!”

레이저거리측정기를 맡은 양지혜가 발작적으로 외쳤다.

1킬로미터... 대단히 먼 거리로 느낄 수 있지만 그건 착각이다.

3티어 헌터는 1킬로미터를 최고속도로 찍으면 40초 안에 끊는다.

둔한 오크들이야 그들보다는 느리지만 오크히어로 정도라면 그보다 빠르면 빠르지 느리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후퇴소리 나오는 순간 하던 걸 모두 멈추고 달리지 않으면 오크의 물결에 휩쓸린다.

“500미터! 500미터 안으로 들어오면 모든 걸 포기하고 저스틴포인트로 뛴다. 책임은 모두 내가 지겠어! 피지! 관제실에 알려! 500미터 안으로 접근하면 이탈하겠다고!”

“아...알겠습니다.”

피지는 박중위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는 건 최악의 가정을 상정할 경우 즉결처형도 가능한 중죄다. 그것이 헌터건 일반인이건 상관없다. 박중위는 그것을 알지만 소대원들이 죽는 꼴은 보기 싫었다.

“혜지야! 50미터 간격으로 불러!”

“네! 850미터! 800미터! 750미터!”

양혜지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각 사로에서는 조금이라도 오크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지만 소용없었다. 동료의 시체를 밟고 시체를 들어 방패삼아 피를 삼키며 달려드는 오크들이다. 그리고 소대원 전부가 일제히 머릿속에 후퇴를 떠올릴 때 양혜지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흘러 나왔다.

“600미터! 600미터!... 응? 650미터? 650미터! 이게 왜 이러지? 저지되고 있습니다.”

거리를 측정하는 양혜지도 혹 거리측정기가 잘못된 게 아닌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야?”

저스틴포인트에서 뭔가 새로운 공격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8소대를 향해 밀려오던 오크의 물결이 방파제를 만난 듯 멈칫거리기 시작했다. 박중위가 쌍안경을 들어 8소대에 배정된 구역을 훑었다. 포화 속에 팔다리가 박살나고 머리가 공중으로 치솟는다. 그리고 그 속을 뚫고 달리는 수백 마리의 오크가 있다. 눈에 초록안광을 번뜩이며 달려오는 그 무시무시한 돌진... 그런데 그런 오크들의 머리 위로 검은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오크들의 머리에 적중할 때마다 오크들은 실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땅에 쓰러졌다.

“화살?!”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박중위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비처럼 보이던 것은 모두 화살이었다.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와 오크들을 격살하고 있었다.

“대체 누가!”

기관포로도 저지하지 못하는 오크의 물결이 화살이 가세함으로 저지되기 시작했다. 박중위는 사로로 올라가 쏟아지는 화살들의 출처를 향해 쌍안경을 움직였다. 그리고 발견했다. 낡은 레이더송신탑 위에 서서 엄청난 속도로 화살비를 뿌리고 있는 제황을 말이다.

“저 괴물새끼...”

***

“이...이놈 뭐야!”

달천은 깜짝 놀랐다.  그는 제황이 화살을 시위에 걸자 코웃음을 쳤었다. 적과의 거리는 아무리 따져도 2킬로미터다. 자신도 고성능의 쌍안경으로나 확인 가능한 거리이거늘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다. 뭔가 대단한 장거리 저격 스킬 한 발 준비하는 줄 알았다.

“병신새끼였잖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솔직한 그의 심정이었으니까. 행여 그것을 들었을까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무시했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초보헌터들은 이미 숱하게 봐왔으니까.

“어어?”

그런데 그게 아니다. 가벼운 손놀림으로 시위를 튕기는가 싶더니 곧이어 엄청난 속도로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하는데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날아간 화살들이 전장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히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청난 초속사다.

“허억...”

그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제황의 활에서 뿜어지듯 날아간 화살들은 한편의 지옥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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