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사거리 100만-74화 (74/301)

# 74

그의이야기

그녀의 부모님을 뒤흔든 결정적인 계기는 대한민국 굴지의 대현그룹에서 찾아왔을 때였다. 대한민국 클랜 수위를 다투는 대현클랜의 모기업인 대현그룹은 그녀의 부모에게 뿌리치기 힘든 제안을 해왔다.

그녀를 대현클랜에서 파격적인 대우로 영입함과 동시에 그녀의 집안이 운영하는 기업에 전격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문제는 대현클랜에 들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조건은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지는 부모의 말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역했다. 그녀에게는 제황과의 학교생활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비극이 일어났다. 서울로 돌아오던 제황과 제황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그녀를 친딸처럼 대해주시던 두 분은 현장에서 돌아가시고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온몸이 망가져 혼수상태에 빠져 버렸다.

사고 소식을 듣는 즉시 그녀는 제황에게 가려 했지만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네 창창한 인생이 시작되는데 왜 천애고아가 된 제황에게 목을 매냐고... 만약 제황을 선택한다면 부모로써의 연을 끊겠다는 말에 끝내 그녀는 부모님에게 설득 당했다.

그 후 대현클랜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제황을 잊으려 노력했다. 효과도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키워갈 때마다 성취감과 힘에 대한 갈망이 그에 대한 그리움을 지워줬으니까. 게다가 대현클랜의 클랜마스터 이성재는 제황을 잃은 것으로 힘들어하는 그녀를 보듬어주었다.

대현그룹의 첫째 아들이라는 타이틀은 둘째 치고 대한민국 최연소 클랜마스터이며 디바우저가 아님에도 촉망받는 5성의 헌터였다. 뛰어난 머리와 수려한 외모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지닌 그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자 그녀는 제황의 빈자리를 채워 준 이성재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가 이성재와 약혼을 한 후 알게 된 사실은 매우 추악했다. 이 모든 게 대현그룹과 그녀 부모님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대현그룹 일가가 처음부터 원했던 것은 디바우저로서의 혈통이었다. 디바우저는 혈통으로 넘어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디바우저와 디바우저의 결혼을 국가는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둘 사이에서는 같은 디바우저가 태어날 확률이 높으니까.

대현 그룹은 앞으로 세계가 각성자들의 힘에 좌우될 것이라 생각하고 직계들의 혈통에 디바우저를 섞기 위해 그녀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돈의 힘으로 디바우저를 끌어 모아 피를 더욱 짙게 만드는 가진 자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길고 긴 프로젝트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말해 준 건 그녀의 부모였다. 참으로 뻔뻔하게도...

그러나 며칠 전 제황이 디바우저라는 걸 알았을 때 그것은 오히려 그녀의 마음에 하나의 희망을 만들었다. 대현그룹도 욕심이 많지만 그녀의 부모가 가진 욕심도 만만치 않다.

제황이 가진 혈통으로 인해 제황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만약 제황이 디바우저라는 것을 알리면 그녀의 부모 또한 제황에게 다시 눈을 돌릴지 모른다 생각했다. 대현그룹이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강력한 디바우저는 움직이는 기업이다.

피로 맺어진 디바우저가 얼마나 강한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나보다는 둘이 훨씬 강한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기왕이면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디바우저라면 그녀의 부모가 제황을 다시 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그 바람이 산산이 부서졌다.

‘내가 미쳤어.’

그에게는 이미 여자가 있었다. 보통 여자라면 다시 빼앗아 오기라도 하겠지만 한눈에 봐도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그 엄청난 미모는 둘째 치더라도 몸에서 넘쳐흐르는 사나운 마나의 기파는 그녀가 5티어의 실력자라는 것을 말해 준다. 물론 그 마나가 사실 4티어 마나석을 과식하고 소화불량에 걸려 기운을 몸 밖으로 퍼내느라 생기는 현상이라는 걸 그녀가 알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한편으로 더욱 충격적인 건  제황은 그녀를 깨끗이 타인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그의 관심을 원하는 게 얼마나 몰염치하고 바보 같은 짓인지는 안다.

이유야 어쨌건 가족을 모두 잃고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던 제황을 버린 건 자신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만든 모든 것들을 저주하며... 자신을 외면하는 제황을 향해 피어나는 집착이라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러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떠난 후 그녀의 부모와 대현그룹이 제황을 얼마나 핍박했는지... 부모와 사랑하는 이가 모두 사라진 제황에게 그들은 제황이 아예 사회로 나오지 못하도록 잔인하게 손을 썼다. 그로 인해 제황이 인간불신에 빠졌다는 것과 그녀를 그들과 동급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여기요. 계산해주세요."

카운터의 카페 주인에게 제황은 박중위의 체크카드를 건냈다. 그러나 카페주인이 고개를 갸웃 하더니 제황에게 물었다.

"같이 계산하시는 것 아닌가요?"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쟁반에 온갖 디저트를 잔뜩 쓸어 담고 있는 궁기가 보인다. 기분이 좋은지 몸을 슬쩍슬쩍 리듬감 있게 흔들며 담아대는데 잠잠해지던 머리가 다시 아파오는 느낌이다.

"1,320불입니다."

아무리 이곳의 물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더라도 한 끼 간식비로 백만 원 이상 소모한다는 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제황이 뒤에 서서 두 개의 두툼한 비닐봉투를 들고 있는 궁기에게 눈치를 줬다. 제황이 노려보자 궁기가 귀여움이 잔뜩 묻은 표정으로 어깨를 흔들며 제황에게 칭얼거렸다.

"내 간식창고도 막혔다고..."

"후우..."

미어터지도록 간식창고를 채우고 항상 입에서 단것을 놓지 않는 궁기라는 것을 알기에 제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카드를 내밀었다. 자세히 보니 카드를 받는 카페여주인의 얼굴도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있다. 그녀도 궁기의 애교에 깜빡 넘어간 것이리라. 서비스라며 챙겨주는 바람에 카페를 나오는 자신도 손에도 빵봉투 하나를 손에 든 건 덤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제황은  앞장서 걷기 시작했고 그런 제황의 뒤를 궁기가 기분 좋다는 듯 달랑달랑 따르기 시작했다. 늘씬하고  건강미 넘치는  몸매에 큰 키를 지닌 성인버전 궁기지만 그 모습 또한 묘하게 너무 잘 어울려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울대가 연신 위아래로 움직였다. 농염하다 못해 아찔한 몸매의 그녀가 리듬감 있게 걸을 때마다 착하디 착한 몸매가 사방의 수컷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의 시선은 제황과 궁기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으로 시작해 궁기가 제황의 개인숙소에 달랑달랑 따라 들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개인숙소까지 따라 들어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병신도 안다. 물론 몇몇이 남아 그녀를 눈여겨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오히히...”

요상한 웃음을 지은 궁기가 제황의 침대에 다리를 벌린 채 털썩 주저앉았다.

“치울 것도 아니잖아. 가루 떨어지니까. 테이블에서 먹어.”

살짝 신경질 적인 제황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궁기는 그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는 곧장 리모콘을 조작해 티브이를 켜고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한 채 봉지에서 디저트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이것 때문에...후우...”

골치가 아픈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가 4티어 마나석을 모두 소화하는 동안 꼼짝없이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현신을 해제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럼 마나의 소모가 급격히 줄어 언제 무한고를 다시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제황이 앞으로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지 머리를 싸매는 동안 궁기는 헤픈 웃음을 흘리며 입에 커다란 크림도넛을 입에 물었다.

***

“실망이구나.”

소나무분재 위로 주름진 손가락 하나가 슥 하고 움직이자 분재의 큰 가지가 사정없이 잘려 나갔다. 노인의 눈썹이 꿈틀한다. 잘라놓고 보니 잘못 잘랐다.

“죄송합니다.”

노인의 앞에 부복해 있던 흰 무복의 여성이 고개를  숙였다.

“됐다. 네가 돌아온 걸 보면 대충 처리는 끝났겠지.”

“예.”

노인은 치고 있던 분재를 옆으로 슥 밀며 고개를 돌렸다. 세월의 풍상이 주름하나하나에 새겨진 얼굴이지만 그의 몸은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건장했다.

“루미야. 네가 내 곁을 보좌한 지 어언 10년이 되었구나.”

“예.”

그녀의 나이 28살...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18살 때부터 그녀는 권제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권제의 목소리는 그녀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서도 아직 자리를 못 찾은 듯싶구나. 내가 네 능력을 과대평가 한 것이냐?”

권제의 말에 그녀는 지체 없이 무릎을 꿇었다. 10년간 그의 곁을 지켰기에 노인이 어떤 지배자인지는 그녀가 잘 안다.

“...”

권제의 말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다.

“넌 10년간 나를 잘 보필했다. 그런 이유로 너를 그 녀석에게 붙인 것이고... 실망시키지 말거라.”

“존명!”

권제가 고개를 까딱하고는 몸을 편안하게 뉘였다.

“그래. 이제 좀 가벼운 이야기 좀 해보자. 그 놈 요즘 근황은 어떠냐. 체험학습 겸 조직 좀 겪어 보라고 보냈더니 난데없이 삼천교 놈들을 작살내서 동네방네 이름을 알리는 바람에 좀 시끌시끌할 텐데?”

“최소한 저스틴포인트 내에서는 잡음이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국내에서 접근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은 모두 어르신의 이름을 듣고 물러나고 있습니다.”

“뭐 이미 써먹으라고 허한 일이니 상관없고 그럼 국내는 상관없는가?”

노인의 말에 여인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기사를 작성하던 언론사는 잡음 없이 지웠습니다. 다만...최근 제황님에 대해 대현클랜 쪽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대현? 흠... 대현그룹인가? 대현 놈들이 어째서? 설마 얼마 전에 보고했던 그일 때문이냐?”

노인은 얼마 전 들었던 소소한 사건에 대해 떠올리며 물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놈이 대현과 소소한 겨룸이 있었다는 건전 해 들은 바 있다.

“아닙니다.”

그와 함께 루미가 한수지와 제황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사실 전에도 제황에 대해 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조사했다. 그리고 드러난 전말은 꽤 충격적이었고 그것을  모두 들은 권제가 입 꼬리를 삐죽 올렸다.

“대현 놈들 재롱이 날로 재미있어지는구나.”

“일단은 물러나는 듯 보이지만 꼬리를 남겼습니다.”

“꼬리라... 하긴 대현 놈들은 저들 하는 일에 불안요소를 두려 하지 않지. 일단 여지를 남긴다는 건가? 고얀 것들...”

“제가 치우겠습니다.”

권제의 표정을 읽은 루미가 말했다. 지금 그녀가 말하는 건 작게는 꼬리 길게는 꼬리의 주인까지 치운다는 뜻이다. 상대가 무려 그룹이지만 그녀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아니, 일단 두거라.”

“두라하심은....”

“치우는 것도 좋지만 이참에 한 번 보는 것도 좋겠지.”

“그렇지만 제황님의 신변에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황님 또한 그들에 대한 감정은 그리 좋지 않을 겁니다.”

루미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이렇든 저렇든 권제가 제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아는 그녀였다. 만약 제황이 크게 다치거나 한다면 권제는 많이 상심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그 말에 권제는 오히려 피식 웃을 뿐이었다.

“신변에 위협이라... 그걸 왜 내가 걱정해야 하느냐. 사내는 암습도 좀 당해보고 피도 흘리고 동료의 시체도 좀 밟아야 크는 거다. 그리고 녀석의 신변이라... 하긴... 네 역량으로는 아직 부족하겠구나.”

“?”

의미모를 말을 한 권제가 손을 휘젓자 그녀는 곧 그 의문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러다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그보다 제황님께 특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특이한 일?”

“예. 제황님이 어떤 여인과 삼일 째 개인숙소에서 생활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앵?”

그녀의 말에 지금까지 한껏 위엄을 풍기고 있던 권제가 눈을 크게 떴다.

“그 돌부처, 철벽, 돌멩이 심장, 고자 놈이?”

“아... 예.”

제황에 대한 권제의 신랄한 표현에 루미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대답했다.

“신분은?”

“그게... 확인되지 않은 인물입니다. 본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제황님이 권제님과 관련된 분이기에 저스틴포인트에서 그녀에 대한 신분 확인을 저희 쪽으로 요청해 왔습니다.”

“재미있는 일이구나... 어떻게 생겼다더냐?”

“엄청나게 아름답다고...”

“흠, 아름답다? 녀석도 드디어 여자에 대해 알아가는 건가. 후후 좋아. 좋은 징조군.”

“그렇지만 정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행여 제황님을 노린 이들이...”

“상관없다. 그 또한 녀석이 겪을 일이지.”

“알겠습니다.”

애초에 제황의 프라이버시에 간섭할 생각이 없는 권제였다. 지금 제황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관계에 관한 경험이었다. 그 여인이 행여 제황을 이용하려는 이든 아니면 제황과 진짜 사귀든 그에게는 별로 상관없었다.

생각을 접은 권제는 눈앞의 여인을 바라봤다. 18살 때 디바우저로 각성한 그녀는 권제의 밑에 있는 수많은 제자 중 가장 출중한 능력을 지닌 이였다.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가르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녀이기에 벌써 10년간이나 곁에 두고 있어 이제는 거의 친손녀나 마찬가지다.

“사실 난 네가 그 아이와 맺어지길 바랐다.”

“저는...”

그녀의 입이 처음으로 막혔다.

권제의 명으로 제황에게 접근해 본적이 있긴 하다. 어설프게 몇 번 유혹해 보기는 했지만  제황은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철벽도 그냥 철벽이 아니다. 말 그대로 금성철벽(金城鐵壁)이다. 물론 그것이 그녀의 인생에 몇 안 되는 뼈아픈 실패이기는 하지만 그녀를 탓할 건 없다. 그건 그녀의 주전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제황의 목숨을 노리라고 명을 했으면 그게 더 쉬웠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녀다.

“안다. 너 또한 그쪽으로는 숙맥이지. 그렇지만 내 뜻은 항상 품고 있기를 바란다.”

“조...존명!”

루미의 얼굴이 살짝 빨갛게 변했다.

“아 그리고 그 녀석은 어떻게 되었느냐.”

“그녀석이라 하심은...”

“그 제황이 놈이 맡긴 놈 말이다.”

권제의 물음에 루미는 재빨리 최근에 보고받은 것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의식은 없지만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다만?”

“몸에 시술된 것들이 워낙 다양하여 아직도 파악하는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파악한 바로는 3티어급 마나석으로 1차 강제각성을 이룬 뒤 7티어급 마나석으로 2차 강제각성 한 상태입니다. 또한 체내에 상당량의 출처 불명의 나노봇이 발견되었으며 뇌 내에도 이물질이 발견 되었습니다. 검사의의 말로는 상당한 강도의 약물과 세뇌 작업도 이루어 진 것으로 예상 중입니다.”

그녀의 보고에 권제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삼천교 놈들이 요즘 재미있는 걸 만들어내기 시작하는구나. 그냥 둬서는 안 되겠어.”

“토벌을 하시겠습니까?”

루미가 물었다. 삼천교국의 드러나지 않은 힘을 아는 그녀의 머릿속으로는 토벌에 필요한 병력에 대한 계산은 이미 끝났다.

“아니... 굳이 내 손에 피를 볼 필요가 있나. 사교 무리 이기는 하지만 강한 놈도 꽤 많을 거야. 이 세계 오지에서 살아남은 대접은 해 줘야지. 삼천교에서 만들어낸 저 신기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각 단체에 비밀리에 뿌려라. 또한 놈들의 잔악함에 대한 이야기도 언론에 좀 뿌리고 말이다.”

권제가 보유한 군세로도 토벌은 가능했지만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놈들이 개발한 방법에 꽤 많은 놈들이 군침을 흘릴 거다. 놈들과 연줄이 닿아있는 놈들도 움직일 테니 이참에 솎아내는 것도 좋겠지.”

권제는 일거삼득을 노렸다. 삼천교를 토벌함과 동시에 이참에 지구에 있을 삼천교의 뿌리를 모두 박멸하는 것... 그리고 권제에게 은연 중 대립각을 세우며 세력을 키우고 있는 이들의 힘을 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사실확인을 위해 각계의 정보단체가 저스틴포인트로 스며들 것이고 관계자인 제황님이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루미가 조심스럽게 간언했다. 어쨌건 그녀는 제황을 담당하는 중이었으니 그녀와 관계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거야. 뭐 간단하지.”

권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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