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낯선곳에서 만난 친구
쾅쾅! 콰콰쾅!
후우욱...
“흡...”
강력한 후폭풍이 제황을 두들겼다. 두들겨오는 돌멩이에 호랑이사냥이 풀려버리며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퉤...”
입안이 까끌까끌하다.
사실 제황이 이것들을 실제 사용해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위력 시범하는 걸 세 번 정도 본 게 다다. 특히 지금처럼 한꺼번에 터뜨렸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제황이었다.
타탁...탁...
제황은 몸을 가다듬었다. 아직 적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기에 긴장을 풀지 않는다.
철컥...철컥...
약 3미터 가량의 폭심지로부터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적은 아직 살아있다.
질려버릴 것 같은 방어력이다.
철컥...
그러나 폭심지를 걸어 나오는 검은철갑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가슴부분과 오른팔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철갑이 폭탄이 날아가 버렸다. 게다가 드러난 부분도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두꺼운 왼팔의 겉은 검게 변해 쩍쩍 갈라져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로는 붉은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고 있었다.
양 다리의 상태도 좋지 못한 지 폭심지에서 걸어 나온 검은철갑이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렇지만 제황은 검은 철갑의 상태보다 드러난 검은철갑의 얼굴에 깜짝 놀란 상태였다.
투구가 날아간 검은철갑은 젊은 남자였다. 머리카락의 대부분이 타버렸는지 얼굴은 새빨간 화상자국과 피가 엉겨 붙어 있었지만 그 얼굴이 웬지 낯에 익었다.
두두둑...드득...
무릎을 펴고 일어서려 노력하는 검은철갑의 얼굴...그것은 바로 그의 친구 마동철이었다.
“동철아?”
무표정하게 상대를 노려보던 제황의 얼굴에 얕은 실금이 갔다.
제황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군각성자를 지망하고 떠난 친구가 왜 삼천교의 빌런들과 함께 있는 것인가. 생각지도 못한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한 친구의 얼굴에 제황은 그를 소리 내어 불렀다.
“크르륵...”
마치 야수와 같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제황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동철이다.
동철과 눈이 마주친 제황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크허헝!”
조금 전까지 다 죽어가는 모습이었던 동철은 적을 확인하는 순간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 제황이지만 전진하며 추격하는 동철의 순간적인 속도는 제황을 금세 따라잡았다.
카캉!
“큭...”
날아오는 거대한 주먹을 엉겁결에 스톰레이지를 들어 막았지만 그 엄청난 힘에 제황은 뒤로 날아갔다. 거의 기습과 같은 공격이기에 우직스럽게 들어 막았을 뿐인데 양팔이 탈골이라도 된 듯 시큰거렸다. 비교하건데 거의 5티어 몬스터의 공격력과 맞먹는 느낌이다.
-도망쳐! 멍청아!
-알아!
궁기의 말이 아니더라도 제황은 이미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고 있었다. 나무를 박찬 제황은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동철이 쫓는다. 몸을 덮고 있던 두꺼운 철갑이 떨어져 나가서인지 그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랐다. 뒤돌아 볼 틈도 없이 따라붙은 동철을 보며 제황은 침음을 삼켰다.
제황은 지금껏 그의 속도를 따라잡혀 본 적이 없었다. 거의 최고속도로 달리는데도 동철은 이미 지척이다. 차라리 몸을 숨기며 호랑이사냥을 사용하는 게 나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콰콰쾅!
내지른 동철의 주먹이 아름드리나무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고개를 숙여 동철의 주먹을 피해낸 제황은 손에 화살 하나를 소환해 내 그걸 역수로 붙잡고 동철의 팔뚝을 내리 찔렀다.
푹...
화살촉이 깊숙이 들어간다. 공격한 곳은 일반인이라면 상당한 고통을 느낄 만한 관절부위... 그렇지만 동철은 그 공격에 아무런 타격도 입지 못했는지 그대로 제황의 멱살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피부가 무쇠는 아니군. 그럼 다음은!”
제황은 그 손을 피하며 안으로 파고들어가 그대로 동철의 턱을 올려쳤다. 뇌를 전문적으로 뒤흔드는 방법으로 이걸 맞으면 순간적으로 의식이 끊어진다.
"크아악!"
제황의 공격에 화답하듯 동철의 팔꿈치가 제황의 정수리를 노리고 떨어져 내렸다. 턱과 같은 급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회복력이 대단하네."
알고자 하는 걸 모두 파악한 제황이 몸을 뺐다.
제황은 이번 격돌에 동철이 타격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 정도에 타격을 받을 거면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한 것은 적의 몸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겉이 물렁하다는 것은 최소한 화살은 박힌다는 거다.
곧장 몸을 튕겨 거대한 나무 위로 원숭이처럼 튀어 올라갔다.
“크르륵...”
동철이 제황을 따라 나무를 타고 올라왔다. 그 방법도 무식하여 제황은 나무의 겉을 붙잡고 오르는 방면 동철은 주먹을 나무에 박아 넣고서 올라왔다.
휙...
다른 나무를 향해 몸을 날린 제황은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저게 네가 찾던 그 친구야?
-응.
-제 정신이 아니지?
-그런 것 같네.
아무리 각성자라도 수십 번은 확실히 죽을만한 타격을 입었는데도 아직 멀쩡하다. 눈빛도 완전히 돌아가 있고 가장 강력한 것은 그 회복력이었다. 검게 익어버린 팔에서 껍데기가 툭툭 떨어져나가고 안으로 재생된 피부가 올라오는 걸 보면 화상으로 파괴된 곳이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황은 동시에 동철의 약점도 파악했다.
몸이 재생됨과 동시에 동철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주의 깊게 지켜봤는데 재생이 되고 있기는 한데 그럴 때마다 몸의 체적이 작아지고 있었다. 재생의 에너지원이 어떤 건지 쉬이 짐작되었다. 그리고 화살도 박힌다. 그럼 이야기는 끝이다.
-어쩔 거야?
-곰 새끼를 얌전하게 만들어 줘야지.
나무 위로 도주하며 제황은 스톰레이지와 테러버드화살을 꺼내 들었다.
“폭발하는 힘의 화살!”
파아앙!
무련궁술 중 공격계 두 가지만을 담아 날린 테러버드화살이 돌진하는 동철과 부딪혔다.
콰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동철이 달려오던 반대편으로 날아가 거목에 꽂혔다.
“크허헝!”
그러나 동철은 아직 힘이 남았는지 괴성을 지르며 나무에 박힌 몸을 빼냈다. 질려버리는 생명력이다. 제황은 이를 악물고 다시금 시위을 당겼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
“춤추는 힘의 화살!”
“폭발하는 힘의 화살!”
“춤추는 힘의 화살!”
“춤추는 폭발 화살!”
“폭발하는 힘의 화살!”
콰콰쾅! 쾅! 쾅! 콰쾅!
날아간 화살들이 동철의 몸에 쉴 새 없이 꽂혀 들어갔다. 첫 공격에 뒤로 튕겨나간 동철의 몸에 마치 열추적미사일들이 날아가듯 하나하나 쫓아가 적중했다. 한발 한발이 2티어에서 3티어 몬스터는 단숨에 격살시킬 힘을 지닌 공격이다. 지금의 제황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근거리 연속 공격이 동철을 향해 펼쳐졌다.
“헉헉...”
최소한의 마나만 남았다.
다시 한 발의 테라버드 화살을 시위에 건 제황은 터져나가 피가 줄줄 흐르는 손과 손가락을 빠르게 털어내며 동철을 노려봤다. 시위를 타고 피가 흐른다. 회복스킬을 쓰지 않는다면 더 이상은 무리다.
"이제 그만 누워라."
“끄어...”
가슴을 가리고 있던 갑주들도 완전히 박살나고 화살공격의 충격이 심한지 이젠 신음을 지르는 동철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공격은 제황이 상당히 봐준 것이었다. 본래라면 모든 공격을 머리나 심장에 집중시켰을 테지만 가급적 동철을 죽이고 싶지 않은 제황은 복부를 노렸다.
“끄으으...”
아직 의식이 있지만 일어서지는 못했다. 재생력이 살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동철의 몸은 거의 미이라처럼 변했다.
"으어어..."
그러나 그 와중에도 제황을 향한 살의는 그대로다. 제황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가급적 동철을 살리고 싶지만 이대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제황은 동철의 머리를 향해 시위를 당겼다. 만궁한 채 조준을 마친 제황이지만 차마 시위를 놓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름 하나 뿐인 친구였다. 그가 시위를 당긴 채 갈등할 때 궁기가 말했다.
-네 친구와 이어져 있는 마나의 기운을 찾았어.
-응?
궁기의 말에 제황은 시위를 놓으며 궁기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야?
-네 친구가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희미하던 마나의 선이 지금 상당히 강해졌다. 추측하는데 네 친구를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거지.
-찍어 줘.
제황의 말에 제황의 눈으로 동철의 몸으로 시작된 붉은 선이 나타났다. 그 선은 상당한 거리의 어느 한 지점에 닿아 있었는데 삼천교의 빌런들의 시체가 쌓여 있는 곳에서 끝나 있다.
-저곳에 동철이를 조종하는 뭔가가 있다는 거군.
-그래.
궁기의 말에 제황은 그곳을 노려보며 무한고에서 비천격을 꺼냈다. 이제 쓸 수 있는 스킬이 얼마 안 남았으니 비천격의 힘이라도 빌리려는 것이다. 테러버드깃털로 만든 애기살을 건 제황이 시위를 당겼다.
"춤추며..."
곧이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을 준비했다.
“폭발하는..."
위이이이... 츠츳...츠츠츳...
화살을 중심으로 바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힘의 화살!”
지지지직!!
세 가지 속성을 인첸트하자 화살촉에 빠르게 회전하는 하얀 빛이 어리며 스톰레이지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제황은 남은 마나를 모조리 긁어모아 화살에 담았다.
“뒈져라.”
시위를 놓았다.
푸캉!!
제황을 중심으로 거대한 소닉붐이 일어나며 몸을 밀어냈다. 제황은 반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뒤로 몸을 날리며 목적지를 향해 잔상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테러버드애기살을 노려봤다.
퍼어엉!
빌런들의 시체가 폭발하듯 터지며 두 인영이 뛰쳐나왔다. 동철을 조종하던 이는 야비하게도 시체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목사님! 피하십시오!"
강목사의 충복은 눈으로는 감히 따라잡기도 힘들 정도의 속도로 날아오는 화살을 보며 외쳤다. 노련한 그가 보기에 자신의 능력으로 이 공격을 막아낼 확률은 반반이었다. 무려 6성 데미지 딜러가 날린 공격이다. 자신 또한 5성 헌터이기는 하지만 5성과 6성의 그 까마득한 벽을 알고 있는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마주쳐갔다.
"흐아앗!"
십자가 모양의 거대한 대검을 사용하는 그는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스킬을 사용했다. 온몸의 마나를 쥐어짜 단 한 번의 참격으로 눈앞에 모든 걸 파괴할 수 있는 그의 필살기다. 그러나 그의 공격과 화살이 부딪히기 직전 화살은 공중에서 묘기 부리듯 직각으로 꺾이며 그의 참격을 교묘하게 피해 버렸다.
"허억..."
모든 마나를 끌어 모아 내리친 참격이 허망하게 빗나가는 것보다 그 화살이 노리는 게 누군지 직감한 그가 외쳤다.
"강목사님 ... 피하..."
퍼어엉!
화살은 그의 목소리보다 훨씬 빨랐다. 충복을 믿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리던 강목사의 뒤통수가 비산하듯 터져 나갔다. 차라리 충복이 외치지 않았다면 이렇게 어이없게 죽는 일도 없었으리라. 강목사 또한 5성헌터의 힘을 지닌 인물로 구명스킬 한두 개는 가지고 있었기 때문...머리를 잃은 강목사의 몸은 마치 휴지조각처럼 앞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으으..."
충복은 허망하게 죽어버린 목사의 시체와 방금 전 화살이 날아온 곳을 분노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이를 질끈 깨물고는 강목사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강목사의 아공간이 터져 튀어나온 온갖 물건들 틈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작은 뭔가를 집어내더니 냅다 뛰기 시작했다.
-도망가네. 후우...
제황은 멀어지는 인영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예상이 빗나갔다. 숨어 있는 게 설마 둘일지는 몰랐기에 이번 한 번에 모든 마나를 끌어올린 것이다. 도주하는 이는 상당한 능력자인지 빠르게 도망친다.
-하... 골치 아프게 됐네.
제황이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