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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거리 100만-53화 (53/301)

# 53

구조임무

꺼우웅! 꾸르르륵!

콰쾅!

거대한 발이 15인승의 중형 캠핑카를 밀치자 캠핑카는 데굴데굴 굴러 언덕에 처박혔다.

“꺄아악!”

“으악!”

캠핑카에 타고 있던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차 안에서 뒹굴었다.

“리더 어떻게 좀 해봐!”

“염병 나보고 뭐 어쩌라고!”

콰쾅...우지직...드드득...

“오른쪽 왼장갑 날아갔어!!”

“모두 왼쪽으로 붙어!!”

남자가 외쳤다. 그러나 남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왼쪽으로 황급히 붙어 있다. 오른쪽 창문에는 손바닥만 한 발톱이 두껍게 덧댄 철판을 껍질 벗기듯 통째를 뜯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현이형이 숨을 안 쉬어!”

“너 힐러잖아!”

“내장이 터져 나온 건 나도 못 막아!”

운전석에 있던 두 남자 중 운전석에 기절한 듯한 남자의복부에 난 구멍을 손으로 틀어막고 있던 조수석의 남자가 울먹이며 외친다.

“빌어먹을 죽은 것 같으면 너라도 얼른 피해!”

"아악!"

끼루루루...

콰콰쾅!

“크악! 이놈에 테러버드!”

“그러게 얌전히 날아가는 테러버드를 왜 건드려!”

“그 죽어 나자빠진 병신새끼한테 물어!”

“시끄러! 내 다시는 너랑 레이드 오나 봐라!”

“그만 좀 싸워!”

캠핑카 안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이들은 옵서치 컴퍼니라는 곳에서 구성한 소규모 공격대였는데 이번이 큰 맘 먹고 추진한 장거리 원정을 추진했다. 원정 초기는 분위기 좋았다. 3성 탱커가 무려 3명에 2성 힐러 2명, 2성 딜러 5명으로 상당한 경험을 지닌 노련한 구성원들로 채웠다.

캠핑카에 연결한 트레일러에 절반을 값비싼 몬스터 사체로 채웠고 조금 전까지는 코카트리스 3마리를 깔끔히 레이드 하여 모두 기분이 들떠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공격대리더가 레이드의 조기 종료를 선언했는데 기분이 오른 일부 대원들이 파티를 한다며 술을 마셔버린 것이다.

그것뿐이면 모를까 기분을 낸다며 축포를 쏜다며 캠핑카 천정에 올라가 거치된 20mm기관포를 신나게 쏴재꼈다. 문제는 그 소리에 반응한 테러버드께서 친히 왕림하셔서 첫 공격에 캠핑카를 야무지게 굴려버리셨다. 소음공해는 용서없다는 듯....

사실 테러버드 같은 지능이 떨어지는 동물계몬스터는 정말 심하게 굶주리지 않으면 인간의 캠핑카 따위는 잘 공격하지 않는다. 잘못하면 자신도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거다.

아무리 사냥을 잘해도 작은 상처 하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야생이니까.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테러버드는 예전에 총에 신나게 두들겨 맞은 기억이 있는 테러버드였다. 그렇기에 총소리에 아주 민감했다.

끼루루룩!

으지직...

다시금 천장의 절반이 뜯겨 나갔다. 충분한 외장갑을 둘렀지만 그 외장갑들은 순식간에 해체되었다.

“군바리 새끼들은 언제 오는 거야!”

“몰라! 젠장... 구조신호 보낸 지 한 시간은 넘은 것 같은데...”

물론 이들이 구조신호를 보낸 건 이제 고작 10분이 흘렀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1시간 같은 10분이었으리라.

끼루루루...

한차례 홰를 친 테러버드의 거대한 주둥이가 캠핑카를 양분할 듯 뚫고 들어왔다.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히 난 부리가 사방을 헤집다가 한 남자의 다리를 덥썩 물었다.

“으아악!”

“리더!”

“안 돼!”

재수 없게 다리를 물린 건 옵서치공격대의 리더였다. 그는 들고 있던 장검으로 테러버드의 부리를 연신 내려 쳤지만 이내 그 테러버드의 부리는 리더를 문 채 캠핑카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으아아아악!”

단발마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리더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잠시 들리는 으적거리는 소리 그리고 바닥으로 쏟아지는 핏물과 주인 잃은 손목하나 발목 하나...

“으읍...우웨엑...꺄아아아악!...우웨엑”

여자 중 하나가 구토를 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평소 리더와 썸을 타던 여자힐러다.

“야! 저년 입 막아!”

남자 중 하나가 소리쳤지만 모두가 그 말에 대답할 여력도 없다. 그들이 지금 바라는 건 제발 테러버드가 리더를 먹은 것으로 만족하거나 아니면 트레일러에 실린 몬스터 사체로 시선을 돌리기를 바랄 뿐이다. 총원 10명 중 벌써 3명이 죽었다. 첫 공격 때 총 쏘던 머저리가 죽었고 운전을 하던 남자 그리고 리더가 죽었다. 둘은 기절... 나머지는 그대로 패닉 상태...

꽤 쫄깃한 고기를 으적으적 씹어 삼킨 테러버드는 발로 눈앞에 쇠쪼가리를 툭툭 밀었다. 어딘가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어딘지 도통 찾을 수가 없다. 아쉬운 대로 네모난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빼먹고는 있는데 간에 기별이 안 간다. 꽤 먼 거리까지 사냥을 나왔다가 허탕을 쳐서 배가 많이 고팠는데 별미를 씹었더니 허기가 좀 가신다.

꾸루룩...

배고픔이 줄어들자 둥지에서 자신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새끼들이 생각났고 테러버드는 새대가리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것을 생각해 냈다.

우지직... 으직

양발로 쇳덩어리를 움켜쥐고 힘차게 날개를 움직였다. 꽤 무겁기는 하지만 힘을 쓰자 천천히 들리기 시작한다. 이걸 통째로 가지고 가서 안에 든 걸 새끼들에게 먹일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로 날아오른 테러버드는 머리를 새끼들이 기다리고 있을 방향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때 그런 테러버드의 행동을 방해하는 강렬하고 뜨거운 고통이 날개에 가해졌다.

퍼퍼퍼퍽!!!

끼이익!

복부에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에 테러버드는 들고 있던 걸 놓쳤다. 떨어지는 먹이가 아쉽기는 하지만 적이 있다는 걸 판단한 테러버드는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발밑으로 불꽃이 스치고 지나가는 걸 느끼며 테러버드는 빠르게 활강을 시작하며 두 날개에 바람을 실고 속도를 높였다. 너무 낮은 곳에서 시작한 활강으로 땅이 배면에 스칠 듯 했지만 곧 두 날개에 힘이 차오르자 창공으로 솟아오르며 방금 전의 그 빌어먹을 따끔한 것을 날린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새로 나타난 쇠상자가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는데 방금 그 공격은 그것으로부터 날아온 게 분명하다.

꺼우우웅!

테러버드는 한 번 크게 울어재낀 뒤 그 괘씸한 쇠상자를 향해 날아갔다. 감히 새끼들에게 가져갈 소중한 양식을 떨어뜨리게 만든 놈이다. 이전에 가지고 놀던 것보다 훨씬 크고 무겁게 생기긴 했지만 테러버드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놈들이 쏘아내는 불꽃은 맞으면 따갑기는 하지만 상처가 생기지는 않았다.

이전에도 몇 번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겁나지 않는 것... 더 크니 더 많이 들어있을 거라 생각하니 입가에 침이 고인다. 그렇게... 테러버드는 방심했다. 그리고 종전의 것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충격을 머리에 두들겨 맞았다.

“400미터! 기관포! 공격!”

펑펑펑펑펑펑!!!

2문의 30미리 기관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대물저격총으로 시선을 끈 뒤 정면으로 날아오는 테러버드를 향해 쏟아 부은 기관포는 이전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테러버드에게 선사했다. 특히 치명적인 건 정면으로 날아오며 두들겨 맞았다는 것이다.

꾸어어억!

테러버드는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강렬한 화망이 테러버드를 쫓아 공중으로 치솟는다.

피픽! 픽! 퍼퍼펑!

공중으로 회전하며 회피하려 하지만 노련한 두개의 화망이 테러버드의 몸통을 두들겼다.

공중기동을 통해 도망치려 하지만 화망은 교묘했다. 계속해서 한 두 방씩 몸을 두들기자 테러버드는 도망치기 바쁘다.

“1포 사격 중지! 2포 계속 밑으로 갈겨! 내리꽂지 못하게 해! 1포 우측으로 위협사격!”

박중위의 노련한 지휘는 테러버드가 계속 양력을 잃게 만들었다. 새라는 것은 활강과 날개짓으로 꾸준히 양력을 보충해야 날 수 있다. 그러나 두 개의 기관포는 그런 테러버드를 조련하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공중으로 솟아오르게 강요하고 있었다.

"신궁 조준!"

박중위의 외침에 정국이 휴대용지대공미사일 신궁을 테러버드를 향해 조준했다.

워낙 가격이 비싸 왠만하면 사용하지 않지만 공격대의 대한 테러버드의 습격이 심심찮게 벌어지기 때문에 약 10발의 신궁이 무장버스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 때 테러버드를 쌍안경으로 관찰하던 박중위가 손을 살짝 들었다. 연신 깃털들을 휘날리던 테러버드가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아...도망친다. 사격 중지!”

박중위의 명령에 신궁을 조준하던 정국과 두 문의 기관포가 기동을 멈췄다. 어차피 박중위는 테러버드를 잡을 생각은 없었다. 테러버드는 공격성이 그리 강한 종류가 아니었다. 겁만 제대로 주면 쫓아낼 수 있는 종류. 테러버드의 머리가 완전히 반대편으로 돌아가 도망치는 것을 확인한 후 공격을 멈추게 했다.

“피지! 가까이 붙여라! 부상자들을 보러가자!”

“예!”

피지가 핸들을 돌려 빠르게 옵서치 공격대가 타고 있던 캠핑카를 향해 접근했다.

끼이이익!

“현재 기관포 사수와 피지만 남고 모두 하차! 전부 내려! 경계 태세! 피지! 주변 경계 철저히 해!”

“예썰!”

땅에 내려선 소대원들은 빠르게 대형을 펼쳐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유리! 제황! 생존자를 찾아!”

탱커용 파워드 슈트를 입은 유리와 제황에게 명령을 내린 박중위는 기관포 옆에 서 있는 민경을 힐끔 올려다보고는 말했다.

“민경! 너도 쫓아가!”

그의 말에 눈에 눈물을 살짝 비추던 민경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장버스에서 뛰어내려 유리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으지지직....

유리가 넝마가 된 철판을 큼지막하게 뜯어내자 내부의 풍경이 드러났다.

“으아아아...아파...”

“사...살려줘.”

내부는 참혹했다. 걸레가 된 캠핑카는 약 30미터 상공에서 떨어진 상태다. 헌터들이기 때문에 그 충격으로 죽은 이들은 없지만 곳곳에 크고 작은 골절상을 입은 상태였다.

제황과 민경이 빠르게 부상자에 달라붙어 힐을 시작했다.

우드득..

“아악!”

“치유의 빛!”

부러진 팔을 강제로 끼워 맞춘 민경이 회복스킬을 시전하자 비명을 지르던 이의 표정이 눈에 띄게 편안해졌다. 제황 또한 가슴에서 피가 울컥거리며 뿜어지는 이의 옷을 잡아 뜯은 후 피가 솟구치는 내부로부터 재생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밖을 경계하던 유리가 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황의 회복스킬도 괜찮지만 민경의 치유가 훨씬 속도가 빠르다. 민경은 회복에 특화된 힐러다, 전투가 한창인 상황만 아니라면 정말 쓸만한 힐러가 그녀였다.

“안되겠어요! 큰 걸 쓸게요!”

일일이 상처를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판단한 민경이 두 손을 마주 잡고 눈을 감았다. 주문을 시작하고 수인을 외며 마나를 인도하여 그녀에게 깃든 가장 강력한 이능을 발동시킨다.

“샘솟는 치유의 빛!!!”

파아앗!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흰 백광이 사방을 물들이고 그 빛에 노출된 모든 상처가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스페셜 스킬인 광역 회복스킬이다. 재생의 속성도 포함하고 있기에 부작용도 없다.

자신이 재생시키던 사람의 상처까지 아물기 시작하자 제황은 손을 놨다. 그녀의 빛에 노출된 부분이 상쾌해졌다. 제황은 이채로운 눈빛으로 민경을 바라봤다. 전투공황장애에 아까 작전에 투입 전 보인 행동은 정말 멍청하고 실망스러웠지만 지금 그녀가 보인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 때 밖을 경계하던 유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만! 나와! 나와!!!”

“?”

제황이 기절한 이들을 잡고 일으키려는데 유리가 외쳤다.

“그냥 두고 나와!”

투투투투투투툭!!!

맹렬한 기관포음이 들린다. 이변이 생긴 것.

제황은 들던 이를 내려놓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문제는 민경... 한창 큰 스킬을 쓰던 그녀는 유리의 말에 한발 늦게 반응했고 곧이어 캠핑카에 거대한 충격이 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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